체질과 등산
한의사 주석원(주원장한의원장)
*범례: 금체질(금양·금음)=태양인, 토체질(토양·토음)=소양인, 목체질(목양·목음)=태음인, 수체질(수양·수음)=소음인
집 떠나면 개고생이란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캠핑도 사실 사서 개고생 하는 것이다. 안락한 침대 두고 옴짝달싹 못하는 텐트 속 침낭에서 새우잠을 자야하고, 스위치만 돌리면 빵빵하게 나오는 가스레인지와 다양한 용도로 편리하게 제작된 주방도구 집어던지고 조그맣고 불편한 버너, 코펠에 각박하게 밥해 먹어야 하며, 뜨끈뜨끈한 물이 폭포처럼 콸콸 쏟아지는 널직한 욕실 팽개치고 고양이 세수하며 원주민처럼 얼굴에 때 국물이 찌든 꽤제제한 삶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수수께끼처럼 사람들은 캠핑에 대해 막연한 환상과 선망을 갖고 있다. 왤까? 캠핑에는 그런 편리함을 멀리하는 대신, 환각처럼 엔돌핀을 돌게 하고, 오금이 저리도록 짜릿한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게 하는 뭔가가 있기 때문이다.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활기와 가슴 저미게 하는 스릴이 가득한 스포츠·레저가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지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이 가장 즐기고 사랑하는 스포츠·레저는 무엇일까? 나는 한의원에 오는 환자들에게 흔히 하는 운동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걷기요. 양재천 갓길을 매일 걸어요.” 걷기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운동, 걷기. 다른 모든 운동을 제치고 단연코 1위를 차지한다. “새벽에 집 뒤에 있는 우면산에 자주 올라요.” 등산이다. 맑은 공기 마시며 영차, 영차 오르는 산행. 역시 걷기 운동의 일종이다. 그냥 걷기보단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하는 이 등산이 그래도 캠핑과 더 잘 어울리는 것은 당연하다. 나도 등산을 참 좋아한다. 한 때 백수처럼 지낼 때는 매일같이 산에 오른 적도 있었다. 빛고을 광주를 따스하게 감싸는 무등산 서석대, 입석대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반년 가까이 오르기도 하고, 한양 땅 서울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삼각산(북한산의 옛이름)과 도봉산을 수개월 동안 하루같이 오르기도 했다. “야! 무등산이 그렇게 좋은 줄은 몰랐어. 증심사 내려오는 길에 보리밥집에 들렀는데, 보리비빔밥, 그거 정말 죽여주더군! 무청에 싸먹는데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이 정말 압권이더라구!” 며칠 전 만난, 김구라 뺨치는 현란한 구라를 자랑하는 지인이 광주에 갔다 와서 하는 말이다. 어느새 내 머릿속에도 예전에 즐겨 찾던 그 보리밥집이 스쳤다. 내 집처럼 드나들던 포근한 산자락이며 아기자기한 돌무더기길, 가슴을 후벼 파는 낭만의 백마능선 억새벌판이 꿈처럼 아스라이 펼쳐졌다. 언제 다시 그렇게 번쇄한 세사 잊고 마냥 자연에 벗할 수 있을까? 10센티미터가 훨씬 넘게 폭설이 내렸을 때의 북한산도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온산이 완벽하게 눈에 덮여 눈의 여왕이 사는 거대한 순백의 궁전에 나 홀로 초대받은 기분이었다. 나뭇가지, 가지마다 서커스의 곡예사처럼 아슬아슬 올라앉아 현란한 자태를 뽐내던 눈꽃들은 아! 환상, 정말 환상 그 자체였다. 이런 산들도 언제나 참 좋지만, 우리 터프한 캠퍼들에게는 좀 양이 차지 않은 바가 있을 것 같다. “그래도 기암절벽이 수려한 설악산 대청봉(1707.9m)이나, 어머니처럼 푸근하면서도 장엄한 지리산 천황봉(1915m) 정도는 돼야 몸이 풀리지!” 최소한 이 정도의 고산준령이라야 그 산자락 어딘 가에 모처럼 장만한 멋진 캠핑 장비를 한껏 펼칠 수 있지 않겠는가!
“등산을 참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하산할 때쯤이면 머리가 꼭 아파요! 왜 그러죠?” 내원한 한 환자가 내게 이렇게 말한다. 보통사람 같으면 이런 쌩뚱 맞은 질문에 다음과 같이 반응할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리야? 등산하면 머리가 아프다고? 그럴 리(理)가!” 당연히, 웬만하면 누구나, 그럴 리가 없다고 확신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신선한 공기 마시면서 몸을 정화하고, 땀 쫙 흘려서 구석구석 쌓인 노폐물 배출했는데 머리가 아프다니! 몸이 깨끗하게 청소됐으니 오히려 아프던 머리가 나아져야 하는 것 아냐? 잘 생각해봐. 아마 등산 때문이 아닐 거야. 평소 편두통이나 만성 두통이 자주 있었던 거야. 기존에 있던 두통이 우연히 재발한 건데, 그게 하산한 시각과 겹친 거라구. 그 왜, 이런 말 있잖아, ‘오비이락’이라고,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말.” 그러나 8체질의학을 전문으로 하는 나 같은 한의사는 이 사람의 두통이 까마귀-배와 같은 류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퍼뜩 든다. 하산 시 두통이라는 증상이 생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 등산이 맞지 않는 체질이 있을 수 있으니까. 그 환자의 체질은 금양체질이었다. 금양체질(폐> 비> 심> 신> 간)은 폐가 가장 강하고 간이 가장 약한 체질이다. 이 체질과 등산 시 두통 사이에 과연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산에는 나무가 많다. 이 나뭇잎에 있는 엽록체는 빛에너지를 촉매로 광합성을 한다. 이른 바 명반응이라는 이 과정에서 나무는 부산물로 산소를 내뿜는다. 그래서 산에는 산소가 많다. 이렇게 산소 농도가 높은 데 사람이 가면, 그 산소가 체내에 다량 흡입되어 평소보다 더 많은 적혈구가 산소와 결합하게 된다. 그런데 체내의 혈관 속에 돌아다니는 적혈구의 수는 유한하다. 더 많은 수의 적혈구가 산소와 결합한다는 말은 체내 세포활동의 결과로 발생한 부산물인 이산화탄소가 결합해야 할 적혈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됨을 의미한다. 결국 이산화탄소는 평소보다 더 많이 조직에 축적되는데 이를 배출시키는 작용을 해야 할 폐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한동안 속수무책인 상태에 빠진다. 조직에서 적혈구와 결합된 이산화탄소만이 폐로 운반되어 폐에 의해 포착된 다음, 체외로 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울창한 산에서는 폐가 일을 못하고 빈둥빈둥 노는 형국이 되며, 결과적으로 폐가 너무 지나치게 강화되고, 그로 인해 태생적으로 폐를 가장 강하게 타고난 금양체질의 장기구조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된다. 한 때 산소방이라는 것이 유행했던 때가 있었다. 소정의 돈을 내고 산소방에 들어가 그곳에 뿜어져 나오는 산소를 재량껏 흡입하는 곳이다. 인체에 없어서는 안 될 호흡 물질인 산소를 공급받아 활력을 되찾고 건강을 더욱 높이자는 것이다. 산소를 흡입하고 나서 말 그대로 컨디션이 꽤 향상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반대로 산소를 흡입하면 오히려 메스껍거나 머리가 아파진다. 물론 이도저도 아닌, 좋은 걸 별로 못 느끼는 사람도 있다. 결과만 보면, 어쨌든 생각보다 효과를 보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산소방은 얼마 못 가 사양길에 접어들었는지 요즘은 그 이름조차 들어보기 힘들만큼 관심이 시들한 것 같다. 이런 산소방에 들어갔을 때 컨디션이 나빠지고 불편한 사람은 아마도 등산 가면 알 수 없는 두통으로 시달리는 금체질일 것이다.
금양체질은 등산이 썩 좋지 않은 체질이다. 금음체질(폐> 신> 비> 심> 간) 역시 금양체질과 동일하게 폐가 가장 세고 간이 가장 약한 구조를 가져 등산이 그다지 좋지 않다. 따라서 금체질은 등산을 자주 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면 등산 가면 몸이 날듯이 가볍고 기운이 솟는다는 사람은 무슨 체질일까? 먼저 목체질(목양·목음)을 들 수 있다. 이들은 금체질과 정확히 반대의 장기대소구조를 갖는다. 따라서 등산이 좋으리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목체질이 산에 올라 산소를 흠뻑 들이마시면 폐가 정화되어 약한 폐가 강화되고, 산에 오르는 동안 땀을 쫙 빼주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몸이 정말 좋아지는 걸 느낀다. 토양, 수음체질도 등산이 좋은 체질이다. 토양체질의 장기대소구조는 ‘비> 심> 간> 폐> 신’이고, 수음체질의 장기대소구조는 ‘신> 간> 심> 폐> 비’이다. 구조적으로 폐가 가장 약한 장기는 아니지만, 두 번째로 약한 장기이기 때문에 역시 폐가 강화되는 등산에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토음, 수양체질은 장기대소구조로 보면 폐가 두 번째로 강한 쪽에 포진되어 등산이 그다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임상에서 보면 등산이 이들 체질에 크게 해롭다는 케이스는 별로 발견되지 않는다(내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폐가 금체질처럼 가장 강한 장기가 아닌, 두 번째로 강한 장기라는 체질구조의 차이가 부작용이 크게 나타나지 않는 요인으로 작용한 듯하다. 체질에서 그 생리나 병리를 좌우하는 핵심 장기는 가장 센 강기나 가장 약한 장기이기 때문이다.
한편, 금체질인데도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등산 갔다 오면 기분도 상쾌하고 몸도 가뿐해져 참 좋던데.” 체질의학을 공부하는 데 있어 꼭 이해해야 할 것이 이런 것이다. 체질이 같다 하더라도 반드시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 이 사람의 예는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는 운동 효과가 높은 산소 농도로 인한 부작용을 능가하는 경우라고 봐야 할 것이다(사실 금체질의 많은 사람이 이런 반응을 보인다. 두통을 보이는 사람은 금체질 중 높은 산소농도에 대해 다른 사람들보다 매우 민감한 사람인 경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금체질이 이처럼 등산이 괜찮다고 느껴졌다 하더라도 너무 자주 등산을 다니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내가 임상에서 겪은 다음 사례는 이와 관련해서 깊은 경각심을 준다. 2008년, 연일 폭염이 계속 되던 지긋지긋하던 여름이 막 끝나고 초가을에 들어선 9월의 어느 날이었다. 70대 후반의 노인이 부인과 함께 내 한의원을 찾았다. 진료실에 들어오면서 쩌렁쩌렁하게 말을 하시는데, 그렇게 큰 목소리를 내는 어른은 난생 처음인 것 같았다. 내원한 사유는 돌발성난청 때문.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청력이 크게 저하하거나 상실되는 질병이다. “날짜도 기억해요. 8월 첫째 날이었는데 남편은 그날도 북한산에 등산 갔다 오셨어요. 은퇴 후 친구들이랑 그렇게 산에 매일 가는 게 큰 낙이었거든요. 그런데 그날따라 무척 피곤해 하셨어요. 원래 체력이 워낙 좋으신 양반이어서 그렇게 피곤해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었지요. 세상에, 평생 안 자던 낮잠까지 주무시는 거예요. 결혼하고서 남편이 낮잠 자는 건 그날 처음 봤어요. 그런데, 그날 밤 새벽에 일어나시더니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면서 갑자기 소리가 안 들린다는 거예요.” 남편은 폭염 속에서 땀을 엄청 흘리면서 등산을 했다. 철두철미한 성품의 소유자로서, 건강관리 역시 치밀하게 해 와서 그 나이에도 젊은 사람 못지않은 강인한 체력을 과시하던 터였다. 그만큼 체력을 자신했으므로 폭염주의보가 연일 발령돼도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그는 금양체질이었다. 금양체질은 등산도 좋지 않지만, 땀을 과다하게 흘리는 것도 좋지 않다. 특히 태양이 강렬하게 내리쬐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태양이 그렇게 작열하였으니 광합성은 또 얼마나 활발하게 이뤄졌겠는가? 당연히 기공을 통해 방출되는 산소 농도도 최고조로 올랐을 것이다. 금양체질에 좋지 않은 제 조건들이 구슬 꿰듯 한꺼번에 두루 갖춰진 것이다. 노인은 탈진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음허증(陰虛證)’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음허란 체내에 존재하는 진액이나 혈액의 부족 또는 고갈을 의미하는 병증(病證)이다. 이는 전통한의학의 장부(臟腑) 병리론에 따르면 통상 간과 신(신장)의 허증으로 설명되는데, 금양체질(폐> 비> 심> 신> 간)은 장기구조상 간이 가장 약하고 다음으로 신이 약한 구조를 갖고 있어 전통적인 견해와도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노인은 귀가 먹고 말았다. 내 한의원에 내원할 때는 청력검사 상 청력이 거의 제로인 상태였다. 동반한 부인에 따르면, 아들이 양의사라서 대략 2달 정도 양방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 치료라 해봐야 별 것이 없다. 혈액 순환제나 스테로이드제 같은 거로 땜질하는 치료밖에는 없는 것이다. 이것들은 말하자면 핵심은 다 비껴나간 치료약들이다. 원인을 밝혀 치료하는 것이 아닌, 그냥 요행을 바라고 한번 써보는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특히 스테로이드제는 부작용이 매우 큰 약제라서 오래 써서는 결코 안 되는 약이다. 노인에게는 요행수가 맞지 않았다. 몇 주 써봤지만 효험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나는 노인의 체질을 면밀하게 진단했다. 금양체질이었다. 나는 금양체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체질침을 시술하고, 청력회복에 도움을 주는 체질약을 투여했다. 그리고 음식주의를 아주 단단히 시켰다. “육식, 분식, 유제품, 매운 음식 등,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은 일체 금하세요!” 물론 등산도 금하고 땀을 과하게 흘리는 운동 역시 제한했다. 평지를 걷는 운동을 대신 권했다. 큰소리치면서 치료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차도가 별로 없었다. 노인은 여전히 말을 알아듣지 못했고, 부인은 내겐 차마 못하고 애꿎은 간호사에게만 자꾸 짜증을 냈다. 보호자는 환자를 잘 보좌하고 곧 나을 수 있다는 용기를 계속 북돋아줘야 하는데, 그녀는 자주 조바심을 내고 항상 찡그린 표정으로 진료실에 들어오니 치료하는 나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3주쯤 되었을까? 점심식사를 마치고 대기실로 들어서는데 그 부부가 와 있었다. 그런데 웬일? 모처럼 부인이 싱글벙글 하는 게 아닌가! “병원에서 청력검사를 했는데 청력이 많이 회복됐대요! 이 정도면 보청기 해도 된 데요.” 전에는 소리에 아무 반응이 없어 보청기는 꿈도 못 꾸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부부에게 드디어 서광이 비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손자손녀들과 전화통화도 곧잘 하세요.” 음원이 귀에서 가까운 경우 어느 정도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노인은 그 후 그렇게 몇 개월 치료를 계속 해서 완전하지는 않지만 사는 데는 크게 지장이 없을 정도로 청력을 꽤 회복했다.
금체질은 등산을 심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소중한 청력까지 상실케 하는 사례도 있으니 마땅히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등산을 가야겠다는 완고한 금체질이 가끔 있다. “전 산에 안 가면 정말 낙이 없어요. 가끔씩 가는 것은 괜찮지 않나요?” 이렇게 산에 푹 빠진 금체질의 경우는 체질에 맞지 않는다 해도 결코 산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 경우는 타협해서 가끔 가도 괜찮다고 할 수밖에 없다. 단, 나무가 너무 울창한 산은 피하고, 또 한낮이나 계절적으로 너무 더운 시기도 피해서 가도록 하는 것이 좋다. 동트기 전이나 해질녘을 틈타 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산을 무척 좋아하는데, 충분한 시간이 없어 무박2일로 야간산행을 감행하는 등산동아리가 전에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이런 방법이 오히려 금체질에게는 유리할 수 있다. “저는 야간산행 하면 몸이 날아가는 것 같아요! 하나도 지치지 않아요.” 환자 중에 이렇게 말하는 금체질이 있었다. 꼭 등산을 원하는 금체질이라면 야간산행도 종종 추천할 수 있다(단, 위험하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혹 독자 중에 암벽 등반 같은 극한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암벽 등반 역시 금체질에 좋을 수 있다. 바위가 많은 산인 경우 산소 농도가 그다지 높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곰곰이 따져보니 고상돈이나 허영호, 엄홍길 같은 전문 산악인들 중에는 금체질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들은 대개 에베레스트산과 같이 산소가 희박한, 지극히 높은 고도의 산들을 오르기 때문이다. 이런 극한의 환경이 폐활량을 특출 나게 좋게 타고난 이들에게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이 되는 것이다. 금체질이 전문산악인을 지망한다면 적극 권하겠다.
그럼 등산에 대해 체질의학적으로 한번 정리를 해보자. 등산은 금체질에 가장 해롭고, 목체질에 가장 유익하다. 토양, 수음체질은 목체질 다음으로 이로우며, 나머지 토음, 수양체질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다. 금체질은 등산을 좀 자제해야겠지만, 굳이 원할 경우 앞에서 말한 대안적인 방법(바위산 산행, 새벽 또는 일몰 후 산행, 혹은 야간산행 등)을 취한다면 등산과 반드시 결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수천 미터의 고산을 오르는 전문산악인을 지망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금체질이 적합하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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