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문 밖 무등산을 바라보니 하늘에 두둥실 둥근 달이 떠있다. 라오스에서도 똑같은 둥근 달을 보았다. 루앙프라방 메콩강에서 배를 타며 유람을 하면서, 비엔티엔에서 마지막날 아침 일찍 메콩강가를 산책하면서... 그래, 달과 같은 편안함으로 달과 같은 넉넉함 가득 안고 제3회 선재역사문화탐방을 라오스로 다녀왔다.
캄보디아와 태국, 그리고 히말라야왕국 네팔에 이어 세 번째로 마련된 선재역사문화탐방지로 라오스를 선정하였다. 라오스는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남아있는 남방불교권 국가이지만 지리적 접근성 때문에 사람들이 찾기가 어려운 곳이다. 그래서 인연있는 분들과 라오스인의 아름다운 미소를 직접 마음으로 느끼고 싶었다.
라오스로 장소를 선정하였지만 한번도 가보지도 못한 곳이기에 일단 서점에 가서 라오스 관련 서적을 5권 정도 구입해서 틈나는대로 읽었다. 직접 눈으로 보지 못했기에 책을 통해서 본 라오스는 상상 속의 이미지로만 남아있었다. 인터넷 서핑을 통해 라오스 관련 자료나 사진을 찾아봐도 여전히 탁 와닿지는 않았다.
그래도 8일내외의 일정으로 스케줄을 잡아서 홍보를 해야 했기에 여행사에 일정과 견적을 의뢰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약속을 해놓고서 문제가 발생하였다. 라오스 여행은 해마다 1월달이 성수기라서 정해진 날짜에 태국이나 베트남을 경유해서 들어가는 항공노선의 30여 좌석을 확보하기가 여간 쉽지가 않았다.
날짜와 일정을 확정해야 홍보를 해서 참가자를 모을텐데 여행사에서는 무조건 기다려 달라고만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다. 10월을 넘기고 11월이 되는데도 항공좌석을 확보를 장담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통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여행사에 문의를 하여 결국 사회적기업인 (주)착한여행과 새로운 인연을 맺었다.
착한여행에서 다행히 라오스 직항 전세기 항공좌석을 구할 수 있어서 바쁜 년말 일정을 모두 내려놓고 서울에 위치한 여행사를 직접 찾아가서 라오스 일정을 꼼꼼히 논의하였다. 항공좌석이 확보되니 한결 마음이 놓였다. 우선 홍보리플렛을 만들어 우편발송을 하고 주요 곳곳에 홍보물을 비치하여 사람들에게 알렸다.
다행히 예상인원 30명을 모두 채웠으나 중간에 두 분이 사정이 생겨 인원이 교체되었다. 마지막까지 라오스에 갈 인연은 이렇게 따로 있었다. 라오스 선재역사문화탐방을 준비하면서 많은 분들이 물품과 후원금으로 마음을 모아주셨다. 헌옷을, 축구공을, 새옷을, 그리고 기도를 통해 모은 동전을 한아름씩 가져다 주셨다.
또한 직접 학용품을 구입해 갖다 주신 분도 계셨고, 십시일반 후원금을 보내주었으며,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정성과 사랑이 가득 모였다. 학용품과 축구공 등을 새로 구입하고 이렇게 모인 물품은 자원활동가들이 박스로 분류해서 담았다. 그리고 라오스 관련 자료집을 만들어 발송하고 사전교육 영상물을 마련하니 준비끝.
사무실 일이 그 어느 해보다 바빠서 개인적인 준비물은 전날 오후에서야 부랴부랴 챙길 수 있었다. 드디어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임진년 새해 1월 2일 저녁 10시, 광주 선덕사에 다들 집결하여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였다. 전체 일정을 나눈 뒤에 돌아가면서 간단히 개인적인 소개를 마치고 라오스 동영상을 시청하였다.
라오스 동영상을 시청하다보니 다들 라오스에 대한 관심으로 늦은 시간임에도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다. 2시간 여의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맛있는 간식도 나눈 뒤에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할 전세 리무진 버스에 몸을 실었다. 개인적으로 워낙 힘들고 바쁜 한해를 보내고 떠나는지라 마음이 한결 가볍고 설레였다.
이른 시간 새벽 5시 경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여 각자 시간을 보낸 뒤에 7시경 아침공양을 하였다. 공양 후 짐을 화물로 보내기 위해 싣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헌옷이나 학용품 등의 박스가 너무 많고 무게가 많이 나간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나이 드신 물류담당 책임자가 OK 사인을 보내주어 짐을 다 실었다.
아침 9시, 비행기가 인천국제공항을 이륙하여 라오스 비엔티엔으로 향했다. 해외를 처음 가보는 어린 친구들은 마음이 설레이는지 싱글생글이다. 무려 5시간 반 정도의 비행시간이라 힘들었지만 그래도 라오스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힘든 것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었다. 현지시각 12시 반에 비엔티엔 공항에 도착하였다.
비행기 트랩을 나서자 더운 공기가 밀려왔다. ‘아, 이렇게 라오스에 도착하는구나’라는 마음이 들면서 고향에 온 것처럼 반가움이 일었다. 그렇지만 화물을 찾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우리가 가져간 지원물품을 통과시켜주지 않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가이드가 짐을 책임지기로 하고 버스에 탑승, 숙소로 이동하였다.
우리가 처음으로 머물 숙소는 수도 비엔티엔 중심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각자 방을 배정하고 짐만 푼 다음 다들 배가 고픈지라 일정에도 없는 점심 공양을 하기로 하였다. 점심시간이 지났음에도 급히 쌀국수 집을 섭외하여 라오스에서 첫 공양을 하였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쌀국수인지라 맛있게 점심 공양을 하였다.
그런데 아이들은 먹는둥 마는둥이다. 배가 고픔에도 입에 안맞는지 남기는 친구들이 많았다. 외국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려면 어떤 음식이든 잘 먹어야 한다. 그래야 전 일정을 소화하는데 무리가 없음을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다. 채근해서 아이들 먹는 것을 챙기고 첫 일정으로 왓씨사켓(Wat Sisket) 사원을 찾았다.
비엔티엔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1818년 건립, 1935년 재건하였다고 한다. 사원을 중심으로 해서 둘러진 회랑에 나무, 돌, 동으로 만든 10,136분의 부처님이 모셔져 있었다. 독특한 것은 눈에 에메랄드를 붙여놓았다. 그렇지만 수차례 전쟁의 참화를 거치면서 훼손되어 목이나 팔이 떨어져나간 부처님들이 많이 있다.
보존상태도 허술하여 금칠이 벗겨져 나간 부처님의 모습들을 살펴보노라니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사원 곳곳에 납골탑이 줄지어 세워져 있다. 라오스 국민들에게 사원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자신과 가족의 안녕과 평화, 그리고 진정 부처님처럼 자유롭기를, 부처님이 되기를 발원하는 거룩한 성전이겠지...
따사로운 햇볕 아래라서 아이들이고 어른들이고 할 것 없이 덥다고 한다. 시원한 물을 마셔가며 더위를 식히며 라오스 불교의 최고의 사원인 탓루앙(Pha That Luang) 불탑으로 이동하였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거룩한 불사리탑이다. 햇볕이 불탑에 비추어져 황금색 불탑이 더욱 더 찬란히 빛나보였다.
커다란 불탑 앞에서 단체로 기념촬영을 하고 회랑을 따라 한바퀴 돌면서 사원을 참배하였다. 탓루앙불탑 앞에는 넓다란 광장이 주욱 펼쳐져 있었다. 이 광장에서는 매년 11월에 라오스 최대의 축제 가운데 하나인 탓루앙축제를 벌인다. 볼거리가 없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거리는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한다.
가이드를 따라서 비엔티엔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개선문인 파뚜싸이에 들렀는데 시간이 늦어 입장할 수가 없었다. 1957년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하면서 파리의 개선문을 본따 만든 파뚜싸이, 참으로 아이러니한 발상이다. 드넓은 광장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마지막날 다시 방문하기로 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날 마지막 일정으로 숙소 가까운 사원의 한곳인 왓인뺑 사원으로 갔다. 사원 안에는 주황색 가사를 걸친 수행자들이 곳곳에 모여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라오스에서는 남방불교의 상징처럼 되어있는 주황색 가사를 입는다. 비엔티엔에는 몇집 건너 넓다란 사원이 있을 정도로 라오스인에게 불교가 생활의 전부이다.
본당인 부처님 모셔진 곳에서 잠시 명상을 한 후에 참가자들이 다함께 108배 정진을 하였다. 거의 절반은, 특히 어린이들은 처음 해보는 108배인데도 한배 한배 정성을 다해 절을 올렸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송히 맺혔지만 그래도 108배를 마치고 나니 다들 뿌듯해 한다. 선재역사문화탐방을 할때마다 108배를 올린다.
진정 참나를 살피고 성찰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염원하면서, 그리고 단순히 눈으로만 둘러보는 사원참배가 아니라 몸으로 느끼고 체험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현지 사원에서 올리는 108배는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저녁시간이 되자 부페 전문점인 씬닫 까오리로 이동하여 저녁 공양을 하였다.
씬닫 까오리는 육수가 담겨져 있는 불판에 고기를 익혀서 야채에 싸먹는 라오스식 요리이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야외에 펼쳐진 식탁에 앉아 식사를 즐기고 비어라오 한잔에 목을 축이며 즐거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우리 일행도 기나긴 여정 동안에 지친 몸을 달래며 담소를 나누며 맛있는 공양을 하였다.
하루 전날부터 모여서 오리엔테이션을 갖고, 새벽에 버스로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하여 다시 비행기에 몸을 싣고 5시간 반 비행을 하여 라오스에 도착, 오후 일정을 빽빽히 소화하고 나니 다들 지친 모습이었다. 그래도 공양을 마치니 기운이 솟는다. 버스를 타고 호텔로 이동하여 각자의 방으로 돌아와서 씻고 취침준비.
한국을 떠나 머나먼 라오스에 왔으니 피곤해도 쉬이 잠들 수가 없는지, 아이들은 함께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리고 뜸 전문가이신 나현숙 선생님께서는 방마다 돌아가면서 뜸을 떠주고, 일부는 메콩강변에 위치한 야시장을 둘러보러 나갔다. 이렇게 라오스에서의 하루가 시나브로 저문다.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다.
혼자서 메콩강변에 나갔다. 호텔을 잊어먹으면 안되니 핸드폰 카메라로 호텔 전경 사진을 찍고 요리조리 살피면서 지리를 잘 익히면서 강변에 나가니 한두사람씩 아침운동을 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닭울음소리가 들리고 이른 아침이라 메콩강변은 어둠속에서 어슴프레 눈에 들어온다. 강변길을 따라 무작정 걸었다.
한참을 걷다보니 커다란 동상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화려한 조명에 커다란 동상은 라오스 민족영웅인 ‘짜우아누봉’ 동상으로 한국기업이 2010년에 조성한 것이다. 동상 주변에는 시민산책로와 넓은 공원이 조성되어 가족끼리 휴식하기 좋은 공간이었다. 시간이 흐르자 많은 사람들이 아침 산보와 운동을 하였다.
강변을 뒤로하고 시내 골목으로 향해 걸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스님들의 탁발행렬을 만났다. 신도들이 찰밥과 과자 등을 준비해서 한줄로 주욱 정열해 오는 스님들께 공양을 올렸다. 20여 명의 스님들은 공양을 다 받은 후에 공양물을 보시한 신도들에게 짧은 축원문을 함께 독송하며 공양에 대한 보답을 하였다.
탁발행렬은 금새 마무리 되었다. 아침 공양 시간이 되어 호텔로 돌아와 간단히 빵과 음료로 아침 공양을 하였다. 아침 공양 후 이틀째 일정이 시작되었다. 짐을 모두 챙겨 차량에 싣고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라 불리우는 방비엥으로 이동하였다. 가는 길목에 내륙 지하염수를 끌어올려 소금을 만드는 소금마을을 방문하였다.
내륙에서 소금 만드는 모습을 살펴보니 참으로 신기하였다. 소금을 굽는 모습, 그리고 염전에서 소금을 긁어내는 모습을 살펴보다 권성도 친구가 맨발로 염전에 들어가 소금을 긁어내니 다들 신나고 즐거워했다. 나도 빠질 수 없지. 그래서 직접 들어가 해봤는데 쉽지 않았다. 작업하는 분과 기념촬영을 하고 다시 이동하였다.
방비엥까지는 무려 6시간 동안 이동해야 한다. 그런데 도로가 20~30미터를 가면 포장에서 비포장으로 바뀌기를 반복한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보수할 여력이 안되어 그렇단다. 그것만이 아니다. 구불구불 돌고 돌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아이들과 어른 몇사람은 이미 기진맥진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참고 견디는 수밖에.
중간에 시장에 들러 과일도 사고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을 손짓발짓 해가면서 사먹었다. 대나무 통에 든 찰밥과 직접 숯불에 구운 고기는 입맛을 사로잡았다. 방비엥으로 가까이 갈수록 좌우로 펼쳐진 산자락이 멋스러웠다. 방비엥에 도착하여 숙소에 먼저 짐을 풀었다. 강변에 위치한 숙소는 깔끔하고 분위기가 그만이었다.
썽테우(차량을 개조해서 만든 이동식 택시) 두 대로 나눠타고 물동굴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였다. 중국의 소계림으로 불리울 정도로 멋진 산자락이 계속해서 펼쳐졌다. 통통 튀는 차량을 타고 가면서도 마음은 풍요롭고 즐거웠다. 드디어 도착, 썽테우에서 내려 가이드를 따라 마을 논길을 따라 걸으니 물동굴에 도착하였다.
각자 튜브를 하나씩 주었다. 날씨가 조금 쌀쌀한 탓에 과연 물에 들어갈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다. 선뜻 먼저 타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도 뭔가를 기대하며 물에 풍덩 빠지고 튜브에 의지해 밧줄을 잡으며 동굴안으로 들어갔다. 둥둥 물위에 떠서 동굴 안으로 들어가니 추위는 잊어먹고 물장난하고 모두들 신이 났다.
한바퀴를 돌아 다시 나오는데 모두들 물에서 나오기 싫어하는 눈치다. 어찌나 스릴있고 신나든지 다들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밖으로 나와 모닥불에 몸을 녹이고 다시 이동하였다. 이번엔 카약 투어다. 구명조끼를 입고 노를 하나씩 받아들고 멋진 포즈를 취해가며 단체 기념촬영을 하였다. 다들 카약선수가 되었다.
날은 이미 어둑어둑해져 간다. 안전을 책임지는 분과 함께 두명씩 카약에 몸을 실었다. 카약을 타자마자 쏜강의 너른 물줄기를 따라 멋진 카약킹이 시작되었다. 방비엥의 아름다운 산자락을 올려다보며, 그리고 가끔씩 내미는 달을 쳐다보며, 깊어가는 어둠에 몸을 맡기고 마음을 맡기고 노래도 부르며 환상의 시간이었다.
가끔 돌에 부딪쳐 넘어지면서 위험한 상황도 있었지만 얕은 강물이라 전혀 위험하지는 않았다. 완도에서 오신 송연숙 보살님은 여권이 담긴 작은 가방을 강물에 떠내려 보내 그 가방을 찾으려고 무지 애썼다고 한다. 날은 어두워졌는데 가방은 떠내려가고 잘 보이지도 않고 너른 강줄기에 어찌 긴장하지 않았겠는가.
다행이 가방을 찾았으니 망정이지 만약 그 가방을 강물에 떠내려 보냈으면 어찌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온 사위가 어둠이 가득하다. 그래도 유유자적을 즐기며 카누에 몸을 싣고 군데군데 유럽에서 온 이들의 광란의 카니발을 즐기며 카약킹을 하다보니 어느새 종착점에 도착하였다. 다들 즐거운 표정이 가득하다.
특히 어린이들도 이젠 라오스에 적응이 되었는지 다들 생기발랄하다. 그나마 다행이다. 멀리까지 와서 몸이 아프면 본인도 힘들고 함께한 동행자도 마음이 함께 아프기 때문이다. 저녁 공양을 하고 난후 숙소로 돌아왔다. 편안하고 넉넉한 숙소이다 보니 하루의 피로가 쏴악 풀린다. 다들 군데군데 모여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날 저녁 처음으로 뜸 선생님으로부터 뜸 치료를 받았다. 따끔따끔했다. 뜸 선생님의 잠시잠깐도 쉬지 못하고 매일 저녁 이 방 저 방을 옮겨다니며 뜸을 떠주셨다. 선생님의 정성과 따뜻함에 그저 고마울 뿐이다. 잠은 오지 않았지만 내일 여러 일정을 위해 일찍 취침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닭울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일찍 일어나 숙소 주변을 걸었다. 어둠이 깔려있고 이슬방울이 비처럼 떨어져 내린다. 동네 곳곳을 둘러보며 아침 일찍부터 하루를 준비하는 라오스인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와 아침 공양을 하였다. 든든히 아침을 먹고 시간이 조금 남아 어린이들을 불러모았다. 일정에 없는 쏜강 보트투어를 위해서다.
50분간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서 내려오는 코스인데 아침공기가 더없이 시원하고 아름다운 풍광에 몸을 맞기다보니 신선이 따로 없었다. 넉넉하고 편안함 그 자체이다. 바람도 시원하고 강물은 유유히 흐르고 산자락은 멋지고... 아이들도 신나서 입을 다물지 않는다. 카약보다 빠르게 질주하는 보트라서 스릴도 그만이었다.
보트투어를 마치고 오늘 일정은 마을과 학교 지원 프로그램. 썽테우에 몸을 싣고 굽이굽이 먼지 폴폴 풍기는 산길을 따라 한참을 산속으로 들어가니 고산족마을이 나왔다. 학교에 도착하니 마을 이장님과 학교 교장선생님, 선생님과 아이들이 이방인의 방문을 환영해 주었다. 한국에서 가져간 옷과 학용품을 전달하였다.
학교는 산 중턱에 위치하여 사방이 툭 트인 아름다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교복을 입은 아이들은 각자 받아든 선물에 기뻐하였다. 이장님과 교장선생님 이야기를 듣고 다함께 기념촬영을 하였다. 능 썽 삼 찰칵... 다음 학교로 이동을 해야 해서 아쉬운 작별을 하고 차량에 몸을 실었다. 산길을 돌아서 나두엉마을 학교에 도착.
학교에는 많은 마을 주민들과 학생들이 우리를 맞을 준비를 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교실에 들어가 마을분들과 함께 학용품 및 헌옷, 새옷, 축구공 등 우리가 가져간 물품을 전달하였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받는 물품도 삼륜이 청정한 무주상보시의 마음이 잘 전달되었다. 지원식을 마치고 멕켄의식에 참여하였다.
교실 중간에 멋지게 장식을 한 의식물 앞에서 마을대표자의 주재 하에 기도의식을 진행하였다. 기도의식을 마친 후에 우리들 손에 하얀 실을 묶어주었다. 마을사람들이 한사람씩 돌아가면서 손목에 실을 묶다보니 실 장식이 손목을 감쌌다. 음복하는 의미에서 맥주 한잔에 과일을 먹고 난 후 운동장에서 점심 공양을 하였다.
이날 점심은 선운사 주지스님께서 마을 분들을 위해 보시하여 이루어진 마을잔치 형식이었다. 소풍 나온 것처럼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 점심을 먹은 후에 라오스와 한국 어린이들이 편을 나누어 축구 경기를 하였다. 열띤 응원을 하였지만 지난 해 네팔 친구들에 비해 날쌔지가 않아 결국 전후반 경기 무승부를 기록하였다.
웃고 즐기고 부대끼며 아이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 스님들과 어른들은 세팍타크로 경기를 펼치고 중간중간 자전거도 타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하였다. 마을과 학교 지원 일정을 마치고 저녁은 라오스 전통요리 체험을 위해 정해진 장소로 이동하였다. 연못 중간에 건물을 만들어 놓은 분위기 좋은 곳이었다.
이곳에서 찰밥, 꼬지, 그리고 다양한 라오스 음식 만드는 법도 배우고 함께 직접 만들었다.다들 배가 고픈지라 맛있게 저녁 공양을 하였다. 쌀국수까지 한그릇을 비우니 든든하였다. 숙소로 돌아와 피곤함도 잊은 채 오랜 시간동안 이야기꽃을 피웠다. 넷째날 아침, 오늘은 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아침 공양을 하자마자 짐을 챙겨 버스에 몸을 싣고 루앙프라방으로 향하였다. 다행이 도로의 포장상태가 좋아서 차량도 흔들거리지 않고, 주변풍광이 멋져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멋진 곳을 지나며 거기다 좋은 분들과 함께인데 노래가 빠질 수가 없지 않은가. 각자 돌아가면서 노래 한소절씩 음성공양을 하였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종수스님, 어찌나 구성지게 노래를 부르시는지 다들 앵콜을 연발하였다. 그리고 이영숙 초등학교 선생님, 위종천 거사님, 추은희 보살님의 노래솜씨는 좌중을 사로잡았고, 법만스님을 포함한 스님들의 노래 또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흠뻑 안겨주었다. 가이드 샘은 몇곡씩이나 하며 웃음꽃을 선사하였다.
한참을 가다 차가 멈추더니 전망좋은 곳에 우리를 내려준다. 이곳이 오늘 점심 공양을 할 곳이란다. 해우소에서 근심을 풀고 전망좋은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고 맛있게 점심 공양을 하였다. 후식으로 나온 파인애플의 맛은 잊지 못하리라. 인근에서 직접 따온 싱싱한 파인애플을 루앙프라방 가서 먹으려고 한상자 가득 샀다.
다시 차량에 탑승하여 올라온 만큼 내려간다. 중간에 고산족 민가에 들렀다. 가이드샘이 일부러 우리들에게 고산족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곳이다. 금새 마을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 들어온다. 집 안에도 들어가보고 바깥 풍경도 살피고 있으니 사탕수수를 가져와 우리들에게 먹어보라고 나누어 준다.
고산족 아이들은 전통복장을 하고 있었다. 사진을 찍고 다시 이동. 장거리 이동이라 멀미로 고생하는 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도 서로 따뜻하게 챙겨주면서 힘을 냈다. 그렇게 한참을 이동하다 보니 루앙프라방에 도착하였다. 루앙프라방은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이자 라오스의 옛 수도이기도 하다.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 저녁 공양을 위해 메콩강변 빅트리카페로 향했다. 이 카페는 네델란드인 사진작가와 한국인 손미자씨가 결혼하여 운영하는 곳으로 여행객들에게 널리 알려진 한국식당이다. 오랜 시간 이동하여 배가 고팠는지 된장국에 상추쌈을 다들 맛있게 먹었다. 법만스님의 떠나가는 배 노랫소리가 아직도 쟁쟁하다.
저녁공양 후 걸어서 숙소로 이동하였다. 배낭여행자 거리 씨사왕옹거리에 펼쳐진 야시장에 한눈을 팔며 숙소에 도착, 루앙프라방에서의 하루를 마무리 한다. 아무리 힘들고 피곤해도 사람들은 일찍 잠자리에 들려 하지 않는다. 여기저기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몇사람이 함께 탁발행렬을 보러 나섰다.
이른 아침이라 거리는 한가로웠지만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고자 거리로 나서는 사람들과 공양물을 판매하려는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얼마 안가서 스님들이 사원에서 줄지어 나온다. 50여 분의 스님들은 한줄로 줄지어 공양물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였다. 공양을 올리고 공양을 받는 모습은 거룩한 수행의 모습 자체이다.
탁발의식의 일거수 일투족을 마음으로 담았다. 곳곳에 찰밥을 그릇에 담아서 스님들께 공양올리는 모습을 함께하다보니 어느새 날이 환히 밝아온다. 스님들을 따라 시내 한바퀴를 돌아서 탁발을 다 마치고 사원으로 들어가자 우리 일행도 함께 따라갔다. 그곳에는 할머니들이 어른스님께 공양을 올리고 축원을 하였다.
우리도 어른 스님께 공양금을 올리자 스님께서 축원을 해 주셨다. 도량 곳곳을 청소하는 스님, 담소를 나누는 스님, 공양물을 정리하는 스님 등 각자의 소임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사원을 나와 길거리에 펼쳐진 노점 가게에서 쌀로 만든 만두와 쌀국수를 사먹었다. 가격도 무지 저렴하고 음식 맛이 쫄깃하고 담백하다.
호주에서 온 관광객은 캥거루~ 하며 포즈를 취하며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하였다. 그래, 여행은 정해지지 않는 이런 자유스러운 행보가 많은 여운을 안겨준다. 숙소로 돌아와 아침 공양을 마져 하고 루앙프라방 곳곳을 둘러보고자 길을 나섰다. 맨 처음 방문한 곳은 왕궁박물관, 예전에 왕궁이던 곳이 지금은 박물관이다.
왕궁박물관 주변에는 화사한 꽃들이 장엄되어 있었고 아침부터 많은 관광객들이 박물관 내부를 관람하고 있었다. 박물관 내부에는 당시 왕실에서 사용하던 유물과 다양한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밖으로 집결하여 단체로 기념촬영을 마치고 메콩강변에 위치한 왓씨엥통(Wat Xieng Thong)사원으로 이동하였다.
왓씨엥통사원은 루앙프라방의 대표적인 사원으로 전통 라오스식 사원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본당 건물은 보수공사로 공사인부들의 손놀림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원 밖으로 나오니 메콩강변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온통 흙탕물인 메콩강에서 아침 일찍부터 큰 배로 유람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다시 이동하여 왓씨앙므앙사원에 들렀다. 이곳은 스님들을 교육하는 교육기관으로 널리 알려진 곳인데 마침 스님들이 공양을 하고 있었다. 공양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니 공양 수발을 드는 한 스님께서 그릇에 음료를 건네주었다. 맛이 시원하였다. 사원 곳곳을 둘러보고 점심공양을 하기 위해 식당으로 이동하였다.
점심은 쌀국수. 된장을 풀어서 만든 쌀국수로 이름은 카오쏘요. 된장 맛이 면과 국물에 베어있어 입맛에 딱 들어맞았다. 두그릇을 비우고 나니 든든하다. 오후 시간은 자유시간이다. 몇사람씩 짝을 이루어 루앙프라방 시내 곳곳을 둘러보는 자전거투어 및 도보트래킹을 진행하였다. 자건거투어는 권성도 친구가 앞장섰다.
자건거를 타고 골목골목을 누비며 아이들의 보스로서 멋진 역할을 수행하였다. 우리 팀은 동쪽으로 방향을 잡고 도보트래킹을 하였다. 짧은 거리를 다녔지만 라오스인의 삶이 묻어있고 생활이 묻어있는 현장을 볼 수 있어 또다른 여행의 묘미가 되었다. 마침 무슨 잔치가 있는 집을 기웃거려 라오맥주 한잔 얻어마시고...
4시에 숙소로 다시 집결하였다. 두 번째 108정진을 하기 위해 루앙프라방 유일한 비구님 스님 도량인 왓품파오사원에 가기 위해 이동하였다. 사원은 루앙프라방 동쪽 높은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었다. 높은 곳이라 건너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마침 사원에는 둥둥 북을 치면서 신도님들을 위한 기도가 한창이었다.
일년에 몇 번 진행되는 특별한 기도의 날이라고 한다. 법당을 참배하고 마당 잔디밭에 방석를 하나씩 깔고 30명 참석자 전원이 108배 정진을 올렸다. 땀도 흘리고 몇몇은 다리도 후들거리고 하였지만 모두들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108배정진을 하였다. 108참회문을 읽으며 절을 하니까 숨도 고를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왓품파오사원을 뒤로 하고 맞은편에 위치한 푸씨산으로 이동하였다. 왕궁박물관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푸씨산은 해발 100여 미터의 높이의 나지막한 산으로 328개의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했다. 108배도 했겠다 다리를 풀기에 적당하였다. 우리 아이들도 지치지 않고 잘도 올라간다. 푸씨산 정상에 도착하니 전망이 좋다.
루앙프라방이 한눈에 들어온다. 세계문화유산 도시에 걸맞게 도시 전체가 아늑하고 편안하게 다가온다. 멀리 메콩강도 한눈에 들어오고 반대편엔 캉강도 보이고, 곳곳에서 저녁 준비 하는라 밥을 짓는지 굴뚝에서 연기를 모락모락 피워낸다. 사방으로 돌면서 루앙프라방을 조망하였다. 짧은 시간에 수많은 관광객들이 밀려온다.
각 나라에서 온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일몰을 보기 위해서다. 한 30분 정도를 해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다 보니 서서히 붉은 모습을 드러낸다. 루앙프라방 서쪽으로 시시각각 변해가는 모습은 장엄 그 자체이다. 다들 카메라 플레시를 터트리며 아름다운 모습을 담느라 정신이 없다. 그렇게 한바탕 일몰잔치는 끝났다.
다시 올라온 계단을 내려갔다. 저녁공양을 하고 난 뒤 야시장에서 쇼핑하는 시간이다. 볼거리 먹을거리가 지천에 깔려있다. 왕궁박물관에서부터 100여 미터 이상 주욱 깔려있는 고산족 야시장은 낮에 보는 거리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다들 이것저것 맘에 드는 물건을 고르고 흥정해서 구입하느라 여념이 없다.
어린이들도 흥정을 하여 구매를 한다. 손짓발짓으로 잘도 해낸다.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 엄마 동생 친척들 숫자 헤아려가면서 선물을 구입한다. 야시장에서의 쇼핑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와 하루를 마감한다. 루앙프라방에서의 둘째날, 오래 전부터 알아온 곳처럼 편안하다. 사원과 나즈막한 건물, 미소를 간직한 사람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곳곳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루앙프라방에서의 행복한 하루를 보낸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아픈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가끔 한두명씩 기력이 떨어지기는 했어도 금새 활기를 되찾는다. 라오스는 모든 이들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치유의 나라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다음날 아침 일찍 숙소로비에 집결하였다. 정식으로 참가자들이 함께 탁발의식에 참여하기 위해서이다. 차량으로 이동해서 도착한 곳은 쏜강 옆 넓은 거리. 우리들도 찰밥 한통씩 구입하고 자리를 잡아 한줄로 주욱 앉았다. 일찍 나와서인지 스님들의 탁발행렬은 보이지 않는다. 탁발에 참여하기 위한 사람들이 가득하다.
라오스에서 스님들은 1년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탁발을 한다. 맑은 날이나 비가 내리는 날이나 상관없이 맨발로 탁발을 한다. 마찬가지로 신도님들은 각자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어 스님들께 공양을 올린다. 일상이자 생활이자 수행이다. 탁발은 나 자신에게 향하는 거룩한 의식이다. 탁발의식에 참여한 사람들도 진지하다.
루앙프라방을 가장 생생하게 일깨우는 값진 시간, 탁발의식이 시작되었다. 300여 명의 스님들이 주황색 가사를 걸치고 하루의 시작을, 밝음과 희망을 일깨운다. 한분 한분 큰 수행의 깨달음 있기를 발원하며 참가자들은 정성 다해 공양물을 올린다. 찰밥도, 과자도, 빵도, 그리고 돈도 스님들의 탁발 바구니에 차곡차곡 담긴다.
스님들은 바구니가 넘치면 거리의 아이들에게 그 공양물을 함께 나누어 준다. 행법스님은 이렇게 공양물을 받아서 먹다보면 스님들이 따뜻한 밥 먹기 힘들겠다며 현실적인 고민을 하신다. 과연 이렇게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하는 게 좋은 것인지 고민이 되신단다. 순식간에 탁발을 모두 마치니 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우리 일행은 가이드를 따라서 왕궁박물관을 지나 아침시장을 찾았다. 시장 상인들, 물건을 구입하러 나온 사람들, 관광객들이 한데 섞여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이다. 시장의 모습은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야채, 고기를 포함한 눈에 익은 다양한 식자재 물품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먹거리도 곳곳에 펼쳐져 있다.
눈으로만 아침시장을 둘러보고 숙소로 들어와 아침 공양 후에 오늘 하루는 체험활동 시간이다. 첫 번째 방문할 곳은 꽝시폭포, 봉고 차량으로 이동하였는데 다들 피곤하였는지 도로사정이 좋지 않음에도 잠에 빠졌다. 한참을 달리니 폭포에 도착해서 조금 걸어 올라가니 눈이 부실정도의 파아란 물이 계단식으로 흘러내려간다.
참으로 장관이다. 사진 몇장 찍고 조금 더 올라가니 길다란 물줄기가 떨어져 내린다. 꽝시폭포이다. 물줄기가 시원하다. 어느새 날씨가 따뜻해져 중간에 있는 호수에 집결하여 퐁당퐁당 물놀이를 즐겼다. 아이들 어른 할 것 없이 물속에서 신나게 뛰어놀았다. 나무 위에서 줄을 잡고 뛰어내리는 점프는 즐거움을 선사하였다.
호수 가운데는 3미터가 넘을 정도로 수심이 깊다. 추은희 보살님도 수영에 자신을 하고 나무 위에 올라서자 겁이 나는지 쉽게 뛰어내리지 못한다. 그래도 어쩌랴. 이미 뛰어내리기로 한 몸, 한참 웃음꽃을 선사한 뒤에 풍덩 뛰어내린다. 뒤 이어 완도에서 함께 오신 송연숙 보살님도 수영에 자신을 하며 나무 위로 올라간다.
밧줄을 잡고 뛰어내리더니 아뿔사, 물을 한번 먹더니 정신을 못차리신다. 순간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한 상황에서 범일규 선배님이 작대기를 들고 들어가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만약 무슨 일이 발생하였다면 어찌 되었을까. 순간 아찔 하였다. 다행이 마무리가 잘되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폭포 주차장에 마련된 식당에서 점심 공양을 하고 오후 일정은 배를 타고 메콩강을 유람하는 일정이다. 그렇게 큰 배는 아니지만 우리 식구들 30명이 타기에는 널널하였다. 메콩강변을 내려가다 중간에 들른 곳은 빡우동굴, 배에서 내려 높다란 절벽 안에 있어서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바위 안이 널따랗게 펼쳐져 있다.
그 안에는 4000여 작은 부처님들이 곳곳에 놓여있다. 이 부처님들은 라오스 사람들이 각자의 소원을 염원하며 불상을 하나둘 갖다놓아서 조성된 곳이라고 한다. 빡우동굴에서 각자의 소구소망을 염원하며 부처님 전에 삼배를 드리고 내려와 다시 배로 올라타서 몸과 마음을 쉬면서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하였다.
배를 타고 한참을 이동하더니 어느 모래사장에 배를 멈춘다. 뱃사장에는 어린이들이 축구경기에 여념이 없다. 외국인들의 등장에 신기해 하면서 모래밭 위에서 잘도 논다. 법만스님은 아이들이 이렇게 자유롭게 자라야 한다고 하시며 눈길을 거두지 않는다. 작은 언덕을 돌아서 올라가니 사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밧팃마을 왓만당사원. 두 노스님이 우리를 보자 반갑게 손님맞이를 하신다. 법당을 참배하고 함께 기념촬영을 하였다. 사원 주변은 넓게 펼쳐진 곳에 집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들이라는 노랫가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멋지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커다란 야자수나무에 마을청년이 올라간다.
맨 끝에 올라가서 야자수 열매를 따서 내려와 큰 칼로 우리가 먹을 수 있게 구멍을 내 주었다. 싱싱한 야자수 열매는 갈증을 가시게 하는 더없이 좋은 천연 음료수였다. 배불리 실컷 먹은 다음 감사의 사례를 하고 아쉬운 작별을 하였다. 다시 배를 타고 이동. 어느새 하루의 해가 기울어 서녘 하늘엔 붉은 기운이 가득하다.
메콩강 배 위에서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니 전날 보았던 푸씨산의 일몰과는 또다른 맛을 느끼게 해 주었다. 반대편 하늘에는 둥근 달이 벌써 떠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체험을 하면서 하루를 접는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혼자서 거리를 나섰다. 루앙프라방에서 사흘째를 맞으니 작은 도시를 한바퀴 주욱 둘러보고 싶어졌다.
이른 시간 걸어서 캉강변을 따라 걷다가 한참을 가니 왕궁박물관이 나왔다. 아침 푸씨산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푸씨산에 오르니 전날과는 색다른 모습이었다. 어둠이 조금씩 걷히고 밝음이 사위에 번져온다. 닭울음소리, 차량소리, 오토바이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루앙프라방의 아침을 깨운다.
루앙프라방의 아침이 동터오는 모습을 여유롭게 내려다보면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계단을 내려와 몽족 야시장 거리를 지나서 도시 골목을 따라 무작정 걸었다. 아침시간 동네 곳곳을 둘러보는 맛이 쏠쏠하였다. 그래, 사람사는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곳은 역시 이름난 관광지가 아니라 동네 일상의 삶의 공간이다.
사원과 집과 상가가 함께 작은 도시를 이루고 있는 루앙프라방.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사원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를 다시금 생각하면서 골목을 빠져나와 숙소로 돌아왔다. 아침 공양을 간단히 하고 라오스에서의 마지막 하루 전날을 아이들에게 소중한 기억을 남기고 싶어 어린이들을 모두다 불러모아 함께 길을 나섰다.
우선 골목길로 안내하였다. 라오스인들의 삶의 공간을 아이들의 눈으로 확인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골목을 돌아가니 작은 연못이 나왔다. 연못엔 연꽃이 가득하고 가운데에는 정자가 마련되어 있었다. 연못을 돌아서 다시 동네로 발길을 돌렸다. 햇볕이 따가워 목도 축이고 입맛을 다셔야 할 것 같아 슈퍼를 들렀다.
슈퍼 사장님은 30대 정도의 젊은 분인데 말이 통하지 않으니 몸짓으로 물건 고르고 돈 보여주며 계산하고 가족과 우리 아이들이 함께 단체 기념촬영도 하였다. 슈퍼 옆에 있는 노점에서 빈대떡처럼 생긴 것을 따끈따끈하게 하나씩 먹으면서 다시 캉강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런데 캉강을 건너가는 다리가 매우 높았다.
나무를 서로 붙여서 만든 다리라 흔들거리고 위험해 보여서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였다. 그런데 아이들은 아예 통통 뛰기도 하고 달려가기도 하며 장난을 친다. 다리에서 떨어지면 그대로 황천길이다. 조마조마하게 한걸음씩 발걸음을 떼서 다리를 건넌 후 강가의 아름다운 리조트 잔디밭에 무작정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휴식을 마치고 다시 위험천만하게 느껴지는 다리를 다시 건너야 한다. 그래도 이 길을 건너야 숙소로 돌아갈 수 있으니 달리 방법이 없다. 아이들은 잘도 건너는데 여전히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다리를 다 건너 점심공양을 위해 숙소에 다시 집결하였다. 이날 점심은 볶음밥. 다들 입맛에 맞았는지 한그릇씩을 뚝딱 비운다.
점심 공양 후 2시간 정도의 여유시간이 더 주어졌다. 그래서 이번에도 아이들을 불러모았다. 10명 정도가 탈 수 있는 툭툭이를 전세 내어 루앙프라방 곳곳을 안내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메콩강도 가고, 시장도 들러서 과일도 사고, 동상이 웅장하게 서있는 곳도 들르고, 맨 마지막엔 대나무 물품을 판매하는 가게를 들렀다.
돌실나이 보살님은 요것저것 쉴새없이 대나무로 만든 물건을 고른다. 아이들도 작은 기념품을 흥정을 해 가면서 구입한다. 다시 툭툭이를 타고 루앙프라방의 마지막 모습을 눈으로 담았다. 이젠 이곳 루앙프라방을 떠난다. 오후 4시경 숙소에서 각자 짐을 모두 챙겨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은 숙소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루앙프라방에서 라오스 수도 비엔티엔으로 이동한다. 공항에서 짧은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밖으로 나왔는데, 아주 작은 공항이라 비행장을 도보로 걸어서 비행기에 탑승하였다. 비행기가 이륙하여 창공을 오르자 루앙프라방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언제쯤 다시 방문할 수 있을까 싶어 눈을 뗄 수 없었다.
얼마를 가자 라오스에서의 세 번째 일몰 장관을 보았다. 푸씨산, 메콩강에 이어 비행기에서 산자락과 구름바다 위에 펼쳐진 일몰의 장엄함이란 황홀 그 자체였다. 붉은 띠를 두른 듯한 모습을 연출하더니 점점 어둠속에 빠져들어 붉은 파스텔톤의 빛은 신비로움이 더해갔다. 어찌 그렇게 시간도 착착 잘맞추어 탑승하였는지...
일몰의 황홀경에 빠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비엔티엔 공항에 착륙하였다. 짐을 챙겨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널따란 잔디밭이 있는 한국식당을 찾았다. 이미 옆 테이블에서는 중학생 친구들이 생일파티를 펼치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도 함께 어울리면서 흥겨운 무대가 연출되었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지만 이미 마음은 통하였다.
잔디밭 곳곳의 가로등 불빛을 더해 보름달이 환히 비추고 있었다. 추은희 보살님의 님과 함께, 손영희 보살님의 갈테면 가지, 그리고 동백아가씨 등의 노래를 들으며 맛있는 음식을 나누면서 라오스에서의 마지막 밤의 추억을 차곡차곡 쌓았다. 첫날 묵은 숙소로 돌아와 메콩강변에 있는 야시장을 혼자서 둘러보았다.
야시장은 9시가 넘어서자 서서히 철수를 하기 시작하였다. 청소년들은 스노우보드와 자전거를 타면서 장기를 뽐내고 있었고 군데군데 데이트를 즐기는 사람들이 길거리에 가득하였다. 다시 숙소로 돌아아 잠을 청하는데 마지막이라서 그런지 잠이 오지 않는다. 그래도 한국에로의 귀국을 잘 하려면 몸도 마음도 푹 쉬어야지...
마지막날 아침 일찍 일어나 메콩강변에 다시 나섰다. 아침 운동을 하기 위해 벌써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강변을 따라 동상을 지나 큰 건물이 있는 곳까지 걸어갔는데 아침 햇살이 멋진 풍광을 만들어 낸다. 라오스 마지막날.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동행한 30명의 소중한 분들과의 인연은 결코 잊을 수 없으리라.
숙소로 돌아와 아침공양을 한 후 짐을 챙겨서 공항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부다파크(Budda Park)를 들렀다. 수많은 부처님과 상들을 넓다란 야외공간에 전시해 놓았다. 비록 모든 재질이 시멘트인 것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여러 가지 볼거리가 있었다. 눈으로만 담기엔 부족해서 이곳저곳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저마다 이야기가 담겨있는 부다파크를 뒤로 하고 첫날 들렀다가 문을 닫아서 올라갈 수 없었던 개선문을 다시 찾았다. 한층 한층 뱅글뱅글 돌아서 올라가 맨 꼭대기에 서니 사방으로 비엔티엔 수도의 모습이 한눈에 쏘옥 들어온다. 개선문 안에는 매점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티셔츠 두 개를 구입하였다.
구입한 옷으로 갈아입고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하였다. 부산사나이 가이드샘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라오스의 모든 일정을 마쳤다. 30명 모두가 아무런 사고 없이 제3회 선재역사문화탐방을 마쳤으니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비행기에 모두 탑승하여 한국으로 향하는 마음이 아쉽고 서운하다. 짧지만 정들었던 라오스.
1국가 16개주로 나뉘어져 있으며 대통령은 상징적 의미로 존재하고 실질적으로 총리가 운영하는 사회주의 국가. 중국,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베트남으로 둘러쌓인 완전 내륙국가. 650만명의 인구라고 하지만 산속 깊은 곳에서 사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천만명이 넘는 나라. 그리고 순박한 미소의 나라, 라오스 사바이디!!!
●●● 이해모 |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
|
첫댓글 멋진소감문 잘 읽었네.
글쟁이(작가)보다 훌륭한 기행문을 읽노라니 여행 다녀온 느낌이야!
후원도 못해서 미안하고 다음에 동참할수 있도록 하세.
박수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