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된 아들의 선물
아내를 언니라고 부르며 따르는 40대 주부가 있다. 아내 덕분에 형부로 불리고 있다. 주부는 IMF 여파로 서울 생활을 접고 대전에 내려와 내일을 가꾸며 오늘을 열심히 살고 있다. 금융 기관에 다니던 남편이 직장을 떠나야 했던 것이다. 남편은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여의치 않은 날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에서 내려 올 당시 초등학교에 다니던 아들은 올해 대학에 진학 새내기가 되었다. 주부는 고3이 된 아들이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하려하는 뜻을 뒷받침해 줄 수 없는 처지가 원망스럽기만 했다. 그래서 아들을 설득해 지방에 있는 국립대학에 응시하도록 했다.
등록금 부담이 줄고 하숙비 부담이 없어지는 때문이었다. 그러나 합격을 한 후가 또 문제였다. 지난 2월 말 등록 마감 일이 다가섰으나 등록금을 마련할 길이 막막했다. 옆에서 어머니의 하루 하루를 지켜보던 아들은 어느 날 집을 나섰다.
대전에서는 아르바이트 일자리도 없으니 조치원에 있는 아르바이트 일자리에 나가 일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얼마라도 돈을 벌어 등록금을 마련해 보겠다는 아들의 뜻이었다. 아침 일찍 버스를 이용해 조치원을 오가며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나 아무리 일을 해도 날짜에 쫓겨 등록금을 마련한다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다급한 아들은 학자금 대출을 우선 신청해 쓰면 어떻겠느냐? 고 어머니의 뜻을 타진했다.
그럴 즈음 해외에 나가 있는 집안으로부터 뜻밖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등록금 해당 전액을 보내며 합격과 입학을 축하 해 온 것이다. 등록 마감 날 가까스로 등록을 마칠 수 있었다. 3월2일 입학식 날에는 서울에 사시는 할머니 삼촌과 고모 등 온 가족이 총출동하다 시피 해 입학을 축하했다.
아들이 대학생이 되어 대학 생활을 하는 것을 누구보다 기뻐하는 것은 물론 어머니. 입학 후 며칠이 지나고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 설이 왔다. 설날 이른 아침에 태어났다는 주부의 생일은 언제나 설과 겹쳤다. 아들이 대학생이 된 후 처음 맞는 생일에 주부는 너무나 뜻밖의 가슴 벅찬 선물을 받은 것이다. 아들은 이름나고 값비싼 코트를 어머니에게 생일 선물한 것이다. 일단 등록금 문제가 풀리며 아르바이트해 모은 돈에다 주위에서 어른들이 준 축하의 뜻을 한데 모아 산 것이리라.
어릴 때부터 유별나게 늘 어머니만 졸졸 따르던 아들은 "우리 어머니가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입버릇처럼 해 왔다는 것이었다. 주부는 "코트의 디자인이나 색깔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 코트를 제대로 입으려면 바침 옷을 모두 코트에 맞춰 사 입어야 하고 한 번 입고 나면 세탁을 해야 할 정도 사후 관리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라 고민이 따랐다는 것이다.
아들에게 이러한 고민을 이야기하고 다른 것으로 바꿔 입으면 좋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처음에는 성질을 내던 아들이 어머니의 고민을 이해하고 함께 물건을 산 매장을 다시 찾았다. 매장에서는 모자의 설명을 듣고는 쾌히 다른 것으로 바꿔 주겠다고 했다. 매장에서는 주부가 바꾸길 원하는 옷이 들어오면 곧 연락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아들은 옷을 바꾸기 전 몇 번이나 "엄마 아직 연락 없어요?"라고 확인했었다며 주부는 흐뭇해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 "아들이 큰 키만큼 마음도 큰 모양"이라며 "엄마는 이제 행복한 나날이 이어질 것"이라고 함께 기뻐해 주었다. (2005. 3. 30.)
첫댓글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 부모에 그 아들이라"는 고리타분한 말이 맞는 것 같소. 자식은 어쩌면 어버이의 거울이 아니겠소! 다만 이런 걸 이 시대의 자식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부모자식간의 정감이 삼강오륜을 중시하던 시대에 비하여 매말라 가고 있다는 세상에서 흐믓한 모녀의 정감어린 교감을 보는것갔읍니다.
역경에 굴하지 않고 자기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돕는 가족관계를 보게 되니 내 마음도 훈훈한 봄기운을 느낍니다. 대학을 자기의 눈높이에 마추어 선택하는 현명함도 보기 좋군요
시대와 형편에 맞게 열심히 살면서 정감을 나누는 모자간의 사랑이 아름다운 유종의 미를 걷을수 있기를 기원하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