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경주시 공교육을 경쟁과 서열화로 더욱 더 황폐하게 만드는
한수원 자사고 설립을 반대한다.”
경주시에 방폐장 유치가 확정된 후 대통령은 지역민들의 여론을 달래기 위해 자사고(자립형 사립고) 설립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 이후 몇 년간 자립형 사립고가 자율형 사립고로 형태가 바뀌면서 확대되었지만 교육과정과 재정 운영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수준 높은 교육을 하겠다던 자사고들이 연달아 교육적 성과 부진, 입시 내신성적 반영 불이익, 소수 지역학생에게 자체 예산 과도한 지출 등 부정적 폐해들이 드러나고 있을 뿐 이다. 오히려 과도한 입시몰입 교육으로 경쟁에 지친 학생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경주지역은 오랜 기간 동안 경주고와 경주여고로 대표되는 고교 비평준화, 학교서열화 의 공고한 틀 속에서 중학교부터 과도한 입시 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비평준화 고입체제에서 경주의 청소년들은 초등학교부터 심야까지 이어지는 학원을 비롯한 사교육에 시달리고, 0교시수업과 8교시, 방과 후 보충학습, 방학 보충수업에 매여 무한반복 학습기계로 전락하여 대학입시 준비를 시작하기도 전에 체력도, 정서도 바닥을 향해 치달리며, 창의적 인재가 될 가능성은 축소되고 왜곡되고 있다.
이러한 경주의 공교육 여건 속에서 한수원 자사고 설립이 추진된다면 경주시민 자녀 20%, 한수원 직원 자녀 40%, 전국모집 40%로 구성되는 귀족학교가 기존의 경주 교육체제 위에 군림하며 경주시의 일반학교 속에서 교육받는 대다수의 평범한 중고등학생들은 소위 루저(패배자)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한수원 자녀들도 60%의 전국 및 경주 모집 우수 성적 학생들로 가득한 학교 내에서 내신 성적 하위권을 받쳐주는 또 다른 희생양이 될 것이다. 한수원의 복지 중 하나라고 단순히 생각하는 것도 그다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다.
경주의 모든 아동․청소년들은 인재이며 특별한 존재들이다. 이들은 공교육 체제 속에서 차별받지 아니하고, 모두가 행복하게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창의적이고 자신의 재능에 알맞은 교육을 받고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권리와 의무가 있다. 미래를 짊어질 소중한 어린 학생들에게 학력과 부모의 경제력으로, 여타의 특권들로 끊임없이 편 가르고, 경쟁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 양 가르치고 있는 현실은 옳지 않다. 작금의 교육체제 속에 만연한 차별과 경쟁, 분열과 이기주의 등으로 인해 우리 경주의 미래는 더더욱 불행하고 황폐해질 뿐이다.
한수원 본사 이전과 방폐장 유치와 관련하여 경주시민들은 항상 현재와 미래의 안전과 건강한 환경과 생명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숙제를 함께 짊어진 공동 운명체로서 경주 시민들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가고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함께 힘을 합쳐 숙고하고 실천해나가야 한다. 단지 내 아이 하나만을 바라보며 특권교육의 혜택에 목말라 서로가 경쟁자가 되고 적이 되도록 하는 교육은 이미 죽은 교육인 것이다.
미래 사회를 이끌어가는 것은 창조적인 인재, 공동체적인 인재, 생명력 가득한 인재들이다. 그러한 인재들은 비싼 기자재, 고액의 우수한 교사, 좋은 건물에 넣는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온 경주가 함께, 모든 아이들 하나하나의 능력과 재능을 소중히 여기고, 다양하고 충분한 교육 여건들 속에서 소통과 지지받을 때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경주를 만들어갈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
경주교육은 이미 도내 사교육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경북지역은 중고생 자살율 1위의 부끄러운 기록을 가지고도 소위 서울대 진학1위, 전국 재정자립도 1위는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으로 공교육 기반에서 전국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젠 현실을 바꿔야 할 때이지 이 부끄러운 현실을 더 공고히 해서 내 아이 하나만 탈출시키면 된다고 착각할 때가 아니다.
핵발전소와 방폐물 처리장을 머리에 얹고 살아가야할 운명공동체로서 한수원 본사와 월성원자력, 경주시민들은 먼 미래를 위해 함께 힘을 합쳐 더 행복하고 안전한 경주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에 앞으로 경주시를 책임져나갈 청소년들에게 서로에게 분열과 차별, 특혜와 불평등 더 큰 갈등구조만 물려줄 한수원 자사고 설립은 백지화 되어야 한다. 경주 시민의 안전을 볼모로 만들어질 한수원 자사고사 전국모집 40%의 타지역 학력 우수자를 위해 엄청난 재정을 투자해서 무엇을 엇고자 하는가? 한낱 명문대 몇 명 입학이라는 허울을 얻기 위해 옥상옥의 줄세우기 교육은 그만두어져야 함을 강력히 주문한다. 그러한 대규모 재정 투자는 원자력이나 방폐장 등 일상적 위험을 안고 살아가는 경주시민들(청소년과 학부모) 모두에게 미래의 희망이 될 수 있는 교육체제와 기반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경주시의 교육이 경북교육을 대표할 수 있는 훌륭한 공교육 여건이 되도록 하기위해 경북지역 교육혁명 대장정 실천단이 7월 26일 경주를 방문한다. 이를 기점으로 경주시민과 한수원은 자사고 설립을 백지화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대안을 찾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수원과 경주시는 자사고 설립을 포기하고 다음과 같은 대안을 함께 모색할 것을 촉구한다,
1. 경주형 혁신학교 추진
2. 기존 대안학교(교육과정 운영 자율성 보장)를 이우학교 등의 방향으로 교육기획 리모델링 추진
3. 학교별 특성화 사업 지원 기금 운영
4. 각 마을 단위로 복합 도서관 설립 및 운영 지원 기금 마련
5. 경주시 교직원 역량강화 사업 추진 및 교무행정 인력 지원
2013년 7월 22일
공교육을 걱정하는 경주시민들의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