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땅을 밟은 지 한 시간도 채 안 돼 제주도를 떠나면서 지인의 얼굴도 보지 못해 아쉽다. 출발시 파도가 높아 제주주변의 파도는 서해안의 그것과 좀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번 항해는 나에게 특별한 항해였다. 제주도를 수차례 여객선을 타고 방문한 적이 있지만 조그만 요트로 바람을 이용해 육지로 건너온다는 것은 스피드와 자동화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원초적이며 도전적인 놀이이다.
비행기로 20분도 안 걸리는 짧은 거리를 밤새 높은 파도와 싸우며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약 20시간 이상 요트로 항해하는 것은 어리석어 보이지만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해 볼만한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범주를 포기하고 기주로 직선코스로 항해하며 보길도에 가까이 접근하자 완도 해양 경비선에서 다른 요트들과 항로가 다른 요트가 있으니 답변하라고 무전이 온다. 우리의 선마린호란 것을 직감하고 무전으로 선마린호 라고 답변하면서 범주를 못하고 기주로 항해하니 바람과 관계없이 직선코스로 간다고 설명했다. 직진하여 우수영 쪽으로 가면 김어장이 많고 밤이라 잘 보이지도 않으니 진도외곽(서쪽)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무전으로 연락해준다.
사실 우수영으로 가면 지름길이라 이쪽으로 갈려고 박선장님은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서치라이트가 있어도 어장에 걸리면 고생할 것 같아 선수의 방향을 북에서 북북서쪽으로 돌려 진도 외곽으로 가자고 한다. 계속 진도 남서쪽으로 항해하니 골인 지점의 불빛도 보이고 새벽4시가 가까워진다. 진도 남서쪽의 진도 본섬과 앞의 여러 작은 섬 사이가 이번 항해의 가장 난코스로 이곳은 조류가 세고 항로도 좁아 주의해야 한다.
조류가 빠르고 섬과 섬 사이의 좁은 항로에 접근해 가자 다시 해경 경비선에서 무전이 온다. 두 척의 큰 화물선이 맞은편에서 접근해 오고 있는데 확인했냐고 묻는다.
우리의 레이더상에 나타나지 않아 확인 못했다고 하자 조심하라고 한다. 좁은 항로에 접근해 가자 화물선의 형체는 보이지 않고 선수와 선미의 불빛으로 보아 꽤 큰 화물선 두척이 정남쪽으로 내려간다. 우리가 화물선의 좌현에서 북북서쪽에서 진행하여 올라가니 화물선의 좌현의 빨간 불빛이 보이다가 점점 멀어지자 보이지 않는다.
조류가 빠른 좁은 항로를 통과하자 긴장도 풀리고 해서 선실에 들어가 한숨자고 일어나니 날이 훤해져 있었고 아직도 진도를 지나고 있다. 좀 진행하니 우수영으로 가는 뱃길과 해남 화원반도가 보인다. 시간도 오전 8시가 넘어가고 있다. 진도 남단에서 외곽으로 돌아 북단까지 오는데 약 4시간이상 걸린 것 같다.
조류때가 잘 맞아 그랬지 역조류를 만났으면 훨씬 더 걸렸을 것이다. 목포항 입구 쪽으로 들어가니 어제 제주서 출항했던 스타크루호가 다시 제주로 가기 위해 빠져 나온다.
가까이서 보니 훨씬 크게 보이며 뒤에서 군함 한척도 뒤따르고 있다.
목포 평화공원앞 임시 계류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선마린호는 기주로 1등한 셈이다.
시간을 보니 오전 10시가 다 되어간다. 제주에서 목포까지 야간항해를 포함해 약 17시간 항해한 셈이다. 짠물에 절어 꾀죄죄한 모습이 영락없이 노숙자와 비슷하다. 주최측에서 제공한 사우나에서 몸을 풀었다. 목포의 생낙지탕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행사장소인 평화광장으로 가니 12시가 넘어가자 두 번째 요트가 들어온다.
목포 평화광장앞 임시계류장에 계류중인 코리아나호와 요트들
진도앞 조그만 유인도
해남 화원반도의 골프장
제주로 가는 스타크루즈호(목포항내의 항로에서)
뒷따르는 군함(행선지는 어디지?)
목포외각 도로 마지막 공사 구간
다리건설의 기술이 대단하네요!
피곤하지만 샤워하고 법먹고 커피한잔 하고 기념사진
낚찌탕(다른 음식명이 있는데? 메뉴에는 낚찌탕이라는 음식명은 없음)
계류장에 접근하고 있는 코리아나호
첫댓글 작가님 글솜씨에 짝짝짝.........
그때가 생각납니다.ㅎㅎㅎ
낙지탕이 아닌 연포탕이라 부르던데..........암튼 첫 경험이 많은 항해였습니다.
연포탕 맞습니다.
혹시 독천식당에서 식사를 하셨남요?
광장에 붙어 있는 해촌이란 곳입니다.
좀 늦게 갔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