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 의 사전적 의미는 개인이 자질구레하게 쓰는 돈, 혹은 특별한 목적없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을 말합니다. 한자 ‘쓸用’ 과 한글 ‘돈’ 이 만난 합성어죠. 쉽게 말해 돈을 쓰는 게 용돈입니다. 한데 부모와 자녀가 생각하는 용돈의 의미에는 간극이 있어 보입니다. 아이들에게 용돈은 사고 싶고 먹고 싶은 것을 위한 ‘돈’ 이며, 부모에게 용돈은 사고 싶은 것과 먹고 싶은 것을 계획하는 ‘생활 경제 교육’ 이죠. 각자 입장이 어떻든, 새해 용돈 협상의 키워드는 ‘주변 친구들의 용돈 수준과 계획성’ 아닐는지요. 인상을 요구할 아이들과 그 과정을 통해 적절한 생활 경제 개념을 가르치고 싶은 부모들의 줄다리기. 해서 중·고생들의 용돈 사용 실태 조사를 통해 용돈의 면면을 들여다봤습니다. 2014년 새해 첫 출발, 아이들과 용돈 협상을 생활 경제 교육을 위한 지렛대로 사용해보시면 어떨까요? |
진행 심정민 리포터 request0863@naver.com 사진 전호성 학생 모델 김미선(서울진선여자고등학교) |
Special Part 1 |
중·고생들의 용돈 실태 조사 ‘관리된 소비’ 를 위한‘용돈의 재구성’ |
<미즈내일>이 서울 시내 6개 고등학교와 3개 중학교 총 312명을 대상으로 용돈 사용에 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의 목적은 학부모들이 자녀의 용돈 규모와 쓰임을 바로 알고, 이에 맞는 용돈 지급액과 경제 교육의 기초 자료를 제공하는 것. 설문의 결과부터 말하면 아이들 용돈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용돈의 재구성이 반드시 필요한 지점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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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 조사 이렇게 진행했어요 |
서울 시내 6개 고등학교와 3개 중학교 총 321명을 대상으로 용돈 사용과 관련한 설문 10문항을 조사했습니다. 지역별 용돈 사용 실태 조사를 위해 강남구와 노원·도봉구, 양천구, 마포구의 학교를 대상으로 고등학교는 남고 3곳, 여고 3곳, 중학교는 남녀 합반 3곳으로 각각 1반씩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학년 대상은 중학교 2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으로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반올림하지 않은 백분위를 적용했으며, 중복 답변은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전체 설문 항목의 답변 결과는 <미즈내일> 홈페이지(www.miznaeil.com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설문에 응해준 서울 휘문고등학교, 서울 진선여자고등학교, 서울 도곡중학교, 서울 서라벌고등학교, 서울 대진여자고등학교, 서울 노곡중학교 , 서울 양정고등학교, 서울 진명여자교등학교, 서울 신수중학교 선생님과 학생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 | |
귀댁 자녀의 용돈, “안녕들 하십니까?” |
청소년의 용돈 조사 실태 관련 설문 내용을 정리해보면 중·고생의 용돈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고등학생과 중학생의 한 달 용돈이 비슷한 점은 눈여겨볼 부분. 중·고등학생의 한 달 용돈 중 가장 많은 답변이 나온 금액은 3만~5만 원으로 고등학생은 전체의 47.48%, 중학생은 이보다 13.81% 높은 61.29%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경제 교육 전문가이며 <가치를 알아야 경제가 보인다>의 지은이 조윤정씨는 용돈의 범위 규정이 모호하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한다. “용돈이 단순히 군것질을 하고 급하게 필요한 학용품을 사는 정도라면 중학생이든 고등학생이든 한 달에 3만~5만 원이면 충분합니다.” 용돈에 자녀의 생활과 밀접한 활동비가 포함된다면 금액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 조윤정씨의 설명이 이어진다. “3만~5만 원은 용돈에 관리가 포함되지 않은 소비만 있는 금액입니다. 경제 교육 관점에서 용돈은 소소하게 쓰는 돈이 아니라 저축과 기부, 소비, 투자가 포함돼야 합니다.” 중학교 3학년 아들을 둔 한현란(45·서울 강남구 대치동)씨는“용돈의 용도는 군것질과 사고 싶은 음반이나 친구들 만날 때 쓰는 유흥비가 전부다” 라고 말한다. 교통비와 책값, 통신비 등을 합치면 한 달에 30만 원도 부족하다고. 권미진(47·서울 양천구 목동)씨도 “공식적으로는 한 달에 7만 원 정도 용돈을 준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돈을 타는 일도 빈번하다” 고 전한다. 결국 학생들에게 용돈은 사전적 의미대로 자질구레하게 쓰는 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 |
소비가 목적인 용돈, 관리는 글쎄? |
실제로 ‘용돈 사용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현재까지 상당수 중·고등학생의 용돈이 소비에 집중되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고등학생의 결과를 예로 들면, 전체 응답자 219명 중 127명(57.99%)이 용돈 사용에 대해 전혀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고 답한 것. 중학생도 59.13%로 마찬가지. 애당초 용돈의 구성이 소비에 집중되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아이들이 용돈 중 일부로 돈을 모으는 행태를 보면 소비에 집중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세뱃돈을 모아 갖고 싶은 게임기 보고 싶은 콘서트 티켓을 사죠.” 물론 이것도 나쁘지 않다는 게 조윤정씨의 설명. 하지만 저축해서 대학 등록금을 모은다거나 용돈의 일부 보험 상품에 납입하는 등 미래 지향적 준비가 없는 게 문제라고. 이런 습관은 청소년기를 지나 대학에 가도 이어진다. 상당수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하는 이유에 대해 ‘명품 가방 구입이나 여행 경비 마련’ 을 들었다는 것. 이런 시류는 이번 설문 조사 결과에도 잘 나타난다. 용돈 중 일부를 저축한다는 답변은 중학생이 2 .15 %, 고등학생이 7.30%로 매우 낮은 수치를 보인 것. “아이 공부시키는 것만도 복잡한데 용돈 교육을 언제 해요? 그 시간에 잠을 자죠.” “크면 다 알아서 하겠죠. 우리 때는 언제 그런 교육 받았어요? 그래도 알뜰하게 잘 살잖아요.” 용돈 실태 조사 현장에서 만난 학부모들에게 용돈이나 경제 교육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나온 반응이다. 하지만 경제 교육 전문가들은 이런 부모들의 생각은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며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경고 한다. ‘어린이 쑥쑥 경제’ 용현미 강사의 얘기를 들어보자. “부모들의 이런 반응은 경제 교육의 가치를 오직 돈을 모으고 절약하는 데 초점을 뒀기 때문입니다.” |
세 살 소비 여든까지 간다 |
경제 교육은 소비와 저축, 투자의 습관부터 시작해 인내와 배려, 꿈을 설계하는 자양분이라는 것. 용돈이나 경제 교육을 부모 세대의 잣대로 보는 자세도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그때만해도 나라 전체가 소비보다 저축이나 아끼는 데 국민 여론을 모았지만, 지금은 소비 풍조가 만연해서 용돈 교육은 필수라고 말한다. 용현미 강사는 용돈 교육이야말로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에 잘 부합된다고 전한다. 체계적인 용돈 관리가 몸에 배지 않으면 어른이 됐을 때 많은 돈을 벌어도 그 재산을 지키며 부자로 살 수 없다는 것. 미국 스탠퍼드대학 월터 미셸 박사의 마시멜로 실험은 경제 교육이 돈의 가치를 배우는 이상의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다섯 살 아이들을 실험 전 다섯 시간 정도 굶긴 다음 식탁에 마시멜로를 한 개씩 놓았다. 지금 먹어도 좋지만 한 시간 뒤 먹으면 과자를 한 개 더 준다고 했다. 실험에 임한 아이들이 어른이 된 후의 결과는 놀라웠다. 한 시간을 참고 마시멜로와 과자를 먹은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사회 성취도와 사회 적응도가 높았고, 상대적으로 부를 많이 축적했다는 것. “가진 것을 다 소비하지 하지 않고 인내하는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실험이죠. 참지 못하고 마시멜로를 먹은 아이들을 두고 만족 지연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하는데, 이런 아이일수록 어른이 됐을 때 빚을 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용돈 교육, 언제부터 하는 것이 좋을까? 용현미 강사는 아이가 돈으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면 그때가 적기라고 말한다. 학교 현장에서 용돈 관련 경제 교육을 하면 초등학교 저학년은 교육의 효과가 높은 반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소비 습관만 몸에 밴 상황에서 체계적인 절약과 투자, 저축, 기부 등이 와 닿을 수 없다”는 게 용현미 강사의 지적이다. |
용돈에 대한 자녀와 부모의 고백, 그리고 협상 |
“용돈은 그냥 쓰는 거죠” “용돈 좀 올려줬으면 좋겠어요” “제가 저희 반에서 용돈이 가장 적어요” “계속 용돈이 동결되면 아르바이트라도 해야겠어요…” 용돈에 대한 자녀들의 고백이다. “용돈 좀 아껴서 문제집 사면 얼마나 좋아요?” “아니 용돈 준 지가 언젠데 또 달라는 건지… 돈 먹는 하마입니다” “용돈 기입장을 쓰라니 용돈 필요 없대요. 자기가 벌어 쓴다고 하네요…” 용돈에 대한 엄마들의 고백이다. 용돈을 둘러싼 자녀와 부모들의 간극은 실로 넓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용돈을 지급과 소비의 수단으로 보았기에 벌어진 일일 뿐, 그 사이에 교육이 존재했다면 이런 간극은 충분히 좁아졌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조윤정씨는 엄마가 자녀와 함께 가계부를 작성하는 것만으로도 용돈 교육 효과가 크다고 전한다. 쇠고기를 구입한 뒤 최근 가격이 급등했으니 당분간 돼지고기나 닭고기로 식단을 바꾸고, 과하게 소비한 금액은 외식을 줄이는 것으로 벌충한다는 식의 계획을 자녀와 나누라고 권한다. 자녀에게 굳이 용돈 기입을 강요하지 않아도 아이는 자연스럽게 경제관념을 가질 수 있다고. 꼼꼼하지 않은 남자아이라면 현금보다 일정 금액을 사용할 수 있는 체크카드가 좋다. 한 달단위 명세가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에 부모와 자녀가 소비에대한 피드백을 공유하기 좋다. 용돈의 금액을 결정하는 협상도 지혜가 필요하다. 명분이나 근거 없는 용돈 인상은 아이의 소비 습관을 망치는 지름길. 매달 용돈 결산을 한 뒤 반성의 기회로 삼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용돈 지급을 즉시 중단하고, 용돈 인상에 불이익이 올 수 있다는 경고를 한다. 하지만 아이의 생활 전반을 돈으로 컨트롤하려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 나쁜 습관을 고쳐주기 위해서나 가정에서 봉사한 대가를 지불하는 행동은 금물이라는 것. 용돈은 그 자체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용돈은 샐러리맨의 박봉처럼 주세요. 써도 남으면 관리할 필요를 못 느끼니까요.” 조윤정씨는 용돈 사용에서 3:3:3:1 법칙을 따르라고 조언한다. 30% 소비, 30% 저축, 30% 투자, 10% 기부하는 것이 그것. 용돈 관리에 훈계보다는 부모가 몸소 ‘관리된 생활 경제’ 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
“가지고 있는 것을 다 소비하지 하지 않고 인내하는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 지 보여주는 실험이죠. 참지 못하고 마시멜로를 먹은 아이들을 두고 만족 지연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하는데 이런 아이일수록 어른이 됐을 때 빚을 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 미즈내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