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빈이가 태어난 날을 뜻 깊게 기념하고 싶었어요.”
아이가 태어난 지 백일되던 날, 류성경씨는 문득 아이에게 색다른 선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런 기부도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검색창에 ‘아이 기념일 기부’라고 쳤다. 아름다운재단과 첫 인연을 맺은 순간이었다.
“우연히 검색하다 아름다운재단 블로그에서 백일 기념 기부를 한 엄마의 인터뷰를 봤어요. ‘이 아이가 우리한테 와주어 감사하고, 이 기쁨을 다른 사람하고도 나누고 싶다. 나중에 아이가 커서 남과 나누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라고 하는데 꼭 제 마음 같았어요.”
거창한 돌잔치 대신 행복한 삶을 선물한 가족
인터뷰를 하기 위해 세 가족을 만난 날은 마침 하빈이의 생일이었다. 돌잔치는 전주 주말에 가족끼리 단란하게 치렀다. 엄마는 하빈이 백일 때처럼 거창한 돌잔치 대신 기부를 선택했다. 그편이 더 기념이 되리라 생각했다.
“하빈이 이름으로 남을 행복하게 하는 일에 기부한다는 의미가 커요. 기부하고 받은 기념품도 잘 간직했다가 하빈이가 컸을 때 보여주려고요.”
그녀는 아이가 크면 기부는 거창한 게 아니라고, 사실 네가 어릴 때부터 하던 거라고 언젠가 말해주고 싶다. 적은 돈이라도, 또 작은 활동이라도 남을 위해 내어놓을 수 있다면 그게 행복한 삶이란 걸 아이가 알았으면 좋겠다. 엄마는 나눌 때 뭐라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9년 전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 동료들과 노인요양원에 목욕봉사를 갔었어요. 사실 저는 딱히 한 일이 없는데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고맙다 고맙다 해주시니까 감사하죠. 봉사를 하고 나면 평소에는 느낄 수 없던 충족감을 느껴요. 나도 나름 잘 살고 있구나, 쓸모 있는 사람이구나 그런 마음이 들어요.”
그녀가 이런 가치관을 갖게 된 데는 부모님의 영향이 크다. 어릴 적부터 항상 “친구들한테 나누며 살아라”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봉사에 헌신하며 살아온 어머니의 영향도 크다. 그래서일까. 그녀에게 나눔 없는 삶은 어떨 거 같냐 물으니 무미건조하다고 답한다.
“전 어릴 때부터 남 웃기는 걸 좋아했어요. 선생님들도 다 말괄량이라고 불렀죠. 주변에서 개그맨 돼야 한다고 할 정도였어요. 남을 행복하게 하면 나도 행복해져서 그랬던 거 같아요.”
마음 맞는 부부의 오랜 나눔
남편 박찬호씨는 그런 아내가 항상 놀랍다.
“저는 돌기념 기부라는 게 있으리라고 생각도 못했어요. 아내가 그런 걸 찾아서 해준 게 고마웠어요. 일상에서도 항상 아내는 봉사뿐만 아니라 궂은 일을 도맡아 해요. 그 모습을 보면 항상 놀라워요.”
결혼 전, 그는 아내의 회사 봉사활동에 참여했었다. 처음에는 왕성했던 사람들의 봉사활동이 점점 뜸해지자 아내가 남편과 친구들을 불러 봉사를 이어갔었다. 워낙 손길이 부족한 경기 외곽의 요양원이라 아내는 책임감을 강하게 느꼈다고 한다. 그런 아내의 노력이 남편은 때론 안타까우면서도, 배우는 게 많다고 말한다. 그가 아내를 묵묵히 옆에서 지지하고 함께한 이유다.
“남편이 사실 낯을 가리는 사람인데도 선뜻 봉사에 함께 가겠다고 해줘서 감동이었어요. 지금은 아이 키우느라 정신없지만 하빈이가 크면 다시 봉사하러 가자고 했어요. 고사리 같은 손으로도 할 수 있는 게 있지 않겠냐고요. 남편도 좋다고 하더라고요. 마음이 이렇게 잘 맞으니까 결혼했겠죠? (웃음)”
엄마, 아빠는 생일을 맞은 하빈이가 건강하게만 자라주면 좋겠다. 무엇보다 부모의 요구 때문이 아니라 하빈이 스스로가 기부의 가치를 깨우쳐가길 바란다. 그를 위해 부부는 하빈이와 함께 성장하려 한다.
“우리가 했으니까 너도 하라는 방식으로 알려주고 싶지는 않아요. 하빈이가 스스로 의미를 찾길 바라요. 그러면서 하빈이가 자라는 만큼 저와 신랑도 같이 성장해나가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돌기념 기부는 가족이 함께 성장하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아름다운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