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판매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창립 이래 첫 총파업 위기에 몰렸다. 이달부터 신차 발매를 통해 국내 완성차 판매 꼴찌로 떨어진 분위기를 반전코자 했으나 노조에 발목이 잡히면서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전면적인 총파업 돌입 이전에 막판 협상의 가능성도 없지 않으나 부정적인 이슈에 연달아 노출되고 있는 까닭에 브랜드 이미지 추락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하반기 야심작 QM3와 SM5 TCE를 통해 반전을 꾀하고 있는 르노삼성차는 과연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악재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창립 이래 첫 총파업 위기지난달 30일 르노삼성차 노조는 6월 중 부분파업을 예고했다. 이번에 파업이 결정되면 복수노조 출범 이후 첫 파업이자 총파업으로 이어질 경우에는 르노삼성차 창립 이래 첫번째 총파업이 된다. 지난해 8월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 소속 200여명이 하루 동안 2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해 생산라인을 멈춘 바 있지만 그때는 전체 노조 단위의 파업은 아니었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23일 쟁의행위 투표에서 94%의 찬성률로 가결한 뒤 29일 사측과 첫 협상을 벌였다. 사측은 전면적인 총파업 돌입을 막기 위해 최대한 노조의 주장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임금(기본급) 및 상여금 인상과 관련해서는 끝내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합의에 실패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판매부진 등으로 회사 전체가 경영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만큼은 결단코 벌어져선 안될 일"이라며 "하반기 신차 출시도 이어지는 만큼 노조가 회사 사정을 고려해 올해까지만 잘 인내하고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조는 사측의 교섭 요구가 있으면 언제든 협상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만일 이대로 총파업이 실시될 경우에는 하루 600대, 매출액 기준 115억원의 생산차질이 불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5월 기준 3400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르노삼성차로서는 총파업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입장일 수밖에 없다.
더불어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700억원의 과세 예고통지를 받은 상황인 데다 노조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으로 추후 수십억원대의 부담도 예상되고 있어 재정불안정이 지속될 전망이다.
국세청으로부터 과세 예고통지를 받은 이유는 국제거래 과정에서의 이전가격을 통한 조세회피가 드러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가격은 다국적 기업이 모회사와 해외 자회사간 원재료나 제품 및 용역에 대한 거래를 할 때 적용되는 가격이다. 국세청은 르노삼성차에 대한 조사에서 부품을 비싸게 수입한 뒤 완성차 가격을 싸게 수출한 것은 아닌지와 기술사용료(로열티) 지급 등이 적절했는지 등을 살폈다.
◆국산 완성차 판매량 꼴찌 추락 수모르노삼성차가 생산라인 중단이라는 급박한 위기를 맞이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국산 완성차업계의 순위가 완전히 바뀌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지엠과 함께 3위권 경쟁을 벌이던 르노삼성차가 최근 쌍용자동차에 밀리면서 업계 꼴찌로 추락하는 굴욕을 맛봤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기준 르노삼성차는 내수 4535대, 수출 6336대 등 전년 동월 대비 21.3% 감소한 1만871대를 판매했다. 대표 차종인 SM5는 1440대로 8.2% 감소했으며, SM7는 단 1대도 수출하지 못했다.
이달 출시된 SM5 TCE의 대기수요로 인해 상반기 주력모델인 SM5의 판매가 주춤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올 들어 4월까지 누적 판매량도 4만700대로 5만8177대가 팔린 지난해에 비해 30%나 감소해 단순히 개별차종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내수시장 기준으로는 올해 월별 판매량 전체에서 단 한차례도 쌍용차에 앞서지 못하면서 날개 잃은 추락을 이어가는 중이다. 쌍용차는 4월 들어 올해 처음으로 5000대를 넘어선 5115대를 팔아 4개월 연속 상승세이자 지난 2006년 12월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업계 꼴찌로 떨어진 르노삼성차로서는 쌍용차의 매서운 상승세가 불편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르노삼성차가 전월 대비 판매량이 차츰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쌍용차도 마찬가지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순위 재탈환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SM5 TCE·QM3, 구원투수 될까그렇다면 판매부진과 각종 경영난, 노조와의 갈등 등으로 사면초가에 놓인 르노삼성차의 위기극복 돌파구는 무엇일까. 르노삼성차는 3일 출시된 SM5 TCE와 하반기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QM3에 희망을 걸고 있다.
국내 최초로 1.6ℓ 엔진을 중형차에 적용한 SM5 TCE는 출시를 앞두고 500여대의 예약대수를 기록하는 등 희망을 키우고 있다. 소형 SUV인 QM3 역시 지난 3월 서울모터쇼 당시 업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르노삼성차의 구원투수가 될 자격이 있음을 증명한 바 있다. 여기에 10월 SM3 Z.E. 전기자동차도 출시를 앞두고 있어 하반기에 필사적인 회생을 위한 라인업을 구축했다는 평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내수시장 판매량을 늘리는 게 급선무"라며 "SM5 TCE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매우 뜨겁다. 여기에 적극적인 프로모션 운영이 더해지고 QM3까지 하반기에 합세하면 경쟁력이 더욱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르노삼성차의 바람대로 하반기에 반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가장 탄력적으로 회사가 움직여야 할 시기에 노조와의 갈등으로 회생의 실마리를 스스로 놓쳤다는 것이다.
판매가격이나 세금에 대한 지적도 상당하다. SM5 TCE는 1618cc인데, 수요자 입장에선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1600cc 이하로 낮춰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터보 엔진을 달면서 가격인상이 불가피했다지만 SM5 LE와 RE의 중간 가격으로 나온 2710만원의 판매가격도 마찬가지다. QM3 역시 국내 제조 판매가 아닌 수입 판매기 때문에 판매가격이 다소 높게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업계의 우려 섞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르노삼성차는 SM5로 올해 중형세단시장 내 20% 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중 SM5 TCE가 전체 SM5 판매분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 들어 끝없는 부진의 늪에 빠져 있는 르노삼성차가 하반기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신차 발표 이후 첫 성적표인 6월 판매량 결과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본 기사는 < 머니위크 > (
www.moneyweek.co.kr ) 제28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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