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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동동 아홉산은 전망이 빼어나다. 금정산 백양산 황령산 금련산 달음산 일광산 등 부산의 산과 염수봉 오룡산 시살등 영축산 천성산 등 경남의 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사진은 아홉산에서 본 회동수원지와 금정산 주능선. | |
부산에는 원래 또 다른 아홉산이 있다. 기장군 철마면 웅천리 미동마을 뒷산인 아홉산이 그것. 최근 숲체험장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하면 고개를 끄떡일 사람들이 제법 될 것이다. 이 아홉산은 앉은 터로 보면 부산 산꾼들이 즐겨찾는 달음~철마산 종주코스의 중간 지점인 곰내재에서 가지를 친 일광산과 연결되는 봉우리다.
현재 처한 상황은 사뭇 다르다. 숲이 빼어난 아홉산(360m)은 국토지리정보원의 5만분의 1 지형도에 표기돼 있지만 산행팀이 찾은 아홉산(353m)은 그렇지 못하다.
이에 대해 회동동의 한 주민은 "지난 1931년 회동수원지가 생기기 훨씬 전부터 대를 이어 거주한 주민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이름이 아홉산"이라며 "국토지리정보원에 의해 공인만 안됐을 뿐 아마도 아홉산이란 이름은 이곳이 먼저 명명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홉산은 이름 그대로 아홉개의 봉우리로 된 회동수원지 뒷산이다. 덩치는 작지만 아홉개의 작은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렇다고 고흥 팔영산(八影山)이나 진안 구봉산(九峯山)을 머릿 속에 떠올리면 곤란하다. 산세가 험준하고 변화무쌍한 암봉이 산행 내내 이어지는 이들 봉우리와 달리 아홉산은 불과 300m대에 불과해 그야말로 가볍게 몸풀기에 적당하다.
실제로 오랜 경력의 산꾼들은 아홉산 하나를 오르면 왠지 허전해 바로 옆의 운봉산이나 개좌산을 함께 타는 경우가 허다하다. 때문에 관점을 약간 달리하면 아홉산은 가족 산행지로 안성맞춤이다. 때마침 다음 주로 다가온 설 연휴에 온 가족이 함께 떠나기에 제격이다.
무엇보다 아홉산의 자랑은 빼어난 조망. 금정산 주능선과 출렁거리는 동해바다는 '부산에도 이런 곳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품이다.
300m대의 낮은 산이지만 곳곳에 눈이 채 녹지 않은 암릉이 기다린다. | |
회동동 삼성전자 부산물류센터 앞 버스 종점에서 내린 후 전방의 동대교를 지나 도로를 따라 고개를 향해 직진한다. 이 길은 회동동에서 개좌고개를 넘어 철마면으로 이어지는 도로. 포덕문과 상수원보호구역 초소를 지나 5분쯤 더 오르면 회동수원지 수질보전 안내판이 서 있다. 길 건너편은 표고버섯 재배 비닐하우스. 이곳이 들머리다. 버스에서 내려 대략 25분 정도 걸린다.
처음부터 급경사 오르막이다. 10분 뒤 철탑을 지나면 임도. 정면 암벽절개지 왼쪽으로 7m쯤 가면 오른쪽에 산길이 열려 있다. 역시 오르막길.
여기서 잠깐 주변 조망을 살펴보자. 방금 지나온 동대교 밑으로 흐르는 물줄기는 회동수원지에서 흘러나온 수영강 상류 물줄기이고, 철탑 뒤로 장산 황령산 엄광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 사이 사이에 이기대와 대청공원 충혼탑도 보인다. 가까이 황토빛 너른 터는 최근 매립이 끝난 석대쓰레기 매립장.
임도에서 20분 뒤 주능선에 닿는다. 갈림길이다. 6m 거리의 왼쪽 1봉을 들렀다 오른쪽 2봉으로 간다. 비로소 회동수원지와 바로 앞 구월산이 눈 앞에 펼쳐지고 그 뒤로 금정산 주능선이 북으로 물결친다. 백양산 상계봉 파류봉 대륙봉 동문고개 의상봉 원효봉 고당봉 장군봉 계명봉까지 금정산 종주능선이 선명하다. 가히 금정산 전망대라 할 만하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계명봉 우측 뒤로 양산의 천마산 염수봉 오룡산 시살등 영축산 천성산 천성산2봉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 2봉으로 간다. 우측 보이는 봉우리가 기장의 운봉산 개좌산. 5분 뒤 전망대바위. 1봉보다 오히려 더 잘 보인다. 2봉에 오르면 3, 4, 5봉이 한 눈에 펼쳐진다.
금정산이나 회동수원지 건너편 오륜대 마을에서 보면 봉우리 수가 아홉개가 확실하다. 하지만 막상 품 안에 들면 첫번째 봉우리 말고는 어느 지점이 봉우리인지 확실하지 않다. 미녀가 누워있는 형상을 한 거창 미녀봉도 막상 산 속에 들어서면 턱인지 가슴인지 전혀 구분이 안되는 것과 비슷하다. 다시 말해 봉우리를 능선길로 알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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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이씨의 문중산임을 알려주는 화강암 비석. | |
3봉으로 추정되는 바위전망대에 서면 구월산 뒤로 부산대와 경동아파트 왼쪽으로 범어사가 확인된다. 뿐만 아니라 금련산 황령산과 서면 토곡 망미동 안락동 등 시가지도 보인다.
뿌리가 뽑힌 큰 나무를 지나면 4봉. 우측 윗반송과 아랫반송이 시야에 들어온다. 8분 뒤 이 산의 정상으로 추정되는 5봉. 줄기가 여러 갈래인 커다란 소나무가 서 있다. 왼쪽엔 여전히 금정산 능선이, 정상이 암봉인 달음산과 일광산 사이에 동해바다가 모습을 드러낸다. 달음산 앞 올망졸망한 봉우리가 숲이 빼어난 아홉산. 정면 저 멀리 두 개의 철탑이 서있는 지점은 곰내재. 곰내재는 정관에서 철마로 넘어오는 고개. 이 곰내재 뒤로 석은덤산과 시명산 대운산이 약간 보인다.
이제부터 산길은 20분 정도 솔가리가 푹신한 송림길과 낙엽길이 번갈아 이어진다. 과거 산불초소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367m봉에 동해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다시 송림길.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은 대곡, 왼쪽으로 내려선다. 이 길은 내리막으로 앞선 능선길보다 유난히 바람이 매섭고 차다. 어느새 정면이 절벽인 전망대. 발밑에 보이는 건물이 '밤나무집'으로 추어탕으로 유명하다. 그러고 보니 사실상 산행이 끝이었다.
순간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그럼 6, 7, 8, 9봉은 어디에…. 그 만큼 굴곡이 없어 봉우리인지 거의 확인도 못하고 그냥 지나친 것이었다.
왼쪽으로 내려선다. 이제부터 급경사 내리막길. 인천 이씨 가족묘지를 지나면 곧바로 밤나무집. 전망대에서 15분 정도 걸린다. 여기서 버스정류장인 철마면사무소 앞까지는 12분 소요된다.
#교통편
99번은 부산진시장 서면부전도서관 시청 연산로터리(안락동 방면) 등에서, 179번은 시청, 연산동 옛 부산의료원, 부산교대(지하철 2. 4번 출구, 이사벨여고 옆 기아자동차 맞은 편) 앞에서 타면 된다.
날머리 철마에서는 철마면사무소 앞에서 팔송(범어사 지하철역 앞)행 2번 버스를 탄다. 오후 2시45분, 3시10분, 4시, 5시5분, 5시50분, 6시30분, 7시5분에 있다. 막차는 9시55분.
철마초등학교 맞은 편에서 73번 버스도 있다. 출발시간은 2번 버스와 같다. 반송 석대 안락교차로를 거쳐 롯데백화점 동래점이 종점이다. 73번 버스는 이곡을 거쳐 돌아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2번 버스를 이용한다.
# 떠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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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나무집 추어탕 상차림 | |
미꾸라지와 메기를 1시간 정도 고아 채로 거른 후 다시 국물만 1시간 정도 더 끓인다. 여기에 시래기와 숙주나물 등과 갖은 양념을 넣는다. 이 모든 작업이 가마솥과 장작불로 이뤄진다.
밑반찬도 맛깔스럽다. 매일 아침 사온 싱싱한 굴과 직접 담근 젓갈로 버무린 생김치가 이 집의 자랑. 무 배추 모두 직접 키운 것이다. 냉이무침 오이소박이도 정갈하다. 11년째 주방을 맡아 온 제영자(63)씨의 솜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