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를 낯선 곳에서 즐기는 이들… "남는 것은 사진이 아니라 체험"
몸에 익은 취미를 낯선 곳에서 즐기기 위해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낯선 여행지에서 그림 그리기, 글쓰기, 달리기같이 평소 해오던 여가 활동을 해보는 '체험 여행'이다. 관광 명소를 둘러보며 기념사진 찍는 일은 뒷전이다.
화가 류재훈씨는 그림을 배우려는 은퇴자·직장인·주부·학생 등 11명과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그리기 여행' 중이다. 함께 스케치북과 연필을 들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자유롭게 그림 그리는 것이 이 여행의 여정. 해가 지면 서로 그림을 돌려보며 얘기하고, 류씨는 조언을 해준다. '거리의 개 많이 그려오기' 같은 게임을 해 작은 선물을 주기도 한다.
박물관과 미술관에 가기도 하지만 류씨는 굳이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류씨는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더 쉽고 정확한 설명이 나온다"며 "'액자 속 파리'가 아닌 진짜 파리를 느낄 수 있게 그림 그리고 얘기하며 영감을 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했다. 류씨의 그리기 여행은 작년 시작됐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행 코스와 일정을 알리면, 항공권이나 숙박은 개개인이 알아서 예약하는 식이다.
①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보트를 타고 강을 돌아다니며 뜰채로 쓰레기를 건져 올리는 ‘플라스틱 낚시 여행’이 인기다. ②지난해 화가 류재훈씨가 기획한 ‘그리기 여행’에 참여한 한 여행객이 파리 풍경을 그리고 있다. ③케냐에서 ‘달리기 여행’을 한 김성우씨는 현지 마라토너 집에서 한 달간 살며 달리기의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했다. /에어비앤비·류재훈·김성우씨 제공
작가 정여울씨는 최근 독자 28명과 함께 동유럽으로 7박 9일간 '글쓰기 여행'을 다녀왔다.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 같은 곳에서 화두를 주고 다 같이 글을 쓰는 식이다. 이 여행에 참가한 자영업자 현의정(46)씨는 "이전에는 생각할 틈 없이 사진만 찍는 게 대부분이었다"며 "이번 여행에서는 내 생각을 써내려 간 수십 편의 글이 남았다"고 했다. 정 작가는 "글을 쓰며 자신을 발견한 여행객이 눈물을 흘리면 다 함께 우는 '자아성찰 여행'이었다"고 했다.
일반인들이 여행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대학원생 김성우(28)씨는 매주 이틀씩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객들과 석촌호수·서울숲·여의도공원 등을 뛰는 '달리기 여행'을 한다. 여행객은 에어비앤비를 통해 모집한다.
김씨는 "3년 전 케냐의 마라토너 집에서 한 달간 머물며 이곳저곳을 달리는 여행을 했다"며 "그때 알게 된 달리기의 기쁨을 한국에 온 외국 여행객에게 전해주고 싶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체험 여행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을 쉽게 모으는 전 세계적 여행 트렌드다. 요즘은 '윤리적 여행'이 유행하면서 '청소 여행'도 주목받는다.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하는 '플라스틱 낚시 여행'이다. 하루에 1인당 25유로(약 3만3000원)의 참가비를 내면 배를 타고 네덜란드 강을 여행하며 장대로 플라스틱을 비롯한 쓰레기를 건지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참가비는 전액 플라스틱 수거 환경단체에 기부된다. 우리나라 제주도에서도 자전거를 타고 해안가를 여행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바이클린(바이시클+클린)' 여행이 인기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해외여행 자체를 더 이상 특별한 경험으로 생각하지 않게 되면서 여행지에서 뭘 보았느냐보다 뭘 했느냐에 더 의미를 두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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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배우고 겪고 도전하라’ 체험 테마 해외여행이 뜬다
등록 :2018-06-07 10:06
요리사와 함께 홍콩서 와인 공부
타이 마사지 배우며 방콕 여행
가족과 캠핑카로 유럽 한바퀴 등
특별한 경험 좇는 해외여행족 늘어
관심 분야 체험여행 뒤 직업 바꾸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