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겨울이 왔습니다. 그리고 눈이 내립니다. 미끄럼 타는 아이들은 즐겁겠지만 운전자들에겐 사계절 가운데 제일 당혹스런 계절입니다. 산과 언덕이 많은 우리나라의 지형 때문에 겨울에는 곳곳에 얼음과 눈이 쌓여 있습니다. 이런 때 가장 빛나는 자동차가 있습니다. 바로 사륜구동 자동차입니다.
뒤에서 밀면 올라간다? 뒷바퀴 굴림 방식의 대형 승용차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눈길을 가고 있다. 뒷바퀴 굴림 방식의 차가 눈길에선 앞바퀴 굴림 방식보다 불리하다. <경향신문 정지윤기자>
지난겨울 폭설이 내린 날,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벤츠, BMW, 제네시스를 비롯한 고급 승용차들이 꼼짝을 못하고 언덕에 섰습니다. 이 차들의 공통점은 앞에 엔진이 있고 뒷바퀴가 구동하는 이른바 ‘후륜구동’ 차량입니다. 또한 국산 승용차들 역시 좌우로 흔들리며 불안하게 언덕을 올라갔습니다. 이 차들은 앞에 엔진이 있지만 뒷바퀴가 아닌 앞바퀴로 동력이 전달되는 ‘전륜구동’입니다.
눈내린 언덕길에도 유유히 언덕을 오르던 차들이 바로 사륜구동 자동차입니다. 쉽게 말해 네 바퀴가 모두 엔진의 힘을 받아 구르는 사륜구동입니다. 모든 바퀴가 구른다고 해서 영어로 AWD(All Wheel Drive)라고도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조금 다른 의미지만 4X4 혹은 4WD라고 쓰기도 합니다. 흔히 SUV라 불리는 많은 차가 사륜구동을 채택했고 일부 승용차도 사륜구동을 채택했습니다. 이 차들이 눈길에서 거침없이 언덕을 오른 비결은 뭘까요?
눈 쌓인 언덕길을 오르는 차의 비결
미끄러운 언덕, 눈길을 오르는 비결은 사실 간단합니다. 바퀴에 가해지는 무게가 가벼우면 헛돌고 무거우면 바닥을 누르면서 앞으로 나갑니다. 또한 마찰이 강하고 접점이 많을수록 미끄러운 길에서도 차가 잘 굴러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접점인 바퀴에 적절한 무게를 배분해서 구동시키는 것이 눈길을 오르는 비결입니다. 따라서 비결은 무거운 부품의 위치와 연관이 있습니다.
엔진은 대략 120kg에서 300kg가까이 됩니다. 또 변속기도 수십kg에 이릅니다. 전륜구동 차는 엔진과 변속기 같은 무거운 부품들이 앞바퀴 근처에 있습니다. 반면 후륜구동 차는 엔진은 앞에, 변속기는 차체 중간에 있습니다. 그래서 후륜구동차 보다 전륜구동차가 엔진과 변속기가 누르는 힘 덕택에 좀 더 편리하게 미끄러운 길을 지나갑니다. 일반도로 주행에는 앞과 뒤의 무게배분이 골고루 나눠져야 스포츠 드라이빙에 좋지만 눈길에서는 예외가 됩니다.
사륜구동 방식 역시 부품의 위치는 후륜구동 차와 비슷합니다. 엔진은 앞에, 변속기는 중간에 있는데 네 바퀴를 돌려주기 위한 추가 부품들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차의 무게가 골고루 분산되고 네 바퀴에 구동력이 전달되니 눈길, 미끄러운 길에는 사륜구동이 뛰어난 효과를 발휘합니다.
사륜구동에도 종류가 있다
일반적으로 '사륜구동'이라고 부르지만 구동방식과 기계적 특성에 따라 구분 할 수 있습니다. 일단 각각의 바퀴가 언제 엔진과 연결되는지에 따라서 '풀타임'과 '파트타임'으로 구분합니다. 또 전자제어식과 기계식 사륜구동으로도 나눌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전후의 구동력 배분 뿐 아니라 네 바퀴 각각에 구동력을 배분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각각의 방식과 브랜드에 따라 벤츠는 '4-Matic', BMW는 'xDrive', 아우디는 'quattro', 폭스바겐은 '4motion', 혼다는 'SH-AWD'등 다양한 방식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물론 각각의 방식은 구조와 기능이 차이가 나지만 근본적으로는 네 바퀴가 모두 엔진으로부터 구동력을 받는 구조를 말합니다.
'파트타임 사륜구동' 방식은 국산 SUV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륜구동 차에 쓰이고 있습니다. 갤로퍼, 코란도 같은 차를 보면 '2H-4H-4L'이라고 쓰인 레버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파트타임 사륜구동을 조절하는 레버입니다. 엔진에서 전해지는 구동력은 트랜스퍼 케이스-프로펠러 샤프트-차동기어(디퍼렌셜기어)-등속조인트를 거쳐 바퀴까지 전달됩니다. 앞뒤 바퀴에 엔진의 힘을 각각 전달하기 때문에 엔진으로부터 앞, 뒤 방향으로 향하는 무거운 쇠 축이 돌고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륜구동이면 한쪽 방향만 축이 있으면 되지만 사륜구동이니 앞, 뒤로 축이 돌아갑니다. 이것은 연비 악화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파트타임 사륜구동 방식은 '록킹허브'라는 부품을 통해 평소 구동력이 필요 없는 바퀴에 축을 엔진과 단절시킵니다.
파트타임 사륜구동 방식은 사륜구동으로 고속주행이나 마른도로를 달리면 문제가 생깁니다. 앞바퀴와 뒷바퀴의 회전반경 차이가 고스란히 구동축이나 변속기에 무리를 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바퀴가 미끄러지며 회전반경 차이를 극복하거나 중간에 센터차동기어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파트타임 사륜구동 차량의 설명서에는 '고속주행금지', '마른도로에서 사용금지'같은 주의사항이 꼭 강조돼 있습니다.
반면 풀타임 사륜구동 방식은 언제나 네 바퀴가 엔진으로부터 힘을 받는 구조입니다. 파트타임 사륜구동보다 기술적으로는 발전한 구조입니다. 또한 앞, 뒤의 구동력을 100:0에서 0:100까지 상황에 따라 배분하는 기술도 있습니다. 심지어 혼다의 SH-AWD는 앞, 뒤의 배분뿐만 아니라 네 바퀴 각각에 상황에 적절한 힘을 배분합니다.
사륜구동과 디퍼렌셜 풀타임 사륜구동의 구조도, 중간에 디퍼렌셜 기어가 들어있다. 앞, 뒷바퀴의 회전반경 차이를 보정해주기 위한 장치다. 차동기어라고도 불린다. 이 장치가 없을 경우 바퀴가 미끄러져 회전반경의 차이를 보정하지 않으면 구동축이나 변속기가 파손된다. 따라서 풀타임 사륜구동 차량에는 필수적인 부품이다. <출처:위키피디아>
풀타임 사륜구동도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이륜으로 달리다가 슬립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사륜구동이 되는 방식입니다. 주로 '비스커스 커플링(viscous coupling)'이란 부품을 사용하는 방식이 여기에 속합니다. 또 다른 방식은 언제나 4바퀴가 모두 구동하는 방식입니다. 고속 주행시는 앞, 뒤 8:2의 비율로 구동력을 전달하다가 언덕에서 가속할 때는 3:7로 구동력을 변경해주고 만약 뒷바퀴가 슬립을 하면 앞바퀴에만 구동력을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주로 최신기술을 접목한 AWD차가 이런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사륜구동으로 유명한 자동차들
사륜구동 방식의 역사는 189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때는 대부분 실험적인 차들이 주류를 이뤘습니다. 심지어 포르쉐박사는 네 바퀴에 각각 전기 모터를 장착해 소위 '하이브리드 사륜구동차'를 구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인 사륜구동이 선보인 것은 1903년 독일의 Spyker가 만든 60마력의 차가 시초입니다.
Spyker 사륜구동차 1903년 독일의 Spyker에서 만든 사륜구동차다. 당시는 주로 레이스에 참가하기 위해 차를 만들었는데 60마력의 성능으로 네 바퀴 굴림을 채택한 특이한 형태의 차였다. 사륜구동차의 원조로 알려져 있다. <출처:위키피디아>
실질적으로 사륜구동차가 각광을 받은 시기는 1941년입니다. 2차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Willys-Overland에서 만든 'Willy'가 대표적입니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모습은 무척 낮 익은 차입니다. '군용짚차'로 알려진 차로 크라이슬러 JEEP의 할아버지 격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90년대까지 군용으로 사용했을 정도로 많이 알려진 이 차가 사륜구동의 실질적 시작입니다.
사륜구동의 원조 Jeep Willys라고 불리는 짚은 1941년 미군에 납품된 사륜구동차다. 지금의 크라이슬러 '짚 루비콘'이 바로 이 차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 군에서도 사용해서 많이 알려진 자동차다. <크라이슬러 코리아>
일반 승용차에는 이보다 30년가량 늦은 1972년에 사륜구동이 적용됩니다. 일본차 브랜드 스바루의 'Subaru Leone'이 그것입니다. 이보다 앞서 1966년 Jensen이 'Jensen FF'라는 사륜구동차를 만들었지만 불과 320대만 시장에 나왔습니다. 스바루는 당시 앞바퀴 굴림 방식으로 Leone을 만들었고 옵션으로 사륜구동을 넣었습니다.
스바루 Leone 대량생산 승용차로는 최초로 사륜구동을 적용한 차다. 1966년 영국의 Jensen에서 만든 'Jensen FF' 역시 사륜구동이지만 6리터 엔진에 320대만 생산해서 사륜구동 승용차의 원조는 스바루로 알려져 있다. 1.4리터, 1.6리터 엔진에 2도어, 4도어, 5도어는 물론 2도어 픽업까지 만들어졌다. 구동계통도 다양해서 전륜구동방식을 기본으로 사륜구동 옵션을 넣었다. <출처:위키피디아>
최근의 자동차들 가운데는 크라이슬러 '짚 루비콘'이 군용 사륜구동차의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지금도 대표적인 사륜구동차로 '짚 체로키', '짚 컴패스' 등 여러 모델로 확장되어 있습니다. 오프로드 마니아들 사이에선 가장 인기 있는 차종 중에 하나가 바로 Jeep입니다.
1972년에 승용차에 사륜구동을 채택했던 스바루는 최근에도 사륜구동에 대한 집념을 갖고 있습니다. 국내에도 출시된 스바루의 차량 모두가 풀타임 사륜구동을 채택했습니다. 또한 앞서 얘기했던 미끄러지지 않는 중요 요소인 '무게중심'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좌우대칭형 박서엔진과 낮은 무게중심으로 소위 '미끄러지지 않는 차'로 명성이 높습니다.
스바루 AWD시스템 스바루는 무게배분이 장점이다. 박서엔진으로 불리는 특이한 구조의 엔진은 직렬 배치가 가능해서 차를 세로로 가로질러 엔진, 변속기 등 구동부품이 적절한 무게배분을 이룰 수 있다. 또한 풀타임 사륜구동을 채택해서 미끄러운 눈길이나 험로에서의 주행도 뛰어나다. 국내에 들어온 레거시, 아웃백, 포레스터 모두 풀타임 사륜구동을 갖추고 있다. <스바루 코리아>
독일차 가운데 사륜구동으로 이름이 높은 것은 아우디입니다. '콰트로(quattro)'라고 불리는 사륜구동 방식은 아우디를 상징하는 단어가 됐습니다. 콰트로 광고중에 스키 점프대를 올라가는 장면은 사륜구동차의 효과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입니다.
아우디 콰트로 아우디는 1980년부터 사륜구동시스템 콰트로를 선보였다. 변속기 속에 사륜구동용 기어를 추가해 탄생한 기계식 사륜구동 시스템이다. 최근에는 전자장치의 장점을 가미했다. 콰트로는 1986년 스키점프대를 올라가는 광고로 유명세를 탔다. 19년 뒤인 2005년 다시 스키점프대를 A6로 올라 콰트로의 인상적인 모습이 회자됐다. <아우디 코리아>
아우디는 1980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콰트로를 선보이고 각종 자동차 경주와 랠리를 통해 연구를 거듭해 왔습니다. 가끔 아우디에 도마뱀 모양의 스티커가 붙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 역시 콰트로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통합니다.
사륜구동차를 얘기하면 혼다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국내에도 수입된 고급 승용차 '레전드'에 적용된 '사륜구동 자유제어 시스템(SH-AWD)'때문입니다. 전자식으로 조절되는 방식으로 네 바퀴의 미끄러짐 상태와 엔진의 RPM, 기어비, 바퀴회전속도 등 다양한 주행정보를 종합해서 네 바퀴에 각각 구동력을 배분합니다.
혼다의 SH-AWD 혼다는 네 바퀴가 모두 자유롭게 구동력이 조절되는 SH-AWD시스템을 갖고 있다. 노면의 상황이나 차의 주행상태, 엔진, 바퀴의 회전속도 등 다양한 센서에서 모아지는 정보를 바탕으로 각 바퀴로 전달되는 힘을 조절한다. 앞, 뒤의 구동력 배분뿐만 아니라 좌우의 바퀴에 따로 구동력을 배분하는 것이 특징이다. <혼다코리아>
심지어 왼쪽 뒷바퀴는 100%의 힘을 내서 구를 때 오른쪽 뒷바퀴는 구동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말한 앞, 뒤 구동력 배분에서 한 단계 앞선 네 바퀴 자율 배분 시스템입니다. 또한 BMW의 X6에 적용된 사륜구동 시스템인 xDrive에서도 네 바퀴 자율 배분 시스템을 도입해 향후 사륜구동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