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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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4(2011). 1. 24.
미국 북서부 태평양 연안 오리건주(Oregon) 유진(Eugene)에 자리 잡은 오리건대학교 박물관에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십장생병풍>이 있습니다. 이 병풍은 1924년 거트루드 베스 워너 부인이 조선에서 사들인 것으로 1880년 비단에 색을 칠해 그린 것인데, 크기는 201.9×52.1cm이지요. 모두 10폭으로 8폭은 십장생 그림이며, 나머지 두 폭에는 그림 제작에 관련된 관직과 이름을 기록한 좌목(座目)이 있습니다. 이 <십장생병풍>은 순종임금이 세자시절 걸렸던 병 천연두의 회복을 기뻐해 그린 것입니다. 천연두는 세상에서 사라진 1977년 이전의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전염병의 하나였습니다. 특히 명성황후는 4남 1녀를 낳았지만 세자 "척(순종의 세자 시절 이름)"만 남고 모두 죽었기에 척에게 온갖 정성을 쏟았지요. 그래서 척이 천연두를 회복했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고종은 척의 회복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상을 주었고, 사형수를 뺀 죄수들을 석방하기도 했습니다. 십장생(十長生)은 예로부터 오래 산다고 믿어왔던 열 가지를 한데 모아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상징물로 삼은 것이지요. 해 ·산 ·물 ·돌 ·소나무 ·달 또는 구름 ·불로초 ·거북 ·학 ·사슴을 말하는데, 중국의 신선(神仙) 사상에서 유래했습니다. 오래살기를 바랐던 옛 사람들은 십장생을 시문(詩文) ·그림 ·조각 같은 데에 많이 썼고, 병풍 ·베갯머리, 혼례 때 신부의 수저주머니, 선비의 문방구에도 그리고 수를 놓았지요. 경복궁 자경전에는 십장생 그림의 굴뚝이 있을 정도입니다. 예전 사람들보다 오래 사는 지금 사람들에게 이런 <십장생병풍>은 필요 없을지 모릅니다만 그 아름다움만은 두고두고 즐겨도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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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임금 태어난 곳, ‘한글 마루지(랜드마크)’로 만든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로 세종큰임금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세종임금이 어디서 태어났는지 아는 사람도 별로 없을뿐더러 현재 태어난 곳에는 초라한 표지석 하나만 덜렁 있을뿐입니다. 이에 서울시는 세종대로 일대 47만㎡에 ‘한글 마루지(랜드마크)’로 만들어 ‘한글 문화관광 중심지’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먼저 서울시는 세종문화회관 옆에 위치한 세종로공원에 8, 868㎡규모로 ‘한글 11, 172 마당’을 올 상반기 중 만듭니다. ‘한글 11, 172 마당’이란 한글자모 24자로 만들 수 있는 모두 11, 172 글자를 나타내는 것으로 가로, 세로 10cm×10cm 돌포장석에 11, 172명의 국민이 한자씩 써서 공원 바닥에 설치할 계획입니다. 또 서울시는 ‘한글학회~주시경집터~사직로’를 잇는 총 길이 900m엔 주시경 시범길을 올해 만듭니다. 국어학자인 주시경 선생은 일제강점기 탄압에도 끊임없이 한글에 대한 연구와 보급을 하고 후진을 양성해 오늘날 우리가 한글을 사용할 수 있도록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이 시범길에는 픽토그램(상징화된 그림문자)을 활용한 길 표지판, 안내표지판과 한글 긴의자, 한글 관련 야외 전시와 각종 퍼포먼스 공간을 마련합니다. 또 종로구 내수동 75번지 일대 약1, 700㎡‘에는 주시경 선생을 기리는 기념공원도 만듭니다. 여기에 서울시는 민간협조를 받아 이 일대 지역 내 간판, 표지판 등 모든 글자들을 점진적으로 한글로 쓰도록 하며, 차츰 세종대왕 생가 재현을 추진한다고 하지요. 세계에 자랑스러운 한글을 만든 분을 기억하고 기리는 작업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좋은 계획을 세워 실천한다니 기대해 봄직하며 시민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소장 김영조 ☎ (02) 733-5027 서울시 종로구 당주동 2-2. 영진빌딩 703호 www.solsol21.org, pine4808@paran.com
출처: 김영소판소리. 두레전통국악예술단 원문보기 글쓴이: 현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