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친 영혼들 140자로 보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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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위터계의 천사로 불리는 고은주 수녀는 트위터로 사람들 마음을 보듬어 준다. |
"삶이 힘들면 율리안나 수녀님(@nun1004)을 팔로잉해봐. 마음이 편안해질 거야."
고은주(율리안나, 한국순교복자수녀회 대전관구) 수녀는 '트위터계의 천사'로 통한다. 고 수녀를 팔로우하고 있는 트위터 친구(트친)는 1만 2000여 명. 이 중에는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스님, 학생, 직장인, 정치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있다.
고 수녀는 140자의 단문 메시지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따뜻한 친구가 돼주고 있다. 트위터가 세상을 움직이는 140자의 혁명이라면, 고 수녀에게 트위터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품을 수 있는 바다다.
서울 양천성당에서 본당 사도직을 하고 있는 고 수녀는 본당에 부임하기 전 4년간 성소 담당자로 지냈다.
"젊은이들과 소통하면서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중요한 소통도구라는 것을 알았어요. 현대인들과 소통하려면 변화가 필요해요."
평소 미니홈피나 네이트온 등을 통해 아이들과 친하게 지낸 고 수녀는 지난해 11월 트위터를 시작했다. 종신서원 때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올리고, 자기소개에 "살면서 힘들고, 기도가 필요할 때, 제 작은 기도로 마음의 동반자가 되어 드릴게요"라고 적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수녀가 올린 글이 리트윗(전달) 되면서 퍼져 나가고, 팔로워(구독자)들이 늘었다.
고 수녀는 본당 청년들에게 보내는 묵상글과 평소 좋아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린다. 가톨릭을 홍보(?)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지만, 가급적 종교색을 지우고 지친 영혼을 보듬어준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겐 "당신이 스스로 희망을 놓아버리면 주님이 당신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쪽지를 보낸다. 수녀님 덕분에 20년 만에 냉담을 풀기로 결심했다는 트친에겐 용기와 격려의 답글을 날린다.
고 수녀가 올리는 트윗은 살아갈 힘을 준다. "얘야! 살면서 아픔이 있겠지만 믿음을 갖고 걸어가라. 네가 서 있는 벼랑 끝에 다리를 놓아줄 것이다." 때론 유쾌하다. "단 한사람이라도 한바탕 웃을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면 조금 주책(?) 맞은 수녀가 돼도 좋습니다. 그것이 제가 믿는 사랑이니까요."
"수녀님 덕분에 새 삶을 산다"며 제주도에서 치킨 다섯 마리를 보내온 트친도 있다. 대구의 한 스님은 성당에 찾아와 화분을 선물하고 갔다. 성소상담을 위해 찾아온 젊은이도 있다.
그러나 빛이 밝으면 그림자도 짙은 법. 한 번은 어떤 사람이 "세상 일은 세상에 맡기고, 수녀님은 가던 길을 가시라"는 트윗을 보내왔다. 수도자가 세상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게 마뜩잖은 모양이었다. 고 수녀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답변을 보냈다.
"제가 가고 있는 수도자의 길은 행복합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그 길을 혼자 오라고 하지 않으시네요. 힘들어하는 이들과 같이 오라고 하시네요."
고 수녀는 최근 한 인터넷신문이 발표한 '트위터에서 인기있는 종교인' 3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불교에서 명진스님, 개신교에서 조정민 목사, 가톨릭에서 고 수녀가 뽑힌 것이다.
고 수녀는 "사람들 마음에 하느님을 심어주기 위해 그리스도의 눈과 마음으로 트위터를 한다"며 "저를 만나는 사람들 가슴이 따뜻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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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제 아침 신문보고 깜딱 ~~~울 수녀님이 유명인사 이시넹
멋지시네요..저는 트친 구걸해서 겨우 3,000명..흑
멋지다.^^ 우리 수녀님, 암~ 힘들어하는 이들과 같이 가야죠^^ '자기 아픔에만 관심있으면 중생이고 타인의 아픔에 관심이 있으면 보살이다.'라고 하더군요.^^ 수녀님과 불교의 퓨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