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념.의지.사투. 처절한 산오름이 눈앞에 펼쳐지고
갑자기 필자의 사지에 힘이 빠진다.
눈앞에 펼쳐진 저 광경. 누가 건강하다고 산같이 건강할거라고 장담할것인가?
그는 오르고 있었다. 작은 베낭에 물병하나 넣고 지팡이에 온몸을 의지한체 너덜 돌무지 능선길을 오르고 있다. 비틀거리며 걷는 동작이 차라리 포기하는것이 더 나을것같은 잔인함이 내속에서 묻어나온다. 운동만 하면 평생 건강할거라는 내말이 갑자기 사기(詐欺)가 된다. 어느 이름모를 뇌졸증환자의 산오름이 진행중이다. 필자는 예전부터 소아마비 환자도 바로 쳐다보지를 못한다. 그를 쳐다보면 멀쩡하던 두다리와 팔에 힘이빠져 금새 쓰러질것 같아 애써 외면해 왔지만 오늘은 바로 진행하는 내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라 도망갈수도 없다. 처절한 몸부림이다. 이럴때 우리는 집념이 의지가 강하다고 표현하나? 고통의 행보 아니 생과사를 가르는 사투(死鬪)가 아닐까? 만약 저 사람이 넘어지면 필자는 어떻게 해야하나? 빨리 달려가 일으켜 세워야하나 아니면 스스로 회생의 희망을 주기위해서 자력으로 일어나기를 뒤에서 쳐다만 보아야하나? 고민하고 있는중에 그는 제법 능선 중간에 올라있다. 더 이상 전진하기에 무리라는 생각을 다시 해보지만 쉽게 포기할 상황도 아닌것 같다. 2004. 12. 12. 필자의 송년단독 산행은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체험하며 미녀봉을 오른다.
필자뒤로 보해산 과 의상봉이 서있다.
미녀봉엔 미녀는 확실히 없다
긴 터널이였다. 아니 어둠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갇혀있다. 그렇게 2004년은 모두에게 절망만 안겨둔체 떠나간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우리가 태어나 사는 조국 대한민국이 이렇게 절망과 분노 그리고 부끄러움으로 점철된것도 쉽지 않을것이다. 수능시험의 집단적 핸드폰 부정시험. 어린 소녀를 집단 성폭행하고도 한점 뉘우침이 없는 가해자들 겹겹의 경제불황속에 서민의 한숨은 하늘에 닿았고 참여정부 열린 대한민국 국회라는 구호도 무색하게 몸싸움과 정쟁 상쟁만 일삼더니 산더미만한 법률안만 창고에 쌓아놓고 해는 또 저문다. 경찰관의 박봉으로는 세자녀와 가족들을 부양키 어려운 현실은 새벽1시에 신문배달과 잠복근무로 집을 비운사이 꽃한번 피우지 못한 세자녀를 화마에 빼앗긴 이 현실앞에 정부는 국민의 혈세로 공평분배라는 구호속에 갖가지 명목의 세목으로 우리들 주머니를 비우고 있다. 나눔도 서민의 몫이다. 박봉에 날일에 찬서리 맞은 무우잎처럼 어깨 늘어진 얇은 서민의 주머니만 온정을 나누는 도구다. 아우성치는 이들의 목소리는 높은 양반들의 묵직한 고성(高聲)에 묻혀가는 2004년 12월 필자는 속세를 떠나는 심정으로 만삭의 여인이 나신으로 누워있는 거창 가조면 음기마을 미녀봉을 갔다.
유방암의 기암
위정자들의 냉철한 판단이 절실히 요구되는 싯점에서도 우리는 학연과 지연 혈연에 묶이고 가득찬 술잔에 취해 또 다시 우(憂)를 범하고 말았다.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은 점점 멀어지고 어느 논객이 기고한 글에 299명의 의원들이 모여 일하는 국회는 용광로고 닭 싸움판 개싸움판 보다 더 룰이 없다고 질타하지 않았던가? 그 숫자도 모자라 늘리자니... 그래 국민혈세 먼저본넘 임자라고 했으니 니들끼리 알아서 하시구려 ... 이넘은 산이나 오를라오 미녀봉은 만삭의 여인이 나신으로 하늘을 향해 누워있는 형상이라 하여 원.근의 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곳이다. 거창 가조 나들목을 나와 좌회전하여 직진하면 폐교된 석강초등학교(좌측)를 만나고 농공단지와 음기마을을 만난다. 필자는 폐교된 초등학교 정문옆 비닐움막속의 산불감시요원께 미녀봉을 갈려고 하니 어디로 가면 되느냐고 물었더니 맞은편 산을 가르킨다. 왜 미녀봉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자 웃으면서 우측 저 부분이 미녀의 머리고 그 아래가 유방 그리고 그 다음 볼록한것이 임신한 배라고 한다. 필자는 그러면 이 마을에는 자식들이 번창하고 인물이 많이 났느냐고 묻자 크게 웃기만 할뿐 답이없다. 고맙다는 인사를하고 음기(?)마을 교회옆 마을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시멘트 농로길이 미녀의 치마자락 까지 열려있다. 7-8대의 차량이 산밑에 주차되어 있는걸 보니 주차장은 만원일테고 필자는 걸어서 농로길을 따라간다. 겨울속의 봄이라지만 그래도 잎떨어진 나목은 긴 휴식에 들어가 침묵하고 가을 그 그리움 자아내던 억새는 꽃떨어진 대궁만 남아 바람에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새품. 소녀의 가슴 흔들어 연인을 만들고 하얀엽서에 애잔한 마음담아 띄우던... 이젠 그 아름답던 낭만과 추억은 전자메일과 휴대폰에 묻힌지 오래다. 1. 2km를 열심히 올라가니 산중턱에 성황당 느티나무 처럼 정자나무가 서있고 각양각색의 산악회 리본들이 액운을 쫒는 깃발로 달려있다. 솔향내 가슴까지 좋게하는 비탈과 능선을 따라 유방샘을 만나고 좌측 미녀봉 1km 우측 유방암 0.8km의 각자 떨어진 이정표를 보고 필자는 미녀봉쪽으로 발길을 떼어놓는다.
정자나무. 필자도 빨간 리본 하나를 달고...
유방암에서 바라본 미녀봉
유방암
제법 가파른길을 숨고르며 오르자 유방암쪽에선 한떼의 군상들이 전주 대사습놀이 판소리 부분에 출전하려는지 귓청 울리는 소리가 금방 유방암 젖꼭지 떨어뜨릴 기세다. 미녀봉을 만나고 헬기장을 지나 유방암을 향해간다. 멀리 보해산과 의상봉 장군봉이 병풍처럼 늘어서있다. 2002년이던가 운해 그림보다 더 이쁘게 깔려있던 보해산 산행이 눈앞에 아련거리고 그 뒤로 수도산이 어렴풋이 짐작된다. 유방암에서 아래로 여인의 긴 치마자락 처럼 드리워진 산자락은 쉽게 볼수없는 일품이다. 넉넉하고 여유롭고 평화롭다. 일시에 일상이 사라지고 어느새 나는 속세를 떠난 구도자가 된다. 중식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배고픔도 없다. 일망무제. 기단처럼 겹겹히 쌓아올린 유방암은 산객을 지치게 하더니 결국은 넘어지게 한다. 눈오면 이 산은 피해야 할듯... 유방암 봉우리에서 비계산도 조망하고 두무산은 지나는 차량과 사람들 환송하듯 묵묵히 자리잡고 있다. 유방샘을 가는 비탈길을 우습게 보았다간 큰코 다친다. 신발 밑바닥이 다 달아서인지 서너번 넘어지면서 미녀봉으로 가는 갈림길에 흘러나오는 유방샘에 도착하여 맑은물로 목을적시니 막혔던 귓속이 뚫리고 한마리 청솔모가 인적있어도 얌전히 머리를 조아린다. 일일산행지로는 산행시간이 짧아 크게 권할수는 없지만 근교 산행지로는 적합치 않을까 ? 참고로 부산일보와 국제신문 근교산행 답사팀이 다녀갔다. 귀가길 가조온천에 들러 온천을 즐기는것도 산행의 피로를 풀어주지 않을까? 다음주에도 기산들의 송년산행은 계속됩니다.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