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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위 전국 순회공연이라구요?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내가 일 년 전 우리 뮤직센터 학생들이 말라위 음악콩클에서 일등을 했을 때,
나는 이미 사람들에게 이렇게 선포를 했다.
“우리들은 일 년 후에 말라위 전국 순회공연을 떠날 것입니다”
그 후 일 년이 흘러간 8월, 나는 9명의 학생들과 매니저 1명, 음악코치 2명, 음향엔지니어
1명, 버스 운전기사 2명을 데리고 말라위 전국 순회공연을 떠났다.
그것도 우리 전용 스쿨버스를 타고 말이다. 1년 전 우리가 버스 한 대를 전세 내어 14시간을 달려서 말라위 콩클에 참가를 했었는데, 그 낡은 버스가 얼마나 불편하고 또 비쌌던지,
다음에는 꼭 스쿨버스를 구입해서 순회공연을 다닐 것이라는 결심과 소망을 품게 되었다.
이 두 가지 소망이 다 이루어진 오늘, 나는 하느님과 후원자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8월17일이 첫 번째 공연일 이었기에 우리는 16일 새벽에 카롱가를 떠났다.
학생들은 새벽 5시에 뮤직센터에 모여서 악기들과 음향시설에 관한 모든 비품들을 챙겨야만 했다. 연주복과 자신들의 짐을 넣을 가방이 없는 학생들에게 내 여행가방을 몇 개 나누어주고 비닐봉투에 넣은 자신들의 짐을 옮기게 했다. 카롱가라는 작은 도시를 떠나 본적이 없는 학생들이 대다수여서 몹시들 흥분해 해 있었다. 30인승 버스에 악기와 스피커, 여행가방들을 뒤에다 가득 채우니 17명의 앉을 자리가 빠듯할 정도로 버스는 완전 풀이었다.
나는 여행중에 먹을 계란샌드위치와 피넛버터 잼샌드위치를 각각 17개씩 준비하고 바나나와 물도 함께 준비해서 버스에 실었다. 과자와 사탕등 간식거리도 한 박스 준비해서 아이들의
여행을 즐겁게 해주고 싶었다.
카롱가는 말라위 북부 지방에 속해 있는 작은 도시이다. 여기서 우리는 말라위 남부 지방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14시간이나 걸렸다. 가는 도중에 말라위 호수 해안도로를 지나가면서 잠시 해변가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루수빌로 밴드의 첫 공연은 발라카에서 있었는데, 이곳에는 40 년 전에
이딸리아에서 오신 20대의 신부님이 시작하신 안디아모 미션 지역이 있다.
이곳에서 음악, 미술, 기술등을 배울 수 있도록 작으마한 센터를 시작하셨는데, 음악에 재주가 있는 이곳 젊은이들이 "알렐루야"라는 밴드를 구성하여 매년 이딸리아로 순회공연을 하면서 후원금을 모아 말라위로 가져와 운영되는공동체다. 초창기 뮤지션들은 이미 50대를 훌쩍 넘었고 지금은 후배들이 활동을 하고 있으나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은 듯 했다.
20대에 말라위로 오신 그 신부님도 이미 60을 넘었지만 말라위를 사랑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었다. 나는 65살에 미션을 시작했으니 남은 시간이 별로 없어서 더 부지런히 가야하겠다.
우리는 발라카에서 철학교수인 엠마누엘 신부님의 도움으로 학교 기숙사의 숙소를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머물 수 있어서 너무도 감사했다.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끊임없이 나의 하는 일을 도우시면서 힘을 불어 넣어주심을 실감하게 되니 얼마나 감사한가!
두 번째 공연은 블란타이어라는 말라위에서 제일 큰 도시에서 있었는데,
지금 수도인 릴롱궤 이전에는 블란타이어가 수도였다고 한다.
아직도 모든 경제는 블란타이어에서 움직여지고 있는 것이 보일정도로
활력에 찬 도시였다. 이곳에서 나는 처음으로 학생들에게 피짜를 저녁으로 사주고 디저트로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사주었더니 시골에서 사는 나의 아이들에게는 생전 처음 먹어보는 음식들이라서 너무도 황홀해했다.
우리가 옛날에 쵸촐렛이나 아이스크림을 처음 먹어보고 황홀해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블란타이어 청중들은 역시 대도시라서 그런지 재즈 음악을 아주 좋아하며 이해하는 듯했다. 블란타이어 신문에서는 “루수빌로밴드가 블란타이어를 뒤흔들었다”라는 타이틀로 열광적인 반응을 보여줘서 우리모두 기분이 좋았다.
세 번 째 공연은 티욜로라는 작은 마을에서 이루졌는데, 이곳에는 말라위의 유명한 음악가
왈리코 마칼라라는 분이 이곳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무료로 음악수업을 하면서 이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기여하고 있다.
나는 지난달에 이분을 초청해서 우리 학생들에게 워크샵을 갖게 했고 이번에는 우리가 그
지역을 방문해서 연주해주기로 약속한바 있어 이곳을 오게 된 것이다.
오는 길에는 말라위에서 재배되는 홍차밭이 아름답게 펼쳐졌고우리가 점심도 못먹고 달려온 길은 예상보다 2시간이나 지체 되었다. 운전가사도 모르는 길을 물어 물어 달려왔다.
너무 시골이라서 음식점 같은 곳은 아예 눈에 띄지도 않으니 내가 어떻게 해서라도 먹을 것을 준비해야만 했다. 다행히 버스에는 내가 다음날 학생들의 아침식사를 위해 사놓은 계란 30개와 마요네즈, 토스트 빵 4개가 있었다.
학생들이 음향시설을 책크하고 있는 동안 나는 동네사람들에게 계란을 좀 삶아달라고 부탁했다. 불을 피워서 삶아야하니 시간이 오래 걸려서 삶은 계란을 가져왔다.
이런 일들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에서 준비한 칼과 도마를 쓸 시간이 왔다. 계란을 자르고 마요네즈를 버무려서 계란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시간이 너무 흘러서 학생들은 공연을 시작했지만 나는 버스에 앉아서 계란 샌드위치를 만들어야 했다. 학생들이 연주가 끝나면 얼마나 배고플까 생각하니 손길이 더욱 빨라진다. 샌드위치 35개를 만들고 나니 공연이 거의 반은 끝이 났다. 백스테이지에서 계란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해보라, 그것도 일하기에 아주 불편한 버스 안에서 말이다.
말라위의 나의 삶은 이런 종류의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 그래서 나도 이런 일이 벌어져도 결코 당황하지 않고 어떻게 이일들을 처리할 것인가에 더 머리를 쓰게 되는 것이 곧 하느님의 은총이 아닌가 생각된다.
3일을 공연하고 난 후, 우리는 하루를 쉬는 날로 정하고 근처에 있는 리원데 국립공원을 다녀왔다.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지만 거리가 멀어서 미루어 왔던 곳을 학생들과 방문하게 되니 우리들의 기쁨이 여간 크지 않았다. 동물들을 보기 위해서 우리는 1시간 정도를 버스를 타고 달렸는데, 건기라서 그런지 역시 동물들이 물을 마시러 많이 나와 있었다. 학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코끼리 떼들이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아프리카 사람들이지만 이런 짐승들을 처음으로 보는 아이들이 많았다. 말라위 숲속에는 원숭이 외에는 다른 동물들을 만날 수가 없다. 사람들이 모든 짐승들을 잡아먹어서 이제는 모두 국립공원에서만 동물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일몰을 바라보면서 아프리카의 진정한 아름다움에 잠시나마 취해버렸다.
4번째와 5번째 공연은 말라위의 수도 릴롱궤에서 있었다.
첫날은 한국인 개신교 선교사들이 운영하는 말라위에서 제일 좋은 대양병원이었는데,
간호대학까지 운영하고 있는 대양 병원의 백영심 선교사님과 김수지 교수님의 초청으로 우리는 좋은 분위기에서 좋은 숙식을 제공받으며 3일을 지냈다. 간호대학교 기숙사에서 머문 우리 학생들은 지금도 기숙사의 침대가 너무 그립다고 한다. 전기와 침대도 없이 바닥에서 자는
우리 학생들에게 환한 전등불이 비춰주는 이층침대에서 잘 수 있었으니 얼마나 행복했을까
상상이 간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곧 그런 환한 날들이 오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이미 기숙사에 대한 꿈을 심어주셨으니 반드시 이루어주실것이다.
두 째날 공연은 뮤직 크로스로드라는 곳에서 있었는데, 이곳은 노르웨이 정부에서 지원하는 작은 음악학교 같은 곳이었다. 학비를 받고, 운영은 말라위 사람들이 하고 있었는데, 시설이나 관리 등 모든 것이 너무도 허술하여 이런 곳에서 과연 교육이 될 것인가 의아했다.
내가 카롱가에서 살지않고 한국에서 물질로만 후원한다면, 우리 뮤직센터도 이런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내가 왜 말라위에서 살아야하는 의미를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말라위에서 운영되는 뮤직센터나 음악학교를 방문해봤지만, 우리뮤직센터는 역시 말라위 최고의 시설을 갗춘 ,뮤직센터이자 음악학교임을 알게 되어 자부심이 커졌다.
또 공연을 보러오신 한국인 친구들로부터 말라위에서는 처음으로 장미꽃다발을 받고 감동했고 우리 학생들도 처음으로 장미꽃 향기를 맡으며 너무도 신기해했다.
공연 후에는 코리아 가든 식당에서 한식뷔페로 학생들을 초대했는데,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지금도 그 음식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식당 주인이신 조사장님 내외분께서 식비를 받지 않으시고 우리 모두를 초대해주셔서 너무도 감사했다. 이런 도움을 받는 것이 내게는 참으로 위로와 힘이 된다.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을 잘 알고 계신, 정이 많은 우리 한국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우리는 가는 곳마다 청중들과 매스콤으로부터 열광적인 호응을 받아 학생들은 갈수록 강해진자신감으로 더욱 의기양양했다. 이제 마지막 6번째 공연이 무주주에서 있으니 새벽에 출발하는 여행을 위해서 나는 다시 밤새 샌드위치를 만들어야했다. 말라위에는 음식점이 부족하고 있어도 먹을 것은 어딜가나 오직 3가지 메뉴뿐이다. 닭튀김, 소고기 스튜, 생선튀김, 생선튀김, 소고기스튜, 닭튀김으로 순서만 바뀔 뿐이다. 고기를 좋아하는 말라위학생들에게는 더없이 즐거운 메뉴이지만 육식을 안 하는 나는 먹는 즐거움 없이 여행을 하자니 기력이 계속 떨어지는 듯 했다. 집에 돌아와 보니 3kg가 감량되어 있었다. 저절로 다이어트가 된 셈이다.
이보다 더 불편한 것은 화장실 문제인데, 물이 안 나오는 화장실이 많았고, 때로는 숲속으로
사라져야만 하는데, 온갖 풀들이 옷에 달라붙어서 옷을 다 망치는 일들이 번번이 일어났다.
아~· 아프리카, 진정 불편한 곳이, 특히 말라위다.
6번째 마지막 공연을 무주주에서 일요일 1시에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새벽부터 달려온 우리가 10시에 공연 장소에 도착해보니 공연장 열쇠를 갖고 있는 사람이
그 자리에 없고 전화로도 연락이 안 되었다. 음향책크 하려면 2시간 이상은 걸려야하는데,
우리는 마음이 초초했다. 이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우리는 마지막 공연을 취소하고 카롱가로 떠나야한다. 매니저는 분명 몇일 전에 다 확인을 했다면서 자신도 알 수없는 일이라고만 했다.나는 혈압이 상승하는 느낌을 받았지만, 화를 낼 힘도 이제는 없다. 그동안 공연 시간이 2시간씩 늦어지는 것은 보통이었으니 말이다. 아~ 말라위 사람들이여 !!!
1시가 되어서야 교회에서 돌아온 책임자와 연락이 되었는데, 그는 오늘 공연이 있는 것 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매니저가 전화로 공연장을 예약한 사람은 여자였는데, 그녀는 출장 중이고 여기 남아있는 책임자는 남자인데, 그는 오늘 공연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러니까 그 여자가 이 남자한테 공연예약을 받은 것을 말하지 않고 출장을 갔다는 것이었다. 아찔했다. 만일 그가 전화를 꺼 놓았거나 밧데리가 떨어져 전화가 안 되었을 경우, 우리는 마지막 공연을 못하고 청중들을 돌려보내야만 했을 테니 말이다. 오 하느님!!!
어쨋던 우리는 공연을 해야 하니까, 빨리 문을 열어달라고 재촉해서 학생들은 음향책크를 하기 시작했고 나는 다시 시내로 나가서 점심을 먹일 음식들을 찾아야했다. 또 다시 닭튀김과
감자튀김을 포장해서 가져오니 거의 3시가 다 되었다. 1시에 와야할 청중들이 이제야 모이기 시작하니 이럴 때는 늦게 와주는 청중들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점심도 먹지 못한 학생들은 공연을 시작했고 언제 어려움이 있었나 할 정도로 최상의 컨디션으로 청중들을 압도했다. 마지막 무대를 진정 마지막 무대인양 최선을 다하는 나의 학생들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나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10일간의 여행을 통해서 나는 나의 아이들을 더 많이 알게 되었고, 나의 아이들은 나를 정말 엄마처럼 의지하고 나를 사랑하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3년 동안 퍼부운 나의 열정과 사랑의 열매들이 이곳 말라위에 맺어졌다.
때로는 나를 너무도 힘들게 만드는 이곳 사람들이지만, 나는 그래도 그들 곁에 있어줄 것이다. 내가 얼마나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 나의 아이들을 위해서 지금 나의 이 자리를 지켜
나갈 것이다.
노래하고 나팔불며 춤추고 그림그리고 공을 차는 나의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나를 내어줄 것이다. 이 생명이 다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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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 선생님, 감동입니다!! 소망은 품은 자에게 이루어 진다는 것도!!! 선생님의 그 수고를 뭐라 말 할 까요.
앞으로도 말라위를 위해 일을 많이 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무엇보다 건강하셔야겠습니다. 할렐루야.
감사합니다. 간절한 꿈은 이루어집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들의 소망을 들어주시기 때문이지요.
건강해야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것 잘 알 면서도 내 건강 챙기는 일이 잘 안되는군요,ㅎㅎ
모든 것이 열악하고 부족한 곳에서 생활 하시려니 선생님 연세에 얼마나 힘드실까요
세상적인 것을 뒤로 하시고 하느님 영광만 생각하시는 선생님 사랑합니다
늘 주님의 은총속에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늘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때로는 나의 한계를 느낄 정도로 힘들지만, 하느님께서 힘을 주십니다.
그 은총으로 살아갑니다.
주님 ...!!!!! ^*~~
찬미 찬송 받으소서 영원히..!!!
당신 앞에 우뚝 선 ..!!! 사랑의 일 꾼 이며 사랑의 천사..!!! 아녜스님..!!!!!
말라위의 자랑입니다...!!!!! 힘 짱 ...!!!!!!! ^*~~
3년동안 함께 걸어주신 자매님의 사랑과 성원이 저를 이렇게 우뚝서게 했어요. 감사합니다.
많이 편찮으셨다니 걱정이 되는군요 우리10월에 만나서 맛있는 것 많이 먹고 다시 건강해집시다!
어제 이글을 읽고 눈물이 주르르 흘러서 답을 못하고 오늘 아침에 들어오니...세분이 들어 오셔서 감사 합니다
정말 함께 하시는 임마누엘 주님!!! 꿈을 이루어 주시어 더더욱 희망을 갖고 또 꿈을 갖게 해주시는 주님!!
감사와 찬미를....건강히 잘 연주하고 ...무사히 돌아오게 해주심을 감사 드립니다
사랑하는 친구, 노랑나비, 그동안 그대를 많이 그리워했어요. 다시 날아와줘서 기쁘고 고마워요.
3년이란 세월동안 나를 지켜준 그대의 사랑과 응원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던지요! 감사해요.
이모든것이 하느님의 은총이고 우리 모두의 열정이 아니겠어요?
음악여행일정의 모습들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네요
사랑이 없으면 할 수 없는일... 너무 애쓰셨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