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보유 13개 기종 중 3개는 전 좌석에 개인용 모니터
비즈니스 좌석 기울기도 항공사마다 달라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콜센터로 올여름 휴가 항공편을 예약하려는 고재영(37·공무원)씨가 전화를 걸어왔다.
"필리핀 마닐라로 휴가를 가려고 하는데 마닐라행 항공기 기종은 무엇이죠? 좌석 앞에 영화를 볼 수 있는 모니터는 있나요?"
올여름 가족 휴가 계획을 세우고 있는 고씨는 항공사에 항공기 기종부터 문의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마닐라에 하루 2편을 띄우고 있다. 고씨가 휴가를 떠나려는 7월 30일 오전 8시35분 출발편은 A330기종이고, 오후 7시50분 출발은 A320기종이었다.
A330기종엔 좌석별로 영화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AVOD(주문형 오디오·비디오) 시스템이 있고, 이코노미석 간격도 83.82㎝(33인치)로 A320기종보다 2.54㎝(1인치) 넓다. 반면 A320기종은 AVOD가 없다. 고씨는 8시35분 출발편을 택했다. 고씨는 "처음 비행기를 타는 초등학생 아들이 기왕이면 비디오도 즐기면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기종을 골랐다"고 말했다.
해외여행이나 출장길에 항공기 기종을 미리 따져 골라 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비행시간이 3~4시간을 넘는 중·장거리 노선의 경우 기종을 따져 타면 보다 편하고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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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영화 볼 수 있나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은 영화·음악이나 게임까지 즐길 수 있는 AVOD 시스템이 있느냐는 것이다. SK케미칼에서 해외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유현상(32) 대리는 한달에 한번꼴로 해외 출장을 나간다. 비행기만 타면 거의 잠을 못 자는 유 대리는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AVOD가 있는지 여부를 따진다.
유 대리는 "작년 파리 출장길에 AVOD 시스템이 없는 외국 항공사 항공편을 11시간 동안 탔는데, 잠도 오지 않고 급하게 출장을 가느라 책도 가져간 게 없어서 시간을 보내기 난감했다"고 말했다. 유 대리는 그때 기억으로 지난 3월 파리 출장 때는 AVOD가 있는 대한항공 항공기 기종을 택했다.
그러나 이코노미석까지 AVOD가 설치된 기종은 많지 않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13개 기종 중 3개만 AVOD 시스템이 전 좌석에 있다.
②좌석 간격 살펴라
같은 이코노미 좌석이라도 기종별 좌석 간 거리 차이도 크다. 단거리부터 장거리까지 투입되는 대한항공의 B777-300 기종은 좌석 간 거리가 88.9㎝(35인치)이지만, 국내선이나 중국·일본 등 단거리 위주의 B737-900 기종은 78.74㎝(31인치)로 좌석 간 거리가 가장 짧아 B777-300 기종과 10㎝가량 차이 난다. 일부 동남아 현지 항공사의 경우는 승객을 한 명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좌석을 일부 개조해 이코노미 좌석 간 거리가 71.12㎝(28인치)까지 줄기도 한다.
수중 다이빙이 취미라 1년에 3~4번은 동남아 국가를 찾는 오아영(29)씨는 지난해 2월 아시아나항공을 타고 필리핀 세부로 여행을 갔다. 오씨는 "동남아행 국적기를 이용하면 동남아 현지 항공사 항공권보다 15만원 정도 비싸지만 좌석 간 거리가 주먹 하나 정도 차이가 나더라"고 말했다.
③비즈니스라고 다 같지 않다
모든 항공기에 일등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한항공은 보유 여객용 항공기 100대 중 62대가, 아시아나항공은 57중 6대가 일등석이 있는 항공기다. 일등석은 없더라도 대부분 기종에서 비즈니스석은 운영한다. 비즈니스석이라도 기종별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 B747-400 기종의 비즈니스석은 167.5도까지 좌석이 기울어져 거의 누워서 잠을 잘 수 있는 반면, 대한항공 A330-300 기종은 비즈니스석이라도 좌석 기울기가 125도까지, 아시아나 B767-300은 135도까지라 등을 기대는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좌석 기울기나 좌석 간 거리는 같은 기종이라도 항공사별로 내부 디자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약간씩 차이를 보인다. 같은 A330-300 기종이라도 아시아나항공은 AVOD가 전 좌석에 장착되고, 비즈니스석 좌석 기울기도 대한항공의 같은 기종에 비해 40도 더 기울어진다. 다만 일등석은 대한항공만 운영한다.
레드캡투어 VIP 모객 업무를 하는 최재우 대리는 "기종을 선택하려면 떠나려는 여행지에 선택 가능한 노선과 항공기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대체 항공기를 예약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항공기 모델명 알파벳·숫자 의미는?
항공기 기종엔 영어 알파벳과 함께 B777-200, A330-300 등 고유의 모델명이 달려 있다. 숫자 앞 B는 보잉(Boeing), A는 에어버스(Airbus)에서 만든 항공기임을 나타내는 것. 보잉사 항공기 모델명은 '737', '747'. '777' 등으로 시작하는데 십 자리 단위 숫자 '3' '4' '7' 등은 숫자가 커질수록 최신 기종임을 나타낸다. 마지막 단위 '7'은 백의 자리 숫자와 리듬감 있게 읽히려고 붙인 의미 없는 숫자다.
에어버스사 항공기 중 제품번호가 '320', '321'로 시작한다면 중간 통로가 하나인 좁고 작은 기종이란 의미. 제품번호가 '330'으로 시작하면 중간 통로가 2개인 넓고 큰 기종을 뜻한다.
뒤에 붙는 세 자리 숫자는 기종 간 버전을 구분키 위해 항공기 제조업체에서 덧붙인 숫자로 큰 의미는 없다.
*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5/04/2009050400047.html?Dep0=chosunmain&Dep1=news&Dep2=headline7&Dep3=h4_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