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세례 (1870)
칼 하인리히 블로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재위 25년 첫날인 2002년 10월 16일에
교서를 통해 빛의 신비를 반포하였다.
빛의 신비는 예수님의 생애를 묵상하는 묵주기도의 두 번째 신비로,
예수님의 공생활에 관한 내용이다.
<그리스도의 세례>, <카나에서의 첫 기적>, <하느님 나라의 선포>,
<거룩한 변모>, <성체 성사를 세우심>이 그 다섯 가지 묵상이다.
그런데 예수님의 생애를 연작으로 그린 화가들 중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교의로 선포하기 전에 이 다섯 주제를 모두 그린 화가는
아마도 칼 하인리히 블로흐(Carl Heinrich Bloch, 1834-1890)가 유일할 것이다.
그는 칼빈이 주도하는 개신교 국가인 덴마크의 19세기 화가로
프레데릭스보르 성 크리스티안 4세 왕실교회 2층 왕실기도실에,
예수님의 생애 23개 연작 작품을 그렸다.
블로흐는 1865년부터 1879년까지 14년간 이 작품을 그렸고,
이 작품은 개신교 국가에서 예수님의 생애와 성경이 전하는 교훈을
그림으로 표현한 개신교 성화의 대중화를 이끈 중요한 작품이다.
연작 중에서 내용상 아홉 번째 주제인 <그리스도의 세례>는
묵주기도 빛의 신비 1단의 주제로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는 장면이고,
마태오복음 3,13-17; 마르코복음 1,9-11; 루카복음 3,21-22절이 그 배경이다.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려고
갈릴래아에서 요르단으로 그를 찾아가셨다.
그러나 요한은 “제가 선생님께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선생님께서 저에게 오시다니요?” 하면서 그분을 말렸다.
예수님께서는 “지금은 이대로 하십시오.
우리는 이렇게 해서 마땅히 모든 의로움을 이루어야 합니다.” 하고 대답하셨다.
그제야 요한이 예수님의 뜻을 받아들였다.
예수님께서는 세례를 받으시고 곧 물에서 올라오셨다.
그때 그분께 하늘이 열렸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영이 비둘기처럼 당신 위로 내려오시는 것을 보셨다.
그리고 하늘에서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 3,13-17)
예수님께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는 곳은 요르단 강이다.
세례자 요한은 낙타 털 옷을 입고,
조개껍데기에 물을 담아 예수님의 머리위에 붓고 있다.
그 옆에는 갈대로 엮은 십자가가 행렬용 십자가처럼 세워져 있고,
예수님과 세례자 요한은 바위 위에서 세례식을 거행하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순종의 자세로 두 손을 가지런히 가슴에 모으며
무릎을 꿇고 세례를 받고 있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자,
하늘이 열리고 빛이 하늘에서 내려 예수님 머리 주변에 머물렀고,
세례자 요한은 빛이 너무나 강렬해 왼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다.
하늘에서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 3,17)
예수님께서 두 손 모아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였으니,
우리도 예수님의 뜻에 순종하여 하느님의 사랑 받는 아들이 되고,
하느님 마음에 드는 아들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