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리지 - 뿌리를 내리다/김옥전

[김옥전]

연리지 - 뿌리를 내리다/김옥전

TV에서 소개된 기이한 나무는  제 뿌리로 온 몸을 친친 감고 있었다 정교하게 꼬아 올린 뿌리 사이로 겨우 숨통을 내민 가지들이 햇빛을 한 모금씩 얻어  마시곤 했다 오랜 가뭄이 계속되던 오지마을, 땅에서 수분을 찾지 못해 제 몸의 습기를 빨아먹게 되었다는 기형의 나무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혀끝을 찼다 금속성의 슬픔이 첨벙거리며 칼날을 휘두를 때 가뭄을 예감한 아이는 예정보다 빠르게 자궁 속을 빠져 나왔다 유치원에 갈 나이가 지났어도 양수 속에 머물던 시간이 그리워 어미에게 달라붙어 스스로 걷지 않는 것이라 했다 

광합성이 결핍된 어미는 습관성 소화불량을 앓았고 껍질은 호흡곤란으로 자꾸 말라갔지만 미처 주지 못했던 시간을 수유해 주려는 듯,  땅에 뿌리 내리지 못하는 이상체형의 삶을 누구의 탓으로도 돌리지 않았다 

이따금 아이가 눈 맞추고 웃을 때면, 나무는 금새 푸른 잎 돋고 당장 새들이 찾아오기라도 할 듯 행복해, 몇 천 칼로리의 영양분을 일시에 만들어 내면서, 그들은 오래오래 살아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