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조 도신대사(四祖道信大師)의 삼세인과
불조(佛祖) 31대이며 중국 불교의 제4조이신 도신스님은 초조달마 2조혜가( 487~593) 3조승찬(606) 4조도신(580~ 651) 5조홍인(弘忍 602~ 675) 6조혜능(慧能 638~713) 등으로 제4조되시는 분이다. 스님께서는 전생에 신선(神仙) 공부를 하던 재송도인의 후신이라고 한다. 재송도인은 본시 신선공부를 하며,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을 마음대로 하는 신통력이 있는 도인인데 나이 80세에 이르도록 불교를 모르고 있다가 삼조승찬스님에게 신심명이라는 글을 보고 발심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승찬 대사에게 중이 되게 하여 달라고 간청하였더니 "나이 80인데 무슨 중이 되겠소. 중이 되면 경률론 삼장을 배워 달통하고, 또 포교(布敎) 전도를 해서 부처님의 은혜를 갚아야 할터인데, 그대의 나이가 80고령에 달해 있으니 언제 배워서 언제 전도를 하겠소. 그러므로 중이 되려면 몸을 바꾸어 가지고 오시오. 그대는 신선공부가 강하여 그만한 일은 능히 할 것이요"라고 했다. 그래서 재송도인은 새 몸으로 바꾸기 위해 산에서 내려 왔다. 마침 큰 개천에서 빨래하는 과년한 아가씨가 있음을 보고 옳지 이제 길이 열리는구나 하고 말을 걸었다.
"여보 남자에게 소청이 하나 있습니다. 들어 주시겠소?"
"저와 같은 어린 소녀에게 소청이 무슨 소청이십니까?"
"다른 게 아니오. 해가 저물어서 일모한데 이 늙은이가 갈 곳이 없구려. 그래서 잘 곳을 하나 마련하여 달라는 말이오."
"그러시다면 저기 보이는 동네 가운데 큰 기와집이 나의 집이니 그리로 오십시오. 그리하면 내가 아버님께 아뢰어 하루 밤을 주무시게 하여 드리겠습니다. 처녀가 이 말을 하였더니 그 노인은 "고맙소." 하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 죽고 말았다. 처녀는 놀라서 바로 집으로 돌아와 자초지종을 말하였더니 그의 아버지가 동네 사람들을 동원하여 그 노인의 시체를 잘 묻어 장사 지내었다. 그런데 기이한 일이 생겼다. 이러한 일이 있은 뒤로부터 그 처녀는 저절로 잉태하여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부모님이 놀라 "네가 웬 일이냐?"고 추궁하였으나 처녀 자신도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부모가 아무리 추궁해도 모른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네 일을 네가 모르면 누가 아느냐? 어느 총각 놈과 놀았으면 바른대로 대라"
부모는 다그치고 매질을 하였으나, 처녀는 자신도 알 수 없는 일이라 죽고만 싶었다. 그러나 모진 목숨이라 죽지 못하고 급기야 만삭이 되어 어느 날 밤에 남자 아이를 낳게 되었던 것이다. 부모는 아비 없는 자식이라 창피하다고 하여 애기를 받아 강보에 싸 냇물에 띄워 버렸다. 그래도 인간의 생명이 불쌍하여 그 이튿날 아침에 찾아가 보았더니 애기는 아직 죽지 않고, 물은 말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데 애기는 누워있는 채로 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손발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다시 안아다 키웠더니 병 없이 잘 자라고 재주가 비상하였다. 그런데 그 아이가 15세가 되더니 그 어머니에게 말하되,
"어머니 저는 세상에서 살 재미가 없으니, 산 속으로 들어가 중이나 될까 합니다." 하고 홀연히 집을 떠나 어느 산으로 들어갔다. 그때에 산 밑에서 소나무 한 그루를 보고 전생의 일을 깨닫고 글을 한수 지었다.
毵毵白髮下青山삼삼백발하청산
삼삼한 백발이 청산에서 내려와
八十年來換舊顔 팔십년래환구안
80년대의 옛 얼굴을 바꾸었고
人却小年松自老 인각소년송자노
사람은 소년이 되고 소나무는 늙었으니
始知從此還人間 시지종차환인간
비로소 인간에 다시 나온 것을 알겠네.
이 글을 쓰고 산으로 올라 가다가 마침내 산에서 내려오시던 승찬대사와 마주쳤다. 스님이 말씀하되, "어디서 오는 소년인가?"
하였더니."주처가 없이 오는 아이 옵니다"
"성은 무엇이고 이름이 무엇이냐?"
"성은 무성이고 이름은 무명(無名)입니다"
"이놈이 건방진 놈이로구나. 성명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억지로 부르라면 불성(佛性)이라고나 하여 둘까요."
"이놈이 시큰둥하는 놈이로구나. 점점 향내 나는 말만 하는구나. 그런 말을 어디서 배웠느냐?"
"스님 덕택에 배우고 다시 스님을 찾아가는 길입니다."
"그러면 네가 전생에 누구란 말이냐?"
"소동의 전신이 재송도인이올시다. 이제는 스님께서 받아들이시겠지요. 몸을 바꾸어 왔으니까요"
이 말을 들은 승찬 대사는 두 말도 하지 않고 데리고 가서 상좌로 삼고도를 깨닫게 하였으니, 사조(四祖)도신(道信)대사가 바로 그였다. 이상과 같이 사람은 죽어서 몸뚱이만 버리고 마음만이 독로하여 다른 어머니를 찾아 다음 생의 육신을 받아서 환생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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