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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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어떤 나라일까? 경제 대국이자 관광 대국이다. 그럼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한마디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일본에잠시 살거나 일본어를 좀 안다고 마치 일본 전문가처럼 행동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근자감'이 때때로 본질적인 일본보다는 단편적인 일본을 소개해 일본에 대한 편견을 키우기도 한다. 아주 천천히 변하는 진정한 일본의 모습은 무엇일까? 한 사람이 일본의 모든 모습을 다 알 수있을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주제다.
이 책은 자만심을 내려놓고 일본이라는 나라를 편견과 왜곡 없이 다양하고 입체적으로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유명한 우화 <코끼리와 장님〉을 생각해 보자. 앞이 안 보이는 여러 명이 각자 코끼리의 여러 부분을 만진다. 누구는 다리를, 누구는 코를, 누구는 몸통을 만질것이다. 그러나 다리, 코, 몸통, 머리 등 각자 만진 코끼리의 부분을 합치면 결국 코끼리의 전체 모습이 얼추 보인다. 여기서 영감을 얻어 이책에서는 일본을 연구하는 다양한 배경의 한국인, 자국 일본을 나름의 관점으로 분석하는 다양한 일본인의 글을 주제별로 모아 편집했다. 집필을 마친 후에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회의를 통해 꼼꼼한 수정과 검토, 토의를 여러 번 거쳐 조심스럽게 세상에 내놓았다.
한국과 일본은 묘하게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일본은 막연히 한국과 비슷한 나라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안일한 태도, 일본은 한국과 달라 이상한 나라라고 생각하며 그냥 무시하는 태도는 일본을 탐구하고 한일관계의 실타래를 풀어가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에 환상을 가지고 동경하며 한국을 폄하하거나, 반대로 무조건 일본을 비하하며 한국이 낫다며 우월감을 느끼는 것은 한국에 전혀 이득이 되지않는다.
좋든 싫든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여러 분야에서 반목과 협력을 하며 얽혀 있기에 일본을 제대로 알아야 한국에도 이익이다. 한일관계의 어려움 속에서 일본을 바르게 이해하고 싶어서 일본학을 전공한 교수와 강사, 대학원생 그리고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일본학과 강상규 교수와 함께 뜻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자유로이 발표하고 토론하는 '동아시아 사랑방 포럼'이라는 모임이 바로 그것이다. 이 포럼에 공감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 이런 생각을 구체적으로 한 것은 필자가 2017년에 나고야대학에 연구년을 보냈을 때다. 나고야대학에 있을때 교수들과 함께 매주 교육과 연구를 하는 모임을 했다. 일본인의 연구방법과 교육방법 등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연구년이었다. 당시 강상규 교수를 비롯한 교수, 학생, 친구들이 나고야 중부지방을 자주 방문했다. 같은 곳을 여러 번 가도 늘 새로웠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다. 일본을 제대로 알고 싶은데 책으로만 알기에는 한계가 있어 될 수있는 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장소를 다니고 다양한 음식을먹어도 보았다. 일본의 도도부현 47곳 중에 41곳을 다니면서 다양한 체험을 했다. 유학시절에는 돈이 없어서 못 갔지만 그 이후에는 일본을 바르게 알고 이해하기 위해 발품을 많이 팔며 직접 경험해 보았다.그 과정에서 한국과는 다른 일본의 특성, 일본의 '속살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알면 알수록 일본은 특이한 매력이 있는 나라다. 하지만 단순히 '특이하고 이상한 나라'라고 그냥 넘기는 것이 아니라 왜 일본은 이런 특성을 지녔는지 알아갈 필요가 있다. 이런 일본을 이해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이 책에는 일본을 진지하게 연구하는 한국인, 그리고 일본인의 눈으로 본 다양한 일본 이야기가 있다. 책과 경험을 통해 일본을 바르게 보려는 노력의 결실이 일본에 관심이 많은 독자에게자극과 영감을 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일본을 더욱 객관적이고 입체적으로 인식하려는 독자가 늘어난다면 이 책이 세상에 나온 보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일본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 작은 디딤돌이 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원고 모집에서 정리까지 도움을 주신 동아시아 사랑방 포럼의 공동대표 강상규 교수를 비롯하여 고성욱, 신재관, 박경애, 정은순,정수미, 이주영, 김민철 님과 출판 과정을 맡아준 출판문화원 신경진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저자를 대표하여동아시아 사랑방 포럼 공동대표 이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