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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아라 예소리 나훈아 콘서트 예고 보도 자료 *공연장 촬영 금지로 기사 사진은 콘서트 전 배포된 보도 사진을 사용하였습니다. |
“제가 공연 준비하면서 이번만큼 힘들고 마음 졸이고 한 공연이 없었습니더. 어젯밤에도 12시까지 연습하면서 이를 어짤꼬, 오늘 새벽에도 연습하면서 야야 어찌 해야 하노. 근데 왜 안 있는교. 스텝들하고 어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더. ‘야들아, 얼마나 고맙노. 코로나고 지X이고, 이래 오시는 분들 얼마나 고맙노. 저는요. 다른 건 전혀 없고 ‘코로나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이런 맘입니더. 우리가 코로나에 지가 되겠습니꺼. 코로나 지 아무리 까불어도 우리가 면역 체계가 잘 돼 있으면 걸린다 해도 감기 같은 거라오. 제일 큰 문제가 스트레스야예. 내가 스트레스 없애 가지고 코로나 오면 히쭉 웃도록 내가 알아서 할낀게. 내가 뭐라고 하면 대답하면 침튀니까네, 입은 열지 말고 ‘음’하는 기라예, 알겠제?”(나훈아)
“음!(관객들)”
/이혜운 기자 |
지난 16일 오후 2시 대구 북구 엑스코 동관에서 열린 ‘나훈아 콘서트, 어게인 테스형’. 한 칸씩 거리두기 해 앉은 공연장은 4000여명으로 가득 찼다. 들어올 때도 1시간 가까이 소독과 체온 체크, 인증 ARS 등 공항 입국장을 연상케 하는 방역장를 거쳐 들어갔다. 그러나 나훈아는 마음이 복잡한 듯했다. 대구는 현재 2단계로 공연이 가능했지만,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 확산세가 커지면서 공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혜운 기자 |
그래서인지 나훈아는 공연 중간에 눈물이 고이기도 했고, 고맙다는 말도 연신했다. 경상도 말로 “속이 야리꼬리하고 이상합니다(울컥하다)”고도 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대면 공연은 2년만, 지난 KBS 추석 특집 방송으로 열린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비대면 공연 이후로는 11개월 만이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기 전, 나훈아 콘서트 티켓이 오픈한다는 소식을 듣고 ‘광클’해 구한 A석 뒷좌석이었다. 나훈아 콘서트는 보통 티켓 오픈 5분 안에 매진돼 효자·효녀들의 수강신청으로 불린다.
이렇게 예매하고 콘서트 날까지 기다리는데 다시 코로나가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시장에는 나훈아 콘서트 티켓이 올라오기도 했다. 공연은 이틀 전, 아직 취소되지 않았다. 사이트에 들어가니 좋은 좌석이 6개 정도 취소가 됐다. 티켓을 바꾸고, 공연장에 도착했다. 예상과 달리 좌석은 가득 찼다.
<img src="https://static.hubzum.zumst.com/hubzum/2021/07/19/12/39bd6f7105514933877cb6c210a93068.jpg" alt="조선일보">/예아라 예소리 나훈아 콘서트 예고 보도 자료 |
무대 장막이 걷히고 파란 배경 속에서 별들이 쏟아졌다. 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숲 배경 속에 꽃이 피고 새가 날다 발레리나가 등장해 춤을 췄다.
검은 옷을 입은 악마 형상의 댄서들이 등장하고, 그 사이를 발레리나가 피해 다녔다. 배경은 얼음 나라로 바뀌었다. 그때 배경에 천사 날개가 팔락이더니 나훈아가 흰옷을 입고 등장했다.
“난 그냥 네가 왠지 좋아/ 이유도 없이 좋아/ 난 너를 사랑하고 싶어/ 사랑에 빠지고 싶어”
첫 시작은 2002년곡 ‘아담과 이브처럼’. 등장과 함께 관중을 압도하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성량과 카리스마였다.
배경 화면의 날개가 날아가고, 검은색 정장과 선글라스, 마스크를 쓴 댄서들이 올라왔다. 나훈아도 옷을 갈아입었다. 이번 노래는 ‘잡초’.
“아무도 찾지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잡초야”
다시 한 번 폭죽이 터지고, 무대는 어느 골목의 바(bar)로 바뀌었다. 뮤지컬 같은 무대. 손님으로 변신한 나훈아는 “간다면 누가. 너를 못 보낼 줄 알고”라며 1983년 노래 ‘가라지’를 불렀다.
1977년곡 ‘물레방아 도는데’를 부르는 동안에는 뒷 화면으로 1986년 이 노래를 부르던 나훈아가 나왔다. 화면 속 검은머리 나훈아와 무대 속 흰 머리 나훈아는 서로 이 노래를 주고받으며 함께 불렀다.
화면은 다시 지난해 KBS 9월 추석 콘서트 화면으로 바뀌었다. 당시 깜짝 MC로 등장해 신곡 ‘명자’를 소개했던 김동건 아나운서의 모습이었다.
<img src="https://static.hubzum.zumst.com/hubzum/2021/07/19/13/b198d728eb1b4019a104b9743456d088.jpg">/예아라 예소리 나훈아 콘서트 예고 보도 자료 |
이어 무대 위에서 옷 갈아입는 퍼포먼스에 이어 부른 신곡 ‘내게 애인이 생겼어요’는 결혼식을 본뜬 무대로, 또 한 번 환복을 하고는 ‘영영’을 불렀다.
“영영 못 잊~~~~~~~~~을꺼야” 부분에서 호흡을 1분 동안 끊이지 않자 사람들은 박수가 터졌다. 나훈아도 마음에 들었는지 사랑한다는 손 하트로 마무리했다.
그렇게 8곡을 쉬지 않고 부른 후 첫 인사를 했다. 8곡 모두 다른 옷과 무대, 춤이었다. 무대 연출의 제왕다웠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지난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사진을 보여준다고 했다.
흰색 한복을 입은 여성과, 흰색 와이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은 남성. 그의 부모님 사진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누가 봐도 나훈아 아버지라고 할 만큼 닮아 있었다. 옆에는 ’4288.9.10′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여러분, 저 숫자가 뭔지 아십니까. 저게 단기입니다. 요즘은 다 서기를 쓰는데. 옆에 앉은 아버지는 몇 십년 전에 돌아가셨고, 흰 한복 입은 어무니는 지금 100살이 넘었는데 아직도 펄펄 뛰 댕기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 제가 어머니 밥 사드린다고 만났는데 ‘어떤기요. 요즘 코로나 때문에 잘 사는교’라고 물으니, 어머니가 ‘아이고, 말도 마라, 내 요즘 입맛도 없고 죽겠다’ 하더니 혼자 2~3인분을 다 먹어요. 우리 어머니가 이런 사람입니더. 내가 이번에 부를 노래 ‘홍시’ 때문에 이 사진을 보여드렸습니더.”
<img src="https://static.hubzum.zumst.com/hubzum/2021/07/19/12/213e2d7b7a8d4a26af3e04c046ae5bf7.jpg" alt="조선일보">/예아라 예소리 나훈아 콘서트 예고 보도 자료 |
이어 남자들을 위한 ‘남자의 인생’, 탬버린을 치며 ‘자네’를 부르고 나자 뒷 화면에 나훈아가 수중 촬영을 하는 영상이 나왔다.
“내가 이거를 와 틀었는가 하면, 세가 빠지게(힘들게) 물속에 들어가 저걸 7시간 걸려 찍는데 누가 그러데 ‘다른 사람이 한 거지’. 내가 얼마나 기가 차노. 내가 이거 왜 찍었느냐면 삶이 퍽퍽해서. 옆에서는 다 말렸어. 내가 들어가서 죽을까 봐. 그래서 내가 ‘야야, 다른 사람할 것 같으면 내 안 한다 비키라’. 이거 하면서 뭐가 제일 힘들었느냐면 진(청) 바지를 입고 들어가 힘들었습니다. 진 바지가 물에 들어가면 뻑뻑해져 힘들어. 내가 부산광역시 동구 초량동 출신이라 수영은 물개라예. 내가 이걸 튼 건 저걸 한 내 자신이 감동적이어서. 진짜로 내가 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서. 진짜 세가 빠지게 했으니까네.”
<img src="https://static.hubzum.zumst.com/hubzum/2021/07/19/12/62eb9551ed7e402ba8eee742b9b5c3c0.jpg" alt="조선일보">/예아라 예소리 나훈아 콘서트 예고 보도 자료 |
달아오른 열기 속. 나훈아는 흰 바지에 검은 티, 체크무늬 난방을 입고 기타를 들고 등장했다.
“기타만 가지고 하는 건 조금 위험해예. 오케스트라로 하면 좀 틀리도 시끄러워서 묻히는데, 그래도 해볼께예. 저는 이 공연 준비하면서 집에서 혼자 연습을 하는데, 이 노래는 연습하면서 끝까지 노래를 부르지 못했습니더. 그래서 매번 맥주 한잔 마시고 연습했는데, 잘 나가다가 어이 마지막 그 가사 때문에. 나이 먹으니 이상하게. 옛날에 저는 진짜 안 울었거든요. 때려죽인다 해도 안 울었는데 요즘엔 이상하이. 그래서 맨 마지막 가사를 바꿔버렸습니더.”
이렇게 부른 노래는 나훈아가 리메이크해 지난해 새 앨범에 담았던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오/여보 영원히 잘 가시게”의 가사는 “여보 당신을 사랑하오/ 여보 영원히 사랑하오”로 바뀌었다.
그다음으로 ‘무시로’, 노사연의 ‘만남’ 등이 이어지고, “상감 마마 납시오”라는 말과 함께 한복을 입은 무용수들이 등장해 1995년 ‘장녹수’를 불렀다. 트롯트에 큰 관심이 없던 30대 기자가 보는데도 모르는 노래 하나 없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이후 ‘딱 한 번 인생’을 더덩실 춤을 추며 “너나 그냥 잘하세요”라고 부른 후, 그다음 곡인 ‘공’은 무릎 꿇고 앉아 판소리처럼 말을 주고받으며 노래를 불렀다.
“내가 이 노래 중간에 ‘띠리’라는 부분을 넣었는데 이건 할 말 없을 때 할라고. 이 노래 보면 ’100년도 못 살 것을 1000년을 살 것처럼'이란 말이 있어요. 내가 테스형에게 물어봤거든요. ‘어떻게 하면 안 늙는교?’ 하니 ‘죽어뿌라’ 하네요. 테스형 ‘행복은 뭔교? 행복 갈카주면 행복하게 살 텐데’ 하니, ‘행복은 없다. 행복은 불행이 있어야 행복이 있지. 행복만 없다’. 맘대로 공연 보며 소리도 지르고. 친구 만나서 편하게 술 한 잔도 먹을 수 있고. 이게 얼마나 행복한지 아는 거 코로나 때문 아니겠오. 가자!”
<”띠리 띠리띠리리리 띠 띠리띠 띠리”> (공 中)
“이놈의 코로나 때문에 코로나 어딨노 방향이 어디고. 거 있나. 코로나가 우리한테 가리키주는게 있습니더. 인간 너거들 아무리 까불어봤자 눈에 비지도(보이지도) 않는 나한테 꼼짝도 못한다 아이가. 코로나 모가지 비틀어서 갖고 온다 했는데. 비야 끌고 오든가 하지.”
<”띠리 띠리띠리리리 띠 띠리띠 띠리”> (공 中)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바지 발언’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이 지사가 여배우 스캔들을 해명하며, 과거 나훈아 기자회견을 연상시킨 논란의 발언이다.
&lt;img src="https://static.hubzum.zumst.com/hubzum/2021/07/19/12/6bbc1c671b1547b782da38730cdeb7df.jpg" alt="조선일보"&gt;/조인원 기자 가수 나훈아씨가 2008년 1월 25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세간의 자신의 의혹에 대해 해명 기자회견 도중 탁자로 올라 바지 지퍼를 반쯤 내리며 "내가 벗어야 믿겠냐"고 항변하고 있다. |
“아니 내가 바지를 어쨌다고 가만히 있는 사람 바지를 갖고 내 바지가 지 바지보다 비쌀긴데.”
<”띠리 띠리띠리리리 띠 띠리띠 띠리”> (공 中)
“어쨌든 간 있는거 다 쓰고 죽어야 해. 남가 놓으면 뭐하노. 천당에는 은행도 없고 가져가 봐야 쓸 수도 없고. 남가놔봐야 자식 지들끼리 싸우고 앉았고 절대 주지 마소.”
<”띠리 띠리띠리리리 띠 띠리띠 띠리”> (공 中)
“내가 옛날에 1985년에 이북에 간 적이 있습니더. 가서 공연을 하는데 노래를 하고 났는데 다들 박수도 안치고 눈만 껌벅껌벅하고 있어서 참 충격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때 받고 오늘이 두 번째입니다.”
<”띠리 띠리띠리리리 띠 띠리띠 띠리”> (공 中)
“내가 코로나 때문에 2년 동안 공연 못하고 오늘 여러분 보니깐 폭삭 많이 늙었네예. 코로나인데 와주셔서 눈물 나도록 고맙습니더. 나오기 전에도 나 노래하나 눈물 나면 어쩌면 좋노 했거든요. 다들 자식들 말리는 사람 많았을 거 아닌교. ‘어찌 할라고 가노’, ‘나 죽어도 간다’ 이러고 온 사람들 아닌교. 내가 책임지고 오늘 청춘 돌려드릴게예.”
이 말과 함께 찢어진 비즈 달린 청바지와 흰색 나시티를 입고 ‘청춘을 돌려다오’를 불렀다. 이어 ‘사랑의 배신자’, ‘고장난 벽시계’ 등을 부르자. 무대가 어두워지며 뒤 화면에 소크라테스 동상이 나왔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젊은층까지 사로잡은 신곡 ‘테스형’이었다.
&lt;img src="https://static.hubzum.zumst.com/hubzum/2021/07/19/12/23830b9905ba448389569f2ec80fb04d.jpg" alt="조선일보"&gt;/이혜운 기자 |
공연 마지막 나훈아는 무대 위에 무릎을 꿇었다.
“진심으로 진심으로 진심으로 백개 만개 고맙습니다. 내가 하면서 계속 울컥울컥 했는데, 울면 노래를 못하니깐 울지는 못하고 너무 고마운 마음에 넘이 뭐라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코로나를 이겼습니다. 코로나가 뭐라 하거나 말거나 우리는 이래 삽시다. 여러분 절대 기죽고 살지 맙시다. 앵콜 하고 싶어도 말 하면 안 되니 오늘은 이래 끝냅시다. 증말로 감사합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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