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해야 잠꾸러기 해야>
(이연경/바람의 아이들)
지은이 이연경은...
73년생.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경남대 국문학과 졸업. 95년 경남신문 신춘문예에 동화 '보름달'이 당선되었다. 지금은 경주 첨성대 부근에서 아이를 키우며 동화를 쓰고 있다. <해야 해야 잠꾸러기 해야>가 첫 작품이다.
책 읽기...
주인공 상효는 해가 잘 들지 않는 반지하 방에서 엄마, 언니와 살고 있다. 아빠가 집을 떠난 후 엄마는 툭하면 상효를 때린다. 이제 열한살밖에 되지 않은 상효는 엄마의 매질을 자신이 괴물같이 못나고 엄마에게 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이런 상효에게 같은 반 친구 유리와 옆방에 사는 송기사 아저씨는 숨통을 트여주는 사람들이다. 유리는 상효를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친구이고 송기사 아저씨는 상효에게 따뜻하게 대해주고 속내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어른이다.
마음을 다해 키우던 병아리가 죽던 날도 상효는 엄마에게 흠씬 두들겨 맞는다. 그날 처음으로 상효는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한다. 엄마가 싫다고...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아빠는 안그랬다고... 그리고 상효는 학교에도 가지 못할 만큼 아파서 앓아 눕는다. 몸도 마음도 지쳤으리라.
유리와 김보람이 병문안을 다녀간뒤 기운을 차린 상효는 엄마와 함께 옥상에 올라가 해바라기를 한다. 해바라기... 이후 상효는 조금씩 엄마의 매질과 노랑이의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와지고 뜻밖의 소식도 듣는다. 외할머집으로 이사를 하기로 한 것. 어두운 동굴같은 반지하방에서 벗어나 햇볕 잘드는 지상의 집에서 살게 될 날이 멀지 않은 거다.
얼마나 고대하던 일이던가. 그러나 상효는 아직 마음이 복잡하기만 하다. 송기사 아저씨와 헤어져야 하다니. "아저씨가 없으면 누가 나를 지켜주나요?" "아가야, 넌 네가 지켜야 하는 거야. 넌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 아빠같이 따뜻한 송기사 아저씨가 해준 한마디에 상효는 용기를 얻는다. 시골로 내려간 상효는 행복하겠지. 힘이 들 때마다 아저씨와 나눈 우정을 생각하며 씩씩하게 들판을 내달리겠지. 그랬으면 좋겠어...
다 읽고 나서...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요즘 그렇잖아도 심심찮게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는 아동학대의 현장을 코앞에서 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이는 약자다. 약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없는 우리 사회의 무식한 단면을 보여주는 아동학대. 생각은 하고 있으되 누구나 선뜻 달려들지 못하는 문제를 풀어헤친 작가에게 박수를...
그러면서도 꼬리를 무는 게운찮은 생각들... 엄마는 왜 자꾸 상효만 때렸던 것일까? 늘 상효 곁에 있던 언니는 왜 엄마의 매질로부터 상효를 보호하지 못했던 것일까? 어린 두 아이를 남기고 떠난 남편의 빈 자리에 쌓인 분노와 절망의 표현이 꼭 아이에게 퍼붓는 매질이어야 했을까? 상효의 마음에 깊게 패인 상처는 과연 치유가 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작가의 첫 작품임에도 주인공의 심리나 주변 상황이 비유와 상징, 이미지를 통해 선명하게 들어난다.(상효의 괴롭고 힘든 삶과 볕이 잘 들지 않는 어두운 반지하방 등)... 그러나 때로는 전체적인 구성을 아우르기 위해 짜맞춘듯한 비유(특히 앞부분... 오늘도 무사히, 소녀의 기도, 김보람과의 관계 등)가 식상함을 주기도 하고, 군데군데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문장들이 더러 눈에 띈다.(... 별들이 수없이 박혀 있었다, 밖에서 보니 빛하나 없이 깜깜한 방안이 환히 다 들여다 보였다, 등등) 다음 작품은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두번째 작품에서도 이러면 짜증이 날 거 같당...
|
첫댓글 두 번 째 작품이 이 정도라면 나도 열 받을 거다. 첫 작품이라니까 두 번 째 작품을 기대해본다.
두번째 작품이 기다려지는 걸요?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