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비가 내립니다.
저녁 나절 들어오는 길에 마누라님을 만나
집 근처에서 둘이 칼국수를 먹고 막 집에 들어왔는데
안토니오 형님의 전화가 왔습니다.
"시몬아 쐬주 한잔 하자"십니다.
술을 별로 즐기시지 않는 분이라 의아했지만
프란치스코 형님네 문방구로 나갑니다.
요셉형님이랑 셋이서 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드레아 형님이랑 마르코씨가 아직 안보입니다.
지난 번 장모님 상을 당했을 때
익산까지 먼길을 와 주신 것이 고마워
그렇잖아도 한번 함께 하는 식사 자리를 마련할 참이었는데
먼저 모이자는 연락을 주시니
기꺼이 지갑을 챙겨 나갔던 것입니다.
동네 고깃집에서 안창살이랑 삼겹살을 시켜
쐬주 네병을 나누고 들어왔습니다.
술갑을 먼저 내겠다고 실갱이를 하다가
내가 지고 말았습니다.
지난 번 장례식장에서
먼길을 오셨길래
차비에 보태시라고 오만원을 챙겨 넣어드렸는데
그 돈을 쓰지 않고 오늘 자리를 마련하신 거 였습니다.
마음 하나 쓰는 나보다 마음 둘을 쓰는 형님들이 고마워
미음이 찡합니다.
술이 한 잔 들어가니
장모님 생각이 많이 납니다.
막내 사위 놈이 살갑지도 못하고
먹고 사는 핑계로 뭣하나 잘 해 드린게 없는데
말 그대로 어느 날 갑자기 가셨습니다.
돌아가시고 장례를 치루면서
정신이 없어
돌아가셨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집에 돌아와 베란다에서
담배 하나 물고 비오는 하늘을 쳐다보니
물 밀듯이 가신 장모님이 떠오릅니다.
원광대 병원 응급실에서
막내사위 왔다고 힘주어 눈을 뜨시고
나를 쳐다보시던 그 모습이 생생합니다.
내 막내딸 잘 데리고 살라는 것 이상으로
막내 사위 놈에게 무언가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있으셨으리라 싶습니다.
처남 처형 칠남매
잘 화해하고 우애있게 살게
힘 쓰라는 당부가 분명했습니다.
장례를 치루고 돌아와
여섯 처남 처형에게 구구절절 편지를 써서
부쳤습니다.
육십이 다 된 큰 처형부터
나랑 동갑인 막내 처남까지
고맙다는 전화를 해왔습니다.
이제 우리 우애 잘하고 살자구요~
장모님이 가시면서 우리 칠남매
그거 하나 확실하게 심어주고 가신 겁니다.
어머니~
일찍 남편 여의고
평생 칠남매 키우느라 고생만 하신 당신~
당신 가셔서 걱정 안하시게
우리 칠남매 우애 잘하고
잘 살테니 부디 편히 가시고
영생하소서~
첫댓글 가슴 속 깊은 곳에 잔잔하게... 떨리는 듯 물결이 입니다... / 장모님에 대한 애정(설령 살아 생전 모두 표현을 못하셨다 하더라도)이 매우 깊으신 것 같아요... 우리 워낙잘생긴죄인님이요...*^.~ / 전 아직 제 처가에서 그런 살가운 情을 느껴본 적이 없어 참 부럽습니다... . 장모님 좋은 데 가셨을 거에요!
그리고 처가댁의 일곱 처남 남매분들 모두 워낙잘생긴님께 감사하고 또 사랑스러우실 것 같습니다... / 부디 모두들 오래 오래 건강들 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빌어 봅니다... / 좋은 글 감사하게 잘 읽었습니다........*^.~
마음이나 생각이 글로 변하는 순간 본질은 이미 변하나 봅니다.~저, 절대로 좋은 사위, 좋은 매제, 좋은 제부가 아니거든요~ㅠ.ㅠ
글 쓰신 님의 맘이 어여삐 드러납니다.................생을 다 하시면서의 끝자락에 내려 놓으시는 당부.........징합니다.. .
저도 늦은 시간 저보다 연배신 언니의 전화를 받고 검은 맥주 한병을 마시고 이제 마악 들어왔습니다....너무 늦었지요 ..하지만 나선 시간이 늦었으니 이해 해 주십시요 ㅎㅎ 왠지 허한 오늘이였습니다...알고보니 비가 와서 였군요 ㅎㅎ
그런데요 정정 합니다..고 작은 맥주 한병은 성에 차지 않아 한병에서 조금 더 마셨네요..워인님 세례명은 시몬이시라구요 ㅎㅎ... .
정정하는 그마음..또..좋아. 보는이에게 웃음을 주네요....ㅎ.
시몬 맞습니다~맞구요~적당한 알콜기운이 행복을 찾아주기도 하지요~감사합니다.
아이고,.대단한 분이에요,박수..그게 세상 편하게 잘 사는 길이지요,처갓집 말뚝보고도 절 한다는 옛말..다 이유가 있는 것이지요.그게 집안이 편하고 ㅎㅎ,행복의 지름길입니다.부러워요..
저는 처가 말뚝에 절안하면 집에 와서 죽도록 맞는 걸 잘 알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갈 때마다 합니다.흑흑흑
워낙 잘생긴 분이 마음까지도 아름다우시네요... 그 고운 마음이 옆에 계시는 분들 뿐만이 아니라 저 멀리 계시는 장모님께도 닿아있을 것 같습니다...잘생긴님의 따뜻한 마음이 카페 구석 구석까지 퍼져 있는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유감입니다만, 처음 밝힙니다. 제 닉은 저의 간절한 소망이랍니다. 또 흑흑흑
도데체 무슨 말씀인지?? 닉이 많으신가 보네요...^^
잘 생기고 싶은 소망이 아주 큰 남자라서 닉을 그리 지은 거라구요~ㅠ.ㅠ
^^*
*^^*
저도 이 정도면 가섭 정도는 되겠지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