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연구했나?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커지면서 감정노동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더불어 직장과 가정이 서로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일-가정 균형에 대한 관심도 올라가고 있다. 이번 연구는 직장의 감정노동과 가정의 감정노동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봤다.
무엇을 연구했나?
근로자에게 직장은 삶에서 일부분이다. 하지만 직장과 가정에서 보이는 태도와 스트레스, 감정 등은 서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Yanchus는 감정노동을 가정까지 확대해서 가정에서도 기대되는 행동과 감정이 있고 이에 따라 가정에서도 감정노동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는 직장의 감정노동이 가정의 감정노동에 미치는 영향(spillover)과 궁극적으로 배우자의 감정노동과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Bakker는 2009년 일 중독에 걸린 근로자는 배우자에게 소홀하게 되고 배우자는 관계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직장의 감정노동이 가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했다. Hochschild(1979)에 따르면 감정노동은 표면행위(surface acting)와 내면행위(deep acting)로 나뉜다. 표면행위는 실제 느끼지는 않고 외부에 보이기 위한 감정이다. 직장에서 보인 표면행위가 가정에서 보이는 표면행위에 미치는 영향과 근로자가 가정에서 표면행위를 보였을 때 배우자도 가정에서 표면행위를 더 많이 보일 것인지 연구했다. 이번 연구에서 거론되는 파급효과(spillover)는 직장에서 보인 행동과 감정 등이 직장이 아닌 영역으로 옮겨지거나 지장을 주는 사례를 말한다. 직장에서 근무시간이 너무 길거나 업무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너무 적을 때 일과 가정 사이의 갈등이 더 많아지는 현상이다. 자원보존이론(Hobfoll, 1998)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오래 겪은 사람은 소진돼서 추가적인 자원을 투입할 수 없게 된다. 직장에서 표면행위를 보였던 사람들은 이미 자원이 소진됐고 특정한 감정을 진실로 느끼기 위한 자원이 없게 돼 가정에서도 가족의 기대에 따라 진실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 수 없다. 결국 표면행위를 보이는 것이다. 파급효과(spillover)에 따르면 직장에서 표면행위를 하는 감정조절전략을 활용했던 근로자는 가정에서도 표면행위를 한다. 크로스오버(crossover)는 직장에서 느낀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근로자로부터 배우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이다. Bakker와 Demerouti(2012)에 의하면 일단 파급효과가 발생하면 근로자와 배우자들 사이에는 크로스오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연구에서는 직장에서 표면행위를 보인 근로자가 가정에서도 표면행위를 보일지에 대한 것과 이런 행위가 배우자의 표면행위에도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하고자 했다. 근로자와 배우자가 가정에서 보인 표면행위가 행복에 미치는 영향도 탐구했다.
어떻게 연구했나?
안나 이사벨 산즈-베르겔 스페인 IE대 교수팀은 75쌍의 근로자 부부를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다. 참가자들은 연구가 시작될 때 일반적인 설문에 응답했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 동안 매일 직장에서 업무가 끝난 시점과 가정에서 취침하기 전 두 번 일기장 형식의 설문에 응답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설문참가자들은 직장에서 보인 표면행위가 가정에서 보인 표면행위와 비례했고 가정에서 보인 표면행위는 행복감과는 반비례했다. 가정에서 보인 표면행위는 직장에서 보인 표면행위와 행복감과 관련이 있었다. 근로자가 가정에서 보인 표면행위는 배우자가 가정에서 보인 표면행위와 비례했다. 배우자가 가정에서 보인 표면행위는 근로자가 가정에서 보인 표면행위와 연결돼 서로로 영향을 줬다. 궁극적으로 파급효과(spillover)와 크로스오버효과(crossover)가 모두 존재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근로자가 직장에서 보인 표면행위는 가정에서 보이는 표면행위에도 영향을 미쳤고 궁극적으로 배우자가 가정에서 보인 표면행위와 행복감에도 영향을 끼쳤다. 근로자가 가정에서 보인 표면행위가 배우자가 가정에서 보인 표면행위와 비례하는 관계가 있다는 것은 감정의 조절이 가정에서도 이뤄지며 가족 구성원에게 서로 전이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가 일상생활에 주는 교훈은 다음과 같다. 표면행위의 부정적인 결과를 고려하면 조직에서는 근로자들에게 자신들이 실제 느끼지 않는 감정을 표현하도록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교육훈련을 통해 근로자들에게 표면행위와 내면행위의 차이를 이해시키고 표면행위의 부정적인 영향을 알게 해야 한다. 근로자들이 표면행위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내면행위를 할 수 있게 조직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또 가정에서는 배우자의 표면행위가 궁극적으로 근로자가 직장에서 보인 표면행위 및 행복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이해하고 배우자들이 표면행위보다는 내면행위를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일-가정 향상(work-family enrichment)의 개념이 대두되는 것을 고려할 때 직장과 가정에서 표면행위를 줄여야 궁극적으로 배우자의 표면행위도 줄어들고 행복감은 증가할 수 있다.
송찬후 KAIST 경영과학과 교수 chanhoo@kaist.ac.kr
필자는 성균관대 산업심리학과를 졸업하고 University of Wisconsin-Oshkosh에서 심리학 석사, University of Nebraska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Fairleigh Dickinson University에서 조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관심 분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윤리경영, 기업범죄, 리더십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