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풍납동에 위치한 서울아산병원은 외래환자수 전국 1위의 초대형병원이다.
아산병원은 하루 처방전 발행건수만 4500여건에 달할 정도로 약국입장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도 같은 입지다.
그러나 아산병원은 독특한 입지 탓에 문전약국이 개설되기가 힘들었다. 이에 병원 반경 약 1km 밖에 약국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지역이 풍납중학교 주변이다.
이같은 구조가 승합차 호객행위 등 과당경쟁을 양산했고 처방전이 인근약국으로 분산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송파구약사회 관계자는 "분업이 아니었다면 풍납중학교 주변 강동대로변에는 유동인구 등 약국경영 설계 지표를 봐도 약국이 들어설 수 없는 지역"이라며 "분업이 파생시킨 가장 독특한 약국 밀집지역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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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산병원 주변에는 13개의 약국이 인접해있고 키오스크에 등록된 약국만 21곳에 달한다. |
◆아산병원 영향권에 놓인 약국 21곳…과당경쟁 양산 = "오늘은 이 약국 한 번 가시죠?"
아산병원 내부에는 키오스크를 통한 처방전 발송 장비가 수십 대 설치돼있다. 키오스크에 등록된 약국은 총 21곳.
약국간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이제는 호객꾼이 원내에 까지 진입해 환자들을 특정약국에 유도하는 사례도 포착됐다.
40대의 여성은 환자들이 키오스크에 나타나면 갑자기 등장해 키오스크를 통한 진료비 계산과 약국 지정 등을 도와주며 특정약국을 이용해 보라고 권유했다.
환자가 원래 가는 약국이 있다고 말하면 오늘은 이 약국을 한번 이용해 보라고 유도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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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호객꾼이 환자 처방전송을 유도하는 모습 |
환자가 좋다고 하면 약국에 처방전을 발송하고 동관 후문으로 환자를 데려가 승합차까지 안내해 주는 게 호객꾼들의 역할이다.
실제 기자가 확인한 결과 특정 약국에서 파견한 것으로 보이는 여성 호객꾼들은 원내에서 2~3명은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동관 후문으로 나가자 약 10여명의 약국 파견 직원들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무전기, 핸드폰을 사용하며 처방전을 든 환자만 보면 벌떼같이 달려들어 환자들을 유인하고 있었다.
주변에서 만난 환자 A씨는 "약국같이 차를 태워다주니 편하기는 하다"면서 "조제가 끝나면 인근 지하철역까지 태워다준다. 한 약국에서 차를 몇 대씩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약국들이 이같이 환자 호객행위를 하다 보니 환자가 키오스크를 통해 A약국을 지정해도 B약국에서 조제가 이뤄지는 기현상이 비일비재하고 벌어지고 있다.
병원 문전약국의 한 약사는 "처방전이 약국에 전송돼도 이탈율이 30% 이상은 된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호객행위를 보는 시각은 다르다. 병원과 약국이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환자 서비스 차원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과 환자 호객행위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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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 주변에는 승합차를 이용한 약국 호객행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
수년째 계속돼온 승합차 호객행위가 잦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유지되는 이유다. 행정 당국도 단속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병원 문전약국 입지분석 = 2004년 8월 기준으로 아산병원 주변 약국은 6곳에 불과했다. 지금은 13곳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강동대로를 기점으로 송파세무서 방면으로 4곳의 약국이 길 건너 극동아파트 방면으로 9곳의 약국이 밀집돼 있다.
강동대로에는 유동인구가 거의 없다. 이같은 황량한 거리에 약국 13곳이 성업을 하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주변 약국의 한 약사는 "신관이 증축되면서 약국들이 리모델링을 하고 최근 들어 2곳이 새롭게 개업을 했다"면서 "하지만 약국간 양극화는 큰 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병원 규모가 원채 크다보니 개업을 하면 100건은 보장된다는 게 약국가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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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산병원 문전약국은 분업이 만든 가장 특이한 입지구조를 갖고 있다 |
특히 약국가는 기존 약국을 인수하려면 중형약국 기준으로 권리금만 3억원 이상을 생각해야 한다며 문전약국 빅5는 시장에 나오지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변의 약국의 약사는 "이제는 개업할 곳도 없을 것"이라며 "키오스크가 도입되면서 처방전이 분산되기는 했다. 하지만 특정 약국이 독식하는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주변 상가주인들도 약국을 입점 시키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편의점, 식당이 약국으로 개업을 한 것도 좋은 예다.
◆아산병원 문전약국 '빅 5' 독주 = 아산병원 문전약국의 특징은 청구건수는 적지만 청구액은 크다는 점이다. 즉 고가약 사용과 장기처방이 많다는 이야기다.
2009년 심평원 집계 기준으로 병원 문전약국 중 극동아파트 방면의 K약국이 월 평균 청구액 14억4900만원으로 단연 1위다. 이 약국의 월 청구건수는 7000건 정도다.
이어 극동아파트 쪽에 위치한 또 G약국이 월 평균 청구액 13억5000만원으로 송파세무서 방면의 K약국이 13억2400만원으로 3위였다. 이들 약국들의 월 청구건수는 7000건 내외다.
풍성중학교 쪽 샛길에 위치에 있는 D약국은 월 청구액 12억7200만원(월 6000건)으로 4위였다. 또한 송파세무서 방면의 D약국이 8억2900만원(월 3000건)으로 빅 5에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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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산병원 주변 빅5 약국의 청구액 순위 |
지역의 한 약사는 "실제 처방전당 조제료 비중은 8~9%정도"라며 "나머지는 모두 약값으로 청구액만 크지 실제 조제료는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의약품 사용량이 많다보니 도매나 제약사 수금할인 규모도 커져 조제료 외의 수익도 무시 못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병원 문전약국의 매약은 전체 약국 매출액의 20% 미만으로 처방환자가 덤으로 구매해 가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일부 약국에서는 화장품, 건기식 등을 특화시킨 매장을 구성, 다각화 시도도 눈에 띄었다.
◆근무약사 인력구조는 = 아산병원 문전약국가는 명성에 비해 근무약사 규모는 크지 않았다.
가장 많이 고용한 약국이 6명이었고 3~5명이 가장 많았다. 여기에 근무약사는 차등수가 기준에만 맞추고 ATC(조제자동화기기)와 보조원을 채용하고 있는 약국들이 많았다.
근무약사 임금은 신입의 경우 월 280~300만원에서 책정됐고 2~3년차 경력약사는 350~400만원 이상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직률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게 지역 약사들의 분석이다.
주변의 약사는 "타 약국에 비해 조제가 쉽지는 않은 편이라 이직률이 높다"며 "그러나 교통편도 괜찮고 서울이라는 점 때문에 근무약사 채용은 용이하다"고 말했다.
첫댓글 결국은 장사꾼이 되어갈수 밖에 없는 상황이네요...
남의 일이 아니군..... 호객행위? 삐끼도 세워놓지....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