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미 유고특집
송유미 시인을 추억하다
서지월(시인)
참으로 이뻤다고 할까. 부산의 송유미 시인은 내가 시인이 되어 활동한 전반기에 만난 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기에 더욱 아스라한 추억을 가지고 있다.
키가 작아도 흠이 되지 않은 송유미 시인은 여름날 뜨락의 채송화 같다 할까. 그녀가 세상을 떴다는 비보를 듣고 이 글을 써야한다는 게 더욱 무겁기만 하다. 나는 아직 살아있는데 가녀린 여성 후배 시인이 세상을 떴으니까 말이다.
내가 송유미 시인과 같은 시 전문지 《심상心像》 신인상 시 당선으로 등단한 지 10년 남짓 되었을까. 어느날 연락이 왔다. 아마도 그녀의 두 번째 시집 《허난설헌은 길을 잃었다》인 것 같다. 시집 해설을 부탁받은 것이다. 그 이전에 이미 부산에서는 내 산문에 대한 소문이 나 있었던 그 영향인 것 같다.
그런가 하면, 동료 최영철 시인이 서울에서 낙향해 부산에서 《현장現場》이라는 교양문화잡지 편집장을 하고 있었는데 원고청탁이 온 것이다.
시인들도 모이면 배호의 노래를 즐겨 불렀는데 대구엔 서지월, 경남 울산엔 정일근, 부산엔 최영철이라는 소문이 나 있었던 터라 내게 배호의 노래에 대한 매력이라든가 얽힌 사연을 써달라는 것이었다.
요행이 내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가수의 꿈과 시인의 꿈을 함께 해 왔기에 가장 즐겨 부른 노래가 배호의 노래가 되었던 것이다. 그 후 중학교 동기동창인 인제대학교 영문과 이경수 교수가 배호 노래를 아주 즐겨 부른 팬으로 등장하기도 했는데 배호의 노래에 얽힌 이런저런 사연들이 많았다.
배호에 대해 쓴 글이 《현장現場》에 발표되었을 때, 편집장인 최영철 시인이 전화가 왔다.
“서형! 산문 잘 쓰네. 놀랐어요. 유머와 재치를 곁들인 미문에 반했소!”
이런 투의 소감을 밝혀 주어 아주 고마웠다.
이런저런 전차로 송유미 시인 역시
“서지월 선배님, 산문 참 잘 쓰시데요. 반했습니다. 제 두 번째 시집 해설을 좀 써주십시요.”라 부탁해 써주었던 인연이 있었다. 시집 해설이라는 가볍지 않은 주제였다.
인연이 없어 37세까지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요행히 동해안에서 열렸던 해변시인학교에서 만난 강릉여자와 결혼하게 되었는데, 마땅한 데가 없어 생각 중이었는데 마침 정일근 시인이 연락이 와 신혼여행을 부산 해운대로 가기로 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내 신혼여행은 정일근 시인이 마련해 준 성찬이었다. 내 생에 그 고마움을 잊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후에 우리가 이 세상을 등지고 나면, 청마 유치환이나 미당 서정주처럼 이름은 남아 대구의 서지월 시인이 늦깎기 결혼을 해 정일근 시인이 배려해 부산 해운대에서 신혼여행을 가게 되었다는 이 기록만큼은 남으리라는 내 마음이다.
이때 또 만난 후배 시인이 송유미 시인이다. 신혼여행으로 부산 해운대에 와 있다고 하니까 바로 나오겠다고 해, 해운대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처음으로 오륙도 관광을 가졌던 추억이 그것이다. 섬이 다섯 개로 보이기도 하고 여섯 개로 보이기도 한다는 이은상 시조가 있듯이.
생전, 박목월 시인이 창간한 월간 시 전문지 《심상心像》 주최로 서울대학교 국문과 박동규 교수님이 30여 년을 개최해 온 해변시인학교에서 동해안과 서해안에서 자주 만났던 기억의 송유미 시인!
그 이후, 이윤택 선배 시인이 주관하는 부산의 문화교양지 《개릴라》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는 소식을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내 신혼여행 때 해운대에서 오륙도를 오가며 유람선에서 들었던 것은 송유미 시인이 서울 출생인데 부산으로 와 살게 되었다는 기억이 난다.
우리가 천직이
시인이라면
하늘이 내려준 운명이리
그 운명을 좇아 살아온 한평생이
반평생이 되기도 하는 운명이라면?
그 얼마나 안타까우리
사물에 대한, 아니면 대상이나
자연에 대한 관조의 눈으로
살아가는 시인이란 존재가
바닷가에 와 말발굽처럼 멎어버린다면?
이 또한 얼마나 절망적이리
깨어있는 꽃도 시들면 그뿐
시인의 목숨도 울음 그친
새가 된다면?
그대의 영혼은 훨훨 날아올라
무운천無雲天을 떠도는지
그 무늬마저 보이질 않구려
*고 송유미 시인을 생각하며 쓴 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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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월
1955년 대구 달성 출생으로 1985년 《심상》, 《한국문학》으로 등단했다. 중국 장백산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대구시인학교 지도시인이다. 시집으로 『소월의 산새는 지금도 우는가』, 『팔조령의 별 보기』 외 여러 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