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국가보안법 개정논의 과정에서 한때 여야 의원들이 공통으로 삭제안을 내기도 했던 조항이 국가보안법 7조 5항(이적표현물 제작, 반포, 소지 등) 이다. 이 조항에 대해 유엔 인권위원회 등은 "국제인권규약의 핵심적인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결정적으로 침해한다는 이유로 폐지를 권고해왔다. 역대 국가보안법 적용사를 살펴볼 때도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가장 심각하게 남용된 조항이 바로 이적표현물 조항이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이적표현물 조항은 김대중 정부에서도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인물 뿐 아니라 출판물, 인터넷 사이트, 예술활동의 창작물 등에 대해서도 이 조항을 적용하여 처벌하였다. 또한 국가보안법 위반 구속자 대부분이 이 조항을 적용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보안법 7조5항으로 구속된 사례뿐 아니라, 표현물 조항이 아닌 다른 조항(3조, 7조3항 등)으로 구속된 이들 대부분에게도 '약방의 감초'격으로 적용되었으며 집시법 등 다른 법규 위반으로 구속된 이들에게도 적용되기도 했다. 특히 영장 청구과정에서 손쉽게 적용 가능한 표현물 조항을 이용하여 체포사유와는 별도로 인신구속하는 사례도 종종 나타났다. 그리하여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2001년 10월 8일 현재까지 국가보안법 위반 구속자 900명의 99.5%를 차지하는 895명이 7조 적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고 그 가운데 대부분이 7조5항을 적용 받았다. 한편 이적표현물 사건에 대해 각급 법원들의 판결경향을 살펴보면 일부 법원에서 12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으나 이를 제외한 대부분은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이러한 무죄를 판결한 재판부가 이적표현물의 해석기준으로 제시한 점은 "대한민국의 존립·안정과 자유민주체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의 여부였으며 "표현물 전체적 내용뿐 아니라 그 작성의 동기는 물론 표현행위 자체의 태양 및 외부와의 관련사항, 표현행위 당시의 정황 등 제반사항을 종합하여 결정"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적표현물 사건에서 대부분의 법원은 "북한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국가단체인 북한공산집단의 활동에 동조할 목적"이 있다거나 또는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할 목적"이 있다고 하여 유죄 판결을 내렸다.
2. 국가보안법 7조5항(이적표현물) 분석
국가보안법의 여타 조항들이 형법 등과 중복되고 있는 데 반해, 제7조는 다른 법에는 없는 조항으로 국가보안법의 '상징'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 조항은 원래 1948년 국가보안법 제정당시에는 없던 조항이었는데 1961년 반공법이 제정되면서 새롭게 신설(4조)되었다. 1980년 반공법과 국가보안법이 통합되면서 현재 국가보안법의 원형을 이루게 되었는데 이때 반공법의 찬양·고무 조항은 개정 국가보안법의 제7조로 재편되었다. 한편 국가보안법 제7조에 대해 한정합헌 결정이 내려진 후인 1991년 5월 31일 국가보안법 7차 개정에서 국가보안법 5조, 6조, 7조, 8조에 대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구성요건을 추가했다. 이렇게 '목적요건'을 추가함으로써 확대해석의 위험성을 제거했다고 했으나 실제 법 적용에 있어서 개정전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국가보안법 7조 5항의 적용실태를 살펴볼 때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보다 '범죄'의 구성요건이 대단히 포괄적, 추상적이어서 행위자가 사전에 범죄여부를 판단할 수 없으며, 수사기관이나 사법부 등 법적용자의 관점에 따라 자의적으로 적용할 가능성이 높고 얼마든지 확대해석 할 수 있는 등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이 조항의 전제가 되는 "반국가단체를 고무·찬양·동조하기 위해 또는 국가변란을 선전선동 하기 위한" 이라는 규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처벌대상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아니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이적표현물 조항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또한 적용대상을 '문서, 도화 기타표현물'로 적시하고 있어 어떠한 표현물도 무제한으로 이 조항에 해당할 가능성이 큰 점이다. 그리하여 예술활동에 따른 창작물, 학술연구 결과물에 대해서도 이적표현물이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는 행위자의 내심의 목적을 처벌할 수 있기에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해치는 조항이라 할 것이다. 또한 '이적표현물' 조항이 여전히 인신구속의 남용 및 자의적 적용을 가능케 하는 조항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이적단체 가입 혐의로 체포하였으나 이를 입증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 했을 때 피의자 거주지에 대한 수색 도중 압수한 서적 등을 문제삼아 이적표현물죄를 적용, 애초 체포의 사유와 무관한데도 피의자의 구속을 유지, 인신구속을 남용케 하는 기제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적표현물 사건에 있어서 판결경향을 살펴보면, 객관적인 타당성이 있는 명확한 해석기준을 찾아보기 어렵다 할 것이다. 앞서 본 것처럼 1991년 개정당시 목적요건을 추가하여 확대해석의 문제점을 막을 수 있다고 했으나 개정 이후에도 여전히 '미필적 인식'을 추정할 수 있다면 이적의도가 있는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예컨대 "객관적으로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대남선전, 선동 등의 활동에 동조하여 반국가단체나 그 활동을 이롭게 하거나 그 이익이 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는 이적표현물을 그와 같은 인식을 하면서도 이를 취득·소지 또는 제작, 반포하였다면 그 행위자에게는 위 표현물의 내용과 같은 이적행위가 될지도 모른다는 미필적 인식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는 '이적성 추정원칙'이 국가보안법 사건에 일률적으로 적용된 기준이었다. 이는 이적목적의 입증책임이 국가(검찰)에 있음에도, 그러한 표현물을 소지한 것이 어떻게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인지를 명확히 입증하지 못한 채 개연성만으로 처벌하고 있다 할 것이다. 이러한 관행은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에도 계속되어 왔다. 법원의 판결경향은 국제적 기준에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어떤 표현을 했다는 이유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그 표현의 어느 부분이 위협이 되는지 분명히 지적해야 하고, 그 표현을 허용함으로써 국가안보에 위태로운 결과를 가져왔다는 사실을 정부가 입증했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유엔인권위의 결정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건에서 그럴 개연성과 가능성만으로 유죄를 판결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김대중 정부에서도 이적표현물 사건 대부분은 문제로 삼은 표현이나 행위의 어떠한 내용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것인지 또한 '찬양·고무·선전 또는 동조'하는 행위란 어떤 것인지 납득할 만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증거 없이, 막연히 북한을 이롭게 한다, 북한의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는 이유만으로 '이적성'을 추정해 유죄판결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 자체의 모호성과 그로 인한 수사기관들의 자의적인 법 적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3. 이적표현물 사건 사례들
1) 출판물에 대한 이적표현물 혐의 적용 김대중 정부 출범 후 현재까지 4곳의 출판사 대표가 이적표현물을 제작하여 반포했다는 이유로 구속기소되었다. 그러나 이적표현물 적용을 받은 서적 대부분은 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담은 것이거나 외국서적을 번역해 출판한 것인데, 책의 전체적인 내용과는 무관하게 일부 문구를 문제삼아 이적표현물로 규정했다. 이는 학문의 자유, 출판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더구나 문제된 서적들은 이미 사건 발생 2, 3년 전에 발행되어 시내 유명서적 등에서 판매되고 있었으며, 국회도서관 등에 비치되거나 대학에서 교재로 활용되고 있었다. 또한 검·경은 이들 제작자들에 대해서만 이적표현물 제작 등의 혐의를 적용했는데 이는 행위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처벌유무를 결정하는 등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할 것이다.
ⓛ 현대사 연구 도서에 대한 이적표현물 적용 대동출판사 발행인 이상관씨는 98년 4월 29일, 출소장기수들의 증언록 『끝나지 않은 여정』과 북한여성의 생활상을 담은 자료집인 『북한여성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등 도서 11종을 발행해 판매했다는 이유로 구속되었다. 그러나 『북한여성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는 대학 강사인 여성사회학자들이 통일원 자료실에 비치된 <로동신문> <조선녀성> 등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1차 자료를 토대로 집필한 것으로, 발간 당시 <한겨레신문>, KBS 등 각종 언론에서 소개되는 등 주목을 받았다. 또한 『끝나지 않은 여정』은 현대사 연구 전문팀인 '한국역사연구회 현대사 증언반'이 해방직후의 사회상황에 대해 좌·우익 인사를 망라한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증언을 채록하여 총 3권의 시리즈물로 기획한 것 가운데 하나이다. 이는 정치적 사건을 직접 겪은 장기수의 증언을 통해 해방전후의 상황과 사건들을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위 도서들에 대해 모두 국가보안법상의 이적표현물로 판결했다.
② 레닌 저서 등 번역서에 대한 이적표현물 적용 풀무질 출판사에서 출판한 『일보전진 이보후퇴』(레닌 저) 등 8종의 번역서가 모두 이적표현물로 유죄 판결 받았다. 이는 풀무질 출판사 전 편집장인 양효식씨(대학강사, 역사학)가 98년 11월 25일 위 번역서 출판건으로 구속되어 재판받음으로서 이적표현물로 '낙인'된 것이다. 위 도서는 양씨가 편집장으로 재직할 당시인 95년과 96년에 펴낸 번역서로서 역자들은 역사학을 전공한 대학강사들이었다. 그러나 풀무질 출판사는 96년 말경 재정상 어려움으로 사실상 출판업무를 중단한 상태였고, 위 도서들은 출판된 지 2, 3년이 지났으며 국가보안법을 적용 받던 그 시점까지도 교보문고, 종로서적 등에서 판매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도서들에 대해 새삼스럽게 국가보안법을 적용, 출판인을 구속한 데 대해 출판계로부터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반발을 사기도 했다.
③ 국립중앙도서관·국회도서관 소장 도서 등에 대한 이적표현물 적용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등이 소장 보관하고 있는 도서들에 대해서도 이적표현물죄가 적용되었다. 책갈피 출판사가 출간한 『마르크스 혁명적 사상』(알렉스 캘리니코스 저, 정성진 역), 『레닌1』, 『트로츠키 사상의 이해』 등 11종의 서적이 바로 그것이다. 위 출판사 대표 홍교선씨는 위 서적 출판을 이유로 98년과 99년 두 차례에 걸쳐 구속되었다. 그러나 위 출판사 출간 도서 11종 중 『알기 쉬운 마르크스주의』를 제외한 10권의 책이 국립중앙도서관에 보관되어 있고, 국회도서관에도 『알기 쉬운 마르크스주의』포함하여 7종이 비치되어 있어 누구나 자유로이 열람할 수 있으며, 이중 일부 도서는 서울대 등 다수 대학의 사회과학 계열 교재 및 참고도서로 채택되었다.
④ 6·15 이후 북한관련 서적 이적표현물 적용 일본에서 발간된 재일교포 김명철씨의 저서인 『김정일의 통일전략』을 살림터 출판사에서 한글판으로 출판하였다 하여, 2000년 11월 8일 출판사 대표 송영현씨와 저자의 출판대리인인 재미교포 송학삼씨가 각 국정원에 체포, 구속되었다. 『김정일의 통일전략』은 200년 5월 17일 제1판 인쇄를 시작으로,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우리사회에 일기 시작한 북한 및 김정일 국방 위원장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고조된 것에 힘입어 3쇄를 거듭하여 출판되었다. 또한 6·15 직후 김정일 위원장을 여러 각도로 조명한 출판물이 쏟아졌고 위 책자들이 베스트셀러에 진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출판계는 굳이 살림터 출판사에서 출판한 책만을 문제삼는 것은 법 적용에서조차 형평성을 잃은 처사라고 지적했다.
2) 인터넷 상에서의 표현물 사건 ① 인터넷에 올린 대학교재에 대한 이적표현물 적용 인터넷에 올린 전공수업교재 내용의 일부 글에 대해서도 이적표현물죄 적용을 받았다. 한양대 사학과 학생인 하영준씨는 PC통신 하이텔 '인터내셔날' 동호회 게시판에 1997년 6월경부터 「Race and Class」(민족과 계급, 캘리니코스 저), 「광란의 자본주의」(크리스 하먼 저, 책갈피 출판사) 등 책의 내용 가운데 일부를 요약하여 게시했다 하여 98년 4월 13일 구속되었다. 그러나 「Race and Class」는 하씨가 재학중인 한양대 사학과 전공수업교재로 이용되었던 책으로 담당교수인 임지현 교수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 "서유럽 각국에서 큰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인종문제를 민족문제와 관련하여 사회사적으로 접근한 캘리니코스의 「Race and Class」를 기본교재로 삼아 학생들에게 윤독을 권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하씨는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면서 학문연구를 위해 위 서적들을 탐독하거나 소지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적표현물로 판결, 징역 8월을 선고했다.
② 영상기록에 대한 이적적용, 인터넷 방송 '청춘' 사건 2000년 10월 24일 인터넷 방송 '청춘'의 대표 윤여창씨와 제작팀장 신봉구씨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 장안동 분실에 체포, 구속되었다. 인터넷 방송 '청춘'을 개국하여 제8기 한총련 대의원대회, 한총련 출범식 장면을 촬영·편집하여 게시하고, '96 연대항쟁' 동영상을 게시했으며, 인터넷에서 취득한 <반미자료집> 등의 자료를 게시하는 등 이적표현물을 취득, 제작, 반포하였다는 것이다. 한편 검찰은 제8기 한총련 대의원대회, '96년 연대항쟁', 제8기 한총련 출범식 동영상을 모두 이적표현물로 기소했다. 그러나 위 행사는 인터넷방송 '청춘' 뿐 아니라 여타 공중파 방송 등 언론매체가 취재 보도한 것으로 영상기록물에 불과한 것이다. 이처럼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이를 취재보도한 여타 방송사도 '이적표현물'을 배포한 것과 다름없다 할 것이다. 이 사건은 애초 경찰이 윤씨 등에 대해 "8기 한총련 문화국장 및 국원으로 활동하는 이적단체 조직원인 자들"로 단정하고 '청춘'이 한총련 산하 조직일 것이라고 예단하여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친 감청에도 불구하고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으며 수사과정에서도 혐의를 발견하지 못하자 이적표현물 반포죄를 적용, 구속·기소한 것이다. 한편 서울지법 형사7단독(이한주 판사)은 윤씨 등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③ 개인이 북한관련 보도문 접했다는 이유로 이적표현물 적용 허가 받지 아니하고 거리에서 유인물을 붙이던 학생이 단속중인 경찰에 체포, 불법적인 소지품 수색 과정에서 나온 문서 때문에 구속되었다. 2000년 5월 15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벽보를 붙이던 송범근씨가 순찰을 돌던 경찰들에게 붙들렸는데, 이때 경찰은 송씨의 가방을 수색하여 <남조선 청년학생들의 미국대사관 기습공격을 논평/로동신문> 제하의 '조선중앙통신' 보도문이 나오자 이를 문제삼아 구속한 것이다. 그러나 조선중앙통신 보도문은 단순한 사실보도에 불과한 것으로, '조선중앙통신'은 주로 성명과 보도를 중심으로 북한의 견해를 밝히고 있는데 현재 일본 동경 소재 '조선통신사'가 인터넷상에 홈페이지를 등록하여 그 보도문을 게시하고 있으며 남한의 언론사들도 이 보도문을 인용하여 방송하거나 신문에 게재하고 있다. 더구나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내용은 "서울의 방송보도에 의하면" 또는 "미국의 에이피 통신에 따르면" 식으로 인용한 출처를 밝히며 보도하거나, 북한의 <노동신문>과 <민주조선>이 이 사실을 보도, 논평한 내용을 짧게 소개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이를 '이적표현물'로 규정, "피고인의 활동과 후배들에 대한 학습자료 등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보관" 하였다며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문을 학습교재로 활용한다는 이유로 기소했다. 한편 송씨는 1심에서 6월형을 선고받았다.
④ 인공기 그림파일 등에 이적표현물 적용 국정원에 압수된 컴퓨터와 디스켓에 들어있던 파일에 이적표현물죄가 적용되었다. 교사 박정훈씨의 공소장에 따르면, 박씨는 98년 7월 6일 근무지인 이화외고 과학실 및 교무실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로 북한 인공기를 전송받아 저장하였고 98년 8월에는 미주평화통일연구소 한호석 소장의 <21세기 동아시아의 정세와 한반도의 미래>등 통일 관련 문건들을 전송받아 탐독했으며, 98년 11월에는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사설을 컴퓨터로 내려받아 보관하는 등 이적표현물을 소지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위 글에 대해 통일부 홈페이지에 연결되어 있는 '통일학 연구소'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았는데, 현재도 정부기관을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면서 열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북한 인공기 그림은 박씨가 <우리교육> 주최로 열린 강좌 수강 당시 구입한 CD롬에 들어있던 2,196개 그림파일 가운데 하나로서 당시 시중에 널리 판매되고 있던 다른 CD롬에도 들어있었다고 한다.
3) 유인물에 이적표현물 적용 ① 물증 없이 체포했다가 이적표현물 소지혐의 구속 "해방직후의 한국현대사를 평가함에 있어서 … 그에 대한 기술은 위 시기의 한국현대사에 대하여 바라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역사적인 관점 또는 입장에 불과하여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북한의 주장을 찬양하거나 동조하는 등의 내용과 형식을 취함으로써,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실질적인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을 나타내지 않는 이상 표현의 자유 내지 학문의 자유의 범위 내에서 보호받아야 할 성격의 것이지 함부로 이적표현물로 단정할 것은 아니다." - 서울지방법원, 2000.3.31. 위 판결은 도서 『힘찬 우리 역사』(이찬행 저) 등을 소지하였다는 이유로 구속된 권오혁씨 재판에서 서울지법이 무죄판결을 하며 밝힌 취지이다. 99년 6월 17일 권씨를 체포, 구속한 서울경찰청 장안동 분실은 조사과정에서 한총련 조통위에서 활동하면서 인터넷을 이용, 간첩활동을 했음을 시인하라고 강요하였고, "한총련 간부임을 시인하면 간첩혐의는 제외시켜 주겠다"고 회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구체적 혐의를 찾지 못하자 권씨를 이적표현물 소지, 취득혐의로 구속했다. 『힘찬 우리 역사』를 소지하였다는 것과 한총련 간부로부터 '구국의 소리' 방송 녹취 문서가 담긴 디스켓을 넘겨받아 이를 편집, 출력하여 소지했다는 것이다.
② 한총련 관련 유인물에 이적표현물죄 적용 장경일(조선대생)씨는 2000년 광주전남지역총학생회연합 투쟁국장 활동과 관련하여 집시법,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구속되었는데, 장씨가 조선대 총학생회실 등지에서 제8기 및 제9기 남총련 대의원대회 자료집, 제8기 한총련 대의원대회 자료집을 읽어보았다는 이유로 이적표현물 취득죄를 적용했다. 한편 한총련 대의원으로서 한총련을 탈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적단체 가입혐의로 구속된 이들이나 집회 및 시위관련으로 구속된 한총련 학생 대부분에게도 이적표현물 소지, 취득혐의가 적용되었다. 수사기관들은 이러한 표현물이 체포의 사유가 되었거나 압수된 증거물이 아님에도 수사과정에서 특정문건에 대해 읽었는지 여부를 취조해 이에 대해서도 이적표현물 취득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적표현물죄가 성립하려면 '이적목적'이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여 할 터인데, 무조건 '적(북한)'을 이롭게 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이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취득 또는 소지했다는 표현물은 대체적으로 정세분석, 투쟁방향 등 추상적인 선전 구호로써 이를 소지하고 읽어보았다는 것이 어떻게 북한에 동조하기 위한 행위인지 알 수가 없다. 한편 이와 관련 2001년 1월, 대구지방법원은 북한의 주장과 일부 일치하는 표현물을 취득했다 하더라도 그 행위만으로 국가보안법상 7조 5항을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결을 내렸다. 또한 표현물의 내용을 읽어보기 전에는 표현물의 이적성을 인식한 상태라고 단정할 수 없어 표현물을 교부 받은 행위만으로 이적표현물의 취득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미필적 인식'만으로 이적의도가 성립된다고 보아왔던 그 동안의 판결 관행에 대해 '이적성' 인식의 기준을 보다 엄격히 규정하여 '이적목적'의 입증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수사당국은 여전히 위의 사례처럼 자의적인 국가보안법 적용을 되풀이하고 있다.
③ 8·15 평축 참가 후 토론회발제문, 노래에 까지 이적표현물 적용 지난 8월 23일 '2001년 민족통일 대축전'에 참가했던 강정구(동국대 교수)씨가 만경대에서 방명록에 서명한 내용과 관련하여 구속되었다. 그러나 경찰은 방명록 뿐 아니라 강씨에게 토론회의 발제문에 대해서도 이적표현물 혐의를 적용했다. 2001년 4월 서울대 총학생회 주최 '주체사상 토론회', 6월 11일 고려대 총학생회 주최 '통일대토론회 주체사상과 이북사회' 토론회 등에 참석, 발표한 발제문에 대해 이적 혐의를 추가한 것이다. 경찰은 강씨 체포 이후 두 차례에 걸쳐 거주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위 토론회 자료집을 압수했다. 또한 위 평양축전에 참가했다가 구속된 박종화(작곡가, 범민련 광주전남 사무국장)씨는 자신이 작사, 작곡한 노래 10곡 등에 대해 이적표현물죄를 적용 받았다. 이 노래는 2001년 1월경 박씨가 총감독하고 범민련이 제작한 음반이고 실린 노래 중 일부는 MBC <여성시대>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