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 오늘은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면이 있는 “신탁법”과 관련하여 발생되는 문제들에 대해 법무법인 한별의 박진철 변호사로부터 설명을 들어 보겠습니다.
□기자 : 일반적으로 신탁이라면 “명의신탁”을 떠올리는 데 오늘 변호사님께서 설명해 주시는 신탁은 어떤 신탁인가요.
■변호사 : 여러분들이 흔히 접하는 “부동산 명의신탁”이란 것은 주로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규율되고 있는 제도이고, 이 시간의 주제로 잡은 “신탁”은 신탁법에 의해 규율되고 있는 제도입니다.
□기자 : 그러면, 신탁법에서 말하는 신탁이란 무엇인가요?
■변호사 : 신탁법의 신탁이란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신탁재산을 이전하고 수탁자로 하여금 신탁재산을 관리・처분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그리고 신탁을 하게 되면 신탁재산에 대한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완전히 이전하게 되는 것이므로, 위탁자의 채권자들은 채무변제를 받을 길이 없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자 : 그러면 이와 같이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할 목적으로 신탁을 한 경우에 법적인 구제는 없는가요.
■변호사 : 이 경우에 신탁법에서는 사해신탁이라 하여 신탁계약의 취소 및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기자 : 그런데 신탁재산에 대하여 위탁자의 채권자들은 강제집행을 할 수 없나요.
■변호사 : 우리 신탁법상 신탁재산에 대하여는 강제집행을 금지하고 있습니다(신탁법 제21조). 따라서 위탁자의 채권자들은 신탁재산으로 채무변제를 받기가 불가능합니다.다만, 예외적인 경우로서 신탁등기가 있기 전에 저당권설정 등기를 하거나 임차권에 대항력을 갖춘 경우는 예외적으로 신탁이 되더라도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또한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채권인 경우에도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기자 : 그럼, 위탁자와 공사계약을 체결한 후 설비공사를 하던 중 그 건물이 신탁이 되면 공사업자는 공사대금을 누구로부터 받을 수 있나요.
■변호사 : 공사계약의 상대방인 위탁자에게 공사대금을 청구하여야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신탁을 악용하는 경우 즉 부동산신탁회사에 부동산을 신탁한 위탁자는 돈이 없어 공사대금을 못주겠다고 버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에 공사업자로서는 부동산신탁회사와 공사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기에 부동신탁회사를 상대로 공사대금을 청구해봐야 거절될 것이 뻔합니다.
□기자 : 그럼, 이 경우에 공사업자는 위탁자를 상대로 어떤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나요.
■변호사 : 공사업자는 위탁자에게 공사대금채권을 갖고 있으므로 위탁자가 수탁자에 대하여 신탁계약에 따라 갖고 있는 채권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나 신탁에서 발생하는 이익 등을 가압류하는 방법을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자 : 그럼 위탁자가 수탁자에 대하여 갖고 있는 이러한 채권을 가압류한다면 위탁자의 채권자는 채무변제를 받을 수 있나요.
■변호사 : 글세요, 채무변제를 확보하는 수단으로서 이러한 조치는 크게 실익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신탁재산에는 일반적으로 우선 수익자들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위탁자의 채권자는 변제순서에서 밀리게 되므로 그나마 수익금이 남아 있어야 조금이라도 변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기자 : 그럼 위탁자와 계약한 공사업자는 그 건물이나 토지가 신탁이 된 경우 어떠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현명한가요.
■변호사 : 위탁자와 계약한 공사업자는 수탁자에게 공사비에 대한 지급보증을 서 달라고 하든가, 아니면 최소한 “공사비의 지급과 관련된 문서”라도 받아놓는 것이 안전합니다.그런데 수탁자인 부동산신탁회사는 공사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경우가 일반적이므로, 공사업자는 공사계약을 체결한 위탁자 등을 통해 이러한 공사비의 지급을 독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판례의 사례를 한번 보겠습니다.
건설회사가 토지를 부동산신탁회사에 신탁하여 신탁회사가 그 위에 아파트를 신축·분양하기로 하는 내용의 토지개발신탁계약을 체결한 경우였습니다.그런데 위탁자인 건설회사가 신탁회사로부터 공사를 도급받아 아파트 신축공사를 시행하던 중 위탁자가 자금난에 허덕이자, 공사현장에 레미콘을 공급하던 납품업체들이 건설회사인 위탁자에게 신탁회사인 수탁자가 레미콘대금 지급채무를 “지급보증”한다는 내용의 약속을 받아 줄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이에 수탁자인 신탁회사가 위탁자인 건설회사에 '납품사실 확인분에 대해서는 신탁회사가 공동시행자의 입장에서 납품업체에 대한 피해가 없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회신을 보내면서도, 건설회사에게 “'지급보증'의 문구는 사용할 수 없다”라고 회신하였습니다.
이러한 경우에, 과연 납품업체들은 수탁자인 신탁회사에 대하여도 공사비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이에 대해 우리 판례는, 신탁회사가 위 회신을 작성하게 된 동기 및 경위와 당사자가 위 회신을 작성함으로써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 회신의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면, 신탁회사 즉 수탁자가 건설회사인 위탁자를 매개로 하여 건설회사의 레미콘 납품업체들에 대한 레미콘대금 지급채무를 보증하였거나 중첩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하였습니다(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40858 판결 참조).
□기자 : 그럼, 마지막으로 신탁재산과 관련하여 부동산신탁회사가 채무를 부담하게 되는 경우는 없는가요.
■변호사 : 아니요. 신탁회사가 신탁재산과 관련하여 직접 채무를 부담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 판례를 보면,“신탁재산에 관한 조세, 공과(公課), 기타 신탁사무를 처리하기 위한 비용은 신탁재산의 명의자이자 관리자인 ‘수탁자’가 제3자에 대하여 부담하게 되는바, 수탁자로서는 위와 같은 채무를 신탁재산으로 변제할 수도 있고, 자신의 고유재산에 속하는 금전으로 변제할 수도 있다”라고 합니다(대법원 2005. 12. 22. 선고 2003다5505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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