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의 통제 동사 (control predicate) 에 이어서 이번 글에서는 상승 동사 (raising predicate) 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TP, CP, EPP, PRO 그리고 통제 동사에 대해서 모르신다면 오픈백과 항목 통제 동사를 먼저 읽어주세요.
아래과 같은 문장들이 있습니다.
(1) John wants [PRO to leave early]
(2) Mary decided [PRO to write a letter]
전의 글에서 말했듯이 EPP 에 따라서 모든 TP 에는 주어가 있어야합니다. 다시 말하면 동사가 있다면 항상 주어가 있어야합니다. 그래서 여기서 leave 그리고 write 에도 주어가 있어야 하므로 보이지 않는 대명사 PRO 가 존재합니다. (이것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통제 동사를 참고하세요)
그리고 여기서 쓰인 동사 want 와 decide 는 주어 통제 동사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러한 동사들이 가지는 목적어절의 주어 PRO 가 주절의 주어와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아래와 같은 문장은 PRO 가 주절의 목적어와 일치하기 때문에 목적어 통제 동사입니다.
(3) Tom persuaded Jane [PRO to go to bed]
그런데 다음과 같은 문장들이 있습니다.
(4) Anne seemed to love chocolate
(5) The man appears to be a spy
(6) No solution proved to be possible
여기에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위의 문장 (1), (2), (3) 에서는 John, Mary, Tom 이 각각 동사 wants, decided, persuaded 의 문법적인 주어이면서 의미상의 주어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서 John 이 원하고 (wants) Mary 가 결정하고 (decided) Tom 이 설득하는 (persuaded) 것입니다.
또한 각각의 목적어 절에 있는 주어 PRO 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어 PRO 가 일찍 떠나고 (to leave early) 편지를 쓰고 (to write a letter) 잠자리에 드는 (to go to bed) 것입니다. 물론 여기서 주어 PRO 가 주절의 주어와 의미를 같이 하지만 PRO 는 독립적으로 목적어 절에서 주어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장 (4), (5), (6) 은 조금 다릅니다. Anne, the man, no solution 은 주절의 주어 위치에 있기는 하지만 주어의 의미상의 동사는 seemed, appears, proved 가 아니라 목적어 절에 있는 love, be, be 입니다. 따라서 위의 문장에서 목적어절의 의미상의 주어는 주절의 주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문제가 생깁니다. 의미상의 주어가 주절의 주어라고 하더라도 EPP 에 따라서 문장 (4), (5), (6) 에서 목적어절 동사의 문법적 주어 자리가 비어있으므로 무언가가 빈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문장 (4) 에 보이지 않는 대명사 PRO 를 생각할 수가 있는데 말이 되지 않습니다 (*는 문법적으로 틀림을 나타냅니다)
(7) *Anne seemed [PRO to love chocolate]
PRO 는 보이지 않지만 엄연히 독립적인 대명사입니다. 그렇다면 동사 love 의 의미상의 주어가 2 개가 되어버리는 비정상적인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참고로 동사가 의미상의 주어를 가지는 것을 언어학에서는 동사가 주어에게 θ-role (또는 theta-role) 을 준다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 Chomsky (1981) 는 다음과 같은 원리를 세웠습니다.
명사는 하나의 동사로부터 단지 하나의 theta-role 를 받는다. 동사의 theta-role 은 단지 하나의 명사에게 주어진다.
Theta Criterion
Each argument should bear one and only one theta-role to a single predicate and each theta-role associated with a given predicate should be assigned to one and only one argument.
여기서 이 원리의 의미는 목적어절의 동사가 가지는 theta-role 을 두 개의 주어가 가질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동사가 두 개의 주어를 가질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목적어절의 문법적 주어는 PRO 가 될 수 없습니다.
한편으로 주절의 동사 seemed, appears, proved 는 의미상의 주어를 가지지 않습니다. 의미를 생각해보아도 "-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으로 밝혀졌다" 는 의미상의 주어를 가지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문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 주절의 동사 seemed, appears, proved 는 의미상의 주어를 가지지 않지만 문법적인 주어를 가지고 있다.
둘. 목적어절의 동사 love, be, be 는 의미상의 주어가 주절의 주어이고 문법적인 주어가 현재 비어있다. EPP 에 따라서 주어 자리가 비어있으면 안된다. 그러나 동사는 하나의 의미상의 주어만을 가지므로 독립적인 대명사 PRO 가 주어가 될 수는 없다.
이것에 대해서 언어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해결했습니다.
문장은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표면적 구조 (S-structure) 가 있고 표면적인 형태 이전의 심층적 구조 (D-structure) 가 있습니다. 그리고 심층적인 구조에서 주절의 주어는 사실 목적어의 주어 위치에 있습니다. (e 는 비어있다는 표시입니다)
(8) e seemed [Anne to love chocolate] - 심층적 구조
seemed 는 의미상의 주어를 가지지 않고 love 는 가지기 때문에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심층적 구조는 표면 위로 올라오면서 EPP 를 지켜야 하므로 목적어의 주어 Anne 는 주절의 위치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올라가면서 흔적을 남깁니다.
(9) Anne seemed [t to love chocolate] - 표면적 구조
여기서 명사가 움직이면서 남은 흔적을 단어 trace 의 앞글자를 따서 t 라고 합니다. 이 t 는 주어 위치로 올라간 명사의 흔적이기 때문에 PRO 와 같이 독립적이지 않고 종속적입니다.
이와 같이 흔적 t 를 사용하면서 목적어절의 동사가 두 개의 의미상을 주어를 갖는 문제와목적어절의 주어 위치가 비어있는 문제를 해결하였습니다.
나머지 문장들도 마찬가지로 흔적 t 를 가집니다.
(9) The man appears [t to be a spy]
(10) No solution proved [t to be possible]
이와 같이 seem, appear, turn out, (증명의 의미가 아닌) prove, (발생의 의미가 아닌) happen 과 같은 동사들은 원래 목적어절에 있는 주어를 주절의 주어 위치로 올리기 때문에 상승 동사 (raising predicate) 라고 합니다.
참고 사항
1. 상승 동사의 문법적 주어가 의미적 주어가 아닌 증거
위치에 날씨에 쓰이는 허사 (expletives) there 와 it 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데 상승 동사의 주어가 될 수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상승 동사가 theta-role 를 주어에게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It seems that Becky likes chocolate
There happened to be a problem
It appears to be wrong
It seems to rain all the time in Wales
하지만 통제 동사는 허사를 주어로 가질 수가 없습니다.
*It wants to rain
관용어구 (idioms) 의 주어는 상승 동사의 주어가 될 수 있지만 통제 동사의 주어가 될 수가 없습니다.
The cat is out of the bag '비밀이 새어나가다'
The cat seems to be out of the bag
*The cat wants to be out of the bag
(위의 문장 자체가 틀린 것이 아니라 위의 관용어구의 의미에서 볼 때 말이 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