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악에서 돌아오고 나면 볼 산이 없고, 황산에서 돌아오고 나면 오악을 볼 필요가 없다."
명나라 때 지리학자인 서하객이 황산을 방문 후 남긴 위의 말과 같이 황산은 절경이었다.
김재년부부, 이명인부부, 최용표부부, 이선길과 친지 그리고 박승훈, 이봉호, 이상일
이렇게 11명은 5월 10일 부터 13일 까지 3박 4일간 중국 안휘성에 있는 황산을 등정
하고 항주를 거쳐 귀국 했는데 자세한 산행기는 박승훈이가 올리겠지만,
나는 이번 산행 중에 있었던 일과 나의 소박한 느낌 몇 가지를 적어 본다.
그 첫 번째로 황산의 돌계단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황산은 기암, 기송, 운해의 3기에 온천을 넣으면 4절로 유명한 산이며, 천도봉(1810미터),
연화봉(1864미터)과 광명정(1860미터)등 3개의 봉우리가 우뚝 솟아있고 수백 수천의 바위
봉우리가 수백년의 수령을 가진 소나무들을 천길 단애의 바위 틈에 안고 그 절경을 뽐내며
영겁의 세월을 지켜오고 있었다.
우리가 황산에 오른 첫째날, 5월 11일은 날씨가 청명하여 파아란 하늘을 배경으로 수천개
바위 봉우리와 소나무의 푸르른 색깔이 어울려져 그야말로 신선이 돼 천상을 노니는 기분
이었는데, 특히 서해 대협곡은 장관 중에 장관이었다.
'천길 만길 낭떠러지 봉우리에 소나무 홀로 서 있어
파아란 하늘에 몇 가닥 구름이 바람에 나부끼는 데
외로운 나그네의 발길은 허공의 구름 계단에서 허우적거리고
잔나비 휘파람 소리는 지나간 세월의 회한이구나.
산위에서 부는 바람에 실려 사랑 노래 띄워 보내마.'
서해 대협곡의 산행 중에 중얼 거린 나의 느낌을 적어 보았다.
산행은 옥병 케이블카를 타고 옥병루에 내린 다음부터 본격 시작되었는데, 영객송 감상 후
천도봉을 등정하여 옥병루에 회귀하여 점심을 먹고 연화봉 옆을 거쳐(연화봉은 안식년으로
등정 불가) 오어봉을 넘고 해심정에서 서해 대협곡으로 들어섰다.
일반 산행은 해심정에서 광명정을 거쳐 배운정으로 가는 산 정상부의 능선 산행인 데,
우리는 죽음의 계곡, 서부 대협곡 루트를 택했다.
이 루트는 해발 1600M의 해심정에서 보선교, 허공다리를 거쳐 해발 600M에 있는 계곡
휴게소에 다다른 후 다시 해발 1600M에 있는 배운정에 도착하는 고도차 1000M의 내림,
오름 산행으로 오후 2시 출발하여 6시에 끝난 4시간의 고난의 행군이었다.
1976년 등소평이 70대의 나이에 황산을 오른 후 개발 지시를 내려, 바위를 깍아 돌계단을
만들고, 바위굴을 뚫어 통로를 만들고, 봉우리 사이에 다리를 놓고, 계단을 만들 수 없는
수직의 단애에는 바위에 앵커를 박아 이를 지지대 삼아 좁은 콘크리트 허공다리길을 냈다.
케이블카를 세군데 설치하여 관광객을 위한 산 정상부의 개발은 1980년대에 완성하였으나
서부 대협곡은 2001년에나 완성되었다고 하는 데 황산의 전체 돌계단 숫자는 12만개라고 한다.
황산 산행은 한마디로 돌계단을 오르고 내린 산행이었기 때문에 무릎이 고생을 많이 했다.
특히, 재년이와 용표 부인들이 고생 많았는데 보선교를 지나 수직 절벽 허공에 걸린 구름
다리를 지날 때, 아찔한 고소 공포로 다리에 힘이 풀려 이후 산행은 고난의 한걸음, 한걸음이
되었다. 나는 통상 200계단을 오른 후 쉰 반면 이들은 50계단을 오른 후 쉬곤 했다.
나는 후미를 담당하여 두 부부와 계속 산행한 덕에 많은 시간 쉬며 이들을 기다리는 동안
서부대협곡의 풍광을 마냥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준 두 부인들에게 감사드린다.
둘째 날은 새벽부터 비가 내려 하산 내내 비가 오락가락하였다.
일년 중 맑은 날이 100여일 미만이라 하는 데, 첫날 서부 대협곡 산행은 정말 행운이었다.
그 좋은 풍경을 다 감상할 수 있었으니까!
하산 길은 배운정 호텔을 출발하여 비래석에서 소원을 빌고, 광명정을 거쳐 백아령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운곡사에 도착하는 코스를 택했다.
하지만 둘째 날 운해도 감상할 수 있어 다행이었으나, 하산 길 운곡 케이블카를 기다리는
탑승객이 너무 많아 3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1시간 반이면 걸어 내려갈 수 있으니 걷자는
가이드의 말을 믿고 그 공포의 돌계단을 또 걷기 시작했다.
해발 1670M의 백아령에서 해발 890M의 케이블카 종점인 운곡사까지 고도차 780미터의
거리를 내려오는 돌계단은 5341계단이었다. 5341계단은 내가 직접 세며 확인했다.
첫날은 계단 수를 세지 않았는데 이선길이 들은 이야기로는 2만 계단을 걸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직접 센 계단 수를 근거로 아래와 같이 계단수를 추정 계산해 냈다.
우리 집 아파트 층간 계단 수는 16개이며, 계단 높이는 약 16cm로 이를 기준해 계산했다.
첫날,
옥병루(1680) 에서 천도봉(1810) 왕복: 130m x 2 x 2 / 16cm = 3,250계단
(옥병루와 천도봉간 상당한 높이를 내려간 후 오르므로 2배 할증 적용)
옥병루(1680) 에서 해심정(1600) : 고도차 없으나 산행시간 감안 1,600계단
해심정(1600) ㅡ 계곡 저점(600) - 배운정(1600) 서해 대협곡 구간:
1000m x 2 / 16cm = 12,500계단
소계 17,350계단
둘째날,
배운정 호텔(1600) ㅡ 광명정(1860) - 백아령 케이블카 탑승장(1670):
(260m + 190m) / 16cm = 2,810계단
백아령(1670) - 운곡사(890): 780m / 16cm 4,875계단
소계 7,685계단
으로 계산되나 백아령 - 운곡사 간 실제 계단 수는 오름, 내림 때문에 5341개이므로
이를 기준하여 약 10%의 할증을 감안하면,
첫째 날 17350 x 1.1 = 19,085계단 둘째 날 7685 x 1.1 = 8,455계단
합계 27,540계단을 오르내렸다.
이는 15층 우리 아파트 계단 수 240개를 적용, 15층 아파트를 약 57회 왕복한 것과 같고,
63빌딩 높이가 264M 라고 하니 왕복 8.3회를 오르내린 것과 같다.
이틀 동안 27,450계단을 무사히 오르내린 내 무릎에 감사하고,
천상의 계단을 함께 오르내린 우리 일행 모두의 수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불나비 이봉호
첫댓글 특히 계단의 숫자를 역산한 수고에 더 큰 박수를 보냅니다. 계단 숫자를 떠오르니 '죽기전에 가 봐야 할 곳"의 명단중 제일 나중으로 자꾸 미루고 싶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