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던트 푸어 34만명 시대] "스펙보다 스토리? 기본 스펙 없으면 서류서 막혀" "눈낮춰 中企 가라? 막상 들어가면 어른들이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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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던트푸어가 말하는 현실
"방세는 정기적으로 내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신청비만 12만원에 달하는 토익, 토익스피킹이라도 보게 되면 정말 암담하다. 점수가 낮게 나올까 봐서가 아니라 응시료 때문에 시험을 2번 볼까 무섭다."'스튜던트 푸어 해결을 위해 무엇이 가장 시급하냐'고 묻자 조재범(26)씨는 서슴없이 '주거 지원'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에서 올라와 서울 지역 대학에 다니고 있는 조씨는 매달 30만원을 고시원비로 지출한다.조씨는 "우리 과만 해도 40명 중 기숙사에서 사는 친구는 3~4명뿐"이라며 "전원 수용은 힘들어도 일정 수 이상의 지방 대학생들에게 기숙사를 제공할 방안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취재팀이 만난 스튜던트 푸어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주거비 문제'를 꼽았다.
스튜던트 푸어들은 과도한 스펙 쌓기에 매달리지 말라며 나온 '스펙보다 스토리'란 조언에는 동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강혜원(24)씨는 "스펙 없는 스토리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강씨는 "인사팀이 읽어야 할 서류가 몇천 장인데 어떻게 스토리로 다 읽어서 분류를 하느냐"며 "기본 스펙이 있는 상태에서 스토리가 플러스 알파가 될 뿐이지 첫 관문을 뚫는 건 결국 '스펙'"이라고 했다.스튜던트 푸어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눈을 낮춰 중소기업 비정규직으로라도 취직해야 한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것. 서울 소재 여대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지수(24)씨는 "부모님에게 어려움을 토로하면 당장 '나 어릴 때는 밥도 못 먹었어'란 말이 돌아온다"며 "그 시대의 어려움을 인정하지만, 역으로 스펙 경쟁이나 천정부지 오르는 서울 집값, 좁아지는 취업문을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강혜원씨는 "명절날, 어디 취직했느냐 물어보는 어른들이 가장 많이 무시하는 곳이 중소기업이다. 확실히 우리 사회는 능력을 보기보다 소속을 보고 깎아내리기 일쑤"라고 했다. 취업 준비하느라 빚더미… '스튜던트 푸어(student poor)' 34만여명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8/27/2014082700213.html
[1] 그들은 누구인가
私債 써가며 "스펙, 스펙"… 취업준비 20代 10명 중 1명 스튜던트 푸어
대학 때 스펙 비용만 4200만원… 취업 실패땐 빈곤의 악순환 계속 쪽방서 자고 삼각김밥 먹어도 토익·토플 학원비로 月100만원 사채 끌어다 쓴 책값 100만원… 3년만에 3000만원으로 불어나
유명 중견기업에 다니는 최모(여·28)씨는 "지금도 가끔 빚 갚는 꿈을 꾼다"고 했다. 명문 사립대를 나온 최씨는 대학 시절 6년을 월세 15만원짜리 방에서 보냈다. 키 165㎝인 그의 발끝이 벽에 닿는 창문 없는 쪽방이었다. 그는 "거지처럼 살면서 내내 과외를 3~4개씩 뛰었다"고 했다.하지만 등록금은커녕 생활비 대기도 버거웠다. 남들 다 하는 면접을 위한 스피치 학원, 토익·토플 학원 등을 빼먹으면 뒤처질 것 같아 월 100만원씩 썼다. 여기에 전공 책값과 월세를 내고 나면 편의점 삼각김밥 아니면 2000원짜리 학생 식당 메뉴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 학기마다 받았던 학자금 대출은 졸업을 앞두고 10건이 됐다. 대출 건마다 이자 갚는 날이 달랐다. 최씨는 "하나라도 빼먹어 신용 불량자가 될까 봐 아등바등했다"고 말했다. 매월 열 번째 이자를 내고 나면 진이 빠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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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박상훈 기자
최씨는 전형적인 '스튜던트 푸어(student poor)'였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양정승 박사는 "스튜던트 푸어는 사회에 진출하기 위한 취업 준비 비용, 학자금 등의 지출이 늘어나 빈곤의 늪에 빠진 세대를 말한다"며 "취업에 실패할 경우 '푸어'의 악순환은 계속된다"고 말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대학·대학원생, 고시학원·직업훈련기관 수강생, 취업 준비생 신분인 20대 316만여명 중 1인 가구 기준 월수입이 106만7731원 미만인 학생 34만여명(11%)이 빈곤 가구, 즉 스튜던트 푸어다. '빈곤 가구'는 인구를 소득에 따라 한 줄로 세웠을 때 딱 중간인 가구의 수익 절반에도 못 미치는 돈을 버는 가구들을 지칭하는 개념이다.스튜던트 푸어는 졸업 후 어렵게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당분간은 빈곤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최씨는 6년 만에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자마자 학자금 대출 3000만원의 원리금 상환을 시작했다. 월급의 4분의 1이 꼬박꼬박 빠져나갔다. 쪽방에서 벗어나 월세 40만원짜리 방으로 옮기는 데 만족했다. 입사 만 3년째였던 작년 10월 마지막 원리금을 갚은 최씨에게 회사 선후배들은 "열심히 살았다"며 조촐한 축하 파티를 열어줬다. '드디어 고생 끝!'이라고 생각하던 그때 어머니로부터 급한 전화가 왔다. 잊고 있었던 다른 학자금 대출 360만원을 상환하지 않아 신용 불량자가 될 위기라는 것이다. 은행으로 내달렸다. "여기 돈 갖고 왔어요! 저 신용 불량자 안 되는 거죠?" 대출금을 갚고 나오던 최씨는 다리가 풀려 은행 앞에 주저앉아 서럽게 울었다. 드디어 빚을 다 갚았다는 기쁨과 그동안의 괴로움이 버무려진 눈물이었다.가난한 대학생과 취업 준비생들은 과거에도 있었다. 고학생(苦學生)이라 불리는 그들은 취업만 하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스튜던트 푸어는 취업 가능성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4년제 대학에 적을 둔 학생 수는 2005년 185만9000명에서 2012년 210만3000명으로 24만4000명이 늘어났으나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신입 사원 채용 규모는 겨우 9000명만 늘었다.
올해 26세가 됐지만 아직 수도권 한 사립대 3학년생인 양모씨의 한 달 생활비는 15만원, 하루 5000원꼴이다. 아침은 거르고 점심·저녁은 학교식당 1700원짜리 메뉴로 해결한다. 밤늦게 공부해 졸린 날엔 1000원짜리 커피에 500원 하는 우유를 타 마시는 걸로 점심을 대신한다. 술값이 부담스러워 술자리엔 안 간다. 영화는 헌혈하면 주는 영화 예매권으로 가끔 본다. 한 살 많은 형(대학생)과 월세 40만원에 26㎡(약 8평)짜리 방을 얻어 사는 그의 가장 큰 사치는 한 달에 한 번 둘이서 치킨을 시켜 먹는 것이다. 양씨는 1·2학년 땐 술집과 옷 가게, 도로 공사장에서 일했다. 3학년이 되면서 아르바이트를 접었다. 스펙을 쌓으려 한 정부기관의 홍보단 활동을 하면서 돈 벌 시간이 줄었다. 학점이 떨어져 재수강 과목이 자꾸 생기는 것도 부담이었다. 취업을 위한 영어 공부 시간도 필요했다. 눈 딱 감고 부모님에게 손을 내밀었다. 시골에서 작은 가게를 하는 두 분이 매월 부쳐주는 80만~100만원으로 형과 월세와 학비를 나눠 쓴다. 대신 먹고 쓰는 걸 최소화했다. 양씨는 "부모님이 주신 돈만으로는 사회가 원하는 것을 준비하기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어쩔 수 없이 빈곤을 택했다"고 말했다. 등록금은 1학년 때부터 학자금 대출을 받아 해결했다. 2250만원이나 된다.스튜던트 푸어가 늘어나는 데는 취업에 필요한 각종 자격증, 영어 점수 등 스펙(SPEC·특정 장비의 기능을 뜻하는 specification의 준말)을 쌓기 위해 드는 비용이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2012년 청년유니온 통계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재학 기간 동안 생활비를 제외하고 대학 등록금을 포함한 스펙 비용으로만 평균 4269만원을 쓴다.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 문을 뚫기 위해 스튜던트 푸어로 살다가 취업을 포기하거나 고리 채무자로 전락하는 사례도 적잖다.수도권의 한 대학 사회복지학과를 나와 중소기업에 취직한 신모(29)씨는 월급 대부분을 빚 갚는 데 쓰고 있다. 그는 대학 마지막 학기에 공무원 시험 학원비 80만원과 교재비 20만원을 합쳐 100만원을 빌렸었다. 빚을 내더라도 빨리 합격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직업이 없는 신씨가 기댈 곳은 대부업체. 금리는 연 36%였다. 3년 내리 취업에 실패하면서 대출금이 늘었다. 원금 100만원이 3000만원이 됐다. 신씨는 결국 복지 공무원 꿈을 접고 지금의 직장에 취직했지만 아직도 남은 빚이 1200만원이다. 그는 "언제쯤 월급을 온전히 쥐어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퇴근 후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며 빚을 갚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연이자 20% 이상 고금리 대출을 쓴 대학생은 약 8만8000명이다.전문가들은 '취업을 위한 지출 증가→비용 마련을 위한 저임금 노동과 빈곤한 생활→취업 실패→취업 준비의 장기화→저임금 노동과 빈곤한 생활 고착화'라는 악순환에 청년들이 빠져들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전북대 사회학과 이상록 교수는 "대졸자를 포함한 20대 중 상당수는 배울 만큼 배웠고 실제 사회에 내놔도 손색없는 상황인데 사회로 진출하는 입구가 좁아져 너무 오래 대기하고 있다"며 "이는 국가 전체에도 큰 손해"라고 말했다.☞스튜던트 푸어(student poor)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학생’ 가운데 빈곤한 사람들을 뜻한다. 대학을 졸업했어도 취업 준비생·고시생·수험생으로 남아 있어 ‘사실상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 중 빈곤선 아래에 있는 사람들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국내 스튜던트 푸어는 34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노예처럼 부리는 '무급 인턴'도… "스펙 때문에 지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8/28/2014082800353.html
최저임금보다 적게 주거나 아예 한푼도 안 주고 잡무만 "알바하면서 겨우 생계 유지"
서울 4년제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윤모(23)씨는 작년 여름 한 케이블 방송국 인턴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다른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해야 했다. 8월 한 달간 인턴으로 일하면서 생활비가 바닥나 후불제 교통 대금이 연체됐기 때문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5일 근무를 하는 이 방송국의 인턴 한 달 월급은 40만원. 시급으로 따지면 2500원꼴로 2013년 최저 시급 4860원에 훨씬 못 미친다. 교통비와 식대, 야근수당도 없었다. 윤씨는 "계약서는커녕 월급이 40만원이라는 것도 나중에 따로 물어봐서 알았다"고 말했다.그는 "그마저도 월급이 3주 늦게 입금돼 인턴이 끝나자마자 다른 알바를 구해 겨우 생활비 적자를 메웠다"고 했다. 윤씨가 이 일을 꾹 참고 한 것은 혹시라도 '스펙'으로 한 줄 쓸 수 있을까 해서다. 그는 "돈은 적더라도 학원에 다닌다는 마음으로 한 달을 버텼는데, 내가 한 일이라고는 간단한 '잡무' 정도였다"고 했다. "싼값에 사람을 부리려고 '인턴'이란 이름으로 사람을 뽑았다는 생각이 지워지질 않았어요."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 인턴, 무급 인턴직이 스튜던트 푸어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인턴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면 임금을 줘야 하지만 '교육생' '자원봉사자'로 분류하면 무급도 가능하다. '산학협력 인턴' 역시 학교와 회사가 연계해 직무 경험을 쌓는다는 취지라서 최저임금제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특히 정부와 국회, 국제기구 등 쉽게 직무 경험을 하기 어려운 직종은 무급 인턴이 잦다. 유엔산업개발기구는 지난달 인턴 모집 공고를 냈는데, 국제학 전공 졸업자나 대학원생에 토익 850점 이상, 컴퓨터 능통자라고 자격 요건을 걸었다. 그러나 급여는 식사비와 교통비를 제외한 '무급'이었다.취업 준비생들은 "인턴이 아니라 '노예'를 뽑는다" "다 같이 지원하지 말자"고 반발하기도 하지만, 취업 시장에서 약자인 이들은 스펙을 위해 무급 인턴이라도 지원하는 것이 현실이다. 취업 준비하느라 빚더미… '스튜던트 푸어' 34만여명 외[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8/27/2014082704550.html
취업 준비하느라 빚더미… '스튜던트 푸어' 34만여명(27일자 A1면)
"대학 교육보다 전문 기술 배우는 게 적당한 이들도 대학을 간다. 부모와 본인에게 경제적·시간적으로 엄청난 낭비고, 국가·사회적으로도 엄청난 비용 부담이며 비효율이다. 이런 학력 인플레이션이 사라지려면 기술직에 대한 처우와 사회적 인식이 우선 달라져야 한다." ―송경용
[사설] 與·유족 대화, 정부·국회가 할 수 있는 일 못할 일 구별부터(27일자 A31면)
"새누리당은 유족과 같이 생활하면서 합의안을 만들라. 지금 유족 뒤에는 분명 나라 망하기를 고대하면서 부추기고 조종하는 세력이 있다. 혼란을 부추기는 그 세력을 차단하면서 합의안을 도출하라. 분명히 할 수 있다. 100번이고 협상해 합의안을 만드시길." ―우숙
노예처럼 부리는 '무급 인턴'도… "스펙 때문에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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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보다 적게 주거나 아예 한푼도 안 주고 잡무만 "알바하면서 겨우 생계 유지"
서울 4년제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윤모(23)씨는 작년 여름 한 케이블 방송국 인턴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다른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해야 했다. 8월 한 달간 인턴으로 일하면서 생활비가 바닥나 후불제 교통 대금이 연체됐기 때문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5일 근무를 하는 이 방송국의 인턴 한 달 월급은 40만원. 시급으로 따지면 2500원꼴로 2013년 최저 시급 4860원에 훨씬 못 미친다. 교통비와 식대, 야근수당도 없었다. 윤씨는 "계약서는커녕 월급이 40만원이라는 것도 나중에 따로 물어봐서 알았다"고 말했다.그는 "그마저도 월급이 3주 늦게 입금돼 인턴이 끝나자마자 다른 알바를 구해 겨우 생활비 적자를 메웠다"고 했다. 윤씨가 이 일을 꾹 참고 한 것은 혹시라도 '스펙'으로 한 줄 쓸 수 있을까 해서다. 그는 "돈은 적더라도 학원에 다닌다는 마음으로 한 달을 버텼는데, 내가 한 일이라고는 간단한 '잡무' 정도였다"고 했다. "싼값에 사람을 부리려고 '인턴'이란 이름으로 사람을 뽑았다는 생각이 지워지질 않았어요."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 인턴, 무급 인턴직이 스튜던트 푸어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인턴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면 임금을 줘야 하지만 '교육생' '자원봉사자'로 분류하면 무급도 가능하다. '산학협력 인턴' 역시 학교와 회사가 연계해 직무 경험을 쌓는다는 취지라서 최저임금제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특히 정부와 국회, 국제기구 등 쉽게 직무 경험을 하기 어려운 직종은 무급 인턴이 잦다. 유엔산업개발기구는 지난달 인턴 모집 공고를 냈는데, 국제학 전공 졸업자나 대학원생에 토익 850점 이상, 컴퓨터 능통자라고 자격 요건을 걸었다. 그러나 급여는 식사비와 교통비를 제외한 '무급'이었다.취업 준비생들은 "인턴이 아니라 '노예'를 뽑는다" "다 같이 지원하지 말자"고 반발하기도 하지만, 취업 시장에서 약자인 이들은 스펙을 위해 무급 인턴이라도 지원하는 것이 현실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스튜던트 푸어 34만명 시대] '삼성 入社用(입사용) 성형'에 해외연수까지… 高스펙·高비용 악순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8/29/2014082902868.html?related_all
[2] 왜 이렇게 많아졌나
자소서·모의면접 등 수천만원 "지방대는 이렇게라도 해야…" 考試 택해도 학원비만 700만원… 막노동으로 비용 마련하기도 전문가 "획일화된 스펙 경쟁에 빚까지 져가며 사교육비 지출"
"이 종이 한 장 채우는 데 5000만원 들었어요."지난 2월 지방 국립대를 졸업한 이모(25)씨가 자신의 이력서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취업을 위해 대학 4년간 5000만원 가까운 돈을 스펙 쌓기에 쏟아부었다. 등록금 2000만원, 미국 교환학생 왕복 비행기삯·기숙사비·생활비 1000만원, 영어 학원비 120만원, 대기업 입사용인·적성검사 문제집 등 책값으로 80만원이 들었다.3학년 겨울방학 때는 1500만원을 들여 양악수술도 받았다. 그는 "내 인생이 걸린 취업 시즌이 다가오면서 '삼성형 얼굴'(삼성그룹이 면접 때 선호한다고 알려진 얼굴형)이니 뭐니 그런 말이 들리는데 가만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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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고시학원 앞에서 강의를 듣기 위해 줄을 선 학생들이 게시판에 붙어있는 강의 홍보물을 보고 있다. 이 학원 수강료는 한 강의당 40만원, 종합반은 700만원이 넘는다. /김지호 기자
자기소개서는 200자당 8만원을 주면 '합격용'을 써준다는 대필 작가에게 맡겼다. 원하는 기업 3곳을 골라 1000자짜리 3편을 맡기고 120만원을 줬다. 면접학원에서 주 1회 발성 연습과 모의 면접을 하며 한 달 40만원을 썼다. 그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지방대생이 취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스펙에 투자하는 만큼 생활은 궁핍해졌다. 그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부모에게서 월 30만원씩 용돈을 받으면서 당구장 아르바이트와 해수욕장 파라솔 대여 아르바이트를 한다. 친구들과의 만남은 끊었다. 식사는 무조건 집에서 해결한다. 이씨는 "알고 보니 어머니가 나 때문에 1000만원이 넘는 빚을 졌더라"며 "'네가 얼른 합격해서 갚아달라'고 하시더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올 상반기 취업에 실패했다.'스튜던트 푸어'를 양산하는 가장 큰 요인은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까지 부담해야 하는 '고비용 구조'다. 시민단체 '복지국가 청년네트워크'가 올해 취업 준비 경험이 있는 전국 4년제 대학생을 대상으로 월평균 사교육 지출액을 조사한 결과 외국어 관련 비용이 약 20만원, 각종 시험 준비 비용 약 18만5000원, 전공실무 관련 비용 약 26만원, 기업 입사 준비 비용이 약 30만원에 달했다. 이태형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지금 대학생들은 과도한 등록금과 생활비 부담뿐 아니라 양질의 노동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추가적 사교육비 지출까지 감수하고 있다"며 "취업 준비생에게 정규 학업과정 외에도 별도의 준비를 요구하는 '기업의 개별 시험 제도'와 '획일화된 스펙 경쟁'이 이를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서울의 4년제 여대를 졸업한 이모(26)씨도 아나운서직을 준비하며 6230만원을 썼다. 4년간 등록금 2800만원에 유명 아나운서 아카데미 3군데에 등록했더니 9개월 만에 1250만원이 나갔다. 여드름성 피부라 피부과에 1500만원을 쏟아부었다. 면접을 준비하는 것도 돈이었다. 이력서에 제출하기 위한 프로필 사진 찍는 데 30만원, 헤어와 메이크업 비용 10만원, 면접용 재킷과 원피스 구입 비용이 150만원이었다. 이씨는 "아나운서나 항공기 승무원 면접에는 연예인이 받는 값비싼 헤어와 메이크업이 필수"라며 "과거에는 기업이 면접비를 줬다고 하는데, 요즘엔 그런 것도 없어 (면접을) 볼수록 빚만 는다"고 했다.
이씨는 이 비용을 대기 위해 태권도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강연회장 안내 일을 했다. 친구가 만나자고 연락해오면 "몸이 아프다"고 둘러댄다. 볼 책이 있으면 도서관에서 빌리고, 꼭 사야 하는 책이 있으면 중고 서점을 뒤진다. 면접 때 입을 옷 외 일상복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구입한다.
그렇게 투자해도 취업은 어렵다. 취업 포털 '사람인'이 작년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기업 270개사를 대상으로 '신입사원 취업 경쟁률'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 평균 경쟁률은 85대1이었다.
고(高)스펙을 위한 고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대학생들은 아예 스펙이 필요없는 고시 공부에 매달린다. 그러나 고시 공부도 '돈 싸움'이 된 지 오래다. 국가장학금을 받으며 서울 4년제 대학에 다녔던 강모(25)씨는 "실력만으로 승부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고시 공부를 택했지만 1주일도 안 돼 환상이 깨졌다"고 했다. 강씨는 "고시촌에서도 종합반을 수강할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계층이 나뉜다"고 했다.
고시촌에서 '필수 합격 프로그램'이라고 통하는 한 학원의 '행정고시 1·2차 종합반' 수강료는 740만원. 학원 측은 "30% 할인해 740만원이지 단과로 다 들으려면 1000만원쯤 든다"고 했다. 일시불로 700만원을 낼 형편이 안 되는 학생들은 필요한 몇 과목만 듣는다. 한 과목당 수강료는 40만원 선이다. 고시촌에는 막노동 혹은 저임금 노동으로 학원비를 벌어 공부하다 돈이 떨어지면 다시 일하러 나가는 고시생도 적잖다. '저임금 노동→고시 준비→저임금 노동'의 굴레가 시작되는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 권태희 박사는 "빚을 져가며 취업 비용을 대고 고시에 올인하는 것은 처음부터 '좋은 일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퍼져있기 때문"이라며 "'첫 직장은 평생 직장'이라는 인식을 바꾸고 첫 직장을 자신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징검다리'로 생각한다면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빨라지고 부채는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 7등급 대학생도 2400만원 대출… 빚이 빚을 부른다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8/30/2014083000370.html
[3] 쉬운 대출, 늘어나는 빚
은행서 돈 못 빌린 학생들, 저축은행·대부업체 노크 신분확인·서류절차 간단… 전화 한통이면 입금해줘
"대학 휴학생이고 신용이 7등급인데 대출이 가능한가요?"여자 상담원이 쾌활한 목소리로 답했다. "반갑습니다 고객님, 얼마가 필요하세요?" 상담원은 대학교명, 학년, 기존 대출 여부 등을 물었다. 그리고 곧 "최대 24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는 답을 내놨다. "정말이냐?"고 되묻자 "학교가 아주 좋아서 문제없다"고 말했다. 전화를 건 인턴기자는 서울대생이었다. 본지가 인터넷에서 '대출'을 검색해 "2400만원까지 가능하다"라는 대답을 얻기까지 8분밖에 걸리지 않았다.본지는 너무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스튜던트 푸어를 양산한다고 보고, 직접 대출을 해보기로 했다.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대학생 대출'을 입력하니 100여개의 업체가 검색됐다. 한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상담원은 "월 1.5∼2.8%의 금리로 100만원 빌리면 이자로 2만원 중반 정도 낸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또 주민등록등본 원·초본, 고졸증명서, 신분증 사본, 입금받을 통장 사본, 휴학증명서만 있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상담원은 "오늘까지 서류를 모두 팩스로 보내면 2시간 내로 돈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 업체와 비슷한 다른 5군데 업체에서도 동일한 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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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김성규 기자
'스튜던트 푸어'가 된 20대 대학생들을 취재팀이 만나 보니, 뒤에는 '고금리 대출'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신용이나 담보가 없는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은 제1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 어렵다. 반면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는 조건도 까다롭지 않고 인터넷·전화 등으로 간편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연이율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받은 대학생은 8만8000명에 달한다. 전체 대학생(212만명)의 4.2%다.
돈을 쉽게 빌릴 수는 있지만, 갚기는 그만큼 쉽지 않다. 대학 신입생 때 인터넷에서 고금리 대출로 500만원을 빌려 쓴 유모(28)씨는 "몇 가지 서류만 갖다 내니 바로 돈이 들어왔다"며 "100만원만 덜 빌렸으면 이자로 얼마를 아낄 수 있을까 생각하며 얼마나 자책했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빚을 갚기 위해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월 25만원짜리 반지하방에 살면서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를 했다. 한 달에 80만원을 벌어 10만원씩 원금을 갚고 10만원씩 이자를 갚았다. 교통비·통신비·공과금 등을 내고 나면 생활비는 30만원도 안 남았다.
유씨는 "지금 고금리 대출 과정은 너무나 쉬워 별생각 없이 돈을 빌릴 수 있다"며 "무엇보다 대학생들이 그 위험성과 무서움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대학교 3학년이던 2011년 연 39% 이율로 500만원 대출을 받은 김모(29)씨는 "광고에 '전화 한 통이면 바로 대출이 된다'고 해서 전화했는데 정말 한 통화로 대출을 해주더라"며 "이름과 주민번호를 묻더니 '고객님 신용이 좋다'고 하며 그날 바로 500만원을 넣어줬다"고 했다. 올해 초 취업한 그는 아직 이 빚을 갚고 있다. 김씨는 "대학교 때는 생필품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 80만원 중 60만원을 돈 갚는 데 썼다"며 "취직해 200만원 정도 버는 지금도 계속 돈을 갚고 있다"고 말했다.
일선 상담사들은 "고금리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대출에 손을 대는 학생들, 너무나 손쉽게 돈을 빌려주는 대출업체가 '스튜던트 푸어'의 첫째 문제"라고 했다.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김기성 센터장은 "지금 20대는 고금리 대출 서비스의 내용이나 신용 관리 등에 대해 교육받아 본 적이 없어 그 위험성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부모에게 손을 벌리긴 쉽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면 공부할 시간과 기회를 놓치니 대출업체를 찾아 고액 학원비를 대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연대은행 미래사업팀 구현정 팀장은 "하루 평균 20명 정도 대출 구제 상담을 하는데 10명 중 8명은 대학 생활 중에 발생한 대출"이라 했다.
구 팀장은 "대부업체나 저축은행에서 말하는 월 3.2% 이자는 연이율로 따지면 32% 이자"라며 "학생들은 '에이 3%쯤이야' 이렇게 생각하지만, 쉽게 보다 큰코다친다"고 했다. 그는 "고금리 대출을 받은 대학생들은 대학 생활 좀 잘해보려고 빚을 졌다가 이자를 갚기 위해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하고 휴학을 하게 되고, 그러다 졸업이 멀어지고 취업도 늦어지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나는 민달팽이族(껍데기없는 달팽이·주거 불안한 대학생 빗댄 말)… 1.8평 고시원에서 '스펙(SPEC·specification: 학점·토익점수 등 취업을 위한 이력)'은 사치였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9/01/2014090100127.html?news_HeadRel
[4] 지방출신이 더 힘들다
방세 벌러 아르바이트→ 학점 포기→ 날아간 장학금… 대학 재학 내내 악순환 저소득층·지방 출신 학생위해 대학이 아르바이트 제공 등 적극적인 대책 세워야
서울 4년제 S대학 사회복지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24)씨. 충남에서 사회복지사의 꿈을 안고 상경했다. 기초생활수급자 배려 전형으로 입학했다. 아버지는 일용직 노동자다. 김씨는 "대학에선 나만 열심히 공부하면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 꿈이 깨지기까지 한 달도 안 걸렸다"고 했다.등록금은 장학금으로 해결했지만, 방세와 생활비가 없었다. 학교 앞 고시원은 가장 저렴한 곳도 월 40만원이었다.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돈을 더 주는 온라인 쇼핑몰 피팅모델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었다. 한 달에 90만원을 벌어 방세와 생활비를 해결했다. 그러나 안정적이지 않은 피팅모델 알바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매번 새로운 업체 면접을 봐야 했다. 결국 학점을 포기했다. 일이 있다면 수업도 제치고 달려나갔다.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 장학금을 놓쳤고, 출석 일수를 못 채워 학사경고도 받았다. 악순환이었다.등록금을 벌기 위해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휴학하고 돈을 벌고 복학했다가 다시 등록금 벌기 위해 휴학하는 것을 3번 반복했다. 2011년엔 고금리 대출에 손을 댔다. 연이율 26%에 빌린 200만원은 3년 만에 500만원으로 불었다. 김씨는 악착같이 버텨 겨우 학점을 올렸지만 4학년이 되면서 다시 좌절했다. 취업을 위해선 학점 말고도 토익 점수, 스피킹 점수, 해외 경험 등 준비할 게 너무 많았다. "요즘 취업을 위해선 스펙(SPEC·specification: 학점·토익점수 등 취업을 위한 이력)도 있고 스토리도 있어야 하는데 난 스토리만 있다"며 "스펙 없는 내 스토리는 지지리 궁상일 뿐"이라 했다.우리 사회는 '개천에서 용 나기'가 쉽지 않은 구조가 됐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될 것'이라 믿고 대학에 입학한 저소득층, 주거비와 생활비를 부담해야 하는 지방 출신 학생들은 스튜던트 푸어의 나락으로 더 쉽게 떨어진다. 2012년 청년노동조합 '청년유니온'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재학 기간 동안 대학 등록금 2802만원을 제외하고도 학원 수강료, 영어시험 응시료, 어학연수비 등으로 1467만원을 썼다. 이 돈이 없는 저소득층은 다른 학생들에게 스펙이 밀려 취업이 힘들다.지방 출신 학생은 주거비 부담이 더해진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상경 대학생들의 28.1%만이 기숙사에 산다. 나머지 학생들은 월평균 28만6000원의 주거비를 내고 월세방이나 고시원 등에서 자취나 하숙을 한다. 이 돈은 한 달 생활비에서 35.3%를 차지한다. 서울대 사회학과 이재열 교수는 "취업에 들어가는 비용이 커지고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더 많이 투자하고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는 구조가 돼 버렸다"며 "이런 구조 속에서는 부모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저소득층 학생들은 더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경남 밀양 출신 박모(24)씨도 지난 2월부터 서울 마포구의 6㎡(약 1.8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월 28만원을 주고 생활한다. 지난 학기까지 기숙사에서 살았지만 이번 학기는 추첨에서 떨어졌다. 기숙사에서 쓰던 물건들은 풀어놓을 공간이 없어 라면 박스에 담아 방 안에 층층이 쌓아놨다. 기숙사에서 나오니 주거비 등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어 휴학하고 기업체 인턴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부모님께 더 이상 손 벌릴 수도 없고 이렇게 하지 않으면 생활비를 벌 수 없으니 1년 정도 돈을 번 뒤 공부에 올인하려 한다"고 했다.2005년 농어촌 지역 특별전형으로 서울의 한 대학에 합격한 충남 홍성 출신 백모(27)씨도 "한 해 농사를 지어야 그나마 돈이 생기는 부모님은 당장 목돈도 없을뿐더러 매달 방세로만 30만원을 날린다는 게 너무 아까워 월세 15만원짜리인 지하방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비슷한 처지의 선배·동기와 옷을 함께 사 번갈아가며 입었다. 주말이면 결혼식장에서 영상 촬영 아르바이트를 하고 10만원을 벌어 다음 일주일을 살았다. 백씨 역시 "돈이 없으니 이런저런 자격증을 딸 수도, 외국에 나갔다 올 수도 없었다"며 "아르바이트 경험만이 내가 쌓을 수 있는 스펙이었다"고 했다.한국개발연구원 김희삼 연구위원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기회균형이란 취지로 선발된 학생이 학교에 쉽게 적응하도록 상담·지원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는 등 애프터서비스 시스템이 있지만, 우리는 사후 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 대학에서도 형편이 어려운 저소득층, 지방 출신 학생들을 위해 공부를 하며 생활비 등을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학교 측이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싼 서울 주거비의 그림자
대학에 늦게 진학한 송모(29)씨는 2학년이던 2011년 대학 기숙사를 나와 자취를 시작하면서 저축은행에서 180만원을 대출받았다. 자취 생활은 송씨 예상보다 돈이 많이 들었다. 식비·공과금 등으로 기숙사 살 때보다 한 달에 15만원 더 지출됐다. 월 8만원의 대출 상환금이 밀리기 시작하면서 빚은 1년 만에 300만원으로 불어났다. 송씨는 작년에 대학을 졸업했지만 아직 학자금 대출을 포함해 빚 2300만원이 남았다.
서울의 비싼 주거비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학생들을 스튜던트 푸어로 내모는 주범이다. 지방 출신 학생들은 주거비 때문에 서울 집에서 먹고 자며 통학하는 학생들보다 한 달에 30만~60만원의 비용이 더 든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월세를 올리겠다는 집주인과 말씨름을 하거나 다른 방을 찾아 떠나야 한다. 이 때문에 대학가에서는 주거 불안에 시달리는 '스튜던트 푸어'를 '민달팽이족'이라 부른다. 껍데기집이 없는 민달팽이에 비유한 것이다.
단국대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24)씨는 민달팽이족 중에서도 '메뚜기족'이다. 방값을 올려달라는 요구를 들어줄 수 없어 계약이 끝날 때마다 거처를 옮기기 때문이다. 김씨는 입학 첫해 학교 앞 하숙집에 자리 잡았다. 그러나 1년 만에 고시원으로 옮겨야 했다. 주인이 보증금을 1000만원 올려달라고 해서다. 그 뒤로 김씨는 고시원과 기숙사를 전전했다. 방학에는 고향에 내려가는 친구의 방을 싼값으로 빌렸다. 그는 "이제 짐 싸는 데 도가 텄을 뿐 아니라 아예 짐을 완전히 풀지 않고 지낸다"고 했다.
더 나은 방을 찾아 옮겨 다니기를 포기하고 가격이 싼 곳에 눌러앉는 '말뚝족'도 있다. 숭실대에 다니는 김모(24)씨는 서울에 올라온 2009년부터 6년째 한 고시텔에 살고 있다. 방에는 침대와 책상, 약간의 수납공간만 있고, 화장실·세탁실·주방은 층 전체가 함께 쓴다. 김씨는 "오래 눌러앉은 덕에 주인이 월세를 5만원 깎아줬지만 여전히 한 달 35만원이다. 다른 데는 더 비싸다. 앞으로도 여기를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아예 방 구하기를 포기하고 매일 몇 시간씩 걸려 지방과 서울을 왕복하는 경우도 있다. 긴 여정을 빗대 '마라톤족'이라 부른다. 충남 천안에서 서울 청량리까지 매일 왕복 5시간 길을 통학했다는 서울 한 4년제대 강모(25)씨는 "돈을 아끼기 위해 천안에서 매일 지하철을 타고 다녔다"며 "하루하루가 '대장정'이다. 그래도 서울살이보다는 돈이 적게 들었다"고 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스펙 위한 스펙(SPEC·specification: 학점·토익점수 등 취업을 위한 이력) 쌓기 멈추게 할 열쇠, 기업이 쥐고 있다"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9/03/2014090300305.html?related_all
[5·끝] 전문가들의 해법
"말로만 '스펙 안본다' 하지말고 실제 채용 통해 보여주길 대학도 선배 활용한 멘토링 등 형편 어려운 학생 지원해줘야"
"야구장 관중석에서 경기를 잘 보겠다고 앞에서 일어나기 시작하면 뒷사람도 다 일어나야 합니다. 앉고 싶어도 못 앉는 거죠. 제일 좋은 건 모두 앉아서 보는 거지만 남들이 서 있기 때문에 나도 서 있는 거죠. 스펙 쌓기도 이런 식의 경쟁이 됐습니다."(한국개발연구원 김용성 박사)취업 컨설팅 학원, 영어 학원 등 스펙을 위해 돈을 쓰느라 최저생계비로 생활하는 스튜던트 푸어에 대해 전문가들은 "남들이 다 하는데 나만 안 하면 서류전형에 떨어져 내 스토리를 말할 기회조차 없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고 했다. 한국고용정보원 박상현 연구위원은 "실제로 이미 취업한 사람들과 취업 준비중인 전문대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취업한 사람들은 '인성·적성·인문학·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한 반면 재학생들은 자신들이 외국어 능력이 부족해서 취업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더라"고 했다. 스펙에 대한 청년들과 기업의 인식 차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인적자원정책부 연구부장 김용성 박사는 "그런 불안을 해결할 열쇠는 기업이 쥐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스펙 안 본다, 필요 없다, 스토리만 본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실제 선발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KDI 연구위원 김희삼 박사는 "대학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스펙 쌓기는 일종의 대학 사교육"이라며 "대학교육이 질이 높고 관리가 잘된다면 학생들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학자금이나 생활비 때문에 고금리 덫에 빠진 청년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저금리 전환 대출'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는 "대학 재학생이나 휴학생이 20% 이상 고금리 대출을 해 6개월 이상 원리금을 갚았고 그게 도박 등을 위해 빌린 경우만 아니라면 사회연대은행 등에서 5~6% 정도 저금리로 갈아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상대학교 경제학과 장상환 교수는 "고금리 대출을 받은 대학생이 약 9만명에 달한다는 건 국가 재정으로 해결해야 할 일을 개인이 떠맡아 사금융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고소득을 노리고 전문대학원에 진학한 일명 '로스쿨 푸어'에 대해선 전문가들은 "미래를 장밋빛으로만 보는 건 아닌지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미국의 전문대학원생은 취직을 해서 빚을 갚는 것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는 전문직이라고 해서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되는 시대가 지났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전문대학원 졸업 후에도 영업이 안 돼 빚을 지는 전문직도 많은 만큼 무분별한 마이너스 통장이나 대출은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본래 저소득층이거나, 상경한 지방 출신으로 높은 집값 때문에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빈곤층 직행 푸어'에 대해서 '사후 지원'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KDI 김희삼 박사는 "기회 균형이라며 기초생활 수급 가정 학생이 대학에서 공부할 기회를 주는 제도가 있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생활이 어려워 학업이 힘든 학생들에게 대학 선배가 '멘토링'을 한다거나 근로장학금을 주는 등 지속적인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했다.스펙 경쟁이 싫어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었지만 만만찮은 고시학원 비용 탓에 빈곤선을 맴도는 '고시 푸어'. 서울대 사회학과 장덕진 교수는 "빈곤을 겪는데도 고시 공부에 매달리는 건 그게 가장 안정적이고, 투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어떤 사회든 투명성이 개선되고 사회 신뢰 수준이 높아지면 창업자 비율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며 "창업 비용 등 도전적인 직업에 대한 투자를 높이면 안정적인 직업에 매달리는 상황이 개선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전문가들은 그러나 "청년 34만명이 빈곤선을 맴도는 '스튜던트 푸어 현상'을 해결할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결국은 좋은 일자리"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비정규직 일자리를 질 좋은 정규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청년층은 취업을 미루거나, 취업을 해도 가난을 탈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