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계산 시산제 산행
봄날이 반갑지 만은 않다. 매년 중국발 황사가 봄을 망쳐 놓더니 올해는 미세먼지까지 합세를 했다. 근래에는 봄의 불청객 황사와 미세먼지가 해를 가리고 우리의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흐려놓기 일쑤다. 흐려진 그림일랑 지워버리고 새하얀 도화지 펼쳐놓고 봄을 그린다면 쪽빛 하늘에 터질 듯 부푼 꽃봉오리를 그리고, 그 아래엔 개울물소리도 그려 넣어야겠다. 봄의 전령사 버들강아지와 산수유, 생강나무의 샛노란 꽃도 빼 놓을 수가 없겠지.
긴 겨울의 터널을 지나 화창 봄을 기대하는 우리들의 바램을 외면한 채, 봄의 불청객 황사먼지가 우리들의 청산을 지워버렸다. 청마의 해 갑오년 새봄, 청산은 그렇게 희미한 실루엣이 되어 우리들에게 다가왔다.
복계산은 우리나라 휴전선과 가장 근접한 최북단에 위치한 산이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시산제 산행이다. 어스름 새벽길에 익숙하던 발길이었는데, 어느새 여명을 지나 밝은 아침을 맞아 집을 나선다. 버스가 기다리는 백제고분군 소공원 앞에 벌써 많은 산우들의 모습이 보인다. 산우들의 올 한해 안전한 산행을 기원하는 안전기원제를 준비하는 운영위원들의 손발이 바쁘게 움직인다. 평소에도 하는 수고지만 오늘은 좀 더 수고를 해야 할 것 같다.
늘 빈자리가 있었던 버스지만 오늘만은 예외다. 50여명의 회원이 참석해 버스를 타지 못한 회원은 자가용을 타고 왔다. 도심을 벗어난 버스가 내촌 휴게소에 이르자 등산객들을 태운 버스가 주차장을 가득 메웠다. 연무에 휩싸인 산줄기와 하늘의 경계가 분명치 않다.
복계산은 산행들머리에서 왼쪽으로 푸른 소나무 군락을 머리에 인 높은 암벽을 볼 수가 있다. 높이가 40여 미터에 이르는 이 암벽은 매월대라고 불린다. 또 불과 10여분만 오르면 물줄기의 높이가 20여 미터에 이르는 폭포를 만날 수 있다. 선암폭포, 일명 매월대폭포라고 한다. 복계산은 비교적 편안한 육산으로 알려져 있지만 매월대와 매월대폭포가 있어 산행의 묘미를 더해준다.
복계산은 생육신 중의 한 사람이었던 매월당 김시습과 인연이 깊다. 매월당 김시습은 세조의 왕위 찬탈에 비분하여 공부하던 책을 불태우고 출가를 하여 전국을 돌며 방랑생활을 하였다. 방랑생활 중에 복계산 일대 산촌에서 잠시 은거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월대와 매월대폭포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매월당 김시습은 경주 남산에 금오산실을 짓고 은거 생활을 하며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를 쓰기도 했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냇물은 완연한 봄이 왔음을 알리기라도 하는 듯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른다. 아직은 그늘진 곳에 잔설과 얼음이 남아 있지만 대지를 녹이는 봄의 물길을 막을 수는 없다. 돌 틈과 너럭바위를 타고 쉼 없이 흘러내리는 냇물이 끊임없이 잔설과 얼음을 녹여내 대지를 적시고 있다.
한 겨울 동안 거대한 빙벽으로 변한 매월대폭포에 커다란 구멍이 났다. 그 속에서는 옥색물감이 묻어난다. 빙벽 속 물줄기는 봄을 재촉이라도 하듯 세차게 흘러내린다. 빙벽폭포를 지나면 한 동안 가파른 너설이 이어진다. 하지만 그렇게 힘이 드는 것은 아니다. 군데군데 너럭바위와 소나무가 쉴 곳을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산우들과 여유로운 산행을 하는 동안 하늘은 쪽빛으로 변했다. 가파르게 이어지던 산길도 삼각봉을 지나면서 완만한 산등성이 길이다.
녹 슬은 철조망, 속칭 삐삐선으로 불리는 군용 통신선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초소와 교통호도 자주 눈에 띈다. 이곳이 그 만큼 전방임을 말해주는 반증일 것이리라. 완만하던 산등성이 길은 정상을 500여 미터 앞두고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잔설과 낙엽속의 얼음은 초봄 산행의 복병이다. 표면만 녹아있는 상태로 경사진 곳에서는 매우 미끄럽다.
복계산 정상은 암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비좁은 암벽사이를 통과하여 해발 1,057.2미터의 정상에 서면 사방으로 툭 트인 조망들이 산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석이버섯이 자생하고 있는 정상 암벽 아래에는 작은 쉼터가 있다. 여러 산우들과 다과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여느 산행 때 같으면 점심식사를 해야 하지만 오늘은 간단한 요기만을 하고 산을 내려가기로 했다. 하산은 가파른 너설 길이었다. 미끄러져 넘어진 산우들도 더러 있었다. 다행히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모든 산우들이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시산제에 참여 할 수 있었다. 시산제는 올 한해 송파한우리산악회원들의 안전한 산행을 기원하는 매우 중요한 행사이다. 모든 산우들이 한 마음으로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제단에 올리고 다함께 안전한 산행을 기원하는 매우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슨 일이 든 혼자보다는 함께 할 때 더 강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돼지머리 입에 한 가득 물린 하얀 봉투 속에 하나 된 산우들의 마음이 담겼으리라.
[복계산 시산제 산행을 마치고. 솔뫼]
첫댓글 솔뫼님!수고 많으셨고 멋지게 꾸며 올리신 산행일기 잘 봤습니다 ~~~
회장님, 해오름 시산제도 찰 치루시기 바랍니다~
아름다운 산행일기및사진 잘봤슴니다 항상 고맙슴니다.
아름다운 사진들 멋진 글들이네요 복계산 산행기도 너무 너무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