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들은 현재 한국불교계에 영향력이 큰 스님들로 법륜·정목·혜민 스님 등을 꼽았다. 이는 지난 2013년 설문조사 때와 비슷한 결과로 이들 스님의 대중적 인지도가 줄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사찰불교대학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설문조사에서 불자들은 ‘불교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비구스님’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11.7%가 법륜 스님을 꼽았다. 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9.1%로 2위를 차지했으며, 전 미국 햄프셔대 교수 혜민 스님(8.7%),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5.2%), 인천 용화사 법보선원장 송담 스님(3.1%) 등이 뒤를 이었다.
법륜 스님은 2013년 조사에서도 19.9%로 1위를 차지했었다. 법륜 스님이 2회 연속 영향력이 가장 높은 인물로 선정된 것은 스님의 대중적 활동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법륜 스님은 지난 2012년부터 진행한 ‘즉문즉설 콘서트’ 등을 통해 ‘국민멘토’로 급부상했다. 스님은 또 방송과 책, 콘서트 등을 통해 가족과 세대간 갈등이나 사회구조적 모순으로 고통 받는 현대인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제공하면서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스님의 이런 활동은 단순히 개인적인 인기 차원을 넘어 한국불교의 이미지 제고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법륜 스님과 함께 ‘국민멘토’로 불리고 있는 혜민 스님도 한국불교 내에서 영향력 큰 스님인 것으로 이번 설문조사 결과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영향력이 2위로 나타나 2013년에 비해 한 단계 상승했다. 그러나 현직 조계종 총무원장의 불교계 영향력이 9%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은 종단에 대한 신뢰수준이 그만큼 낮다는 것을 방증한다. 따라서 신뢰 회복을 위한 종단차원의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인천 법보선원장 송담 스님도 순위에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송담 스님은 ‘남진제 북송담’이라 불릴 만큼 한국불교계에서 존경 받는 스님이지만 그동안 대외적 활동이 많지 않아 대중적 인지도는 높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용주사 주지 선거과정에서 발생한 잡음으로 송담 스님이 돌연 탈종을 선언하면서 종단 안팎에서 큰 파장이 일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재가불자들 사이에서 송담 스님에 대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진 점이 이번 설문조사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영향력이 큰 비구니스님으로는 2013년에 이어 정목 스님이 1위를 차지했다. 정목 스님은 ‘불교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비구니스님’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12.7%의 동의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전 전국비구니회장 명성 스님(7.1%), 전 운문사 주지 일진 스님(5.0%) 등이 뒤를 이었다. 정목 스님은 인터넷 유나방송을 진행하며 수많은 청취자들과 네티즌에게 큰 위안과 감동을 선사함으로써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정목 스님은 이웃종교계가 주최하는 강연에도 초청되는 등 활동영역을 더욱 넓히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설문조사에서 ‘영향력이 큰 비구니스님’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8.2%가 ‘없다’거나 ‘모른다’고 답해 비구니스님들의 인지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밖에 불교계에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으로는 2013년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10.5%로 1위를 차지했다. 주호영 의원(5.3%), 정의화 국회의장(1.8%), 이명박 전 대통령(1.0%) 등이 뒤를 이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영향력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 눈에 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설문조사 당시 34.0%를 얻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10%대로 급락했다. 이는 최근 ‘청와대 비선라인 국정개입 의혹’ ‘통합진보당 해산’ 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급격히 하락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1.7%가 가장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종단으로 조계종을 꼽았다. 그러나 이는 지난 2013년 설문조사 결과(75.5%)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한 수치로 조계종의 대외신뢰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불자들은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종단’으로 51.7%가 조계종을 선택했으며, 천태종(7.8%), 태고종(1.2%), 진각종(1.0%), 법화종(0.8%) 등의 순으로 답했다. 조계종이 다른 종단에 비해 월등히 앞서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지난 2013년에 조사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한 점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조계종을 모범적인 종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불자들의 수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제16대 중앙종회의원선거를 계기로 총무원장을 지지하는 계파와 반대하는 계파가 극명하게 구분되면서 상대를 겨냥한 폭로와 비난이 이어졌다. 결국 이런 갈등이 곧 종단의 신뢰도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천태종은 이번에도 모범 종단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종단 내부의 불필요한 잡음이 외부로 노출되는 것을 차단하는 대신 통일, 복지 등의 대외활동을 부각시킴으로써 긍정적인 면을 최대화시킨 천태종의 운영전략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그동안 조계종에 이어 제2종단임을 표방했던 태고종은 최근 총무원장을 두고 갈등과 반목이 확산되면서 이번에도 저조한 성적에 그쳤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또 ‘영향력이 큰 종단 1개만 선택 하라’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78.1%가 조계종이라고 답했다. 나머지 종단은 1%를 넘지 못했고 무응답이 21%에 달했다. ‘영향력이 큰 종단을 복수 선택한 결과’에서는 조계종(79.0%)에 이어 천태종(32.9%)을 지지했다. 또 태고종(13.3%), 법화종(2.4%), 진각종(0.8%), 관음종(0.3%)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영향력이 큰 종단을 복수로 응답해 달라는 이 물음에서도 무응답이 70.7%에 달해 조계종과 천태종, 태고종, 진각종 등 주요 종단을 제외한 여타 종단의 인지도는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재확인됐다.
‘2015년 오늘의 한국불교’ 설문조사는 2014년 11월10~21일 11일간 전국의 불교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우편조사로 진행됐다. 전국을 서울과 경기·인천, 강원, 충청, 영남, 호남, 제주 등 7개 권역으로 나눠 2005년 인구센서스 기준 불자인구 지역별 비율에 따라 모두 1000부의 설문지를 배포했다. 이번 조사에는 전국 40개 불교대학 재학생 735명이 참여했다.
조사내용은 인구사회학적 기초통계 6개 문항, 인지도와 영향력 관련 주관식 8개 문항, 불교의 현실과 미래 관련 5개 문항, 종교와 종교갈등 관련 5개 문항 등 총 23개로 구성됐다. 조사대상을 불교대학 재학생으로 제한함에 따라 여성(72.4%)이 남성(27.6%)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한 연령대도 30대 미만 6.1%, 40대 23.9%, 50대 50.7%, 60대 이상 19.3%로 50대가 응답자의 절반을 차지했다. 조사분석은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길리서치에서 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