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이 오면
이름 모르는 그와 걸었던 길을 걸어볼까 생각해 본다
많이 달라 졌겠지만 옛 길을 더듬어 여기쯤이겠지 하며..
잊고 그런데로 잘 살았는데
80이 되며 불현듯 떠오른 그때가 지워지지않고 가슴에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되살아나 지금 나는 나의 잘못으로 못 만나게 되었음을 안타까워하며 후회하며 괴로워하고 있다
난 그땐 그사람을 만나도 될까하는 망설임과 여러형제들과 지내 외로움이 그리움이 뭔지도 몰라서..
그를 만나고 난뒤 얼마되지않아
회사가 무척 바빠져 일에 몰두하며 잊었었다
회사에 처음 인사하러 왔을때 보면서 맘속으로 ×자를 크게 그은 사람을 만나게 되며
피곤속에서 코피도 흘리고 아침에. 일어나 얼굴에 붉은 반점이 솟아 나오는 상태에서 완전 맨붕속에서 싫은 이사람을 거부할 방법을 못찾았고 힘도 없었고(나름 회사에 안 나가기도 해보고, 직장 옮기려 알아도 봤고, 생각 좀 해봐야겠다고도 했건만, 더욱 이건 데이트가 아니고 끌려다닌거다 )(그땐 너무 착했다 남한테 싫은 소리할줄도 모르고..지금 같으면 모질고 끔찍한 소리로 단번에 떼 버릴수 있는데.. 이런것이 숙명인가)심한 피곤과 판단력이 흩어진 상태에서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하게되었고 첫날부터 친구들속에 파묻혀있는 남편, 유산 임신을 거듭하며 남편의 실수로 몇차례 이사 다니며 남자들이 하는 나쁜짓은 다하는 사람하고 살자니(그때엔 본인에게도 그렇지만 여자에게 이혼은 집안의 큰 수치였다
그러나 이혼을 생각한적도 있었으나)
급기야 스트레스우울증으로 입원을 하게되었고 두어달 병원에 있을때 따뜻한 말을 해주었던 그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때 주치의는 그가 내게 해 주었던 말을 듣곤 '그사람이 어떻게 해결해 줍니까!' 하였지만 난 지금도 해결까진 못해도 노력은 했을꺼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반나절 만났으나 그는 누구보다 따뜻하고 진실했고 그와 함께였으면(물론 그사람과도 문제가 있었겠지만) 행복했을것 같은 어리석고 말도 안되는 엉뚱한 생각이 마음에 들어오면서 더욱이 그 먼 옛날의 그 사람을 한달째 그리워하고 있다
지금 생각해봤자 무엇하겠냐만은..
내 자신도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잠간 생각났다 사그러지는것이 아닌 이 마음은 뭐란 말인가
늙으면 마음도 주책을 부리는가
다시 만날 확률은 0.0001도 없지만. 혹여 그를 만난다면 이제는 이름부터 묻고 싶고 연락처도 얘기해주고 싶고 오랜시간 어떻게 사셨는지 나를 한번이라도 떠올려 보셨는지..행복한 삶이였는지.. 물어보고 싶다
그 긴날. 어떻게 지내셨는지
행여 꿈에서라도 만날수 있다면 그의 품에서 한껏 울어보고 싶다
그리웠다고.. 잊지 못했다고...
만나자한 날, 1시간이나 늦게 가 미안하다고.. 30분만 늦었어도...(왜 좀 더 기다리지 않으셨는지..아니면 그도 ..)
그래서 우리 만남을 이어가지 못하게 되어 정말 미안하다고..
시간 맞춰 못 가 미안하다고..
늦어 못 만난 벌을 호되게 받았다고..
어떻게 하면 잊을까
일주 뒤 우울증 상담하러 가는데 이야기하여 털어버리면 잊어질까
친구에게 얘기하면 잊어질까
무엇이든 얘기할수 있는 후배에게 말하면 잊을까
아니 따뜻한 봄이 오면 그와 처음 만났던 논둑길에 가 성큼성큼 걸어오던 그를 생각해 보고, 버스타고 시청서 내려 명동에서 밥 먹고 종로2가에서 버스 타 보면 잊어질까
버스에 대고 크게 전화번호 말해주던 그를
카츄샤 군복입은 늠름하고 젊었던 그를
잊을수 있을까
겨울이 싫다
추워서 못 나가고, 눈와서 못 나가고
넘어져 수술한 뒤론 더욱..
침대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리운 옛일만 생각나고..
결혼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크게 부풀어 오르고..
이런 아름다운 추억이라도 있는 나는 행복한 사람일까
무언가 마음 쓸 일을. 찾아야 겠다
노인복지시설 이라도 가까이 있으면 거기 가 사람 구경이라도 하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기라도 할텐데
친구도, 언니도 다 멀리 살고
24년 되기전 작년 12월 친구들과 만나
80인 우리가 치매도 안 걸리고 걸을수 있어 이렇게 인사동서 만나 때때론 친구들 전시도 보고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며 얘기할 수 있어 얼마나 복 받은거냐며 가버린 젊음의 아릿한 마음을 위로하며,
언제 우리가 못 만나게 될줄 모르니 계절별로 라도 만나자했다
생각나는 걸 어쩌랴
생각나면 그냥 생각하고..
훌훌 털어지면 또 그런데로
그냥 그렇게. 사는거지 뭐..
이제 얼마 안 남은 삶인데..
인생 별거 있겠냐만은..
23살... 반 나절 만났던 그대여..
짧은 시간 잊지 못할 다정한 말, 그리고 함께 해 주어 고맙습니다
당신과 함께했던 시간은 고요했고 무척 편안하였고 푸근했습니다
맛있는 저녁 사 주셨는데 식사대접 못해 미안합니다
부디 편안히 지내시기를~~~안녕히~~~~~
영원히~
안녕~~~~~~~
*올초 느닷없이 결혼전으로 돌아가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했으면 행복했을것 같은 마음에 괴로웠다고 했더니 닥터 임선생은 생각할 수 있죠 하며 방법이 있으니 힘들면 바로 찾아오라 하셨다
잊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