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는 지난 5일 서울 역삼동에서 미디어 데이를 개최하고 'SUHD'를 중심에 놓고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LED, OLED, 퀀텀닷, PDP TV를 한자리에서 전시했다. 화면의 질이나 밝기를 비교하면서
SUHD의 화질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5개 화면에서는 토마토, 양배추, 연어, 샐러드 등 선명한 색감의 화면이 나오고 있었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TV 신제품 전시회를 두고 LG전자가 발끈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직접적으로 LG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제품과 LG전자 제품을 직접 비교 전시한 것도 아니다. 다만 LG전자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육성하고 있는 OLED(올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 제품을 교묘하게 깎아내렸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 올해 전략제품으로 출시한 SUHD TV를 한국에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SUHD TV의 화질을 강조하기 위해 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 LCD(액정표시장치), 퀀텀닷 LCD, OLED TV를 비교 전시했다.
육안으로 봐도 SUHD의 화질이 훨씬 뛰어났다. 삼성전자는 모든 비교대상 패널을 삼성전자 제품으로 전시했다. LG측이 문제삼고 있는 'OLED' 제품도 삼성 제품이었다.
OLED는 선명도와 밝기가 크게 뒤떨어지는 것처럼 나왔다. 일반 LCD TV는 물론 풀HD급 화소의 PDP TV보다 색감이 탁했다. 삼성전자는 "밝기나 영상 소스 등은 모두 동일하게 맞춰 전시했으며 조작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LG전자는 삼성전자가 교묘하게 OLED를 깎아내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고의가 아니라면 "삼성전자가 OLED 패널 기술이 없음을 인정한 셈"이라고 비꼬았다.
◇삼성 "SUHD가 새로운 화질" vs LG "OLED와 비교 말라"
삼성전자는 올해 퀀텀닷 기술이 포함된 SUHD TV를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홍보하고 있다. SUHD로 OLED의 화질을 능가했다고 자신하고 있다. 반면 LG전자는 OLED TV에 집중하고 있다. LG전자는 퀀텀닷 TV는 LCD TV의 한 파생일 뿐이라며 비교를 거부했다.
글로벌 1·2위 TV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계 최초', '세계 최대' 타이틀을 두고 경쟁해왔다. 이번에는 '누가 더 선명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낼 제품을 만드는가'로 경쟁하고 있다.
SUHD는 기존의 액정표시장치(LCD)에 퀀텀닷 필름을 입힌 패널과 피크 일루미네이터 기술로 기존 TV보다 2.5배 밝아졌고 더 깊은 명암비 표현이 가능해졌다. 미세한 나노 크기 입자가 순도높은 색을 보여주는 '나노 크리스탈' 기술도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기존의 퀀텀닷보다 더 많은 기술이 들어갔고 화질도 더 우수하다며 퀀텀닷 TV로 불리는 것을 거부하고 'SUHD'란 이름으로 차별화했다.
LG전자가 밀고 있는 OLED는 자체 발광하는 유기물질을 활용해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LCD처럼 뒤에서 빛을 내는 '백라이트유닛'이 필요없다. 얇고 가벼운 TV를 만들 수 있으며 기존 LCD에 비해 선명한 화질을 구현할 수 있다. 빛이 밝고 어두움을 나타내는 명암비가 무한대에 가까워 LED TV보다 더욱 정확한 색상과 깊이을 표현한다. 시야각에 따른 색상의 변화도 거의 없다. 업계에서는 '꿈의 디스플레이'라고 부르고 있다.
◇ '열받은' LG전자, 퀀텀닷TV와 비교 시연 준비
LG전자는 삼성전자가 OLED TV와 SUHD를 비교 전시한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전시회에서 OLED가 SUHD보다 어두웠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들의 신제품의 화질을 강조하기 위해 화면 밝기나 영상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조작하지 않았다면 OLED 패널 기술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는 셈이다"고 비난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삼성전자는 휴대폰에서는 OLED의 우수성을 강조하고 있으면서 TV 전시회에서 OLED를 비하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건 모순이다"고 지적했다.
앞서 LG전자는 2014년 4분기 실적설명회에서 "SUHD는 LCD UHD다"라며 "퀀텀닷을 이용했지만 OLED와 LCD가 비교되는지가 의문이다"고 밝혔다. 이어 "OLED는 SUHD와 경쟁구도를 전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OLED가 우수하기 때문에 비교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가 OLED보다 SUHD가 더 돋보이는 전시를 기획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LG도 자신들의 TV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OLED와 퀀텀닷 TV의 화질을 비교 시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관건은 소비자 선택...삼성 가격경쟁력 vs LG 게임체인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자존심 경쟁을 결국 고객과 소비자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두 제품의 화질을 절대기준에 따라 비교하긴 힘들다. 다만 가격경쟁력 면에선 삼성전자가 앞서는 것처럼 보인다.
삼성전자는 2013년 OLED TV를 시판한 바 있다. 하지만 OLED TV에 대한 마케팅은 거의 하지 않는다. TV는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이 되야 한다는 철학 때문이다.
올해 내놓은 SUHD TV는 고화질에 프리미엄 제품이지만 LG전자의 OLED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이 강점이다. LG전자의 77인치 올레드 UHD TV는 3900만원에 팔리지만 SUHD TV는 1000만원대로 책정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OLED가 일반 대중에게 팔기에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지적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VD사업부장(사장)은 "삼성전자는 대량의 '매스' 시장을 기반으로 '프리미엄(프레스티지)'을 향하는 '매스티지'를 지향한다"며 "중요한 건 소비자가 살 수 있는 프리미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럭셔리 브랜드가 아니라, 대량 생산을 하고 그안에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라며 "SUHD는 지금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선택이 될 제품이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LG전자는 OLED TV로 시장의 '게임 체인저'를 자처하고 있다. LG전자의 OLED TV는 패널을 만드는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의 자존심과도 직결된다. '삼성이 못하는 앞선 기술'인 OLED로 시장선도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LG와 삼성은 OLED 패널을 만드는 방식이 다르다. LG가 삼성보다 재료 투입량 대비 완성품양을 말하는 수율도 더 높다. 삼성이 OLED 시장을 공략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가격을 낮추면서 시장을 장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