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일지
글쓴이 : 김삼중
운동장에 도착하니 창수 형이 먼저 나와 계셨다. 산행 참가가 어렵다는 회원들이 몇 명되어 오늘 참가인원이 적을 것을 예상했다. 조금 있으니 순명이 형이 도착하셨는데, 막내 은석이 졸업식이 있고 인천에 가셔야 한다며 미안해 하신다. 창조 형님이 조금 늦게 도착하시고 누가 더 나올까 했는데 저 쪽에서 상호 형이 오신다. 서울 가신다 했는데, 여기가 더 좋을 것 같아 나오셨단다.
8시 15분! 네 명이서 단촐하게 제차에 타고 출발! 오늘 산행지가 창수형 회장 하실 때 세분이 다 다녀왔던 곳이라며 남연군 묘(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아버지인 남연군 이구의 무덤) 얘기를 하시는데, 나만 초행길이다. 대전-당진 고속도로 진입로인 북유성 IC가 개통되었다고 하여 노은동을 거쳐 조치원 방향으로 가다가 고속도로를 쉽게 접근했다. 날씨도 화창하고 도로에 차도 별로 없고, 네비를 보니 예상시간보다 빨리 도착할 것 같아 모닝커피 한잔하러 예산 휴게소에 들렀다. 외국기업과 우리나라 기업간에 인재등용 문제며, 이런저런 예기를 나누며 정규속도보다 조금 빠르게 2차선으로 달리고 있는데, 교통 경찰차(일명 빽차)가 갓길로 쏜쌀같이 내차를 추월하여 겁나게 빨리 달려간다. 교통법규를 단속하는 *이 저럴 수가…… 다들 한마디씩 하였다. 고덕/덕산 IC로 빠져나와 좁은 국도로 접어들자 창조형님이 전에 왔던 길이 아니라시며 헷 갈려 하신다.(연세가 들어 기억력이 떨어지셨나?) 네비 안내로 가고있으니 틀릴 이가 없는데…큰 저수지가 보이니 맞다 하시며 조금가면 주차장이고 걸어 올라가면 버스 종점이 있다고 하시며 기억을 되 살리신다.
상가리 대형 주차장에 주차하고 상가리 마을회관을 지나 다리를 건너 직진하여 남연군 묘를 좌측에 끼고 오른쪽으로 걷다가 비닐하우스 식당에서 막걸리를 살까 하다가 그냥 지나치니 삼거리 안내판에 석문봉과 옥양봉이 있다. 옥양봉으로 길을 잡고 들어서자 온통 눈으로 뒤덮힌 본격적인 산행길이 시작된다. 며칠 전에 서해안쪽에 눈이 많이 왔던터라 눈길산행이 예상된다. 날씨가 따뜻하여 조금 녹는다 싶은 미끄러지기 좋은 그런 눈길이다. 아이젠에 스패츠까지 완벽한 복장의 아주머니며…많은 산사람들이 산행을 함께한다. 30분을 걸었을까? 막걸리 한잔 하고 가시지요! 창수 형 짐도 줄여주어야 한다며 상호형이 쉬어 가자고 하신다. 조껍데기 막걸리에 과메기 안주! 한 통을 다 비우고 다시 출발! 관음전 이정표를 지나쳐 가파른 미끄러운 길을 힘겹게 오르니 전망 좋은 바위가 있어 잠시 쉬어 간다. 옥양봉 정상에 도착하니 창조형님이 귤을 건네신다. 앞으로 가야할 능선이며 저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마을과 저수지 등 조망이 너무 좋다. 암봉의 멋진 곳에서 한 카트 찰깍! 창조형님의 촬영 폼이 더 멋지게 보이신다.
이제부터는 능선길이다! 그러나 암능으로 이어져 밧줄에 몸을 의지하며 오르락 내리락 미끄러운 구간들은 조심스럽게 나아간다. 햇빛이 들고 바람도 적당하고 바닥은 온통 눈으로 뒤 덮인 설능길 산행은 힘들다는 생각을 잊게 한다. 얼마나 걸었을까? 창수 형이 아이젠을 차야겠다 시며 앞에 가라 하신다. 셋이서 미끄럼을 타듯이 걷는데 상호형도 아이젠을 차신다고 뒤 쳐지시고 창조형님과 함께 앞에 나아가 오르막 길을 치고 올라가니 석문봉(가야산 정상인 가사봉을 오를 수가 없어 이 봉우리를 정상이라고도 한다)과 함께 바람에 휘날리는 태극기가 반겨준다. 요즈음 한창인 동계올림픽 시상식에서 태극기가 많이 많이 올라갔으면 하는 바람을 해 본다. 연세가 들어보이시는 일행 네분의 사진을 찍어드리고 조금 있으니 일행들이 모두 도착하여 우리도 멋지게 폼을 잡고 증명사진을 한 카트! 창조형님이 상가리 주차장 반대편으로 내려다 보이는 마을이 해미면의 외가댁이 있으시다고 하시며 그 마을에서는 석문봉을 계산이라고 부르기도 하신다고 하셨다.
점심을 먹기는 조금 이른 시간이고 바람 피할 장소도 좋지않아 상호 형을 선두로 정상을 향하여 걷다가 멈칫 하신다. 왼쪽을 보니 나즈막한 바위도 있고해서 내가 먼저 올라가 보니 바람도 없고 전망도 좋고 넘 좋은 자리다. 여기서 점심을 먹고 가지요! 바로 밑으로 저수지(옥양봉과 석문봉사이의 계곡과 가사봉과 원효봉사이의 계곡 물이 모이는 곳)가 내려다 보이고 뒤쪽으로 옥양봉! 앞쪽으로는 정상과 원효봉! 모두가 명당자리라고 좋아하신다. 창조형님의 빛 바랜 오래된 밥상이 펼쳐지고, 술잔을 기울이며 밥과 컵 라면을 나눠 먹고 있는데, 사람소리에 앞서간 일행을 찾는다며 한 아주머니가 오시니 길인 줄 알고 따라오신 일행 중에 한 분이, 자리 좋습니다! 하신다. 네! 여기가 쪼끔 비싼 땅입니다! 하니, 그럼 강남에 서초구청 앞 쯤 되겠네요! 하시는 아저씨! 서울에서 오신 분들이셨다. 다음에 이산을 다시 오게 되면 이 자리를 잊지않기로 하고 창조형님이 찰칵! 수고를 하여 주셨다.
정상을 향하여 걷다 보니 어느새 중계 탑이 앞을 가려 더 이상은 정상(가사봉)을 가지 못하게 출입금지 표지판이 있어 산행의 맛을 떨어뜨린다. 아쉬움을 뒤로한 체 돌아 가야지 어찌하겠나? 어느새 창수 형이 선두로 나서고 원효봉 쪽으로 가다가 헬기장에서 하산하기로 하였는데,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길이 안보이고 어째! 이상하게 만들어진 길인 듯 한 엄청나게 가파른 내리막길로 계속 내려가게 된다. 창조형님이 안보이셔 에코를 하니 응답이 와서 내려 오시겠지 하고 그냥 내려오면서도 왠지 석연찮다. 어렵사리 내려오니 헬기장과 가사봉 갈림길 이정표가 보이고 계곡의 물소리가 들려온다. 완만한 계곡 길을 내려오니 넓은 공터에 간이 화장실도 있고 계곡을 건너야 하는 곳에 도착하니 창수 형이 먼저 가신다고 하신다. 한참을 기다려도 창조형님이 오시지 않아 에코를 하여도 응답이 없어 걱정스런 마음에 핸드폰으로 연락을 하니 수신상태가 좋지않지만 통화가 되고, 내려가서 얘기 하자고 하신다. 상호 형과 내가 맨 후미에 왔어야 했는데, 혹시 헬기장까지 갖다 오신 것 아닐까 하며 기다리는데, 창수 형은 식당에서 안 오냐며 전화가 오고…. 30분이 지나서야 창조형님의 모습이 보이신다. 엄청 고생하신 듯, 땀도 많이 흘리신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헬기장에서 하산하기로 해서 처음 에코소리를 헬기장 쪽으로 생각하여 그곳까지 헤매시며 갖다가 오시느라 늦으신 것이었다. 계획한 등반코스를 바꿔 하산한 점이 너무 죄스럽고, 내 자신을 꾸짖어본다.
창수 형이 기다린다고 하신 뒷 풀이 장소를 찾아 좌측의 저수지 뚝 방 길을 지나쳐 마을 쪽으로 직진하여 마을회관이 나왔는데도 주점은 보이질 않아 통화하니 뚝 방을 건너 우측으로 내려서면 바로 있다고 하신다. 나만 보지 못한 남연군 묘를 볼 수 있게 하기 위하여 다시 올라오게 하나 보다고 하시며 위로하시는 창조형님은 오늘 이래저래 고생이시다. 산행기점인 남연군 묘를 우측으로 하고 올라가니 커다란 비닐하우스 식당 앞에서 창수 형이 기다리고 계신다. 혼자서 막걸리 반 주발에 두부김치를 시켜놓으시고 계셨으니 많이도 기다리셨나 보다. 나무를 때는 난로열기가 무척이나 뜨겁다. 일단 자리를 잡은 다음 한잔씩 쫙!(아! 시원하다) 목을 적시고 창조형님의 산행에 대한 반성을 얘기하시니 열기가 더더욱 뜨겁게 느껴진다. 직접 담그셨다는 막걸리와 만드신 두부 안주를 추가하고, 땅에 묻은 김장김치와 넣어둔 무우(정말 맛있는데…)도 달라고 하시니 한잔하신 주인 아주머니가 무우는 없다시며 아저씨와 애정싸움을 계속하신다. 창조형님이 산행 참가비를 걷자고 하시며 내시는 돈이 빠빳한 오천원 권 두 장이다. 세배 돈으로 바꾸신 돈 아닐까 했는데, 그렇다 시며 세배 돈에 대해서 토론이 시작된다. 조선시대에는 세배를 하면 음식을 나눠먹었고, 세월이 흘러 설빔으로 대신하다가, 언제 부터인가 돈으로 주게 되었는데, 요즈음에는 오만원 권까지 생겨서 세배 돈으로 나가는 경비가 꽤나 부담들이 크다고 하신다. 뒷 풀이는 창수 형이 사신다고 하시어 정산하고 남은 참가비는 회비로 입금하기로 하였다. 남연군 묘에 올라 명당자리에 대한 창조형님 지관의 설명도 듣고….역사의 기록도 보고…..주차장으로 떠벅 떠벅 발길을 옮겨 기다리던 나의 애마에 배낭과 몸을 싣는다. 상호 형이 운전석, 난 조수석에 편하게……
상호형이 차가 왜 이렇게 안 나가냐고 하시니, 가솔린과 디젤차의 차이가 있다고 하시는 창조형님의 말씀도 계셨지만, 다른 차에 비해 쌍용 차가 악세르가 뻑뻑하여 왠 만큼 힘있게 밟지않으면 속력이 나질 않는다. 제조사가 다른 디젤차인 현대 산타페를 운전하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가솔린 승용차 악세르같이 가벼워 어느새 규정속도를 훌쩍 넘어서 말이다. 국도를 벗어나 고속도로를 들어서자 조금씩 익숙해지신 상호형이 친구분과 전화통화 후에는 카레이서가 되신 것 같이 쌩쌩 달리신다. 저녁식사하고 헤어지자고 하니 친구분과 약속이 있어 가야 하신단다. 어느덧 신성동 한울 아파트 앞! 허겁지겁 내리신다. 운동장 주차장에 도착하니 18시20분! 세 명이 섬마을 횟집으로……시간이 조금 지난 후 창조형님 형수님, 순명 형과 형수님이 오셔 기분 좋은 만큼의 술에 즐거운 저녁식사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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