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의학 이야기]
‘아메리칸 스나이퍼’와 ‘론 서바이버’ - 특수부대원과 외과의사의 공통점
소변 오래 참아야 되는 일…방광 커야 할 겁니다
소변 오래 참으면 방광 근육 늘어나 수축력 약화
전립선 좋지 않은 경우 소변보기 힘들어질 수도
특수전 대원들 작전에서 생리현상과의 싸움 많아
몇 시간을 한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는 저격수의 가장 큰 고통은 소변을 참는 일이다. 소변을 너무 오랫동안 참으면 근육이 늘어나 수축력이 약해지고 전립선이 좋지 않을 경우 소변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사진은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장면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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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주 중 하나가 텍사스라고 합니다. 서부 개척시대, 말을 타고 소를 몰던 카우보이들의 마초적인 전통이 그 배경 아닐까요? 그런 영향인지 몰라도 우연히 텍사스 출신의 전쟁 영웅 이야기를 담은 두 편의 영화가 있습니다. 닮은 듯, 닮지 않은 두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와 ‘론 서바이버’입니다.
이 두 영화의 공통점은 일단 전쟁 영화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뛰어난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로 호평을 받은 영화들이고 특이하게도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습니다. 물론 주인공들은 텍사스 출신입니다. 그리고 미 해군의 정예 특전부대, 네이비 실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입니다. 하지만 ‘론 서바이버’의 주인공은 적지에서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고,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주인공은 어이없게 미국 내에서 전우의 총탄에 유명을 달리합니다.
특수전 부대의 일반적인 임무가 후방 침투에 의한 비정규전이기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 비전투원과의 조우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개개인의 판단에 따라 교전 상황이 일어날 수 있고 그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개인의 몫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소개해 드리는 두 영화는 이 상황에서 파생된 상이한 결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론 서바이버’는 아프가니스탄이 무대입니다. 탈레반의 지도자인 아마드 샤를 사살하는 것을 목표로 한 작전명, 레드윙이 그 배경입니다. 2005년 아프가니스탄의 한 탈레반 근거지에 아마드 샤가 은거 중이라는 첩보가 접수됩니다. 미 해군의 특수전 부대인 네이비 실의 정예요원 4명이 아마드 샤를 제거하기 위해 투입됩니다.
그러나 잠복 중이던 이들은 산으로 올라온 염소 몰이 일행에게 발각되고 맙니다. 작전 완수를 위해 비무장 민간인들을 죽일 것인가, 아니면 교전 수칙에 따라 이들을 살릴 것인가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 대원들은 격론 끝에 그들을 놓아줍니다. 하지만 양치기 일행은 탈레반에게 미군의 침투를 알리고, 네이비 실 대원들은 곤경에 빠지게 됩니다.
엄청난 수적 열세 속에 네이비 실 대원들은 장렬하게 싸우지만 역부족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들을 구하러 투입된 다른실 팀을 태운 헬기마저 적의 로켓포에 격추되고 맙니다. 결국 대원들은 하나씩 유명을 달리하고, 마커스(마크 윌버그)만이 유일하게 살아남는데 탈레반과 적대관계에 있는 마을 사람에 의해 구출돼 우여곡절 끝에 생환하게 됩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작전 중에 최악의 참사로 기록되고 있는 레드윙 작전, 그 결과를 놓고 보면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과연 작전의 성공과 교전 수칙의 준수, 이들 중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일까요?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이라크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크리스 카일(브래들리 쿠퍼)은 네이비 실 대원들에게서도 전설로 불릴 만큼의 뛰어난 저격수입니다. 그는 미군 역사상 가장 많은 적군을 저격, 사살한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이 전쟁에 참가하면서 가족에겐 위기가 오게 되고, 갈등과 희생을 강요받게 됩니다. 크리스 카일은 수많은 고비를 넘기면서 전쟁의 영웅으로 돌아오지만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투병 중이던 전역 군인의 총탄에 유명을 달리하게 됩니다. 100명을 살리기 위해 한 아이를 쏴야만 하는 저격수의 갈등, 맹목적인 애국심과 내면의 인간적인 고뇌, 그리고 가족과의 인간적인 갈등 등이 이 영화의 배경이 됩니다.
많은 영화의 배경이 될 만큼, 미 해군 네이비 실의 활약상은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특전사를 비롯해 해병수색대, 특공대, 항공구조대, UDT/SEAL, SSU 등의 특수전 부대가 있고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전의 특성상,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와 땀을 쏟고 있는 특수부대원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영화 ‘론 서바이버’와 ‘아메리칸 스나이퍼’에서도 생생히 보여주듯이 그들의 훈련 과정은 혹독하고 힘들기로 유명합니다. 육체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강한 정신력을 배양해야 하는 것은 그들의 임무상 맞닥뜨리는 위험한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한 것입니다. 영화를 보면 왜 그런 훈련이 필요한지 피부로 생생히 느끼게 됩니다.
저격수도 마찬가지고 특수전 부대원의 수색 정찰도 그렇듯이 작전 중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은폐와 엄폐입니다.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주인공 브래들리 쿠퍼는 크리스 카일 같은 저격수들이 8시간 가까이 꼼짝하지 않는다는 데 경탄을 금치 못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움직이지 않는 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생리현상입니다. 대변은 참는다고 치고 소변의 처리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기저귀를 차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오래 참으려면 일단 방광이 커야 합니다.
외과의사들도 마찬가지로 장시간 수술에 들어가면 화장실 가기도 어려운 상황이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조금씩 싸면서 말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입니다. 반나절 진료에 수십 명을 봐야 하는 외래진료도 의사들의 방광 확대에 기여합니다. 이렇듯 소변을 오래 참게 되면 문제점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방광의 근육들이 늘어나 수축력이 약해질 수 있고 전립선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소변보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간혹 세균이 자라서 방광염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추운 겨울에는 땀의 배출이 안 돼 콩팥을 통한 노폐물 배출이 많아집니다. 피부의 말초 혈관 수축으로 혈류의 대부분이 중심 정맥계에 모여 소변의 생성량이 많아지게 됩니다. 게다가 커피 등 카페인이 많은 음료를 마시면 이뇨작용이 촉진될 뿐만 아니라 방광의 자극으로 소변을 참기 어려운 상황이 됩니다. 따라서 적에게 노출되지 않게 작전을 수행 중인 특수부대원들에게 제일 소변을 참기 힘든 상황은 추운 날이고 졸음을 참는다고 커피라도 마시는 경우에는 거의 고문 같은 상황이 생길 수 있음을 알아야겠습니다.
수련의 시절, 수술 시간이 하루를 넘기기 일쑤인 뇌종양 수술의 보조는 생리적인 현상 때문에 정말 힘들었습니다. 졸음과 배고픔과 소변과 싸워야 했던 시간들, 특히 별명이 ‘big bladder(거대 방광)’이었던 교수님의 수술은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특수전 대원들의 작전도 이러한 생리적 현상과의 싸움이 많다고 합니다. 질병이나 적군과 싸워 이겨내려면 먼저 생리현상과 싸워 이겨야 하겠습니다. 외과의사와 특수부대원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아마 방광의 크기일 것입니다.
척추전문 나누리서울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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