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일야앙천홍소(是日也仰天哄笑)
장지연선생은 1905년 조선이 일제의 보호국이 된 날 피맺힌 사설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을 썼다. 그를 위시해 조선 백성은 그럴 만 했다. 나라의 군주인 고종이 일제의 위협에 굴하여 일신과 황실 일가의 평안만을 도모하여 나라를 일제에 들어 바치고 있었으니 백성들은 얼마나 억울하였겠는가? 소리쳐 울만하다.
그러나 2024년 4월 11일, 오늘 나는 어떠한가? 하늘을 우러러 크게 웃음을 터뜨릴 뿐이다. 울 자격도 없으니 웃을 뿐이다.
민심은 천심이라고들 말해왔다. 어제 한국 국민들은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총 3백석중 190석을 야권에게 주었다.
역대 많은 선거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총선에서도 누구를 뽑아야 앞으로 나라가 잘 될 것인가가 판단의 기준이 되지 못했다. 개인적 이해득실과 호불호가 판단의 기준이 되었다. 특히 현 정권 출범 후 2년이 지난 시점이므로 팍팍한 살림을 영위하는 서민들은 집권정부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이것을 투표구에서 나타냈을 것이다.
그러나 농민들이 화가 난다고 노적가리에 불 지르고 외양간 소와 말 다 도살해버리면 다음 해 씨는 어찌 뿌리고 논밭은 누가 가나? 필경 1932년 우크라이나의 대기근과 같은 큰 어려움이 닥쳐오지 않겠는가?
일백 년 전 비극이 현실감이 떨어진다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1979년 IMF금융위기는 어떠한가? 당시에도 거대 정당인 야당이 정부가 추진하려던 금융개혁에 발목을 잡은 점도 경제위기 발생의 한 요인이었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지금 야당은 탄핵 운운 하면서 정부에 협조할 의향이 전혀 없음을 공언하고 있다. 현 정부는 때 이른 레임덕으로 앞으로 안보와 경제는 나빠지기만 할 것이다.
이렇게 앞날이 어둡다는 예감이 나를 오늘 허탈하게 만든 제일 큰 원인은 아니다. 나를 절망케 하는 제일 큰 요인은 “이 사람들이 과연 나와 함께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말을 하며 동일한 돈을 쓰며 비슷한 역사의식을 가지고 살아온 그 사람들이 맞는가?”하는 이질감과 상실감이다.
“수원 정”이라는 선거구에서 출마한 야당후보는 언필칭 역사학자라는데, “다부동전투는 패전이며 백선엽장군은 병법도 몰랐다.” “퇴계 이황은 남녀간 방사에 뛰어났고, 고종은 색을 엄청 밝혔다.” “김활란 이대총장은 해방 후 낙랑클럽을 조직해 이대생을 미군에게 성상납했다.”라는 취지의 글을 발표했었다. 수많은 민간단체들이 벌떼같이 일어나 그의 망언과 역사의식 및 국가관을 규탄하고 후보사퇴를 요구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오늘 그 후보는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를 뽑은 유권자들이 아프리카 주민들보다도 더 멀게 마치 공산권 국민들처럼 느껴짐은 나만의 느낌인가?
나에게 젊음과 그럴만한 힘이 있다면 독일의 속담 “Wer nicht hoeren will, muss fuehlen. (직역하면 ”들으려 하지 않는 자는 느껴야 한다.“이고 의역하면 ”말을 안 듣는 놈은 맞아야한다.“)대로 대처했으면 딱 좋겠다고 망상을 해본다.
오늘을 기해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 세력이 용공전체주의 세력에게 압도당했다고 나는 판단하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합니까?
민심은 천심이라고 하니 하늘을 탓할 건가, 국민을 나무랄 건가? 그저 하늘을 향해 웃을 뿐. 허! 허! 허! (끝)
첫댓글 오늘(2024.4.12)자 조선일보 박성희씨의 칼럼을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홧술은 자제하시고요. 참 축하술을 마실 분도 있을지 모르나 어째튼 과음 삼가하셔요.
春 來 不 似 春
댓글이 매우 늦엊습니다만, 오늘 반쪽 수술을 마쳤습니다. 외눈박이 신세가 되고보니, 허참 허허참 세상사하고 어찌 이리 같은지 감탄하면서 답글을 닦을 念을 냅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니..... 이지요. 헌데 문제는 지나간 날 회고하며 웃을 기회가 올지?이올시다. 同時代人 사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