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탓에 두 주를 건너 뛴 여행길 이건만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를 갈아타는 지점에선
빗방울은 굵어지고 치악산 휴게소에 들러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함박눈이 말 그대로 펑펑 내린다,,,
올 들어 눈 다운 눈은 처음이라 여행길의 여러움도 잊은체 집사람과 함께 눈 터널 속에 사진을 찍고 다시
고속도로를 달린다,,,
풍기를 지날 때 쯤 함박눈은 진눈깨비로 바뀌고 영주를 지나 남안동 I.C를 빠져 나오니 구름 사이로
언뜻 햇님도 보인다,,,대한불교 조계종 16교구인 고운사 경내엔 때 마침 행해 진 강연회로 조용한
산사에 스피커 소리가 퍼지고, 다시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빗방울을 피해 들어선 절간 주방 건물엔
두개의 아궁이에 벓것게 불씨만 남은 숯이 위에 걸린 가마솥에 하얀 수증기를 연신 품어내게 만든다,,,
가마솥밥 공양을 뒤로한체 조상님의 고향 안동시에 들어서니 정말 고향에라도 온 듯 마음자리가
이리도 편할 수 가 없다! 낙동강이 휘돌아 감은 하회(河回)마을 입구에서 마을버스 맨 뒷자리에 오랜만에
집사람과 앉으니 연애시절 생각이 절로나고,,,마을 입구에 도착하니 쌀알 만 하던 빗방울은 콩알 만 해지고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집사람의 손바닥 만한 분홍우산을 여지없이 뒤흔드는 통에 구경도 대면대면
작은 우산속 종종 걸음도 대면대면,,,다시 마을버스로 돌아 온 입구의 한옥 식당, 한평 남집 온돌방에 앉으니
한옥집에서 살던 어릴적 추억이 떠오른다,,,돌아가신 외할머님께서 가을이면 고운 단풍닢 몇장을 창호지문
손잡이쪽에 고이 붙여 겨울바람을 막아주던 그 격자무늬 문틀, 겨울 한낮에 반투명한 창호지를 통해 들어오는
은은한 햇살과 뜨끈한 온돌에 달궈진 작은 몸뚱이를 아담한 꽃밭과 장독대가 바라다 보이는 툇마루에 쪼그려 앉아
더운 몸을 식히던 그 어린시절의 아련한 겨울추억이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 시절 회상에 빠져 안동 헛제사밥을 먹고나니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 그 자체다, 다시 마을로 들어가자는
집사람을 달래 안동 인근 천둥산 봉정사로 차를 몬다,,,천년사찰의 고풍스러움에 빼앗긴 마음을 어렵게 되찾아
봉정사 인근 양지 바른 나즈막한 언덕에 누워계신 安東 權家의 시조 權字 幸字 어른의 묘소에 참배하고 나의 뿌리가
되어주신 시조 할아버님의 평안한 영면을 기원한다,,,
도산서원을 지나 청량산 초입에 들어서니 기기묘묘한 바위 절벽 사이로 초겨울 짧은 햇살은 숨박꼭질 하듯
서산 넘어로 줄달음 치고, 청량사 들머리엔 가파른 오르막 길이 집사람의 한숨을 길게 만든다,,,
평균 경사도 60도의 꼬부랑 산길을 한시간여 올라 청량사 정확히 말해 외청량사에 도착하니 집사람은 파김치가 되고
청량산 칼바람은 교묘히 옷깃을 파고든다,,,그래도 산 정상이 코앞에 보이는 이곳까지 따라 온 집사람이 대견하다!
겨울 산속에 찾아드는 이른 어둠에 등 떠밀려 산을 내려와 우린 다시 백암온천으로 향한다,,,
31번 국도상의 봉화터널과 영양터널을 통과하니 해발 1219M의 일월산 정상 도로엔 낮에 내린 눈이 얼어붙어
깜깜한 도로의 구비구비 오르막 내리막길을 무소의 뿔 처럼 홀로 가는 愛馬 '키티'의 힘찬 엔진브레이크 소리만이
적막한 산속 어둠에 파묻히고 온정리로 가는 88번 국도에 들어서니 구불 거리던 도로는 꼬불 거린다,,,
백암산과 서화산 사이 길을 빠져 나오니 백암온천단지의 불빛이 너무나도 반갑다,,,식당 주인이 추천해준 스프링스호텔에
여장을 풀고 지하 온천탕에 몸을 담구니 여기가 바로 무릉도원이요 극락이 따로 없다,,, 일체유심조라 했던가 모든 것이
마음 먹기에 따라 생겨나는 바로 그런 것이니 지금 이 순간 온천물이 가득한 탕안에 얼굴만 내밀고 있는 나의 모습과
편한 마음이 見性 이련가 싶다,,,
이른 아침 마무리 온천욕을 마치고 동해의 후포항을 지나 해맞이 공원 뒤 칠보산에 조성 된 풍력발전 단지의 바람개비
크기에 놀란 나와 집사람은 멀리 보이는 푸른 동해바다와 어울어진 하얀 바람개비의 멋 뜨러진 조화에 잠시 할 말을 잊는다.
칠보산 유금사의 소박하고도 유서 깊은 매력을 뇌리에 각인 한 체 도착한 고래불 해수욕장엔 겨울바다의 우렁찬 파도
소리가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에 포말로 부서진다,,,
우유와 영양갱으로 때운 아침식사 덕에 뱃꼽시계는 연신 따르릉 거리고 집사람이 온천탕 안에서 알게 된 지역 주민의
소개로 찾은 영덕 강구항의 갈매기 대게 집에서 주인장이 골라 준 2Kg짜리 실한 박달대게 한마리를 마파람에 게눈 감추
듯 해치우고 포만감에 젖어 불룩해진 뱃속에 들어간 박달대게의 오묘한 맛을 다시금 음미해 본다,,,
어느덧 청송 주왕산의 주산지 주차장에 도착한 우리는 부랴부랴 길을 제촉하여 철지나고 물빠진 초라한 주산지에
도착 그 모습에 잠시 실망,,,그러나 이내 이런 풍경 또한 이순간에만 볼 수 있는 귀한 모습이라 여기며 잠시 대자연의
영원함과 무심함에 반기를 들었던 나의 속된 마음을 주산지 물속에 던져 버리고 대전사에 도착하니 산신각 낮은
문틀이 내 이마를 사정없이 두둘기며 삿 된 마음에 경종을 울려준다,,,
늦은 시간 한적한 달기약수터에서 물통 가득 약수를 받아 안동 간고등어와 강구항 꼬다리, 청송 사과가 먼저 자리를
차지한 헷치 트렁크에 밀어 넣고 오늘도 1박2일의 여행은 마감길로 달린다,,, 칠흑 같은 11월 마지막주 일요일 하늘엔
실낱 같은 초생달이 빼꼼히 수줍은 눈매를 내보이고 별빛 보조개는 더욱 움푹 파인다,,,
여느때 처럼 옆자리엔 집사람이 앉아있고 저 먼 하늘 아래 보금자리엔 딸 롱이가 친굴 만나고 있단다,,,
항상하는 모든것에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