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궁금하게 해놓고 재미 없으면 안 되는데...^^
어제 아침, 부활콘서트 보러 김해로 날아가려는 내 마음이 어찌나 바쁘던지 정신줄 나가려는 걸 간신히 붙들어 매고...
일단 카풀 당번인지라 울 아들과 친구들 실어다 줘야겠기에 시동을 걸었지요. 근데 밤새 밖에서 추웠는지 시동이 실실 걸리더니
잘 나가지를 않더라구요. 넘 추우면 차도 잘 안 나가는 거 당연하겠거니...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랬거니... 생각했어요.
학교가는 내내 `야들아 날씨가 넘 추워서 차도 잘 안 나간다.' 캐싸미서 겨우 데려다 줬네요.
집에 와서 얼른 남편 밥 먹여서 내 보내고 설거지 후다닥 하는데 금방 나간 남편이 전화를 해서는 `당신, 빨리 차 키 가지고 밑에
좀 내려온나!' 캐서 왜? 하니, 차에 빵구 난 거 아냐고 하데요. `몰라~' 그랬지요.
내려가보니 혀를 끌끌 차면서 차가 나가더냐고, 한심해 죽겠다는 표정입디다. 안 그래도 아침에 차가 잘 안 나가서 추워서 그런 줄
알았다고 했더니 차를 끌고만 다녔지 앞 뒤로 한 번도 안 돌아본다고 마구 핀잔을 주데요. 차가 긁혀도 모르고 어쩌구 저쩌구...
오후 4시 공연이라 오전 중에 출발해서 서울이랑 다른 지방에서 온 부사모들 만나기로 했는데 잔소리만 하고 있으면 어떡하라구!
막 그러고 싶었지만 일단 나의 불찰도 있는 관계로 고분 고분 말 잘 듣는 척 ㅋㅋㅋ..
그리하여 일사천리로 스페어 타이어로 교체하고 빵구 난 거는 자기 차에 싣고 갔어요. 참, 울 남편 카센터 하거든요. 그래서 나는
차를 타고만 다니고, 가끔씩 남편이 발견해서 다 손 봐주고 하니까 전혀 신경을 안 쓰고 살았는데 이런 일 생기고 나니 너무 무심
해도 안 되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드는 거예요.
대충 집안 정리하고 채비를 해서 가게로 갔네요. 엄훠나! 울 시아버님이 차를 고치러 와 계시지 뭐예요.
나의 자태가 잔뜩 치장하고 놀러갈 폼이 역력한 지라 태연하게 사무실 가서 커피 한 잔 타 드리고 화제를 시댁이야기로 막 돌렸어
요 ㅋㅋ..
울 남편이 더 신경이 쓰였는지 퍼뜩 내 차부터 처리해 주고 빨리 가라는 신호를 보내데요. 아버님 갖고 오신 팥죽이랑 도토리묵을
차에 싣고 김해로 출발했네요. 수성IC에서 대구 왕언니를 태우고 가면서 생각하니 아침 출근 길에 남편이 빵꾸난 타이어를 발견하
지 못했더라면 참 난감할 뻔 했더라구요. 남편 차 옆에 주차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던지...
하여튼 공연 두 시간 전에 `김해 문화의 전당'에도착하자마자 이 사건을 완전히 망각해버리고 나의 전부가 부활로 뒤덮혀 버렸답
니다.
제주도에서, 전주에서, 서울에서... 사방팔방에서 부활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서 금새 삼삼오오 웃고 떠들고... 첨 보는
데도 급친해져 버리는 게 부사모들이랍니다 ㅎㅎㅎ..
우린 젤 앞줄에 좌석이 당첨이 되어서리 보컬 코밑에서 공연을 즐겼는데, 와! 앞자리에서 보는 게 이렇게 다른 줄 첨 알았어요.
보컬의 모든 것을 감상할 수 있었어요. 손짓이며 눈빛, 그의 감정까지 고스란히 다 보였네요. 젊은 부사모들이 기를 쓰고 죽기 살
기로 주변사람 동원해서 앞자리 사수하려는 심정을 알겠더라구요.
'
김해분위기 참 좋데요. 공연장의 음향시설도 넘 좋고 무대가 바로 코앞에 있어서 앞줄에 있는 팬들은 보컬 손도 잡고 스킨십 할 기
회가 진짜 많았어요. 객석으로 뛰어내려가 통로를 돌며 노래할 때 삼십대 젊은 아줌마가 보컬을 껴안아서 다들 쓰러졌습니다.
태원님이 공연 할 맛이 난다고 할 정도로 호응이 끝내 줬답니다.
두 시간의 이야기를 하려니 밤을 새워도 모자랄 것 같고... 대충 분위기 아시겠죠? 넘 많아 가르쳐주면 나중에 대구공연 볼 기회가
있을 때 신비감이 떨어질 우려가 있는 고로 요 정도만 ㅋㅋㅋㅋㅋㅋ..
하연간 오프닝때 개그맨 박성광씨가 와서 한바탕 배꼽잡게도 해주고 분위기가 최고조로 달아올랐다니까요.(방성광이 웃긴 얘기
나중에 사석에서 해 줄게요.^^)
간간히 태원님 썬글라스 너머로 이쪽으로 주는 흐뭇한 시선 느껴가며 두 시간은 20분처럼 흘러가고...
남격에서 부른 넬라 환타지아며 만화주제곡 메들리도 부르고, 눈 내릴 때는 캐롤송 부르면서 초콜릿도 두 바구니 객석으로 퍼 붓
고... 다른 공연 때보다 이벤트를 많이 준비해서 팬들을 즐겁게 해 주었네요.
콘서트 가고 싶지요?? ㅋㅋㅋㅋ
열광의 도가니가 끝이 나고, 밖에서 스크린 보며 7시 반 공연을 기다리던 후발 대구팀들 만나서 한참 먹고 마시고 떠들다가 우린
대구로 발길을 돌려야했어요. 어떤 애가 표 한 장 남았다고 왕언니 기차 태워서 보내고 같이 저녁공연 보자고 꼬시는 걸 억지로 참
았구랴~~ 으이그... 아까운 것... 의리가 있지 같이 와놓고 어떻게 혼자 가라고 합니까요. 두 번의 공연을 다 보는 부사모가 얼마
나 많던지 참... 그놈의 부활사랑이 하늘을 찌를 둣....
깜깜한 밤길을 둘이서 공연 이야기로 꽃을 피우며 시지까지 언니 데려다 주고 집에 도착하니 9시 반. 아들은 학원가고 남편은 고
향 친구들과 망년회하러 가고 없더만요.
오늘 있었던 영남 정기도보를 위해 얼른 씻고 아들 오는 것만 보고 자 버렸어요. 남편이 언제 들어와서 자는지도 모르고 ㅋㅋ..
새벽같이 일어나 커피 끓이고 후다닥 준비해서 집결지로 친구 하나 태워서 갔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우포늪을 걷는 12월 도보...
우포늪 전체를 한바퀴 도는데 식사시간, 휴식시간 포함 7시간 가까이 걸렸어요. 110명이 모여서 22km를 걸었어요.
우포늪 이야기도 할 게 많지만 요기서 줄일게요. 넘 길기도 하구 피곤해서 잠도 막 와서요.
수다우먼 민들레였슴돠~~~^^
첫댓글 보라색이 환상인데요? 멋져요. 우포늪을 다 걷는데 7시간이라니...굉장하네요.
저도 걷고 싶네요. 언제쯤 갈 수 있을런지......
서울에도 인도행 있어요. 전국동호회라... 언제 전국 정기도보 할 때 연락 줄게요. 여건이 되면 같이 걸어봐요. 작년엔 지심도도 가고 제주도며 온 데 다 갔어요. 꼭 같이 걸을 날이 오길...
언냐, 7시간이나...대단하셔요. 국민할매와 함께 한 언냐, 난리구먼. 글도 재미있어요. 보는것만으로도 간 듯하네요
이맘때 쯤 우포에 가면 잔잔한 휴식에 취한 풍경을 볼 수 있어서 넘 좋아합니다.^^
ㅎㅎㅎㅎㅎㅎ 밀도있게 사는 민들레님의 부할이 하늘의 끝까지 치솟아 오르기 바랍니다..
나의 청춘도 부활하리니!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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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있는데 그 얼음 위에 청둥오리 한 부대가 꼼짝 않고 있더라. 누군가가 발이 얼음에 붙어버렸나 했더니 휘리릭 날으데. 겨울 우포늪은 정말 아늑한 엄마 품 같애...
난 토요일에 락락락 보면서 언니 생각했는데~ㅋ
김해서 돌아와서 씻고 바로 또 락락락 보니 내가 온통 부활의 세계에만 있는 것 같더라 ㅋㅋ...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ㅎㅎㅎㅎㅎㅎㅎ 어딘가에 미치면 그렇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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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딱서니 없게 보는 사람도 있을 걸요...^^
민들레님 덕분에 우리도 반 부활의 팬이 됫뿟따~~~
대구서 공연하면 다들 동참하시라! ㅎㅎ
에구..부럽다..부러워..
이만큼 건전하고 아름다운 취미생활이 있을까.. 우리끼리는 그래요.^^
부활의 기운이 언니의 얼굴에 다 들어온듯~ 화사하다. 그 열정이 부럽따.
내년 초까지는 거뜬히 붕붕 떠 있을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