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거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박인환 시 '목마와 숙녀' 중)
20대의 끝자락, 청년 시인 박인환은 답답한 가슴과 숨 막히는 현실에 술에 흥건히 취한 채 버지니아 울프를 이야기했다.
누구나 주체할 수 없는 열정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하나쯤은 있을 듯 싶다.
박인환 시인의 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설가 이화경(47)이 최근 펴낸 '버지니아 울프와 밤을 새다'(웅진지식하우스刊)는 울프를 포함, 역사상 가장 지적이고 매혹적인 열 명의 여작가와 하얗게 밤을 밝히며 소통하는 이야기로 이뤄져 있다.
삶의 '멘토'는 어두운 밤을 비추는 등대의 불빛과 같다.
1997년 등단한 중견 소설가인 그도 글쓰기와 삶의 무게에 짓눌릴 때면 선배 여작가가 쓴 고전에서 힘을 얻었다.
남성이 지배한 사회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낸 그들의 삶 자체도 큰 자극제가 됐다.
책에는 이화경 작가의 삶의 버팀목과 위안이 되어 준 제인 오스틴, 조르주 상드, 버지니아 울프, 프랑수아즈 사강 등 여작가 10명에 대한 글이 담겨 있다.
그는 머리말에서 "그녀들은 누구도 줄 수 없는 위로와 지혜를 선물했다"며 "나도 그렇게 살아왔다고, 당신만 겪는 게 아니라고, 그러니 다 괜찮다고……. 그녀들은 깊고 관대한 목소리로 토닥거려 주었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첫 장을 장식한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에 대해서는 '어떤 유혹에도 포기할 수 없는 자존감에 대해'라는 주제로 설명했다.
책의 주요 내용과 함께 오스틴이 어떤 상황에서 집필했고 살아갔는지 작가의 견해를 더했다.
또 모범생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기를 꿈꾼 실비아 플라스의 '벨 자', 자유로운 삶을 꿈꾼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정치적 목소리를 낸 로자 룩셈부르크의 '사회 개혁이냐 혁명이냐' 등을 차례로 다뤘다.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벽 앞에서 두려울 때마다, '이제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고 했던 로자 룩셈부르크의 말에서 힘을 얻었다. 글쓰기의 고단함과 일상의 노동이 섞이면서 체력과 창의성이 고갈되는 것을 느낄 때, '집안의 천사'부터 죽이라던 버지니아 울프의 독기 어린 질책으로 버텼다.
의지가 약해 주저앉고 싶을 때, '일어서서 걸으라. 네 뼈는 결코 부러지지 않았으니'라고 부추겨주던 잉게보르크 바흐만의 격려를 목발 삼아 일어섰다.
"(10쪽)
이씨는 전남대 영문과와 전북대 국문과 대학원을 졸업, 92년 신춘 '무등문예'에 시 '유년일지' 당선과 97년 '세계의 문학'에 '둥근잎 나팔꽃'을 발표해 문단에 나왔다. 소설집 '수화'와 '나비를 태우는 강', 인도동화 번역집 '그림자개', 인도여행산문집 '울지 마라, 눈물이 네 몸을 녹일 것이니'를 펴냈다.
첫댓글 붓다의 길따라...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나무 관세음보살
버지니아 울프와 밤을 새우는 작가의 모습이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