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은 가리봉 연릉의 주걱봉, 왼쪽 멀리는 안산, 매봉산 내리면서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 구상, 「꽃자리」에서
▶ 산행일시 : 2011년 8월 27일(토), 맑음
▶ 산행인원 : 10명
▶ 산행시간 : 8시간 37분(휴식과 중식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3.5㎞
▶ 교 통 편 : 두메 님 25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표고 표시는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6 : 30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8 : 30 ~ 08 : 38 - 인제군 상남면 하남리(下南里), 산행시작
09 : 51 - 744m봉
10 : 48 - △886m봉
11 : 20 - 군사도로 진입
11 : 38 ~ 12 : 04 - 대암산 동봉, 군부대, 중식
12 : 58 - 임도
13 : 37 - 왝골, 계류 합수점
14 : 54 - △862.9m봉
15 : 14 - 878m봉
15 : 39 - 매봉산(983m) 직전 야트막한 안부
16 : 26 - 임도
16 : 45 - 법성사 아래, 알탕
17 : 15 - 인제군 기린면 서리(西里) 오동곡(머구너미마을), 산행종료,
18 : 00 ~ 19 : 54 - 원통, 목욕, 석식
21 : 45 - 동서울 강변역 도착
1. 등로의 아침 햇살
▶ 대암산 동봉, 군부대
오늘은 그간 오랫동안 벼려왔던 인제군 상남면에 있는 대암산 동봉을 간다. 대암산 주봉
(1,091.4m)을 세 차례나 오르면서 북동쪽으로 1㎞ 떨어진 동봉을 군부대가 점령했다는 이유
로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오지산행의 체면에서도 영 말이 아니다. 군부대에서는 이 대암산을
‘후방 대암산’이라고 한다. 양구에 있는 대암산(1,304m)과 구분하기 위해서이리라.
정상 부근에서 군부대가 가지 못하게 막는다면 오른쪽 산허리를 돌자고 도상작전까지 짰다.
그런데 들머리 출발이 삐꺽거린다. 하남초교를 오른쪽으로 지나고 산기슭 비포장도로가 보
여 지형도의 대향사 가는 길이려니 하고 그 초입에서 멈춘다. 환삼덩굴 무성한 묵밭을 지나고
잡목 숲을 헤쳐 오르는데 몇 발자국 못 가 임도가 나온다. 임도 따라 돈다. 북쪽으로 뻗어야
할 능선은커녕 농가 나오고 개활지 야산이다.
지난주 산행에서의 뼈아픈 교훈이 있어 재빨리 원점으로 되돌아간다. 때마침 아이들 데리고
지나는 동네 아주머니가 있어 대향사 가는 길을 물어도 하필 여기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모
른단다. 여러 눈으로 지형과 지도를 대조하며 현 위치 파악한다. 하남초교 왼쪽으로 들어가야
했다. 우리 내려놓고 날머리로 이동하는 두메 님을 부른다. 다시 차에 올라 이동한다.
하남1교 건너고 아까보다 상태가 더 좋은 도로가 나온다. 이 도로는 대향사 지나 대암산 동봉
군부대까지 연결된다. 그러나 우리는 지도의 대향사 훨씬 못 미친 상수도 시설이 있는 744m
봉 산자락을 잡는다. 너른 등로는 벌초하였다. 무덤이 나오려나. 고사리 밭이 나온다. 그 위
오른쪽 사면의 잣나무 숲으로 오른다. 되게 가파르다. 거의 수직사면이다. 10분 남짓 볼더링
흉내하며 긴다.
능선에는 뜸한 인적이 보인다. 하늘 가린 숲속. 흙은 마사토가 섞였다. 햇볕은 잠깐 들다만다.
산삼이 자라기 적당한 곳이다. 가는 걸음으로 사면 훑어 혹여 산삼 찾는다. 기껏 잎 수효가 부
족하거나 애먼 오가피나무나 천남성을 들춘다. (아예 산삼 캐기를 포기한) 일행의 하나같은
조언. 우선 근자에라도 적덕(積德)이 충분한지 자신을 살피시라. 대체 나 뺀 일행의 알바에 망
외의 즐거움을 느끼지 않은 적이 있던가. 그만 눈 거둔다.
등로 주변에는 아름드리 적송이 흔하다. 744m봉(영진도엽에는 △735.6m봉) 오르는 데도 땀
난다. 744m봉 내림은 오를 때와는 달리 완만한 내림이다. 안부 오른쪽 주변은 울창한 자작나
무숲이다. 보기 좋다. 인샬라 님이 그랬던가. 뽀얀 듯 하얀 수피가 여인의 속살 같다고. 육림
(肉林)에 든다. 그런 안부에서 한 피치 오르면 산허리 도는 임도가 나온다.
2. 참취
3. 자작나무숲
4. 쥐손이풀
5. 참당귀
6. 도라지모싯대
절개지 직등. 예의 잡목 숲 가파르다. 토질이 좋아서인가. 더덕이 줄기는 칡넝쿨처럼 굵은데
캐 보면 뿌리가 아주 가느다랗다. 속았다는 기분이 든다. 886m봉(영진도엽에는 △887.0m봉).
키 넘는 덤불숲이다. 삼각점이 있다. 현리 402, 2005 재설. 한갓진 숲속이다. 가도 가도 산행
표지기 한 장 보이지 않는다. 우리 지나는 흔적이 본의 아니게 남겨질까 두렵다.
군사도로가 나온다. 군사도로는 능선 마루금이나 마루금 바로 옆으로 간다. 꽃길이기도 하다.
물봉선, 달맞이꽃, 개망초, 모싯대, 당귀 등등. 군사도로 따라간다. 군부대 정문. 굳게 잠긴 철
문 너머로 초병이 지키고 있다. 언제나 인사성 밝은 대간거사 님이 정중히 인사하고 지형도
보여주며 우리 갈 길 자세히 알려주고 문 열어 통과시켜 줄 것을 부탁한다. 초병이 부대장을
부른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얼른 부대장이 나온다. 젊다. 부대장이 우리를 후문으로 안내
한다. 2열종대로 간다. 후문 나서면 바로 철조망 옆으로 길이 나 있다고 알려준다. 과시 국민
의 군대다!
세월을 두고 오고자 했던 대암산 동봉이다. 후문 나서고 거목인 참나무 그늘 아래에서 둘러앉
아 점심밥 먹는다. 반주로 분음하는 탁주가 별미일 수밖에. 마신 김에 더 마시자고 초병에게
부대 안에 PX 있냐 물었더니 없단다. 후문 옆 너른 헬기장에 다가가 산천경개 구경한다. 우리
가 지레 겁먹었다. 대암산 주봉에서 이곳 동봉으로 와서 왝골로 빠지는 길이 있었다.
철조망 주변은 사계 청소하였다. 등로가 뚜렷하다. 산행표지기까지 달려있다. 남들이 이미 지
나갔다하니 조금은 아쉽다만 어디까지 함께 갈 수 있을지 두고 볼 일. 나지막한 봉우리 하나
넘고 쭈욱 내려 Y자 능선 분기봉. 산행표지기 달린 등로 따라 오른쪽으로 가는 길은 우리 길
이 아니다. 뒤로 돌아간다. 이번에는 너무 돌아왔다. 다시 간다. Y자 능선 분기봉에서 왼쪽으
로 간다. 너덜 같은 바윗길을 지난다.
팔심 부치게 잡목 숲 헤친다. 임도. 지능선을 잡는다. 지계곡으로 내려 다시 임도. 풀밭으로
변해 버린 팥 심은 밭을 가로질러 왝골 주계곡이다. 계류에는 수량이 풍부하고 너른 암반 등
주변풍광 또한 일품이다. 내년 하계휴양지 후보지로 낙점한다. 합수 계류 연거푸 건너고 도로
따라 오른다. 아까 왝골로 내릴 때 매봉산 오르는 능선을 보아두었다.
7. 오른쪽은 대암산, 대암산 동봉에서
8. 도라지모싯대
9. 단풍취
10. 개당귀
산기슭 외딴집으로 간다. 뜰 봉선화가 집 지키고 있다. 앞마당 지나 통나무다리 건너고 산속
으로 든다. 산약초 심고 빙 둘러 그물 친 사면 돌아 오름길. 바람 자니 한증막으로 덥다. 올 가
을 버섯 재수가 좋으려나 보다. 무심코 송이를 본다. 낙엽을 불룩하니 밀어 올리는 엄지손가
락만한 송이 두 개. 잘게 찢어 수대로 맛본다. 입안에 향긋한 솔내음이 오랫동안 그윽하다.
오늘 버섯수확이 제법 짭짤했다. 느타리버섯, 큰갓버섯, 표고버섯. 나중의 일이지만 원통에서
의 뒤풀이 삼겹살 불판이 더욱 풍성한 진미였다. △862.9m봉 아래 임도다. 리바이벌은 재미
적다. 지난주에 오른 능선을 피하고자 왼쪽으로 임도 따라 길게 돈다. 그중 완만하다는 산모
롱이.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다. 흙과 돌이 쏟아져 내리는 절개지 오버행을 나무뿌리 잡고
간신히 오르고도 너덜사면을 긴다. 능선에 이르도록 가파르다. 산개한다.
이윽고 △862.9m봉. 정상 비킨 숲 그늘에서 퍼진다. 이제 매봉산까지는 지난주에 갔던 길이
다. 그때 우리의 족적이 분명하다. 878m봉은 당초 오동곡으로 하산하기로 한 지점이다. 그러
나 시간이 한참 이르다. 일당이 태부족이다. 산에서 시간 때우기가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더
가기로 한다. 매봉산까지 간다. 일어서면 내닫기 일쑤.
왼쪽으로 대암산 가는 Y자 능선 분기봉을 넘고 금방 암봉 돌아 매봉산 직전 야트막한 안부다.
배낭 털어 간식 먹고 등산화 끈 조이며 오동곡으로 내리쏟을 준비한다. 잡목 우거지고 인적이
희미하다. 갑자기 저 앞이 훤한 건 절벽이 있어서일 것. 그렇다. 깊은 절벽이 나온다. 다가가
멀리 설악산 서북주릉과 가리봉 연릉을 바라본다.
왼쪽 사면으로 트래버스. 바윗길이 나온다. 물기로 미끄럽다. 나중에 내리는 사람이 더 애를
먹는다. 앞사람이 암벽에 붙어있는 흙과 이끼를 다 쓸어내렸다. 길게 늘어진 나뭇가지 잡고
슬랩을 내린다. 좌우사면이 가팔라 임도 절개지가 절벽은 아닐까 살금살금 다가간다. 인적이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보아 갈만하려니. 그랬다. 흙 사면을 내린다.
임도에 모두 모여 눈 밝은 가은 님이 통나무째 들고 온 표고버섯을 저마다 감상하며 입맛 다
시고 직접 따는 손맛까지 본다. 통나무는 다시 버섯이 자라도록 그늘진 곳에 고이 모셨다. 노
루 친 막대기보다 나을 것. 버섯 만지며 딴 손을 씻기가 아깝다. 우르르 내려 오동곡 주계곡.
여기가 어디쯤일까? 갈림길 나오고 20m 정도 위쪽으로 ‘법성사’ 라고 쓴 표지석이 보인다.
울퉁불퉁한 대로로 내린다. 공터 나오고 계류 돌아가는 곳. 알탕하기 적당하다. 소폭 아래 소
다. 물속에 오래 있자 해도 피라미인지 아무데고 톡톡 쪼아대는 통에 뛰쳐나온다. 두메 님은
최대한 오동곡 깊숙이 차 몰고 왔다. 오동곡을 빠져나오며 처음 만나는 농가에서 지난주에 샀
던 아삭이고추를 또 사려는데 따 놓은 것이 없어 우리가 직접 딴다. 근년에 마산에서 이주하
였다는 농가 주인은 이 마을이름으로 오동곡이라는 지도의 지명은 모르고 서리 머구너미라
고 한다.
11. 개당귀
12. 물봉선
13. 멀리는 귀때기청봉, 가운데 왼쪽은 가리봉, 매봉산 내리면서
14. 자연산 표고버섯(부분)
15. 곰취
16. 봉선화, 머구너미마을 농가 마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