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은 양파, 파, 부추 등과 함께 백합과(百合科)에 속하는 채소로 흔히 불가에서 말하는 오신채에서도 첫 머리에 거론되는 작물이다. 마늘은 고향이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식물로 현재도 지중해 연안의 유럽 혹은 중앙아시아일 것이라는 추측만 있다. 태어난 곳은 불분명하지만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에서부터 널리 이용되어왔던 사실은 역사에 분명히 기록되어 있다.
기록에 의하면 동양에도 자생적인 마늘이 있었다고 하나 지금의 마늘은 한나라 때 장건에 의해 서역에서 도입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중국과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해 볼 때 기원전에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특유의 향과 독특한 매운맛을 얻기 위해서는 매서운 추위를 견디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 민족성과 상통하는 멋이 있는 작물이다.
세계의 마늘 소비문화
특유의 강한 향과 정력 강화 효과 때문에 특정 종교에서 기피하는 대상이 되기도 하나 건강에 좋다는 것은 이미 인정된 사실이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마늘의 섭취를 금지하지는 않으나 예배를 드릴 때나 군중이 모여 있는 경우에는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마늘의 강한 향이 사람뿐만 아니라 천사에게도 해를 주는 등 신(神)에 대한 경배를 방해한다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불교에서도 유사한 관점에서 마늘이 발음(發淫)한다고 하여 수도 과정에 먹는 것을 금기시 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마늘은 신에게 바치는 제물과 악마를 쫓아내는 용도로도 쓰였으며, 힘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리스인들은 교차로에 돌무더기를 쌓고 그 위에 마늘을 올려 출산과 가정의 평화를 상징하는 여신 헤커티(Hecate)에게 바쳤다. 로마의 장군들도 병사들에게 용기를 북돋기 위해 마늘을 먹게 했으며, 정복한 땅에 마늘을 심어 용기가 퍼져나가길 기원했다. 율리시즈가 사람을 돼지로 만들어버리는 마녀 키르케로부터 탈출할 때, 마법의 마늘을 가지고 있어서 탈출에 성공했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에서 마늘은 질병을 없애고 체력과 지구력을 보강하는 음식으로 여겼으며, 화폐의 용도로도 이용됐다.
유럽에서는 마늘이 악령과 흡혈귀를 쫓는 능력을 가졌다고 믿었으며, 건강과 상처 치료에 좋다는 것도 경험으로 체득했다. 흡혈귀를 쫓기 위해서 마늘을 몸에 걸치거나 창문에 매달거나 굴뚝과 열쇠구멍에 마늘을 문지르는 방식을 이용했다. 영국의 웨일즈 지방 속담에 “3월에 부추, 5월에 마늘을 먹으면 한 해 동안 의사는 할 일이 없어 논다”라는 말이 전할 정도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 군대에서는 마늘이 페니실린 대용품으로 이용되어 ‘러시안 페니실린’으로도 불렸다.
기능만큼이나 풍부한 영양 가치
영양 성분이 400여종으로 효능만큼이나 다양한데, 매운맛과 독특한 냄새의 주범은 황화합물이다. 수분이 약 60%, 단백질은 3% 정도로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함유하고 있으며, 곡류보다 시스틴, 히스티딘, 리신의 비율이 높다. 당도가 바나나의 2배, 수박의 3배 정도로 단맛이 강하나 매운맛과 향 때문에 잘 느낄 수 없다. 당도가 높은 이유는 단맛을 내는 탄수화물 함량이 약 32% 정도로 매우 높기 때문이다. 칼륨과 칼슘, 셀레늄 등의 무기질과 비타민 B1, B2, C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특유의 냄새물질인 황화합물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매운맛과 독특한 냄새의 주범이며 기능성의 핵심인 황화합물은 마늘의 이용 형태에 따라 변신하는 특징이 있다. 갈거나 다지면 안정된 물질인 알린(Allicin)으로 바뀌어 강한 냄새를 풍기게 된다. 생리활성물질인 스코르디닌은 냄새가 없으며, 강장 효과와 근육 증강 효과를 나타내며 다이어트와 암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셀레늄도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는데 셀레늄이 부족할 경우 심장병의 일종인 ‘케산병’에 걸리기 쉽다고 한다.
약으로 더 많이 쓰인 마늘
고대로부터 수도자에게는 금기시되었던 마늘이지만 일반인에게는 에너지원이자 약재로서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어 왔다. 고대 이집트의 노동자, 그리스와 로마의 병사, 그리고 올림픽 선수들의 기력증진제 및 상처치료제로 사용해온 역사가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히포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문헌에 마늘이 근육이완제, 이뇨제, 설사, 피부병 치료제 등으로 기록되어 있고, 중세 독일과 영국 등에서는 흑사병, 천연두 등의 치료제로 이용했으며, 유럽의 민간 약방으로 치통에 마늘을 갈아 사용했다.
인도의 아유르베다에는 으깬 마늘을 넣은 우유를 졸여 매일 반 컵씩 마시면 호흡기 질환 완화와 면역력 증강에 도움을 준다고 기록되어 있고, 중국의 의서 본초강목과 산농본초에도 마늘의 효능이 기록되어 있는데, 살균과 강장, 각기병, 백일해, 폐결핵 등의 병에 처방을 하고 있다. 우리의 동의보감에는 종기, 냉과 풍증을 제거하고 비장을 튼튼하게 하며, 위를 따뜻하게 하고, 전염병을 예방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대체의학에는 고혈압, 동맥경화증 및 지방간 등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마늘요법이 존재하며, 발효 마늘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마늘은 2002년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10대 슈퍼푸드에 포함될 뿐만 아니라 암에 대해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미국 국립암센터가 선정한 최고의 항암식품이기도 하다. 미국 국립암센터에서는 총 48종의 항암효과가 있다고 밝혀진 식품들을 가지고 1993년부터 5년간 실험한 결과를 토대로 암 억제 식품 피라미드 그림을 발표하고 있는데 마늘이 단독으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과학으로 입증되고 있는 마늘의 효능
강한 향을 제외하고 100가지의 이로움이 있다고 알려진 마늘의 효능들은 현대 과학의 힘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항암, 항균, 혈관질환 치료, 항산화, 면역증강, 중금속 해독, 항피로작용 등이 대표적이며 계속 새로운 기능성이 증명되는 중이다. 주요 성분인 알리신, 유기성 게르마늄, 셀레늄 등은 암 억제와 예방에 기여한다는 연구결과가 다수 보고되고 있고, 식중독균 및 폐렴균에 효과가 입증되었으며, 위암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혈관 내 지방합성을 감소시키고 혈전을 녹여 혈액순환을 촉진하며, 나트륨을 제거하여 고혈압 등 혈관 질환에 효과적이다. 황화합물, 페놀성 물질, 비타민 C 등의 항산화물질들이 활성산소의 생성을 막아서 동맥경화, 염증질환, 노화 등에 기능성이 인정되고 있다.
우리 민족은 일찍부터 장아찌, 초절임 등 다양한 형태로 냄새와 자극성을 없애고 기능성은 보존해 섭취해왔다. 장아찌와 초절임은 효능 면에서 생마늘과 유사하며, 암과 혈관 질환 등에 효과가 좋은 설파이드 성분 함량이 만흥ㄴ 것이 특징이다. 발효시켜 만든 흑마늘도 감마글루타민시스틴 등의 새로운 단백질 성분이 생성되어 항암, 항산화력이 매우 높다고 보고되고 있다. 마늘 기름도 다이설파이드류가 풍부해 혈전용해, 혈소판응집 저해작용 등의 효능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양념 그리고 요리의 재료
서양에서 마늘은 강한 냄새 때문에 다른 재료와 섞어 양념으로 만들어 쓰거나 미리 조리한 상태로 사용한다. 우리나라와 달리 서양에서는 가루형태인 향신료로 이용하며, 생마늘을 쓸 때라도 기름에 볶거나 물에 삶는 등 향을 배제한다. 상용되고 있는 마늘빵 외에도 거의 모든 수프나 마늘 쿨리 같은 소스에 많이 애용되며, 소시지나 고기를 굽는 데에 사용한다.
마늘의 원산지로 추정되는 지중해 연안 국가에는 다양한 요리가 있으며, 건강기능성이 인정되면서 점차 먹는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다. 서양인 중에서도 유태인들과 이탈리아인들은 마늘을 잘 먹는 민족들이며, 때문에 다양한 전통음식들이 있다. 유태인의 별명이 ‘마늘을 먹는 사람들(Garlic eater)’일 정도이며, 즐겨먹는 올리브유에도 마늘기름이나 향이 가미된 제품이 많다. 이탈리아 음식점에서는 그 가게의 음식솜씨를 평가할 때 마늘과 올리브유만 사용해 만든 ‘알리오올리오’라는 파스타 맛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동양에서는 날 것으로 먹기도 하며, 각종 요리에 빠지지 않는 양념으로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동양에서는 마늘을 곱게 가지거나 통째로 요리의 마지막 단계에 넣어 향을 즐기는 편이며, 어린잎과 줄기는 채소로 이용한다. 기름진 음식의 소화를 촉진하고 지방의 흡수를 저해한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아 오래전부터 고기요리에 많이 이용되고 있다. 특히 돼지고기와의 궁합이 좋다고 하며, 단백질과 지방의 소화를 도와 위의 부담을 경감시킨다. 저장과 발효식품이 발달했던 우리나라에서는 마늘종과 통마늘을 간장, 된장, 고추장 등에 박아 만든 장아찌가 발달했다.
삼계탕을 먹을 형편이 안되는 사람들은 마늘을 넣은 닭을 보양식으로 먹었으며, 요즘도 마늘곱창, 마늘순대 등의 음식이 유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저장의 불편, 장기저장의 이유로 페이스트, 분말 또는 과립형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마늘 가루는 누린내나 비린내를 없애기 때문에 다양한 음식에 널리 활용되며, 1인 세대 증가로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다.
글·사진 제공 : 월간외식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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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은 양파, 파, 부추 등과 함께 백합과에 속하는 채소로, 흔히 불가에서 말하는 오신채 중 하나다. 불가에서는 오신채를 날로 먹으면 분노하기 쉽고, 익혀먹으면 욕망이 일어난다며 수행자가 피할 음식으로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