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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우두령(질매재)-석교산(화주봉)- 밀목령- 삼막골재 종주기
[ 1 ]2013년 한햇 동안의 산행
2013년 12월 27일, 올 한해의 마지막 산행은 백두대간 종주 산행으로 갈무리 한다. 지난 1월 6일, 설악산 서북능선 백두
대간 종주 산행으로 시작한 한해의 첫 산행이, 마지막 산행 또한 대간 종주 산행으로 마무리를 하는 셈이다.그리고 올 한
해에 50여 회의 산행을 하면서 총 46 편의 산행기를 남겼다.뜻하지 않은 와병으로 한달 여의 입원 수술과 통원 치료를 받
는 동안 산행을 못 하였음에도 불구, 50여 차례의 산행을 한 것 보면,유산풍류객으로의 걸맞는 산행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한해 50여 차례의 산행이란, 일년 열두 달 중 두 달 가까운 동안은 꼬박 산중에서 산행을 하며 지낸 셈이니, 가족들이 늘
'쉬엄 쉬엄 다니라' 라는 핀잔도 지나고 보니 이해가 된다.
어떤 이는 가끔 "직업적인 등산이 아니면서도 어떻게 매주 산행을 거르지 않고 할 수 있냐" 고 하며 "체력도 좋겠다" 고한
다. 그렇다. 물론 체력은 산행에 비례해서 좋아도 진다. 오늘을 살고 있는 보통사람은 누구나 일상의 한 주간에 하루 이틀
의 휴식일을 갖는다. 유산자(遊山者)의 주말 등산은 모든 이들이 휴일을 즐기듯 단지 휴일 하루를 산에서 보내는 것 뿐이
다. 그러나 등산은 단순히 산을 오른다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유산여독서(流山如讀書)라는 말이 있
다. 일찌기 퇴계 이황 선생이 유년기 부터 노년에 이르기 까지 청량산을 오르며 심신을 단련하시고 또 학문을 연마한 데
서 유래한 말이다.
태산에 올라 보면 즐비(櫛比)한 산들이 켜켜이 천첩옥산(千疊玉山)으로 펼쳐지고, 산과 강(山水)은 살아서 꿈틀대는 듯
아름답다. 아무리 범부라도 그러한 풍경을 눈 앞에 마주하고 소풍농월(嘯風弄月)이 없을 수는 없다.산은 그렇듯 있는 그
대로의 모습을 자연스레 보여주며 기쁨을 느끼게 해준다. 사람들은 흔히 어떤 산을 일러 "그 산은 이미 한번 다녀오며 볼
것 다 보았으니 또 갈 필요가 있나."라고 말한다. 이는 산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세상 그 어떤 산도, 산은 그의 참모습이
없다. 사계절은 고사하고 시시 때때로의 모습 다르고, 한걸음 지나 돌아보고 두 걸음 지나 돌아보면,그 모습이 또 다르다.
그러니 갔던 산도 다시 찾게 되는 것이다.
일찌기 송(宋)나라 종경(宗鏡) 선사는 청산을 일러 "산은 먹으로 그리지 않아도 만고의 그림이요(청산불묵만고화/靑山
不墨萬古畵), 흐르는 물소리는 줄없는 천년의 거문고 이로다(유산무현천년금 /流山無絃千年琴)라는 명구를 남겼다.궂이
명산(名山)의 반열에 오른 산이 아니라도, 유산자가 즐겨 찾는 산들은 어디에서든지 정도의 차이 일 뿐, 대저(大低) 이러
한 풍경을 마음속으로 그려보고 음유(吟遊)한다. 등산은 몸과 마음의 치료하는 '힐링 (Healing)의 또 다른 행위이다, 유
산자의 산중독락(山中獨樂)이 바로 여기에 있으니, 누구든 가벼운 산행부터 시작하여 등산을 즐기기를 권해 본다.
[ 2 ]백두대간 제13구간(우두령-석교산-밀목령-삼마골재) 심설 산행
세한 아침 찬공기를 가르며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창에 얼음이 얼어 붙는다. 스치는 칼바람에야 햇살을 받는 유리창인들
오죽 하랴 만, 입김으로 인해 언 창을 다시 입김을 불어 닦으며, 창 밖 얼어 붙은 산하의 스치는 풍광을 애써 담는다. 백
두대간 우두령으로 찾아 가는 길이다. 추풍령을 목전에 둔 영동군 황간에서 차는 다시 초강천 변 49번 국도를 타고 상촌
면을, 그리고 579번 지방도로를 갈아 탄 후 질매재(우두령)를 오른다.눈길 굽이 돌아 오르는 엔진소리는 연신 부르렁 거
려되니 차도 안스럽다는 생각 든다. 강추위를 예보하던 일기예보와 달리 흐린 하늘에 이따끔씩 꽃눈이 날린다.
백두대간 우두령, 충북 영동군 상촌면과 경북 김천시 구성면을 연결하는 대간령이다. 산행 들머리인 우두령까지 차편으
로 곧바로 오르게 되어 들머리 덤길 접속 구간이 없어 좋긴 한 데, 대간길은 벌써 산 아래와 달리 계속되는 눈길이며, 어
떤 구간은 선행자의 럿셀 발자국 따라 걷기도 힘든 심설(深雪)이다. 814봉. 1054봉을 지나 오르며, 엷은 박무에 분분이
날리는 눈발에 구간 최고봉인 화주봉의 근경을 담지도 못하고 그 정상에 오르고 보니, 진한 아쉬움이 남는 데, 정상 가까
운 능선에 쌓인 눈둔덕에 바람이 만들어 낸 설경들이 일품이라 그나마 위안을 받는다. 지도상에 표기 된 해발 1,207m의
화주봉, 그의 또 다른 이름 석교산이다.등고가 밋밋한 천의 고봉 능선에 1207m의 석교산은 분명 주변을 압도하는 산 봉
우리다.
겨울 산행이 좋은 건 그 산의 나신(裸身)을 살펴 볼 수 있음이며, 숲길을 걷드라도 나목가지 사이로 원.근 주변을 시원히
볼 수 있는 시정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유산자는 고기압 권에 든 아주 추운날의 산행을 오히려 반긴다.특히 먼
길 걷는 대간 종줏길에 어쩌다 접하는 흐린 날씨는 무척이나 스트레스를 받게 해준다. 석교산을 지나 가파른 암릉 로프
길을 올라 1175 암봉에 오르니 비로소 사방의 하늘이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 한다. 뒤돌아 지나 온 석교산 서사면과 장쾌
한 주변 능선을 담게 해준다. 엷은 구름층을 비껴 남쪽으로 멀리 뻗은 대간을 따라 대덕산이 아슴푸레하고, 민주지산을
내려서서 각호산으로 달려 가는 각호지맥의 연봉들이 엷은 연무속에서 무겁게 반겨 준다. 비로소 내 입가에 미소가 핀다.
북으로 황악산과 남쪽 덕유산으로 이어지는 1,000여 m 천상의 능선을 타고 엷은 구름이 빠르게 쓸려간다. 쓸려가는 박
무(博務)들의 비무(飛舞)에 어느새 태산은 흑백의 스크린, 그 속에서 천변(千變) 만화(萬畵)가 펼쳐진다. 태산은 그 자리
인 데, 태산이 그려내는 그 그림은 활동사진이다. 아름답다라는 말 외 그어떤 수사도 필요치 않다. 한나절 잠시 흐린 하
늘 에 새침 했었던 마음이 부끄러워 진다. 요산 인자의 길은 아직도 멀었나 싶다. 밀목재를 지나 1124봉에 오르니, 발 아
래 삼막골재의 갈대 평전이 새하얀 눈방석을 깔아놓고 어서 와 쉬라한다.
▼ 백두대간 우두령.
- 경상북도 김천시 구성면과 충청북도 영동군 상촌면을 연결하는 고갯길-
▼ 충북 영동 쪽 우두령 정상 황소석상
▼ 백두대간 제13구간(우두령-석교산-밀목령-삼도봉)산행 지도
▼ 815봉을 지나 1162봉을 조망한 그림과 등로 주변 풍경
▼ 석교산(1,207m. 일명, 화주봉) 정상 풍경
▼ 석교산 정상 아래 헬기장 주변 풍경
▼ 석교산 백두대간 설경 - 1
▼ 석교산 백두대간 설경 - 2
▼ 1175봉 암릉 구간 풍경
▼ 1175봉에서 바라본 주변 풍경/ 상좌로 부터 시계방향
① 지나온 석교산과 능선 ② 김천시 부항면 풍경 ③ 민주지산 각호지맥 풍경 ④ 가야 할 1109 봉 능선
▼ 1175봉에서 뒤돌아 본 석교산과 지나온 능선 풍경 / 강설 중
▼ 1175봉 설송
▼ 1175봉 풍경
▼ 1175봉에서 바라본 대간과 충북 영동군 쪽 풍경
▼ 민주지간과 각호지맥 풍경
▼ 백두대간 종주로 설경 - 1
▼ 백두대간 종주로 설경 - 2
▼ 백두대간 종주로 설경 - 3
▼ 백두대간 밀목령 풍경
▼ 1,123,9 봉 정상 이정목
▼ 백두대간 삼도봉과 각호지맥 석기봉, 민주지산 풍경
▼ 백두대간 삼도봉과 주변 각호능선 풍경
▼ 백두대간 대덕산 주변 풍경
▼ 삼도봉 아래 백두대간 삼막골재 풍경
- 김천시 부항면 해인리 삼막골과 영동군 물한계곡 쪽 미니미골을 연결하는 고개 -
▼ 삼막골재 고개 풍경
▼ 영동군 물한계곡 쪽 미니미골 풍경
▼ 미니미골 낙엽송 길
▼ 설하 죽림 (雪下竹林)
▼ 물한계곡 빙하벽계류(氷下碧溪流)
▼ 물한계곡과 황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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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쥔장님 한해동안 유풍 회원님들 위해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갑오년 새해도 더욱 건성하시고 활기찬 모습과
작가님의 멋진 작품 기다리면서~~~~~~~~~
대간 종주기 즐감하고 갑니다.
다시 대간종주기를대하니 반갑습니다 병고를딛고 다시산행하실수있다니 다행입니다 자연과 하나되는여정에
무탈하심과 환희가 가득하시기를......
뒤늦게 오늘에야 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