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상 원고 3편>
1. 막걸리 한 잔
김 기 화
이규보 시인이 내 마음이었을까
내 마음이 이규보 시인 마음일까
단출한 밥상머리에 마주한 아내
굳은살 박인 손으로 딸아주는
막걸리 한 잔
내 어찌
즐겁지 않으리오
아내야~
고맙소
지금 내 핏줄에는
사랑과 행복이 퍼지고 있오
사랑하오
힘겨운 세상살이 고생 맣았오
아내 손에 받아 마시는
막걸리 한 잔
진수성찬은 아니더라도
더도 덜도 말고 오늘처럼
잘 익은 김치 안주에 막걸리 한 잔씩
당신 사랑의 손길에 받아 마시며
자투리로 조금 남은 여생에
환한 등불을 내걸고
조용히 즐기려하오.
2. 가을 나비/김기화
어느새인가
길가 코스모 수줍고
하늘에
새털구름 가볍다
가로수에 부는
바람이 스산하다
단풍!
너는 가을이 얼마나 좋아
나무마다 저렇듯 붉은 것이냐
지난 여름 너도
비바람에 더러는
아픔도 있고 슬픔도 있었겠지
가을은 그렇게 와서
그렇게 깊어 가고 있는데
나도 꽃 속, 가을 나비처럼
사랑을 찾아 낮게 날고 싶다.
3. 흰 눈이 푹푹 빠진 세상에 살자
-수석(설경)
김기화
흰눈에 푹푹 빠진 세상이다
꿈같은 세상도 잠들었다
산새들 날지 않고
산토끼 발자국도 끊겼다
정강이 푹푹 빠진 나목도
알몸으로 잠들었다
푹푹 쌓인 흰 눈속에
곰돌이 몇 놈도
푹푹 잠들었으리라
그 옛날 흰 눈이 푹푹 쌓인 산골
오손도손 살았던 고향이
꿈길처럼 생각난다
겨우내 푹푹 쌓인 흰 눈이
푹푹 토해내는 눈 빛도 평화롭다
가자
흰 눈이 푹푹 빠진 세상으로
이 풍진 세상은 버리고
흰 눈이 푹푹 빠진 세상에 살자
스님이 찻잔을 내려놓듯
번뇌 모두 내려놓자
흰 눈이 푹푹 빠진 세상에 살자
ㅇ 나의 학.경력
바람재 김기화
1939년 전북 완주군 동상면 황조리에서 태어나다
1965년 전북대학교 상과대학 상학과 졸업
1997년 전주대학교 경영대학원 수료
1998년 경찰공무원 정년퇴임
국가안보 유공 근정포장과 대통령표창 등 수상
2004. 2 월간 문예사조 신인상(시)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전주문인협회, 완주문인협회, 국제펜클럽(전북지역회), 불교문예작가회(이사) 표현문학회, 미당문학회, 석정문학회, 온글문학회 등 여러 문학회 가입 활동
2017. 12 온글문학상, 2018년 1 향토작가상(전라북도) 수상
시집으로 [산 너머 달빛] [고맙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