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문학 제13호 문학상 심사 및 평론
인묵 김형식
◇.별첨
1).문학상 선정 심사표
2).심사 작품
●1).정동욱 (문학상)
ㅡ.과한 칭찬은 독약이 된다.ㅡ
정동욱 시 12편 읽다.
초강력 태풍 '야기'의 강타로 쑥대밭이 된 중국 필리핀 베트남의 참상을 지켜보았다. 백문이 不如一見이다.
집은 초석이 단단해야 한다.
시가 그렇다.
좋은 시는 능력이 뛰어난 스승을 만나 시 창작 방법에 관한 이론을 완전히 익히고 피나는 습작을 통해 탄생한다.
작품 수준을 향상시키려면
자격 미달인 시인들이 모여 감투와 상을 나누고 있는 단체 이데올로기는 기피하고
오직 창작활동에 치중해야 한다.
우수한 작품을 많이 읽고 문학작품을 보는 안목을 기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안목이 없이는 어떤 작품이 우수한 작품이고 왜 우수한 작품인지 구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과 시인은 다르다. 시 창작 능력이 전혀 없는 시인들이 가을 산 도토리처럼 쏟아져 있다.
도토리 모자를 버리고
왕관을 써야 한다
詩는 抽象과 隱喩로 짓는 집이다
이는 시인을 탁월하게 하는 두 기둥이다.
시인은 그 집에서 영생하는 것이다.
더욱 일신하기 바란다.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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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이기송 동화 (신인상)
ㅡ.무지개를 찾아서.ㅡ
동화 '무지개를 찾아서'는 창작동화다.
꿀벌 붕붕이가 친구들과 함께 멀리 나가 꿀을 따다가 비를 만난다. 큰 나뭇잎 밑에 비를 피하고 있는데 비가 멈춘다. 그때 저 멀리 무기개가 떠오른다.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를 찾아가 만져보고 무지개다리를 건너보고 싶은 마음에 들뜬다. 친구들은 집으로 돌아가는데 혼자서 무지개를 찾아간다.
가다가 무지개는 사라져버리고 당황 하게 된다.겨우 기억을 더듬어 집에 돌아와 기다리고 있는 엄마와 재회하는 이야기다.
생태주의生態主義의 탁월한 현실 인식과 탄탄한 필력을 바탕으로 쓴 권정생(1937~2007)님의 '몽실언니'를 소환해 본다.
동화 '무지개를 찾아서'는 자연의 다양한 생태계적 존재들, 바람과 공기, 비와 무지개, 하늘과 햇빛의 밑그림에 어린아이는 호기심과 좌절과 안도의 회환에 커가고 있다.
일상의 굴레에 매여 기계적으로 걷고 있는 우리 삶을 일깨워 꿈을 꾸게 하고 있다. 잠든 영혼을 깨워 삶의 본질을 꿰뚫는 심안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작가는 장자의 나비의 꿈에서
모든 사물과 자연 대상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애니미즘(animism)을 꺼내 놓았다.
크게 기대된다.
등단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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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첨
ㅡ.심사표
ㅡ.정동욱시 12편
ㅡ.이기송의. 동화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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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정동욱
포스트 잎 한 장을
그대 가슴에 보냅니다.
하고 싶은 말
네게 하라고
그대 생각/ 정동욱
너무 그리워
눈을 감아 봅니다.
그대 모습
눈에 아른거려
눈을 뜰 수 없습니다.
그러니
내 안의 그대 모습
살포시 꺼낼 수밖에요
그리움은
눈앞에 있고
그대는
기다림 속에 있고
입추의 노래/ 정동욱
여름의 열기가 물러가고
가을의 숨결이 스며든다
하늘은 높고 푸르러
구름은 느린 발걸음
나뭇잎 서서히 물들어
황금빛으로 변신 준비
바람은 속삭인다
"이제는 또 다른 계절이 오네"
거리마다 풍성한 수확의 기쁨
가을의 열매들이 나를 반기고
추억이 쌓인 길 위에서
걸음마다 가을 노래가 들린다
하늘 높이 나는 기러기처럼
우리의 마음도 자유롭게 날아
입추의 문턱에서 새로운 시작
사라지는 여름을 아쉬워하며
이제는 가을 품에 안겨
서늘한 바람과 함께 걸어가자
입추의 기운을 느끼며
마음 속 깊이 새로운 희망을 심자
●머리하는 날/ 정동욱
커트하려고
의자에 앉았다
거울을 보니
내 모습은 없고
내 안의 그대
나를 보고 있다
오늘 머리
잘 나올거야
네가 함께 있으니
장미/ 정동욱
장미꽃
예쁘다 하지요
그래요
내 안의
그대만은 못하지만
미소/정동욱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
나를 웃게 하는
너의 미소
여름 더위 날려 보내는
시원한 미소
봄/ 정동욱
오묘한 조화
향기를 주는
신비로움이 담겨 있다
그대 생각
더 나게 하는
재주까지 있다
버스/정동욱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앗!
타야 할 버스가 출발했다.
그대 생각하다
놓쳤다
그러나
난 이미
그 버스에 탑승해
달려가고 있다
●횡단보도/정동욱
내 앞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뛰는 가슴
진정시키고
무슨 말 먼저 할까
연습하라며
바보/정동욱
사랑이 많으면
눈으로 말해도 알지요
내 사랑
그대는 아직도
눈치 못 챘나 봐요
사랑한다 사랑한다
부지런히 보내고 있는데
아직 답을 못 하는 걸 보니
잡초/정동욱
잔디밭의 잡초는
작아도 뽑아야
예쁜 정원이 되고
네 그리움으로
힘들게 했어도
잘 가꾸어야 사랑이 된다
첫눈/ 정동욱
첫눈이 내립니다
두 팔을 빌려 받았습니다
첫눈 보고
날 기억할까?
녹기 전에
내 안의 그대 품어
안겨 드리기 위해
ㅡㅡㅡ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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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부문
무지개를 찾아서/ 이기송
봄이 끝나갈 무렵 날씨가 화창한 어느 날 아기 벌 붕붕이는 친구들과 함께 꿀을 따러 나갔어요. 꽃들이 많이 있는 곳을 찾아 헤매다가 뒷동산에서 알록달록 울긋불긋 예쁜 꽃들이 피어 있는 곳을 발견했어요.
신이 나서 붕붕이와 친구들은 꿀을 따기 시작했어요. 꿀을 많이 따가서 엄마께 칭찬받을 생각에 힘든 줄도 모르고 열심히 따고 있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붕붕이와 친구들은 비를 피해서 재빨리 잎이 넓은 나무 아래로 몸을 숨겼어요. 굵은 비를 맞으면 날개가 찢기거나 비에 젖으면 날 수가 없어서 위험에 처하거든요.
엄마가 늘 말씀해 주셨어요. 날개가 물에 젖으면 위험하니까 조심해야 한다고 비가 올때는 비에 맞지 않도록 빨리 몸을 숨긴 곳을 찾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붕붕이와 친구들은 "휴 다행이다!" 하며 비를 피해 날개가 젖지 않은 것과 꿀을 지킨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기뻐했어요. 잠시 후, 비가 그치고 해님이 활짝 웃으며 나왔어요. 거짓말처럼 언제 비가 왔나 싶을
정도로 맑고 화창한 날씨가 되었어요.
그때 친구 중에 누군가가 소리쳤어요.
"와, 무지개다."
정말 무지개가 하늘 저편에 예쁘게 떠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색 일곱 가지 색깔로 떠 있는 무지개다리가 너무 아름다웠어요. 붕붕이는 넋을 놓고 한참을 보고 있다가 문득 무지개를 가서 직접 만
져보고 무지개다리도 건너가 보고 싶어졌어요. 붕붕이는 무지개가 너무 궁금했거든요.
친구들에게 "우리 같이 가서 무지개를 직접 만져 보고 무지개다리도 건너보자"라고 했지만, 친구들은 ''부모님 없이 가는 것은 위험해! 우리는 돌아갈 거야."라고 했어요.
붕붕이는 친구들을 잡을 수가 없었어요. 무지개로 가는 길은 처음 가보는 길이라서 알수가 없었거든요. 하지만, 붕붕이는 혼자서라도 꼭 가보고 싶었어요.
'무지개가 사라지기 전에 빨리 갔다 오면 되겠지.' 생각하고 친구들은
돌아가고 있는데
붕붕이는 무지개가 있는 곳으로 향했어요. 엄마가 걱정하실 거라는 걸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말았어요.
'사라지면 안 되는데
하며 가슴 조이며 날아갔어요.
한참을 날아갔는데도 무지개와 거리는 그대로인 것만 같았어요. 붕붕이는 '빨리 가서 보고 와야 하는데... 하며 열심히 날아갔어요.
하지만 무지개는 가까워지지 않고 하늘 저편에 있을 뿐이었어요. 붕붕이는 날아가다 지쳐 나뭇잎에 앉아 잠시 쉬기로 했어요. 쉬면서 주위를 살펴보았어요. 그제야 깨달았어요.
모르는 길을 많이 날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어떻게 하지?"
당황한 붕붕이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어요.
그 사이에 무지개는 그만 사라지고 말았어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어요.
붕붕이는 사라져버리는 무지개를 찾아온 자신이 이리석었다는 것을 알고 친구들 말을 듣고 집으로 갔어야 하는데 하면서 후회했어요.
붕붕이는 날아온 길을 되돌아보았어요.
무지개만 보고 오느라 돌아갈 길을 생각하지 않았던 거예요.
당황한 붕붕이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어요.
그제야 집에서 걱정하고 계실 엄마가 떠올랐어요..
친구들과 같이 집으로 돌아갈 걸 하고 후회도 했어요.
두려움에 눈물도 났지만, 꼭 참고 곰곰이 생각했어요.
붕붕이는 호기심이 많은 만큼 아주 똑똑했어요.
엄마께서 가르쳐 주신 것을 다 기억하고 있었거든요.
가족들과 같이 나와 길을 잃었을 때는 그 자리에 서서 가족들이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
고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혼자서 온 길이기 때문에 기다릴 수 없고, 온 길을 잘 찾아가
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무지개를 찾아오면서 언뜻언뜻 스치며 보았던 특징들을 기억해 내기 시작했어요.
큰 나무가 있어 높이 날았던 기억, 가시넝쿨에 찔릴까 봐 조심히 날았던 기억, 예쁜 꽃들이 있어 다음에 꿀 따러 오면 좋겠다고 순간적으로 생각했던 것까지 기억해서 침착하게 길을 찾기 시작했어요.
날아온 길을 돌아 천천히 기억 속에 특징들을 찾아가며 낮다 보니 무지개를 찾아오면서 보았던 길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붕붕이는 그제야 안심한 듯 후휴하며 큰 숨을 내쉬고 나니 안도의 미소가 지어졌어요.
걱정하고 계실 엄마 생각에 빨리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날다 보니 낯익은 곳이 보였어요.
처음 친구들과 꿀을 따러 왔던 꽃밭에 도착한 거예요.
붕붕이는 기쁜 마음에 눈물이 났어요.
그때 마침 붕붕이들 찾아다니시던 엄마가 "봉봉아" 부르시며 와락 안고 같이 우시는 거예요.
"친구들은 꿀 따서 돌아왔는데 너만 안 와서 걱정했잖아"
하시며 말이에요.
붕붕이는 자신이 얼마나 경솔한 행동을 했는지 우시는 엄마를 보면서 느꼈어요.
이제 다시는 엄마 허락 없이 혼자시 멀리 가는 행동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생각했어요.
무지개를 찾아가 만져 보는 것도 건너가 보는 것도 못해서 아쉬웠지만 가는 길에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던 경험과 침착하게 집을 잘 찾아온 것에 어깨가 으쓱해졌어요.
하지만 집을 못 찾아왔을 경우를 생각하면 가슴이 콩닥거릴 만큼 무서워서 다시는 혼
자서 멀리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답니다. '끝'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ㅡ.첨부 심사표 1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