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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박한 마음 (귀스타브 플로베르) 퐁레베크의 가정부들은 펠리시테를 하녀로 데리고 있는 오뱅 부인을 오십 년 동안 부러워했다.(*번역이 좀 이상하다는 느낌. “오십년 동안 데리고 있는”이라는 표현이 아닐까?) 펠리시테는 일 년에 100프랑을 받으며 요리와 집 안 살림, 바느질과 빨래와 다리미질을 했고, 말에 굴레를 씌우고 닭은 통통하게 살치우고 버터를 만들 줄도 알았고, 상냥하지 않은 여주인에게도 충실했다.
오뱅 부인은 하루 종일 거실의 십자 유리창 옆 밀짚 소파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2층에는 우선 부인의 침실이 있었다. 아주 큼지막한 그 침실에는 연한 꽃무늬 벽지가 발라져 있고 멋쟁이 주인어른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3층에는 지붕 유리창으로 들어온 햇살이 목초지 쪽으로 나 있는 펠리시테의 방을 밝혀 주었다.
그녀는 새벽부터 일어나 빠지지 않고 미사를 드렸고 저녁까지 쉬지 않고 일했다. 저녁 식사가 끝나면 그릇을 정리하고 문단속을 단단히 한 후, 재에 장작을 쑤셔 넣고 손에 묵주를 든 채 아궁이 앞에서 잠들곤 했다. 가격 흥정을 할 때 그녀보다 고집을 세우는 사람은 없었다. 청결로 말하자면 냄비가 얼마나 윤이 나는지 다른 하녀들이 골치를 썩었다. 그녀는 6킬로그램짜리 빵을 일부러 자신을 위해 구워 이십 일 동안 천천히 먹었는데, 손가락으로 식탁 위의 빵 부스러기를 긁어모을 정도로 알뜰했다.
사철 내내 그녀는 거친 면숄을 등에 핀으로 고정한 채 걸치고 다녔고, 헝겊 모자로 머리카락을 감추었으며, 긴 회색 양말과 붉은색 치마 차림이었고, 짧은 윗옷 위로는 병원 간호사들처럼 가슴 장식이 달린 앞치마를 둘렀다.
그녀의 얼굴은 말랐고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25세 때 40세처럼 보였다. 50대가 되자 그녀의 나이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녀는 항상 말이 없고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절도 있게 행동해서, 꼭 나무로 만든 자동인형 같았다.
석공이던 그녀의 아버지는 사고로 발판에서 떨어져 죽었다. 이어 어머니가 죽고 자매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어떤 농부가 그녀를 맡았는데, 몹시 어린 탓에 들판에서 암소 지키는 일을 시켰다. 그녀는 다 떨어진 옷을 입고 추위에 떨었으며, 늪지의 물을 엎드려 마셨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두둘겨 맞았다. 결국에는 훔치지도 않은 30수를 훔쳤다고 쫓겨났다. 다른 농가에 들어가 닭 등의 날짐승을 키웠는데, 주인 부부의 마음에 들자 동료들의 시샘을 받았다.
8월 어느 날 저녁(당시 18세였다) 친구들이 그녀를 데리고 콜빌의 장터에 갔다.
부유해 보이는 청년 테오도르가 다가와 춤을 청했다. 그녀에게 사과주와 커피, 갈레트, 스카프를 사주고 나서 청년은 그녀가 짐작했으리라 생각하고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귀리 밭 가장자리에 이른 그는 그녀를 난폭하게 쓰러뜨렸다. 그녀는 겁이 나서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가 물러났다.
어느 날 저녁 보몽으로 가는 길에서 건초를 실은 커다란 수레가 천천히 가기에 그녀가 앞지르려고 했다. 수레바퀴를 스치듯 지나가다가 그녀는 테오도르를 알아보았다.
그다음 주가 되자 테오도르는 그녀에게서 만날 약속을 얻어냈다. 그들은 안뜰의 구석, 담 뒤, 외딴 나무 아래에서 만나곤 했다. 그녀는 양갓집 규수들처럼 순진하지는 않았다. 동물들이 하는 것을 보고 알고 있던 터라. 그러나 이성과 정조에 대한 본능 덕분에 몸을 망치지 않고 자제할 수 있었다.
그녀에게 청혼했다. 그녀는 그의 말을 믿지 못하고 망설였다.
얼마 후에 그는 성가신 일이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조만간 군대에 끌려갈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달려갔다. 테오도르 대신 그의 친구가 와 있었다. 다시는 그를 보지 못하리라고 친구가 그녀에게 알려주었다. 테오도르가 징병을 면하려고 투크의 아주 부유한 노파 르우세 부인과 결혼한 것이었다.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이 밀어닥쳤다. 그녀는 땅에 쓰러져 고함을 지르며 하나님을 부르고, 동이 틀 때까지 벌판에서 혼자 신음하며 울었다. 그러고는 농장으로 돌아와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녀는 월말에 임금을 받고는 보잘것없는 짐을 숄에 몽땅 싸 가지고 퐁레베크로 갔다.
여관 앞에서 챙이 넓은 미망인용 모자를 슨 부인에게 말을 걸었다. 때마침 그 부인은 요리해 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 요리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게 없었지만, 무척 열성적이고 요구도 많지 않은 처녀 같아서 오뱅 부인은 마침내 얘기했다. “좋아요 함께 합시다.” 십 오분 뒤에 펠리시테는 부인의 집에 거주하게 되었다.
일곱 살짜리 폴과 겨우 네 살밖에 안 된 비르지니는 펠리시테가 보기에는 귀한 물질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그녀는 말처럼 아이들을 등에 태우고 다녔다. 오뱅 부인은 틈만 나면 아이들에게 뽀뽀하는 펠리시테를 말렸다. 그녀는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만족스러웠다. 부드러운 환경 덕에 그녀의 슬픔도 녹아 없어졌다.
부인의 삼촌 중 한 명인 그르망빌 공작은 정해진 때 없이 오뱅 부인을 방문하곤 했다. 그는 방탕한 생활을 하다 파산한 인물로 팔레즈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얼마 안 되는 땅에서 나오는 수입에 의존해서 살았다. 그는 있는 대로 가구를 더럽히며 돌아다니는 끔찍한 푸들 한 마리를 데리고 점심시간마다 나타났다.
은퇴한 소송 대리인 부레에게는 기꺼이 문을 열어 주었다. 그의 흰 넥타이와 대머리, 셔츠의 가슴 장식, 품이 넉넉한 갈색 코트, 팔을 동그랗게 모으고 코담배 냄새를 맡는 방식. 그의 됨됨이 하나하나가 탁월한 사람 앞에서 느껴지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부인의 소유를 관리하는 까닭에 그는 여러 시간 동안 부인과 함께 주인어른의 서재에 틀어 박혀 나오지 않았다. 부레는 평판이 나빠지지 않을까 항상 두려워했고, 사법관을 무한히 존경했으며, 라틴어를 구사하는 거드름을 피웠다.
아이들의 교육은 기요가 맡았다. 그는 가난한 시청 직원으로 글씨를 잘 쓴다고 소문이 나 있었는데 장화에 대고 주머니칼을 갈곤 했다.
어느 가을 저녁 그들은 목장들을 가로질러 돌아왔다. 상현달이 하늘 일부를 밝게 비추었다. 안개가 꾸불꾸불한 투크 강의 굴곡을 따라 스카프처럼 떠돌았다. 황소들은 풀밭 한가운데 누워 네 명이 지나가는 모습을 꼼짝 않고 지켜보았다. 세 번째 목장에서 몇 마리가 일어나더니 그들 앞으로 둥글게 모여들기 시작했다. “겁내지 마세요!”펠리시테가 말했다. 달래듯 속삭이며 그녀가 가장 가까이 있는 황소의 ㄷ으줄기를 쓰다듬었다. 그 소가 몸을 돌리자 다른 황소들도 그 녀석을 따라 몸을 돌렸다. 다음 목장을 가로지르는데, 무시무시한 소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던 황소 한 마리가 두 여인을 향해 다가왔다. 오뱅 부인이 달리려고 했다. “안 돼요! 안 돼요! 더 천천히 가세요!” 그러면서도 그녀들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뒤쪽에서 콧바람 소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게 들렸다. 황소의 발굽이 망치처럼 초원의 풀들을 짓밟았다. 이제 황소가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펠리시테가 몸을 돌려 , 두 손으로 흙을 덩어리째 뽑아 황소의 눈에 던졌다. 황소는 콧방울을 숙이고 뿔을 흔들더니 극도로 화가 나서 몸을 떨며 큰 소리로 끔찍하게 울부즞었다. 오뱅 부인은 두 아이를 데리고 목장 끝에 있는 높은 울타리를 빠져나갈 방법을 필사적으로 찾았다. 펠리시테는 여전히 황소 앞에서 뒷걸음질하며 진디를 흙째 뽑아 던지면서 황소가 눈을 못 뜨게 했다. 그러면서 고함을 질렀다. “서두르세요! 서두르세요!”
황소는 펠리시테를 울타리까지 밀어붙였다. 황소의 침이 그녀의 얼굴에 튀었다. 일 초만 늦었더라면 황소가 그녀의 배를 갈라놓았으리라. 그녀는 두 말뚝 사이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 커다란 ㅈ미승은 깜짝 놀란 듯 멈춰 섰다.
얼마나 겁에 질렸던지 비르지니가 신경 질환에 걸렸다. 의사 푸파르가 트루빌로 해수욕을 하러 가자고 권했다.
길이 너무 안 좋아서 8킬로미터밖에 안 되는 거리인데도 두 시간이 걸렸다.
리에바르 할멈은 여주인을 보자 아낌없이 기쁨을 드러냈다. 그녀는 점심을 대접했는데, ... ~~~ 아가씨에게는 훌륭하게 자랐다고, 폴에게는 대단히 튼튼해졌다고 말했다.
리에바르 가족은 몇 세대에 걸쳐 이 집안에 봉사했던 것이다.
분위기를 바꾸고 해수욕을 한 덕분에 며칠밖에 안 지났는데도 비르지니는 더 건강해 보였다. 그 애는 수영복이 없어서 속치마 차림으로 해수욕을 했다.
바다는 해를 받아 빛나고 거울처럼 매끄러웠으며, 얼마나 잔잔한지 파도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폴은 지겨워하며 돌아가자고 했다.
어부들이 뱃전 너머로 펄쩍펄쩍 뛰는 생선을 던졌다. 수레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머릿수건을 쓴 여자들이 뛰어나와 바구니를 받거나 집안 남자들을 껴안았다.
어느날 그 여자들 중 한 명이 펠리시테에게 다가왔다. 펠리시테는 ㅈ마시 뒤에 아주 기뻐하며 방에 들어섰다. 언니를 되찾은 것이었다. 르루의 아내 나스타지 바레트가 가슴에는 갓난아이를 안고, 오른손으로는 다른 아이를 안고 나타났다. 왼쪽에는 두 주먹을 허리에 대고 귀 위로 베레모를 걸친 자그마한 소년 수습 선원이 있었다.
십오 분 후에 오뱅 부인이 바레트를 내쫓듯이 돌려보냈다.
펠리시테는 이들에게 애정을 느꼈다. 이들에게 이블과 내복, 화덕을 사 줬다. 이들은 그녀를 이용해 먹는 게 분명했다.
비르지니가 기침을 하고 계절도 끝났기 때문에 부인은 퐁레메크로 돌아갔다.
폴은 기숙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사귈 생각에 기분이 들떠서 씩씩하게 작별 인사를 했다.
크리스마스 날부터 매일같이 아가씨를 예비자 교리반에 데려가게 되었다.
사제가 우선 구약 성경에 적힌 이야기를 간단히 요약해 주었다.
그녀는 하나님에 대한 존경심과 하나님의 분노에 대한 두려움을 간직했다.
그녀는 예수님의 수난에 대해 듣고 눈물을 흘렸다.
왜 사람들은 아이들을 소중히 여기고 군중을 배불리 먹이며 눈먼 이를 치유하고 가난한 자 가운데에서 태어나기를 겸허하게 원하시어 마구간의 두엄 더미 위에서 태어나신 그분을 십자가에 매달았을까?
그녀는 하나님의 어린양 때문에 양들을, 성령 때문에 비둘기들을 더욱 애정을 담아 사랑했다.
그녀는 성령을 인격적으로 상상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
그녀는 성당의 서늘한 벽과 평온을 즐기며 하나님을 경배하는 마음을 간직했다.
결국 어느 날 낡은 마차 한 대가 문 앞에 멈춰 섰다. 아가씨를 데리러 온 수녀가 마차에서 내렸다.
바르지니는 마지막 순간에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며 엄마를 껴안았다.
딸의 부재가 처음에는 아주 고통스러웠다.
기분 전환을 하려고, 그녀는 조카 빅토르가 자기를 방문하게 해 달라 허락을 구했다.
빅토르는 일요일 미사가 끝나면 분홍색으로 뺨을 물들이고 가슴을 풀어헤친 채, 자신이 지나온 들판 냄새를 풍기며 도착했다.
지출을 줄이려고 펠리시테 자신은 가능한 한 조금 먹으면서도 조카를 얼마나 배불리 먹였던지 빅토르는 잠이 들고 말았다.
첫 번째 저녁 미사 종이 울리면 그녀는 그를 깨우고, 바지에 솔질을 하고 넥타이를 메어 주고 어머니가 된 듯 뽐내며 그의 팔에 기대어 성당으로 향했다.
8월이 되자 그의 아버지(조카의 아버지)가 그를 연안 항해에 데리고 갔다.
빅토르는 모를레에 이어 연달아 뒹케르크, 브라이턴으로 갔다. 돌아올 때마다 그녀에게 선물을 줬는데, 처음에는 조개로 만든 상자였고, 두 번째는 커피잔, 세 번째는 커다란 인형 모양의 진저쿠키였다. 그는 멋있어졌고 체격도 잘 잡혔고 콧수염도 좀 길렀으며 눈은 맑고 선했고, 항해사처럼 조그만 가죽 모자를 뒤쪽으로 넘겨썼다.
1819년 7월 14일 월요일 빅토르는 장거리 항해 자리를 얻어 다음다음날 밤에 여객선 편으로 융풀뢰르를 출발하여 머지않아 르아브르에서 범선을 타고 출항할 예정이었다. 어쩌면 이년 동안 떠나 있을지도 몰랐다.
그가 자리를 비우리라고 생각하니 펠리시테는 마음이 아팠다.
수습 선원 한 명이 이런 것들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철책에 팔꿈치를 괴고 기대어 서 있었다. 펠리시테는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계속 크게 소리쳐 불렀다. “빅토르!” 그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앞으로 달려가려는 데 , 갑자기 사다리가 걷혔다.
여객선은 항구를 빠져나갔다.
펠리시테는 예수 수난 군상 근처를 지나며 하나님께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을 돌봐 달라고 부탁하고 싶었다. 눈물 젖은 얼굴로 구름을 바라보며 그녀는 오랫동안 선채로 기도 드렸다.
그때부터 펠리시테는 오직 조카 생각만 했다.
오뱅 부인도 딸 걱정이 많았다.
어느날 아침 우편배달부가 오지 않자 그녀는 불안해졌다. 그녀는 소파에서 창문까지, 방에서 왔다 갔다 했다. 정말 이상한 일이야! 나흘 동안 소식이 없다니 말야!
나름대로 부인을 위로해 주려고 펠리시테가 예기했다. “마님, 전 벌써 육 개월이나 소식을 받지 못한걸요!”
두 아이는 똑같이 중요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어떤 끈이 두 아이를 연결했다. 그들의 운명은 똑같을 것 같았다.
빅토르의 배가 아바나에 도착했다고 약사가 펠리시티에게 알려주었다.
이 주가 지났을 때, 늘 그랬듯이 장이 열리는 시간에 맟춰 리에바르가 부엌으로 들어와서는 형부가 보낸 편지를 펠리시테에게 전해 주었다. 둘 다 글을 몰랐기 때문에 그녀는 마님에게 도움을 청했다.
오뱅부인은 뜨개질코를 세다가 옆에 내려놓고 편지를 개봉하고는 몸을 떨었다. 그러고는 속 깊은 눈길로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불행을.... 알리는 편지야. 조카가....” 그가 죽었다. 다른 소식은 없었다. 펠리시테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머리를 칸막이벽에 기대고 눈을 감았다.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의 빨래판과 물통은 투구 강가에 있었다. 그녀는 강둑에 셔츠를 무더기로 쏟아 붓고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빨랫방망이를 집어 들었다. 그녀가 빨래를 강하게 내리치는 소리가 다른 집 정원까지 들렸다.
비르지니는 점점 몸이 약해졌다. 숨이 막히고 기침이 나오고 항상 열이 있고 강대뼈 주위에 푸른 반점이 생긴 증상으로 보아 병세가 심각했다.
수도원은 가파른 작은 골목 끝에 있었다. 길 중간에 이르렀을 때. 그녀는 이상한 소리, 임종을 알리는 조종 소리를 들었다. ‘다른 사람이 죽은 걸 거야!’ 그녀는 생각했다. 펠리시테는 현관 문고리를 세게 두드렸다. 수녀가 아주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막 임종했어요.”
여러 해가 흘렀다. 부활절, 성모 승천일, 만성절 같은 대축일이 돌아오는 것을 제외하면 모두 똑같았고, 별다른 일은 없었다.
1828년 여름에는 붕니이 성ㅊ나식 빵을 제공할 차레였다. 부레는 이 시기부터 잇아하게도 사라지고 나타나지 않았다. 기요, 리에바르, 르샵투아 부인, 로블랭, 오래전에 중풍에 걸려 몸이 마비되었던 그르망빌 삼촌등 이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났다. 어느 날 우편 마차의 마부가 7월 혁명이 발발했다는 소식을 퐁레베크에 알렸다. 며칠 지나지 않아 신임 부지사가 임명되었다. 라르소니에르 남작은 미국에서 영사를 역임한 사람으로 그의 집에는 아내 외에도 처제와 함께 장성한 세 딸이 있었다. 하늘거리는 블라우스를 입은 딸들이 저택 잔디밭에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녀들에게는 흑인 하인 한 명과 앵무새도 있었다. 그들이 오뱅 부인을 방문했고, 그녀도 잊지 않고 답방을 했다. 그녀들이 보이기만 하면 아무리 멀리 있어도 펠리시테는 부인에게 달려가 알렸다. 그러나 부인을 감동시킬 수 있는 것이 단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아들의 편지였다.
그는 아무 직업도 없이 작은 카페에서 술 마시며 지냈다. 어머니가 빚을 갚아 주면 그는 다른 빚을 졌다.
마침내 여주인이 팔을 벌렸고 하녀가 품속으로 뛰어들었다. 주인과 하녀의 신분을 잊고 평등한 가운데 꼭 껴안고 입을 맞추며 서로의 고통을 달랬다. 오뱅 부인이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었기에 그러한 것은 그들의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펠리시테는 은혜라도 입은 것처럼 부인에게 고마움을 느꼈고, 그 후로는 동물적인 헌신과 종교적인 경배심을 품고 부인을 지극히 소중히 여겼다. 그녀의 마음속에 깃들어 있던 선의가 점점 커졌다.
거리에서 행진하는 군대 북소리가 들리면, 그녀는 사과주 단지를 들고 문 앞으로 나가서 군인들에게 마시라고 나누어 주었다. 그녀는 콜레라 환자들을 돌보고 폴란드인들을 보호해 주었다. 그녀와 결혼하고 싶다고 고백한 사람도 한 명 있었다. 그러나 사이가 틀어지고 말았다.
폴란드인 다음은 1793년에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고 알려진 콜미슈 영감 차례였다. 그는 강가에서 다 허물어진 돼지우리 같은 곳에 살았다. 개구쟁이들이 벽 틈으로 보고 있다가 돌을 던져서 그가 누운 초라한 침대에 돌이 날아들곤 했다. 그는 독감에 걸려 계속 기침했다.
그녀는 그에게 내의를 갖다 주었고, 그의 집을 청소해주려고 애썼으며, 부인에게 폐가 되지만 않으면 빵 굽는 곳에 그의 거처를 마련해 주고 싶어 했다.
바로 그날 그녀에게 큰 행운이 찾아왔다. 저녁 식사를 하려는데, 라르소니에르 부인의 흑인 하인이 새장에 든 앵무새 와 횃대, 사슬, 자물쇠를 가지고 찾아왔다. 남작 부인이 오뱅 부인에게 남긴 쪽지에 따르면, 남작이 도지사로 승진하여 그날 밤에 떠나게 되었다. 남작 부인은 오뱅 부인에게 이 새를 추억과 존경의 표시로 받아달라고 청했다.
그 새는 오래전부터 펠리시테의 상상을 사로잡고 있었다. 그 새는 아메리카에서 왔고 아메리카라는 단어는 빅토르를 환기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그 흑인 하인에게 물어보았고 아메리카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앵무새의 이름은 룰루였다.
앵무새는 횃대를 물어뜯는 별난 버릇으로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들었고, 자기 깃털을 뽑아대고, 배설물을 여기저기 흩뿌리고, 물통을 엎었다. 오뱅 부인은 귀찮아져서 앵무새를 펠리시테에게 아주 줘 버렸다.
그녀는 앵무새에게 말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앵무새는 곧 “잘생긴 소년! 감사합니다. 나리! 인사드려요, 성모님!“같은 말을 반복적으로 하게 되었다.
룰루에게는 이상한 고집이 있어서, 사람들이 자기를 쳐다보는 순간부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룰루는 사람 곁에 있으려고 했다.
부레의 얼굴이 룰루에게 아주 이상해 보였던 게 틀림없었다. 그의 얼굴이 비치기만 하면 룰루는 웃기 시작했고 , 그것도 온 힘을 다해 웃어젖혔다. 룰루의 목소리가 터져 나와 뜰에서 울리고는 메아리쳐 반복해서 들려왔고 이웃들도 창문에 나와 따라 웃었다. 앵무새 눈에 띄지 않으려고 부레는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벽을 따라 스치듯 걸어 강으로 빙 둘러 정원 문으로 들어왔다. 자연히 앵무새를 보는 그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룰루가 계단을 내려올 때면, 굽은 부리를 계단에 받치고 오른발을 들었다가 왼발을 들었다가 했다.
펠리시테가 바람을 쐬게 해 주려고 앵무새를 풀밭에 내려놓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와 보니 앵무새가 없었다.
결국 그녀는 기진맥진해져서 돌아왔다. 헌 신발은 다 찢어졌고, 마음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장의자 중간에 앉아 부인 곁에서 자신이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빠짐없이 이야기할 때 무겁지 않은 뭔가가 그녀의 어깨 위로 내려앉았다. 룰루! 도대체 뭘 하고 온 거야? 어쩌면 주변을 산책하듯 돌아다닌 건지도 몰라!
감기 끝에 그녀는 목에 급성 염증이 생겼고 곧 이어 귀가 아팠다. 삼 년 뒤에는 귀머거리가 되었다.
이제 그녀 귀에 들리는 소리는 하나밖에 없었다. 앵무새가 내는 소리였다.
펠리시테와 앵무새는 대화를 나누었다. 앵무새는 자기 레퍼토리에 들어 있는 문장 세 개를 지겨울 정도로 읊어대고 , 그녀는 두서없이 단어 몇 개로 대답했는데, 그 단어에서 그녀의 마음이 드러났다. 그녀가 외롭게 살아가는 동안 룰루는 거의 아들이자 연인이었다. 앵무새는 그녀의 손가락을 타고 오르락 거렸고 입술을 깨물었으며 그녀의 숄을 움켜쥐고 앉았다.
구름이 짙어지고 천둥이 요란하게 울리면 앵무새는 소리를 질렀다. 고향의 숲에서 겪었던 소나기를 기억하는지도 몰랐다. 물이 콸콸 흐르면 착란에 빠진 것처럼 흥분했다. 새는 미친 듯이 파닥거리며 천장으로 올라가고 전부 뒤엎었으며, 창문으로 빠져나가 정원에서 절벅거렸다. 그러다가 재빨리 장작 받침대로 돌아와서는 깡충거리며 깃털을 말리고, 꼬리나 부리를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1837년 지독하게 추웠던 어느 겨울 아침, 추위 때문에 앵무새를 벽난로 앞에 좋아두었는데, 앵무새가 발톱으로 철망을 움켜쥔 채 머리를 아래로 늘어뜨리고 새장 한가운데에 죽어 있었다.
그녀가 얼마나 울었던지 여주인이 “그럼 박재로라도 만들어!”라고 말했다.
반년이 지나자 그는 소화물을 하나 발송했다고 알려왔다.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룰루는 절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리고 예상해야 했다. 그들이 내게서 룰루를 훔쳐간 거야! 그녀는 생각했다.
마침내 그것이 도착했다. 마호가니로 된 받침대에 나뭇가지를 나사로 조이고 그 위에 똑바로 선 채, 한 발은 들고 머리는 비스듬히 기울인 훌륭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자기 방에 넣어 두었다.
성당에서 그녀는 항상 성령을 응시했는데 성령이 앵무새를 좀 닮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놀라운 일이 생겼다. 폴이 결혼한 것이다.
폴은 신중해졌고, 어머니에게 며느리를 데리고 왔다.
1835년 3월, 그녀는 가슴에 통증을 느꼈다. 그녀의 혀는 시꺼먼 것으로 뒤덮인 듯 했다. 사혈을 해도 답답한 게 나아지지 않았다. 아흐레째 되던 날 저녁, 정확하게 72세 나이로 부인이 사망했다.
천연두 자국이 살짝 있는 파리한 얼굴을 앞가르마를 탄 갈색 머리카락으로 감싸듯 가려서, 그녀는 그다지 나이 들어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죽음을 애달파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행동거지가 거만해서 사람들이 가까이하지 않았던 것이다.
펠레시티만은 슬퍼하며 울었다. 부인이 자신보다 먼저 죽다니
그녀에게는 여주인이 물려준 연금 380프랑이 있었다. 정원에서 채소를 키울 수도 있었고, 죽을 때까지 입을 옷도 있었다. 황혼이 지면 바로 자리에 누워 등불을 아꼈다.
부활절이 지나자 그녀가 피를 토했다.
가슴이 답답해지고 열이 올랐다.
그녀는 몹시 행복해하며, 자기가 죽으면 유일한 재산인 룰루를 받아 달라고 신부에게 부탁했다.
잠시 후에 어멈이 룰루를 들고 펠리시테에게 다가왔다. “자! 작별 인살르 해요!“
박제를 했는데도 벌레가 다 파먹고, 날개 하나는 꺾여 있었으며, 배에서는 충전재가 빠져나와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 눈이 멀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녀는 룰루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뺨에 룰루를 갖다 댔다. 시몽 어멈이 룰루를 받아들고 제단에 갖다 놓았다.
식은땀이 펠리시테의 관자놀이를 적셨다.
펠리시테는 눈동자를 굴리며, 낼 수 있는 가장 큰 소리로 말했다. “괜찮을까?” 그녀는 앵무새가 걱정되었다.
임종의 고통이 시작되었다. 거친 숨소리가 점점 더 빨라졌고 허리가 들썩였다. 입 가장자리로 거품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온 몸을 떨고 있었다.
하늘색 연기가 펠리시테의 방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콧구멍을 내밀며 연기를 들이마시고 신비로운 쾌감을 느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그녀의 입술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의 심장박동이 조금씩 느려졌고, 샘물이 마르듯 메아리가 사라지듯 매번 더 희미해지고 더 가늘어졌다. 마지막 숨을 내뱉으며 그녀는 열린 하늘에서 거대한 앵무새 한 마리가 자기 머리위로 나는 모습을 얼핏 본 듯했다.■
[Review]
군더더기 없는 필체로 어쩌면 담담하게 써 내려간 자술서 같은 글인데도 재미가 있다.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가끔씩 그래서 어쨌다는 거지?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읽기를 방해하지는 않았다.
이 책에 들어있는 3편의 단편집(순박한 마음, 구호성자 쥘리앵의 전설, 헤로디아)은 1875년 9월부터 1877년 2월까지 약 15개월에 걸쳐 쓴 책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 세편의 단편집을 쓰는 동안을 휴식기로 생각했다는데, 1880년 뇌출혈로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하게 되어서 이 책이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고 한다.
‘순박한 마음’은 ‘펠레시테’라는 불쌍하고 교육받지 못한 하녀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녀는 홀로 50년 동안 같은 여주인에게 봉사하며, 아무런 원망도 없이 다른 사람들의 삶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한다. 그녀의 모습은 깡말랐고, 말이 없는데다가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절도 있게 행동했다. 새벽부터 일어나 빠지지 않고 미사를 드렸고 저녁까지 쉬지 않고 일했다. 근면과 성실, 알뜰한 그녀의 태도에 다른 하녀들이 시기할 정도였다. 젊은 날 우연한 기회에 찾아온 한 남자와의 만남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에 밤부터 이른 아침 동이 틀 때까지 벌판에서 혼자 울부짖었다. 그리고 결혼에 대한 미련도 버렸다.
그러나 그녀가 헌신적으로 돌보고 사랑한 사람들은 항상 함께 하지 않았다. 죽거나,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그 일이 그녀에게 큰 고통으로 다가왔다. 후에 그녀는 주인(오뱅부인)의 삶속에서도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비로소 그 고통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삶 전체의 보람이요 기쁨인 조카가 외항선원이 되어 첫 항해에 나섰다가 죽었고, 주인은 꿈을 키우던 사랑하는 딸을 잃었다. 같은 슬픔에 서로의 마음은 하나가 되었고, 두 여인은 서로의 신분을 넘어서 포옹하며 하나가 되었다.
이 일로 그녀는 더욱 헌신적인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신앙에 매달리고, 버림받은 노인을 돌보고, 거리에서 행진하는 군대 북소리가 들리면, 그녀는 사과주 단지를 들고 문 앞으로 나가서 군인들에게 마시라고 나누어 주었다. 콜레라 환자들을 돌보고 외국인(폴란드인)들을 보호해 주었다.
그녀에게 어느 날 우연하게 앵무새(룰루) 한 마리가 행운으로 주어졌다. 열심히 말을 가르치고, 자신을 알아본다는 그 사실이 그녀에게는 기쁨, 그 이상의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영원한 것은 아니었다. 앵무새도 어느 날 죽고 슬픔을 이기지 못하는 마음에 사람들의 권유로 어렵게 박제를 만들었다. 함께 마음을 나누던 주인도 죽었다. 주인의 아들은 재산을 처분하고 그녀는 이제 작은 거처와 주인이 남겨준 380프랑의 돈이 재산의 전부였다. 그리고 그녀도 얼마 안 되어 성당의 신부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생을 마감했다. 그녀는 죽음 속에서 거대한 앵무새 한 마리가 자기 머리위로 나는 것을 보았다.
이 책에서 앵무새(룰루)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작가는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풀로베르라는 작가를 생각할 때 누구나 이 ‘룰루’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앵무새는 작가의 정신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 책에 대한 평전을 쓴 ‘줄리안 반스’는 “플로베르의 앵무새”라는 책에서 플로베르가 이 단편을 쓸 즈음인 1876년 7월 28일 브렌 부인에게 보낸 편지를 소개했다.
“3주가 넘게 내 책상 위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아십니까? 박제된 앵무새 한 마리, 그것이 거기 앉아서 보초를 서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짜증이 나기 시작해요. 그러나 내가 계속 그곳에 놔두는 것은 내 머릿속을 앵무새의 속성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나는 어느 노처녀와 앵무새의 사랑 이야기를 쓰고 있으니까요”
이처럼 작가는 작품 속에서 앵무새 ‘룰루’의 의미에 대해 무언가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있다. 펠레시테는 삶의 여정을 살펴볼 때 사람들이 부러워 할 수 있는 행복한 삶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마음은 순박했다. 룰루는 어쩌면 그녀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성령 임을 작가는 표현하고자 했을까? 박제는 벌레가 먹어 날개가 꺾이고, 찢어져 속에 든 내용물이 삐죽이 나왔지만 그 앵무새는 또 다른 누군가의 위로가 될 수 있도록 그녀는 마지막으로 그것을 성당 신부에게 부탁했다.
“성당에서 그녀는 항상 성령을 응시했는데 성령이 앵무새를 좀 닮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구호 성자 쥘리앵의 전설
쥘리앵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비탈진 언덕의 숲 한가운데에 있는 성에 살았다.
얼마나 오랫동안 평화가 지속되었던지 더 이상 성문은 열리지 않았다. 성벽을 둘러싼 해자에는 물이 가득했으며, 제비들은 성벽의 감시구멍에 둥지를 틀었다. 궁수도 하루 종일 성문과 망루 사이의 성벽을 순찰하다가 햇살이 너무 강해지면 망루에 들어가 수도승처럼 눈을 붙였다.
부엌에 있는 제일 큰 꼬챙이는 황소 한 마리를 통째로 구울 수 있었다.
언제나 여우털 외투를 걸친 채, 그는 자기 성을 돌아다니며 봉신들을 평가하고 이웃의 분쟁을 조정했다. 겨울에는 떨어지는 눈송이를 지켜보거니 이야기책을 읽으라고 시키고 그 이야기들을 들었다. 날이 좋아지기 시작하면 곧바로 푸른 밀밭 가장자리에 난 작은 길을 따라 암노새를 타고 길을 떠나 농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연애를 다수 경험한 후에는 명문가의 규수를 아내로 맞이했다.
그녀는 얼굴이 매우 하앴고 약간 자존심이 강했으며 진지했다.
하나님께 기도드린 덕분에 그녀는 아들을 얻었다. 그래서 성대한 축연을 열었다.
산모는 이 연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녀는 침대에 조용히 누워 있었다. 어느날 밤잠에서 깬 그녀는 창문으로 들어온 달빛에 움직이는 그림자 같은 것을 얼핏 보았다. 거친 수도복을 입은 노인으로 허리에는 묵주를 걸고, 어깨에는 배낭을 맨 폼이 은거 수도승의 모습이었다. 그가 침대 머리로 다가와 입술을 떼지도 않고 말했다. “기뻐하여라, 어머니여! 아들이 성인(聖人)이 될지니!” 그녀가 소리를 지르려고 했지만, 그는 달빛에 미끄러지듯 천천히 공기속으로 날아올라 이내 사라졌다.
쥘리앵의 아버지는 마지막 손님을 배웅한 후 성문 밖에 잇었다. 안개 속에서 거지 한 명이 불쑥 나타났다. 수염을 땋고 두 팔에 은팔찌를 낀 집시였는데, 눈이 불타오르는 듯 했다. 그는 영감을 받은 듯 두서없이 중얼거렸다. “아! 아! 당신의 아들은!... 많은 피를!.... 많은 영광이! ..... 영원한 행복! ..... 황제의 가족.”
부부는 서로 비밀을 감추었다.
7세가 되자 어머니는 아들에게 노래를 가르쳤다. 용감한 사람이 되라고 아버지는 아들을 큰 말에 태웠다.
아버지는 아들이 커서 정복자가 되리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삼종 기도를 드리고 성당을 나와 몸을 숙인 가난한 사람들 사이를 지나갈 때면, 얼마나 겸손하고 고상한 태도로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지 어머니는 아들이 후에 추기경이 되리라고 기대했다.
어느 날 아침 성벽을 따라 돌아오다가 성채의 꼭대기에서 커다란 비둘기 한 마리가 햇빛을 받으며 거드름을 피우듯 가슴을 앞으로 내민 것을 보았다. 쥘리앵은 자리에 멈춰 서서 비둘기를 바라보았다. 성벽 틈새에 있는 돌맹이 하나가 우연히 손에 잡혔다. 그가 팔을 휘두르자 새가 돌맹이에 맞아 단번에 해자 속으로 떨어졌다.
쥘리앵은 이런 식으로 왜가리, 솔개, 까마귀와 독수리를 사냥했다. 그는 언덕 경사면을 달려가는 사냥개들을 나팔을 불며 쫓아가기를 좋아했고 개울을 뛰언머고 숲을 올랐다. 사냥개에게 물려 신음하기 시작한 사슴을 재빨리 쓰러뜨렸고, 마스티프종 사냥개가 김이 나는 몸뚱이를 조각내어 미친 듯이 먹어치우는 모습을 즐겁게 바라보았다.
커다란 수사슴은 화살 맞은 것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죽은 사슴들을 건너뛰며 계속 달려들어 뿔로 쥘리앵의 배를 가르려고 했다. 쥘리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겁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 그런데 그 경이로운 edhanf이 걸음을 멈추더니 멀리서 종이 울리는 동안 눈을 이글거리며 족장처럼 재판관처럼 장ㅇ머하게 세 번 말했다. “저주받을 지어다! 저주받을 지어다! 저주받을 지어다! 잔인한 가슴을 지닌 자여, 언젠가 너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죽일게다!” 수사슴은 무릎을 꿇더니 천천히 눈을 감고 죽었다.
그날 밤 그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걸어 놓은 등잔불이 흔들리는 가운데, 커다란 검은 사슴이 여전히 어른거렸다.
석 달 동안 어머니는 불안해하며 그의 머리맡에서 기도했고, 아버지는 신음을 내뱉으며 계속 복도를 서성거렸다. 이름난 의사들이 초빙되었고 그들은 약을 다량 처방해 주었다. 그들 말로는 쥘리앵의 병은 불길한 바람 때문이거나 사랑의 욕망이 그 원인이었다. 그러나 젊은이는 어떤 질문에도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는 아들의 기분을 돌려 보려고 커다란 사라센 칼을 선물했다. 그 칼은 갑옷 한 벌과 함께 기둥 높은 곳에 걸렸다. 그 칼을 집어 들자면 사다리가 필요했다. 쥘리앵은 사다리에 올라갔다. 칼이 너무 무거워 손에서 놓치고 말았는데, 칼이 떨어지면서 가까이 있던 성주를 스치며 성주의 긴 외투를 잘랐다. 쥘리앙은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생각하고 기절하고 말았다.
그때부터 그는 무기를 두려워했다. 칼이 칼집에서 나와 있기만 해도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런 약한 모습에 그의 가족은 애석해했다.
어느 여름 저녁 안개가 끼어 사물들이 불분명하게 보이는 시각이었다. 정원의 포도덩굴 아래에 있는 그의 눈에, 과일나무 높이에서 날갯짓하는 희 날개 두 개가 띄었다. 의심의 여지없이 황새로 보였다. 그가 창을 던졌다. 가슴을 찢는 듯한 비명이 들렸다. 그의 어머니였다. 길게 천을 늘어뜨린 모자가 벽에 박혀 있었다. 쥘리앵은 성에서 도망쳐 다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인근을 지나던 용병 무리에 끼어들었다.
그는 아주 강하고 용기 있으며 절제력 있고 신중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한 부대의 대장이 되었다.
군대가 커져 갔다. 그는 유명해졌다. 찾는 사람이 늘었다.
곤경에 빠진 공화국에서 그의 의견을 물어보곤 했다.
쥘리앵은 황제를 도우러 달려가서 이교도 군대를 무찌르고 도시를 포위하여 칼리프를 죽인 후, 머리를 잘라 성벽 너머로 공처럼 집어던졌다. 그리고 황제를 감옥에서 꺼내어, 궁정의 신하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다시 황제의 직위에 올렸다. 그 노고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황제는 여러 바구니에 은을 가득 담아 주었다. 쥘리앵은 받지 않았다. 더 많은 돈을 원한다고 생각하고, 황제는 재산 사분의 삼을 주었다. 다시 거절당하자 황제는 왕국을 나누어 갖자고 말했다. 쥘리앵이 사양하자, 감사를 표할 길이 없던 황제는 안타까운 마음에 울적해졌다. 그러더니 이마를 탁 치고는 신하의 귀에 대고 뭐라고 속삭였다. 장식 융단이 걷히고 아가씨가 한 명 나타났다.
그리하여 그는 황제의 딸과 결혼하고 그녀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성을 얻었다.
쥘리앵은 더 이상 전쟁에 나가지 않았다. 휴식을 취했고 백성에게 둘러싸여 평온하게 지냈다.
친한 제후들이 사냥에 초대했지만 그는 항상 사양했다. 이런식으로 금욕함으로써 불행을 피하리라 믿었던 것이다.
전하, 무슨 일이세요? 그는 대답하지 않거나 흐느껴 울었다. 마침내 어느날 그는 자신을 괴롭히는 끔찍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그녀는 매우 논리적으로 이치를 따져 가며 그 생각에서 잘못된 ㅈ머들을 지적했다. 그의 부모님은 어쩌면 이미 돌아가셨을지도 모른다. ㄷ아신이 부모님을 다시 만난다해도, 어떤 우연으로 어떤 목적으로 그런 혐오스러운 행동을 하겠는가? 두려워할 이유가 없으니 다시 사냥을 해도 좋을 터였다.
쥘리앵은 그녀의 말을 듣고 미소를 지었지만 욕망을 충족해야겠다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8월 어느날 저녁 그들이 침실에 있을 때였다. ~~~그는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그때 여우가 낑낑대는 소리가 들리고, 이어 창문 아래로 가볍게 뛰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둠 속에서 동물의 형체가 얼핏 눈에 들어왔다. 너무나 강렬하고 유혹적이었다. 그는 화살통을 꺼냈다. 그녀는 깜짝 놀란 것 같았다. “당신 말을 따르기 위함이오! 해 뜰 무렵에 돌아오겠소.” 그가 얘기했다.
얼마 안 되어 시동잉 ㅘ서 낯선 사람 두 명이 성주님이 안 계시면 부인이라도 즉시 뵘기를 청한다고 알렸다. 곧이어 허리는 굽고 먼지투성이에 삼베옷을 입은 늙은 남자와 여자가 각자 지팡이에 의지한 채 방에 들어섰다. 그들은 용기를 내어 쥘리앵 부모의 소식을 전하러 왔다고 말했다. 그녀는 몸을 숙이고 그들의 말을 주의깊게 들었다. 그들은 눈짓을 주고받더니 쥘리앵이 여전히 부모님을 사랑하는지, 때때로 부모님에 대해 이야기하는지 그녀에게 물었다. “오! 그럼요!” 그녀가 대답했다. 그러자 그들이 소리쳤다. “그렇군! 우리가 바로 부모라네!” 기력이 매우 떨어진 데다 피로에 지쳐 그들은 자리에 앉았다. 젊은 부인으로서는 남편이 그들의 아들임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그들은 아들의 몸에 있는 특징들을 묘사함으로써 그 증거를 댔다. 그녀는 침대밖으로 뛰다시피 내려와 시동을 불러 식사를 대접하게 했다. 배가 몹시 고팠지만 그들은 거의 먹지 않았다.
쥘리앵이 돌아오지 않자 그들은 자신들의 성을 버리고 길을 따났더랬다. 몇 년동안 막연한 정보밖에는 없었지만 그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돌아다녔다.
저택이 화려해서 그들은 매우 놀랐다. 노인이 벽을 주의 깊게 바라보더니 왜 벽에 옥시타니아 황제의 문장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가ㅣ 대답했다. “저희 아버지세요!” 그러자 집시의 예언을 떠올리며 그가 몸을 떨었다. 늙은 부인은 은자의 말을 떠올렸다.
쥘리앙의 아내가 그들에게 아들을 기다리지 말고 주무시라고 권했다. 그녀가 손수 그들을 남편의 침대에 눕히고, 십자형 유리창을 닫았다. 그들이 잠이 들었다.
쥘리앵은 동물들에게 활을 쏘았다. 깃털을 단 화살들이 마치 흰나비처럼 나뭇잎에 내려앉았다. 그는 돌을 던졌다. 돌은 아무것도 맞추지 못하고 다시 떨어졌다. 그는 자신을 증오했고. 겨루자는 저주의 말을 외치며 치미는 분노를 억눌렀다.
그는 테라스를 세 개 올라가 주먹으로 문을 두드려 부쉈다. 그러나 계단 아래에 이르자 사랑하는 아내에 대한 생각에 마음이 누그러졌다. 그녀는 잠들어 있겠지. 그녀를 깜짝 놀래주고 싶었다.
어두운 방구석에 외따로 놓인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아내에게 키스를 하려고 침대 옆에 이르러 베게에 몸을 숙였다. 그 베개에는 머리 두 개가 서로 가까이 놓여 있었다. 자기 입에 수염이 닿은 느낌이 들었다.
근느 뒷걸음질 했다. 미칠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다시 침대 옆으로 갔다. 손가락으로 더듬어보니 아주 긴 머리카락이 만져졌다. 오해였음을 확인하기 위해 그가 다시 천천히 손을 내려 베개를 쓸어보았다. 이번에는 분명해. 수염이야. 남자야! 외간 남자가 아내와 잠들어 있는 거야!
터무니없을 정도로 분노가 터져 나오면서 그는 그들에게 뛰어올라 단도를 휘둘렀다. 맹수처럼 울부짖으며 그는 발을 굴렀다. 그리고 행동을 멈췄다. 죽은 자들은 심장이 찔려 움직이지도 않았다.
떠들썩한 살해의 소리에 이끌려 그녀가 온 것이다. 죽 둘러본 그녀는 전부 알아차렸다. 공포에 사로잡혀 달아나면서 그녀는 횃불을 떨어뜨렸다. 그가 횃불을 집어 들었다.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가슴에 구멍이 뚫린 채 눈앞에 똑바로 누워 있었다. 위엄 있고 온화한 그들의 얼굴은 연원한 비밀을 간직한 듯했다.
성에서 사흘 걸리는 거리에 있는 수도원의 성당에서 성대하게 장례가 치러졌다.
그는 고향을 떠나 세상을 떠돌며 구걸로 생계를 유지했다.
그의 얼굴이 얼마나 쓸쓸한지 적선을 거절하는 사람은 없었다.
겸허한 마음으로 그는 제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 모두 성호를 그으며 도망쳤다. 한번 지났던 마을에 그가 다시 나타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사람들은 문을 닫아걸고 위협적인 말을 내뱉으며 돌을 던졌다. 몹시 자비로운 사람들조차 창문가에 사발 하나를 내놓고 덛창을 닫은 채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사방에서 냉대를 받자 그는 사람을 멀리했다. 뿌리와 풀, 떨어진 과일, 모래사장을 따라가며 찾아낸 조개를 먹었다.
그는 뾰족한 쇠를 엮어 거친 옷을 만들어 입었다. 언덕 꼭대기에 작은 성당이 있으면 빠뜨리지 않고 두 무릎으로 기어 올라갔다. 그러나 용서받지 못하리라는 생각에 영성체의 은총을 받지 못했고 속죄의 고행 중에도 큰 고통을 받았다.
그는 그런 행위를 하도록 벌을 내린 하나님에게 반항하진 않았지만, 그런 행동을 한 자신에게 절망했다.
시간이 흘러도 고통은 줄어들지 않았다. 참을수 없이 고통스러워서 그는 죽을 결심을 했다.
어느 날 그는 샘물가에 있었다. 얼마나 깊은지 알아보려고 그 위로 몸을 숙였는데, 자기 앞으로 뼈만 앙ㅅ아한 노인이 흰 수염을 늘어뜨리고 나타났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애처로운지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 노인 또한 눈물을 흘렸다. 자기 모습을 알아보지 못한 채, 쥘리앵은 그 모습과 닮은 어떤 얼굴을 희미하게 떠올렸다. 그가 비명을 질렀다. 그것은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그는 더 이상 자실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추억의 무게를 견디며 그는 많은 나라를 떠돌았다. 그러다가 물살이 급하고 강기슭에 진흙이 넓게 펼쳐있어서 건너기 위험한 강가에 이르렀다. 그 강을 건너려는 사람이 없어진 지 오래였다.
진흙에 파묻힌 낡은 나룻배 한 척이 갈대 사이로 뱃머리를 내밀었다. 그 배를 살펴보다가 쥘리앵은 노 두 개를 찾아냈다. 제 삶을 타인에게 바치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물길까지 내려갈 수 있도록 우선 강둑에 둔덕을 만들기 시작했다. 커다란 돌덩어리를 옮기느라 손톱이 부려졌고, 자기 배에 대고 돌을 밀다가 진흙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빠져 죽을 뻔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그러고 나서 잔해를 모아 배를 수선했다. 자신을 위해서는 ㅈ머토와 나무줄기로 오두막집을 만들었다.
통행로가 알려지자 여행자들이 나타났다. 그들이 반대편 강가에서 깃발을 흔들며 부르면, 쥘리앵은 서둘러 배에 올랐다.
쥘리앵이 사람 한 명 보지 못한 채 여러 달이 지나갔다.
어느날 밤 자고 있는데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귀를 기울여 보아도 거칠게 물결치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똑같은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 “쥘리앵!” 건너편 강가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강쪽으로 미루어 볼 때 놀라운 일이었다. 부르는 소리가 세 번째 들려왔다. “쥘리앵!” 이 커다란 목소리의 음조는 성당 종소리와 같았다.
강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 반대편 강둑에 닿았다.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었다. 넝마로 몸을 가린 그의 얼굴은 석고 마스크처럼 하얗고, 두 눈은 숯불보다 형형했다. 초롱불을 가까이 비추어 보니 흉측한 나병이 전신을 뒤덮고 있었다. 그러나 사내의 태도에는 왕의 위엄이 서려 있었다.
그가 올라타자마자 나룻배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라앉았다가 한번 흔들리더니 다시 떠올랐다. 쥘리앵은 노를 젓기 시작했다.
그들이 오두막집에 이르자 쥘리앵은 문을 닫았다. 쥘리앵은 나병환자가 나무 의자에 앉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배가 고프군! 그가 말했다. 쥘리앵은 갖고 있던 오래된 비곗덩어리와 검은 빵 부스러기를 주었다.
목이 마르군! 쥘리앙은 단지를 찾으러 갔다. 단지를 집어 들자 ㄷ나지 안에서 마음과 코를 시원하게 만드는 향기로운 냄새가 풍겨왔다. 포도주였다. 생각지도 않은 것이었다! 그러나 나환자가 팔을 뻗어 단숨에 단지를 비워버렸다. 그리곤 말했다. “추워!”
쥘리앵은 천을 들추고 낙엽 위에 누운 나환자 옆에 나란히 누웠다. 나환자가 고개를 돌렸다. “네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 옷을 벗어!” 쥘리앵은 옷을 벗었다.
나환자가 헐떡이며 대답했다. “아! 죽을 것 같아!... 다가와서 나를 데워줘! 손으로 말고! 아니! 네 온몸으로!” 쥘리앵은 나환자의 몸 위로 올라가, 입술에는 입술을 대고 가슴에는 가슴을 붙이고 온몸을 펼치고 누웠다. 그러자 나환자가 쥘리앵을 껴안았다.
쥘리앵을 꼭 껴안은 나환자의 몸이 커지고 또 커지더니, 그의 머리와 발이 오두막 집 양쪽 벽에 닿았다. 지붕은 날아가고, 창공이 펼쳐져 있었다. 자신을 천국으로 데려가는 우리의 구세주 예수님을 마주 바라보며 쥘리앵은 푸른 공간을 향해 올라갔다.
이는 우리 고장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 그려져 있는 구호 성자 쥘리앵에 관한 이야기를 거의 그대로 옮긴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