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수년을 살아오면서 그간 누려보지 못한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왔다.
아들과 함께 논산 상월면 마음수련원에서의 7박8일.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세상이 진짜가 아니라 '허상'이라는...
공상과학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닌 100%리얼스토리.
장자의 꿈이나 인셉션도 아닌데 어찌 그런 파격적인 거시기가 거시기 할까???
아무튼 그 이야기는 함구에 부친다.
토요일 새벽, 경기장에 나가보니 대형공연무대가 트랙과 축구장에 꾸며져 있어 런닝을 할 수가 없다.
뒤이어 나온 안선생님과 차를 타고 집으로 가서 해찬맨을 태우고 서신동 건축사회관 근처의 현대옥엘 가서 아침을 먼저 먹고 백제교 광장으로~
걷기대회 행사가 열린다고 해서 얼굴도 비치고 허드렛일이라도 도우려고 간 것인데 행사의 규모나 성격이 생각했던 그것과는 살짝...
쏟아지는 햇살과 더위를 피해 나무그늘을 전전하며 사람들이 출발할때까지 머물다 조용~히 귀가.
오후부터 논산에서의 수련원 생활이 시작된다.
일요일 새벽, 수련원을 도망치듯 살짝 빠져나와 코앞의 계룡산을 바라보며 무작정 돌진.
하지만 기대와 달리 상도리 마을에서 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좀처럼 찾아지지 않는다.
산길을 찾는것은 포기하고 다시 도로로 나와 이번엔 북쪽방향으로 올라가봤는데...올커니! 신원사라는 제법 큰 절과 국립공원 입구(탐방안내소)가 나온다.
문화재 관람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직접 들어갈 수는 없고 주변을 이리저리 돌며 혹시나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을까 살피기를 거듭한다.
종교의 집산지 답게 여기저기 다양한 도량들이 늘어서 있다.
단군, 관운장, 산신...각종 굿당에 정규 종교시설까지
드디어 매표소를 거치지 않고 신원사 입구로 들어갈 셋길을 찾았고 오늘은 이것만으로도 큰 성과!
살짝 경내를 둘러보고 나오는 것으로 만족한다.
나머지는 내일을 위해 남겨두고~
수련원으로 돌아오니 54분 경과.
아들을 깨워서 빡빡한 하루 일과를 시~작!
월요일에는 비가 와서 운동은 물건너가고
화요일 06:00, 수련원을 나서자마자 곧바로 신원사로 달려간다.
계룡산으로 올라가는 정규 등산로가 절의 동쪽 담벽을 돌아가며 나있다 (금산사에서 모악산으로 이어지는 길과 비슷)
급경사 포장길이 끝나고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된 뒤 고왕암이 나오고 이후부터는 사람의 흔적도 거의 없는 산길이 계속된다.
계곡을 두 번 건너고 난 뒤 능선의 고개까지 0.6Km남았다는 표지와 함께 약수터 팻말이 있는데...이름이 까막까막...
오늘은 여기서 반환.
역시 나머지는 내일을 위해 아껴둔다.
능선과 봉우리까지 올라가려면 5시20분 쯤엔 출발해야 시간을 맞출수 있을 것 같다.
수련원~신원사 입구 8'54"
신원사입구~반환 29'26" [38:20]
약수터~신원사입구 23'39"
신원사~수련원 7'03" [30:42]
{총1:09:03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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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은 극심한 피로감에 일어나기조차도 벅차다.
정신노동(?), 아니 정신수련이 이렇게 힘들줄이야...
하긴 뭐 아침 8시부터 자정이 넘는 시각까지 한자리에 앉아 수련에만 매달리는 판이다보니 보통일은 아닌게 분명해!
그것도 고요한 명상이 아닌 ... 어허 쉿!
목요일엔 다시 비가 내려서 그저 그렇게 되고... 금요일, 드디어 봉우리에 오를 때가 왔다!
05:25에 수련원을 출발해 어두컴컴한 길을 달려 계룡산으로 들어선다.
신원사, 고광암, 엇그제 반환했던 약수터를 지나고 너덜지대 급경사와 계단길을 거쳐 드디어 연천봉 고개에 이른다.
여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계룡산의 봉우리 분포와 등산로 구성의 개념이 잡힌다.
그간에는 동학사, 남매탑, 갑사로 이어지는 코스만 줄기차게 다녔을 뿐인데...
고개에서 0.2Km 서쪽에 있는 연천봉에 오르니 감동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저 아래 사람 사는 세상은 구름이 살짝살짝 가리워져 있고 계룡의 멋드러진 바위봉들은 파노라마처럼 늘어서 있으니... 이게 바로 우주!
실내에서 눈감고 느끼는 우주는 진짜 우주, 내가 보는건 가짜 우주, 하지만 난 왠지 가짜가 더 좋다!
막노가다로 땀흘려 내발로 뛰어올라 맛보는 이것이 내가 허상세상에서 찰라를 살며 누릴수 있는 커다란 호사라는 것.
이 맛을 알아야 되는데...ㅎㅎ
수련원~신원사입구 08'41"
입구~ 고광암 13'31"
고광암~연천봉 고개 26'53"
~연천봉 정상 04'06" [53:25] (정상에서 2'15" )
정상~신원사입구 38'47"
신원사입구~수련원 06'22" [45:09]
{총 1:40:51소요}
7시5분 밖에 되지 않았으니 이제 막 아침식사가 시작된 시각.
아들을 깨워 아침부터 먹고 ... 오늘도 힘차게 참우주를 찾아 수련 또 수련^^
토요일 수련원에서의 마지막날,
05:00 수면시간이 불과 4시간도 안되기 때문에 몸은 편치 않지만 아들과 함께 계룡산을 오를 단 한번의 기회이기에 마음을 굳게 먹고~
아들 또한 보통때와는 상황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눈빛을 번뜩이며 따라나선다.
나혼자 뛰듯이 다녀올때완 최소 30분 이상 차이가 날 것을 감안했기에 출발시각을 땡긴것인데 날이 어두워서 ... 분위기가 참으로 비장하다.
고광암을 지나며 둘다 상의를 탈의하고 풍욕을 하며 산에 오른다.
우주를 느끼려고 ㅎㅎ
특별하게 지낸 일주일이 까마득히 먼 옛날의 일들처럼 뒤로 늘어서고 그 고행의 시간들을 눌러 밟으며 위로~ 위로~
녀석 힘이 들텐데 죽는소리 하지않고 꿋꿋이 따라와 주는게 참으로 기특하다.
감동이 쓰나미처럼~
연천봉에 오르니 천지에 운무가 가득 끼어서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어제는 참 좋았는데...아쉽다!
하지만 눈에 보이질 않는다고 느껴지지 않는건 아니니까...
계룡산에서 일주일이나 도를 닦았는데 ㅎㅎ
그렇게 수련과정의 피날래를 장식한다.
순전히 아빠의 방식대로
후련~하다!
10'08", 16'53", 38'12", 06'09" [1:11:23]
50'37", 15'19" [1:05:56]
{총 2:1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