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꽃 / 고은강
1
점자처럼 두둘두둘, 지문으로 만져줄게요
서투른 척 해드릴까요
깨물어드릴까요
도시 냄새, 하얗게 질리겠어요
내일은 당신 아버지와 이 숨막히는 통사를 써볼까 해요
통사는 밤으로 흐르고 우리는 고독하니까
참을 수 없는 불면의 생 어딘가에서 멋지게 뒹굴어봐요
질척거리는 입술, 말라죽을 때까지
당신만 모르죠
우리가 함께 저지른 아름다운 불경죄,
난 선생님 곁에 누워 선생님의 아내를 가졌어요
우리가 낳은 불순한 아이를
당신은 목숨 바쳐 섬기게 될 거예요
그게 평등이랍니다
또,
침 뱉으시게요?
가슴을 까발릴까요
뒤통수에 달린 음부를 보여드릴까요
별로 가진 것도 없는데
침 뱉으시오, 라고
이름을 개명할까봐요
일수쟁이처럼 꼬박꼬박 잘도 처먹는 당신,
연민의 면죄부나 드리게요
확,
미끄러질까요?
절박했었다고 말할까봐요
덜렁덜렁 한쪽 어깨를 다 드러내놓고 더 열심히,
주둥이로 죄짓자고 꼬드길까봐요
내 애증을 지불해서
한 생의 치부를 조용히 덮어줄 수 있다면,
거리에서 제일 잘 팔리는 절망이 되어
여기저기 평등하게 열어줄까봐요
백성 없는 나라의 주인처럼
고독한 수염이나 무럭무럭 길러
그 밀림국의 첫번째 거짓말로
열망보다 가볍게
사랑한다니까요, 자기
2
나는 밤의 서식자,
당신의 오만한 지붕 위에서
보들레르의 고양이처럼 갸릉갸릉, 울겠어요
당신의 애완동물처럼 기르고 있는 독설의 여인과 함께
티끌처럼 뒹굴겠어요
썩은 비늘을 털며
전염병처럼 이 남자 저 남자 옮아다니겠어요
아이를 낳을 거예요
탄탈로스의 사생아 같은 아이를 낳아 통째로 잡아먹고
또 아이를 낳아 또 잡아먹고,
당신의 비루한 주머니를 털어
내 모반의 냉장고 속 꽉꽉 채우면서,
더럽게 뚱뚱해지겠어요
내 허구의 눈시울이 자꾸 가려워요 파랗게,
꽃잎이 지네요
-2006 창비 신인상 수상 당선작-
시에 대한 느낌 나누기
-이 시는 많이 감추어져 있어서 읽어내기 어려운 시입니다. 획기적이라고 할 만큼 충격을 줍니다. 현실에는 없는 듯 보이지요. 사물을 빌렸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냉장고의 삶을 의인화시켜서 무슨 불륜이나 그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연상시키도록 엮어내고 있습니다.
-시 속에 냉장고라는 힌트를 토대로 푸른 꽃이라는 제목을 독일의 작가 노발리스의 소설 꿈을 좇는 이야기와 관련지어서 냉장고의 꿈 정도로 생각해봅니다.
-“점자처럼 두둘두둘, 지문으로 만져줄게요/” 이것은 냉장고의 앞면이 두둘두둘 한 것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서투른 척해드릴까요/ 깨물어 드릴게요” / 이 부분도 문이 닫히는 그런 것을 연상시킵니다. “도시 냄새 질리겠어요.”는 냉장고 냄새를 가리키는 것인 것 같고요.
-“내일은 당신 아버지와 이 숨 막히는 통사를 써볼까 해요” /의 통사는 비통한 역사를 만드는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고 아버지와 같이 사는데 아버지가 냉장고에서 무엇인가를 꺼내거나 냉장고 청소를 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통사는 밤으로 흐르고 우리는 고독하니까” / 이 말은 노인이 외로우리라는 것을 전제로 밤을 끌어들여서 무슨 썸싱이나 있는 것처럼 시를 엮어가고 있습니다.
-“참을 수 없는 불면의 생 어딘가에서 멋지게 뒹굴어 봐요 / 질척거리는 입술 말라 죽을 때까지” // 이 말은 냉장고는 잠을 자지 않죠. 계속 켜놓으니까 그래서 수명이 다해서 버려질 때까지 이런 말로 생각됩니다. “당신만 모르죠” / 란 말은 시를 썸싱으로 유도하기 위한 의도적 사용인 것 같고요.
-“우리가 저지른 아름다운 불경죄 / 난 선생님의 곁에 누워 선생님의 아내를 가졌어요” / 라는 말은 남편이 사들인 냉장고를 부인이 사용하는 것이니까 선생님의 아내를 가졌다고 하는 것 같고요. 세워놓은 냉장고를 누워있다고 말하는 것은 썸싱 유도 또는 시적논리를 위해서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낳은 불순한 아이를 / 당신은 목숨 바쳐 섬기게 될 거에요 / 그게 평등이랍니다 // 또, / 침 뱉으시게요” // 는 냉장고에 들어갔다가 나온 음식을 먹고 세월이 흐르면서 아이라도 출산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요. 그 아이를 위해서 아버지는 목숨을 바칠 수도 있을 거고요. 물론 "침 뱉으시게요?" // 라는 말도 썸싱 유도의 표현이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슴을 까발릴까요” / 는 문이 열리는 것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뒤통수에 달린 음부를 보여 드릴까요?/ 별로 가진 것도 없는데” /는 냉장고의 불 들어오는 곳 아니면 냉동이나 냉장을 위한 하얀 김이 나오는 곳을 말하는 것 같네요.
- “침 뱉으시오.” 라고/ 이름을 개명할까 봐요."/ 이 말도 썸싱 유도로 보입니다. 창녀 같아서 더럽다 이런 이야기겠지요.
-”일수쟁이처럼 꼬박꼬박 잘도 처먹는 당신,“ / 이것은 문자적 식사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민의 면죄부나 드리게요// 확, / 미끄러질까요? // 절박했었다고 말할까 봐요“. / 이 점 역시 부인 또는 가족들과의 썸싱으로 유도하기 위한 시인의 작전인 것 같습니다. 남편은 냉장고를 사들인 분이므로 여자나 남자가 되어 어떤 썸싱을 일으켰으니 미안한 것처럼 면죄부 또는 절박했었다는 말을 하는 것일 거고요 ”확, / 미끄러질까요?“ // 는 음식 그릇을 떨어뜨리는 장면이 연상되기도 하지요.
”덜렁덜렁 한쪽 어깨를 다 드러내놓고 더 열심히, / 주둥이로 죄짓자고 꼬드길까 봐요” / 는 냉장고 한쪽 문이 열려있는 장면이 연상되지요.
-“내 애증을 지불해서 / 한 생의 치부를 조용히 덮어줄 수 있다면/ 거리에서 제일 잘 팔리는 절망이 되어/ 여기저기 평등하게 열어줄까 봐요.” /에서는 냉장고를 썸싱을 일으키는 음부 또는 음녀로 가장했으니까 수명이 다된 냉장고가 거리로 내다 버려져 문이 열려 있는 상태를 떠오르게 합니다.
-“백성 없는 나라의 주인처럼/ 고독한 수염이나 무럭무럭 길러/ 그 밀림국의 첫 번째 거짓말로/ 열망보다 가볍게 /사랑한다니까요 자기” // 이 말은 냉장고가 고장 난 원인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성에가 차서 어름덩어리로 막혀 작동이 멈춘 것을 가리키는 말인 것 같습니다. 어름덩어리가 다 녹으면 다시 돌아가니까 고장 났던 것이 거짓말이나 별반 다름없는 것을 말하는 듯싶습니다. 냉장고를 사들였으니까 주인을 사랑한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같이 보이고요. 남편으로 냉장고를 사람으로 본다면 미울 것이 당연함으로 거리로 내다 버려지는 것을 상상하여 그린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백성 없는 나라의 주인처럼” / 은 텅 빈 냉장고가 연상되지요.
-2에서는 냉장고가 오래되어서 밤에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밤에 지붕 위에서 우는 보들레르의 고양이처럼 갸릉갸릉 울 것이라'는 표현이죠.
-“당신의 애완동물처럼 기르고 있는 독설의 여인과 함께/ 티끌처럼 뒹굴겠어요” /는 부인과 함께한 세월을 가리키는 듯싶습니다
“썩은 비늘을 털며 / 전염병처럼 이 남자 저 남자 옮아 다니겠어요/”는 성에를 일으켜서 고장 난 것처럼 가장하여 이 남자 저 남자 등에 업혀 버려지고 다시 녹으면 다른 남자 등에 업혀 옮겨지는 장면을 묘사한 것처럼 생각됩니다.
- “아이를 낳을 거에요 / 탄탈로스의 사생아 같은 아이를 낳아 통째로 잡아먹고/ 또 아이를 낳아 또 잡아먹고“ / 이 말은 아마도 냉장고에 채워졌던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냉장고에 다시 채워지는 그런 것을 비틀어서 쓴 것으로 생각됩니다.
-”당신의 비루한 주머니를 털어 / 내 모반의 냉장고 속 꽉꽉 채우면서,/ 더럽게 뚱뚱해지겠어요“ / 이 말은 문자적으로 남편의 주머닛돈으로 시장을 보아 와서 채워 넣는 것을 말하는 듯합니다.
-“내 허구의 눈시울이 자꾸 가려워요. 파랗게 / 꽃잎이 지네요.” // 의 눈시울은 불빛이 어두워는 또는 꺼지는 것을 말하는 듯합니다. 푸른 꽃의 제목과 연결 지으려고 꽃잎이 진다는 말로 끝을 맺는 듯합니다.
-행들이 화자의 의도로 나누어진 부분들이 보이는데 생각이나 다른 상상을 유도하기 위함인 듯해서 마음대로 제가 바꾸어 풀이해 보았습니다.
-이 시의 특기할만한 점은 사물이 나타내는 특성을 이용해서 현 사회의 문란해져 가는 도덕성을 냉장고 의인화를 통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또한, 선생님의 아내가 낳은 아이와 냉장고가 낳은 아이로, 냉장고 문이 열리는 것을 가슴을 연 것이나 주둥이를 여는 것으로 그 외에도 한 사람이 선생님의 아버지와 선생님의 아내와 이런 하나를 가지고 두세 개에 대입했을 뿐만 아니라 그저 네모난 상자에 불과한 냉장고를 이처럼 적나라하게 초현실적으로 엮어냈다는 것은 시인의 역량이 느껴지게 하는 좋은 시인 것 같습니다. -문 향(박종인)-

고은강
1971년 대전 출생.
상명대학교 국문과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