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가 '허삼관 매혈기'를 원작으로 삼아 영화 '허삼관'을 만들었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과연 원작의 느낌을 살려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만들어냈다면 진짜 대단한 감독일 것이다."
'허삼관 매혈기'는 194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약 30여년에 걸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중국 소설입니다.
특히 역사적 희비극이라고 할만한 문화혁명이 주요한 배경으로 등장하지요.
하지만 영화에서는 문화혁명은 등장하지 않으며 시간은 53년부터 64년까지, 공간적 배경은 한국으로 옮겨온 것입니다.
영화가 원작가 같아야할 이유는 없지만, 적어도 원작 속의 주제의식은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허삼관 매혈기>의 핵심이야기는 아들 일락이 자신의 아들이 아님을 알고 내치다가 다시 품는 과정을 우스꽝스럽고도 재미있으며 감동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 과정이 서사의 완결성과 설득력을 가지고 있지요.
하지만 영화 <허삼관>은 허삼관의 심리적 변화를 담아내지 못해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또 하나, 일락을 자기 아들로 품는 과정 못지않게, 남의 자식을 낳은 아내를 용서하는 과정입니다.
원작에서 허삼관은 아내에 대한 실망이 가득할 때, 뚱보가 된 임분방과 진짜로 불륜을 저지릅니다. 그리고 매혈을 하여 임분방에게 잔뜩 선물을 안기고, 그로 인해 임분방의 남편에게 들키고 말지요.
훗날 허삼관은 문화혁명기 때 아내가 기생 혐의로 고발되어 성토회장을 끌려 다닐 때, 아내를 위해 밥을 배달해줍니다. 자식들이 엄마를 부끄럽게 여기자, 허삼관은 자식들 앞에서 자신의 불륜에 대해 자세히 털어놓으며 자신도 무결한 아버지가 아님을 밝힙니다.(아내와의 화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거지요)
원작은 우스꽝스러운 스캔들을 나열하고 있어 읽는 내내 웃기기도 하고, 짠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 안에 자기반성을 통한 화해의 메시지가 숨어 있지요.
그러나 영화는 원작의 주제의식을 날려버리고 아내와의 화해는 없이,
원작에도 없는 장기매매를 등장시키지요.
원작 '허삼관 매혈기'는 위대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원작 속에는 뚜렷한 주제의식과 페이소스가 들어있기 때문이지요.
감독 하정우가 원작의 위대함을 몰랐을 리는 없고, 과욕을 부린 듯하네요.
영화 제목을 '허삼관'이라고 하기보다는 차라리 '하삼관' 또는 다른 성을 붙여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을.....
원작은 밝히되, 제목은 좀 다르게 했더라면 기대는 하지 않았을 것을....ㅠㅠ
첫댓글 저두 실망스러울까봐 안 봤어요. 워낙 소설을 재미있게 봤거든요. 원작의 무게가 워낙 대단해서...
예, 우려했던 것이 그대로....어찌 이런 대작을 원작으로 선택했을까 의아했지요.
저도 지난주 목요일에 혼자 영화관에 가서 허삼관을 보았는데... 개인적으로 무척 실망했어요. 스토리 전개가 너무 자연스럽지 않고...공감대 형성이 잘 안되서 몰입하기가 무척 어려웠어요 ㅠㅠ저는 원작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지금이라도 다시 봐야겠네요.
위화의 원작은 다소 지루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정말 대단한 작품이지요.^^